창작과 비평에서 내놓은 최영미 시인의 시집 제목입니다.
평소 참 기발하지만 뭔가 시건방지다는 이중적인 매력 때문에 나름 관심이 있었지요.
하지만 시에는 그리 깊은 관심이 없어 지나치곤 했었는데...
얼마전 추석연휴 동안 KBS FM 93.1에서
연휴 특집으로 매일 한명씩 유명 시인들이 나와서 자작시도 읽어주고,
사연에 얽힌 클래식 곡도 소개해주어 매우 흥미롭게 들었었습니다.
사무실에 출근하자마자 라디오를 켜니
아침시간에 제법 카랑카랑하고 명료하게 들리는 억양이 예사롭지 않은 여성 출연자가 말하고 있더군요.
바로 최영미 시인이었습니다.
평소의 일상에 대해 말하고 있었는데 들어보니 극히 개인적이고, 깐깐한 품성이더군요.
저런 사람이 과연 어디서 감성이나 시상이 흘러나올까....하며
의아스러운 반면 어딘가 저와 같은 코드라는 느낌이 들어 시종일관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그런데 말하는 도중에 다음과 같은 말이 기억이 남습니다.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지금보면 너무 부끄럽고 뭣모르고 쓴것 같아요.
서른이 되니 세상을 다 안 것 같았고, 내려다보이는 느낌이 들어 쓴 것인데...
시간이 흐르니 그 시집 제목만 봐도 부끄러워지더라구요."
연휴동안 왜 다들 문닫고 장사를 안하는지
나같은 사람 아침밥 점심밥 먹으러 헤매고 다니는건 생각도 안하느냐는 투정으로 시작했던
자신감과 깐깐함이 흐르는 목소리에서 나온 말이었습니다.
클럽아우디
황문규
첫댓글 게시판 이전작업에 수고가 많으십니다..ㅎㅎ
그양반이 저분이군요... 이름은 몇번 들었습니다만... 암튼 자기의 길을 확실히 간다는건 .. 실수도 문제가 되지 안을껍니다...
풀잎의 서른, 은 잔치의 시작! 뭐 고정도?ㅋ
93년도 군생활 당시 창작과 비평에 최영미님이 처음으로 올린 시 입니다. 그때 참 느낌이 좋았다는 .. 얼마후 바로 시집 나와서 사고 제가 산 시집중 가장 많이 반복되어 읽은 시 손가락 안에 뽑힌 시입니다. 요즘에 읽으면 그때와는 또다른 감정이 배어나오는군요. 아마도 서른을 몰랐던 시절의 느낌과 서울을 훌쩍 넘어버린 지금의 느낌에 차이라고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