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목적 중 하나는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데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제천은 그 어느 도시보다 반갑다. 약초가 자생하는 치악산과 소백산, 월악산 등에 둘러싸여 있어 조선시대부터 우리나라 3대 약령시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한방으로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힐링 공간이 자리한 제천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세탁소, 제3한방명의촌
제천엔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몇몇 공간이 들어서 있다. 시에서 설립한 제1한방명의촌은 고혈압, 당뇨, 아토피 등 예방 및 치료를 목적으로 하고, 제2한방명의촌은 암 환자들을 위한 센터다. 2014년에 제3한방명의촌이 문을 열었는데, 이곳은 한방힐링센터로 몸과 마음을 두루 치유하기 좋은 곳이다. 스트레스에서 잠시 벗어나 숲속 한가운데서 한방 힐링을 할 수 있다.
‘마음세탁소’라고 불리는 제3한방명의촌 센터동
‘마음세탁소’라고 쓰여 있는 센터동으로 들어선다. 밝은 기운이 흐르는 실내는 힐링카페로 꾸며져 있다. 십전대보탕에 향긋한 모과를 넣은 차 한 잔이 몸을 따듯하게 녹여준다. 면역력을 키워주고 피를 맑게 해주는 차가 달콤하다. 여기에 숙변을 제거하고 피부를 부드럽게 해주는 해독환 한 알이 함께 나온다. 누룩 볶은 것과 엿기름을 발효시킨 한약제로 순한 약재로 만들어져 부작용이 없다.
센터동 힐링카페에서 즐기는 다과
자신의 사상체질이 궁금하다면 테스트지를 신중하게 체크해보자. 결과에 따라 몸에 이로운 음식들을 알 수 있으니 평소 식습관을 돌아볼 수 있다.
스스로 파악할 수 있는 사상체질 감별지를 체크하는 여행객
여기까지가 몸 진단이었다면, 인생 진단을 추가로 진행할 수 있다. 기존의 사주명리학이 주술적인 성향이 강했다면 이곳의 명리학은 순수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내 인생을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준다. 일상 속 스트레스로 인한 마음병을 고치는 과정이다.
수십 종의 약재로 채워져 있는 약장
몸 구석구석 아픈 곳이 있다면 진료와 치료도 받을 수 있다. 특별한 침도 있는데 그중 약침은 한약 엑기스를 경혈에 주입하는 요법이라 효과가 빠르다. 또 금사를 경혈에 직접 주입하는 요법인 금침은 만성 통증 질환에 효과가 탁월하다.
체질 진단 후 한방 치료도 받을 수 있다
침 한 번 맞는다고 모든 아픔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평소에 꾸준히 해주면 좋은 운동법까지 차근차근 배울 수 있다.
황
웅근 원장의 즐거운 한방 힐링토크쇼
힐링스테이는 당일부터 1박2일, 2박3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당일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몸과 마음, 그리고 인생을 진단하고 힐링카페를 이용하며 가벼운 한방 치유를 경험할 수 있다. 하루 이상 머무르면 좀더 구체적인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맑은 자연을 느낄 수 있다.
근육을 이완시켜주는 참살이 자연치유운동
센터 맞은편에 자드락길 1코스가 이어져 산책하기 좋으며, 센터 꼭대기에 자리한 국궁장 벤치에 앉아 명상하며 고요한 시간을 보낸다. 이런 프로그램은 편안한 마음으로 되돌리자는 것. 그래서 제3한방명의촌은 ‘마음세탁소’라는 애칭이 붙어 있다.
계절을 이겨내는 약선음식
이곳 스태프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식사를 하면 어느덧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특히 매끼 나오는 약선음식은 몸을 더 단단하게 해준다. 계절에 맞는 재료를 골라 궁합이 맞는 음식들로 내는 한끼 밥상은 그 자체로 건강보양식이다.
피부가 보송해지는 돼지고기와 연근의 조합, 동파육
단체로 참여하면 심의(心醫) 황웅근 원장의 즐거운 강연을 들을 수 있다. 기타를 메고 나타난 황 원장이 행복을 부르는 노래를 시작으로 인생의 해법 등을 들려준다. 이곳에 머무르면서 더 행복해졌다는 그는 늘 따뜻한 마음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공간에 들어서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따뜻한 에너지의 장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황웅근 원장의 바람이다. 서로 마음을 나눠 마음의 병을 없애는 것이다.
행복한 마음을 나누는 황웅근 원장
차 한잔으로 시작하는 힐링, 제천한방 티테라피체험장
겨울엔 따뜻한 차 한잔이 온몸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티테라피체험장을 찾으면 마음도 편안해지는 체험을 할 수 있다. 황기와 감초, 솔잎 등 약재를 1g씩 섞어 간편하게 우려 마시는 티백을 직접 만들어 가져갈 수 있다.
퀴즈 정답을 맞히면 제천관광 마일리지를 받을 수 있다
황기는 우리 몸속 기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걸 막아주는 약재로 피로 회복에 특히 좋다. 열이 많은 체질은 인삼 대신 먹기도 하는데 부작용이 거의 없는 약재 중 하나다. 감초는 우리 몸속 중금속을 없애고 성인병 예방을 돕는다. 다른 약재의 독소나 쓴맛을 중화시켜 ‘약방의 감초’라 불린다. 솔잎은 당뇨에 좋으며 항산화 작용을 하고 면역력을 높인다. 체험을 하면서 약재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으니 차가 몸에 더 잘 흡수되는 느낌이다. 피로에 좋은 ‘활력충전에너지차’와 노폐물을 제거해 다이어트에 좋은 우엉차도 있다. 녹차, 클로렐라, 백년초, 카카오 등을 넣은 빛깔 고운 쿠키와 함께 즐기기 좋다.
이름도 재미있는 다양한 차를 맛볼 수 있다
이제 아로마 발 마사지로 몸의 피로를 풀 차례. 발은 인체의 축소판으로 마사지를 통해 몸 상태를 점검하고 온몸의 혈액순환을 촉진시킬 수 있다. 마사지를 시작하기 전 일단 맨발에 아로마 오일을 듬뿍 뿌린다. 십전대보탕에 들어가는 황기와 감초, 생강, 당귀, 천궁, 인삼 등 12가지 약재를 증류법으로 추출한 오일이다. 뿌리는 것만으로 피로가 가시는 기분인데 여기에 마사지 기계로 발을 구석구석 주물러준다. 15분 정도 마사지를 받고 나면 발뿐 아니라 온몸이 가뿐해지는 느낌이다. 여행의 피로까지 말끔하게 풀린다.
차와 함께 몸에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넣은 쿠키도 맛본다
재치 있는 이름이 돋보이는 차 세트도 판매한다. ‘매일 밤 꿈나라차’는 대추와 솔잎, 국화, 감초, 캐모마일 등이 들어 있어 심신을 안정시켜준다. ‘걱정제로차’는 페퍼민트를 넣어 진정 효과가 있다. 느긋하게 차를 마시고 발 마사지를 받는 프로그램은 1시간 정도 걸린다.
발 마사지를 받으면 온몸이 개운하다
자연이 주는 맛 한방약선요리, 명가박달재
‘명가박달재’는 20여 년간 한방약선요리를 연구한 정연순 씨의 정성이 느껴지는 음식점이다. 모든 음식에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간장에 사과와 양파껍질, 파뿌리, 여러 약재들을 넣어 끓인 천연조미료로 간을 한다. 식용유도 사과와 말린 버섯, 진피 등을 넣고 끓여서 쓴다. 이렇게 만든 기름으로 전을 부치거나 볶으면 느끼한 맛이 없고 들기름보다 고소하다. 단맛은 주로 대추와 단호박으로 낸다. 여기에 계피와 여러 약재를 섞은 조청이 달콤함을 더한다. 천연조미료를 만드는 일은 손이 많이 가지만 포기할 수 없다는 그녀. 가게 문을 닫고 새벽 4시까지 재료를 손질하고 천연조미료를 만드는 일이 주인장에겐 행복이다.
16가지 약재를 사용해 고기 요리를 하는 명가박달재
메뉴는 소고기로 만든 약선요리가 주를 이룬다. 소고기와 궁합이 잘 맞는 황기, 당귀, 감초, 둥굴레, 계피, 파뿌리 등 16가지 약재를 5~6시간 끓여 기본 육수를 만든다. 한상차림을 주문하면 16가지 찬이 정갈하게 놓이고 떡갈비와 쌈채소, 강된장, 육회초무침 등 입맛 돋우는 음식들이 함께 나온다. 메인 요리인 찜갈비는 모양부터 화려하다. 중국 4대 진미라고 알려진 백목이버섯(은이버섯)이 꽃 핀 듯 올려져 있다. 황금송이버섯과 백만송이버섯, 목이버섯, 팽이버섯 등 면역력을 높여주는 버섯과 소고기의 환상적인 맛을 즐길 수 있다. 식사 후엔 조청을 만들고 남은 생강으로 만든 편강 한 점이 소화를 돕고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고기를 먹었어도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