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식사 후 산책하러 나가다 찍은 사진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학사일정 변경으로 아이들이 집에만 있으니 아파트 마당은 아이들 놀이터가 되었다.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노는 모습이 사람 사는 재미를 주고 있다.
요즘 부쩍 늘어난 '인라인스케이트' 타는 아이들 모습에서 30년 전으로 돌아가 당시를 생각하게 했다.
3살 터울의 아들 형제가 국민학교에 다닐 때였다.
우리 앞 동에는 둘째 아들의 단짝 친구가 살고 있었다.
그 동은 우리 동보다 평수가 50%나 더 넓은 곳으로 여유있고 넉넉한 사람들이 주로 살았다.
그 아들 친구가 형과 함께 마당에서 처음 보는 놀이기구를 신고 신나게 놀고 있었다.
발목을 덮는 긴 부츠에 신발 바닥에는 일자로 바퀴가 4개나 달려 있어 자유자재로 달리고 있었다.
그전까지는 롤러스케이트라는 것만 봤지 이렇게 날렵하게 생긴 것은 처음 보았다.
롤러스케이트는 구르는 소리도 요란하고 스피드도 별로인데 비해, 롤러블레이드는 소음도 없이 날렵하게 스피드도 엄청나고 모양도 세련되어 어른인 내 눈에도 아주 좋아 보였다.
그것이 '롤러블레이드'라는 것이고 미국에서 직수입되었다는 것을 그 친구로부터 알게 된 아들이 몹시 갖고 싶어 했다.
그런데 가격이 문제였다.
그 댁은 아들 형제에게 발 사이즈에 맞춰 2개를 선뜻 사주었는데 나는 그렇게 할 형편이 못 되었던 것이다.
30년 전에 50만원이면 엄청나게 큰돈이 아닐 수 없다.
착하기만 한 우리 아들은 엄마의 사정을 잘 알고 있어 크게 조르지도 못하고 갖고 싶다는 간절한 표정을 얼굴 가득히 나타내기만 하고 있었다.
용단을 내어 사주기로 하고 매장에 갔다.
그 대신에 2켤레를 사는 것이 아니라 한 켤레를 사서 형과 교대로 타기로 하고서 말이다.
그러자니 자연 사이즈는 큰아들 발에 맞출 수밖에 없었다.
또 매장에는 두 가지 모델이 있어서 아들 친구가 갖고 있는 것보다 약간 저렴한 것으로 선택했다.
무려 7만 원이나 가격이 적은 모델은 신고 벗기에 불편하게 운동화 끈처럼 긴 부츠에 주르륵 나있는 양쪽 구멍에 일일이 끈으로 끼웠다 풀었다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대신 비싼 고급형 모델은 3개의 접이식 장치가 붙어있어 신고 벗기에 아주 편하게 되어 있었다.
나는 당연히 18만원짜리 끈모델을 선택했고 아들은 그것도 감지덕지 좋아했다.
그렇게 사온 롤러블레이드는 형제가 서로 양보하며 형이 타는 시간엔 동생이 앉아서 기다렸고 그다음엔 동생이 타곤 해서 전혀 문제없이 한동안 잘 탔다.
지금 생각하면 짠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둘 다 사줄 수도 있었는데, 모델도 편리한 고급형으로 사줄 걸 왜 그리 벌벌 떨었는지 모르겠다.
다 지나간 일을 때늦게 후회를 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만, 그래도 그런 엄마를 보며 자란 아들들이 근검절약하는 생활태도를 갖게 하는데 일조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는다.
그 후에 '인라인스케이트'라는 이름으로 많이 나와서 가격도 많이 저렴해졌다는 소문만 들었다.
첫댓글 옛날 우리들이 아이들 키울때는 여유가 되어도 근검 절약 하는 생활 습관이 투철 하던 시절이라 어느가정이나 절약 하고 살았어요.
그결과로 지금 노후에 자식들에게 손을 내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옳은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요즘 젊은 부모들은 너무 풍족해선지 아이가 하나라선지 원하는 건 다 주는
양육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 그랬어, 하며 저희들끼리 모이면 물러받은 교복 타령. 머리를 내가 깍아 이쁜 얼굴을 아렇게 ,
하고 선생님이 웃으시며 위로했던 일 ,다섯 딸들에게 풍족하게 못해 준엄마라 부끄럽고 가슴 아파요.
엄마에게 너무 풍족하게 해주는 딸들에게 고맙고 행복하게 노후를 지내면서 후희한답니다
약간 부족한 듯한 생활이 어린시절 근검절약하는 습관이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너무 풍족함에서 오는 부작용도 있으니까요.
행복하신 노후를 보내고 계신 언니 모습 참 뵙기에 흐뭇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