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계절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
뜨락으로 나가보니 산골, 산밑자락 뜨락에 찬기운이 가득하다.
하루 사이에 계절이 지나가는 듯하다.
코로나 사태 이후에 근 1년 만에 만나지는 글친구들과 함께 모처럼 가을 소풍을 다녀오던 날
가을 햇살, 양광이 온 세상에 하나 가득 내려왔다.
그 가을 햇살을 온몸으로 품기 위해 새벽같이 길을 나섰다.
새벽 댓바람이 아니어도 되련만 서울로 나서는 길자락의 버스편이 한시간에 한번으로 바뀐지라
약속시간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하여 금광호수를 돌아도는 길자락에 만난 안개, 일명 운무가 춤추는 광경을 목도하는 즐거움도 보너스로 챙겼다.
어느새 물 안개 가득한 정경이 일상이 되어버린 금광호수 자락을 돌며 그 호사를 일상으로 만나는 계절이 되었다.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하면 이젠 호숫가 가장자리 얼음호수 광경도 눈에 담게 되고
그 주위를 맴도는 온갖 새들이 결으로 찾아와 얼음호수 가장자리를 빛내는 물새떼들의 향연도 시작되리라.
그렇게 일찌감치 서둘러 남부터미널로 향하는 고속도로는 츨근길 차량으로 승용차는 길에 누웠고 버스만 천천히라도 제 길을 간다.
해서 너무 이르게 도착하여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하나? 괜한 걱정과 우려했던 마음과 달리
느리게 달린 버스덕분에 얼추 비슷한 시간에 터미널에 도착을 하여 잠시 숨을 고르고 터미널 상가로 향했다.
간만에 만나진 글친구들을 위해 겨울 초입 채비로 예쁜 장갑들을 포장해 선물할 마음을 가졌던 지라
서둘러 그나마 문을 열고 손님을 일찌감치 기다리는 상가에 들어가 아주 예쁜 여성용 장갑과
손을 넣으면 저절로 따스해질 남성용 장갑을 골랐다.
그리고 시간에 맞춰 약속된 장소, 신호등 대기 건널목 앞에 서서 픽업해갈 차량을 기다린다.
저 멀리 눈에 익숙한 차량이 스윽.....재빨리 뛰어가서는 살포시 차안으로 쏘옥.
장갑을 나눠주며 한동안 뜸했었지는 언제였던가 싶도록 반가운 마음으로 위드 코로나로 함께 할 수 있음을 즐길 준비를 한다.
그렇게 차량이동으로 과천 국립현대 미술관으로 향하고 이후 완전 만추의 가을길을 걷는다.
한 시간여의 산책을 하며 조각품들과 주변을 샅샅이 눈에 담고 남사친이 줄서서 사왔음이 뻔한 김영모 빵과
둘째가라면 서러울 지인의 거주지 샌드위치 전문점의 상드위치를 행복한 마음으로 덥썩 베어물기도 전에
나이프와 포크, 그리고 식탁보와 손수내린 커피까지 챙겨온 센스에 감동하며 소소한 공연장에서의 아침을 만끽한다.
이후 맛나게 먹은 빵들의 잔치를 뒤로 하고 동물원 쪽으로 다시 산책길을 나섰다.
두어시간 여의 산책을 다시 시작하려는데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풍광이 온몸과 마음으로 담겨오고
이후의 수다발은 청명함 그 자체인 가을 하늘을 가른다.
그동안 밀렸던 사사로운 이야기 부터 글친구들의 전문적인 대화의 주제와
시시콜콜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한가롭지 않았던 집콕의 시절사까지...그와 더불어 각자에게 주어진 공간에서
그들만의 방법으로 살아내던 24시간들에 대한 직업적 이야기까지.
그야말로 시간이 모자라도록 긴 이야기들이 떨어지는 나뭇잎과 따사로운 햇살을 등뒤로 만끽하며 흘러다녔다.
만보, 그야말로 순식간에 걸음수는 높아만가고 우리는 사람들이 다니지 않을 듯한 한적한 샛길로 접어들어
미술관옆 동물원의 심은하를 떠올렸다...........팻말을 보면서 그 시절 속으로 동행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야말로 숨겨진 장소에서 긴 이야기를 나누다 간만에 만나는 공유의 시간을 기꺼워 한다.
이후 동물원 길을 돌아들며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고 새롭게 재편성되는 동물원에 대한 소회를 논한다.
마치 얼룩말이 동물원의 조작품처럼 꼼짝않고 서있던 광경이 지나간 우리의 시간이라도 되는양 말이다.
그 얼룩말의 자태를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눈에 담았다가 다시 맨눈으로 바라보았다.
어느 색을 투과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얼룩말의 자태를 보면서 우리의 인생도 그러하다.....였다.
일찌감치 만나 그렇게 두시까지 과천 어린이 대공원을 어른이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느껴보았다.
아이들과 동행하던 그 시절에 누려보거나 느낄 새 없었던 한가로움이 온 몸으로 전해졌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나의 그라운드, 숱하게 아이들 놀이터로 혹은 사진촬영지로 또는 만남의 공간으로
지금의 글친구들과 별개로 한때 자주 찾았던 곳이었기에 더욱 만감이 교차했다.
그리고 돌아나오면서 지하철, 국립현대 미술관 셔틀 버스를 통해 그곳을 점령하는 사람들의 퍼센트가
세월값을 지닌 노인세대도 만만치 않다는 현장을 목도하면서 복지국가의 혜택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우리는 그 어느 자락의 경계선에 서있는지,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나이에 자연스럽게 안착한 우리라는 생각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던 글친구들과의 산책 코스는 그렇게 끝나고 다음 여정을 위해 두대의 차로 차량이동을 감행한다.
한적하리라는 생각은 이미 도심권에서는 어불성설...하여 글친구가 운영하는 수리산 자락의 식당으로 장소를 옮겨
그야말로 간만에 회포를 푸는 것, 정말이지 생을 통해 만나져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교류의 친구란 얼마나 보석같은지.
그 보석을 만나기 위해 길을 달렸다.
돌아드는 산자락 밑 반월 저수지를 지나 갈치저수지 주변과 수리산은 이미 그 옛날 자주 찾던 드라이브 코스로 부터
엄청나게 달려져 있었고 세련됨의 옷을 갈아입은 지 오래인듯, 전원주택을 비롯한 카페와 식당들이 지천으로 들어섰지만
글친구의 맛깔스런 솜씨를 완벽하게 자랑하는 식당은 그나마 옛모습을 지닌 채 그 자리에 있었다.
처음 그곳으로 장소를 옮겼다는 전화를 받고 얼마나 상심하고 걱정이 많았던가를 생각하면
지금의 처지는 그야말로 음식맛이 제대로 알려진 까닭에 발길들이 끊이지 않으니 참으로 다행이었다.
특히나 내 생애 두번째 간장게장이라 지칭되어진 간장게장의 맛은 그야말로 웬만한 시정의 맛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어진 식탐, 생선구이와 불화덕 불고기와 윤기 자르르한 밥 한공기와 두말하면 잔소리일 청국장과 밑반찬 세레나데.
그렇게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장소를 옮겨 근사한 카페에서 커피 한잔으로 입을 정리하고 온갖 어수선으로 부터 벗어나
고요하게 젖어드는 커피 향내에 빠져 다시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진지하게 살아온 흔적들을 더듬어가며
그래도 빛나는 삶이었다를 자신을 할 수 있는 각자, 그런 글친구들을 자랑스러워 하는 마음을 서로가 공유한다.
늦어지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의 흔적을 기꺼이 나눌 수 있는 마음에 맞는 글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뿌듯하던지
직업도 다르고 가는 길이 달라도 오로지 글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만나진 사람들이자
그 이십여년 세월을 함께 하면서 한결같음으로 서로를 보듬는 사이가 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그 어디에서도 누릴 수 없는 행복 일 터....그 행복이 여전히 한 묶음으로 함께 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으며
가을 소풍의 희희낙락은 이제 안녕....찾아드는 겨울맞을 채비를 더욱 단단히 해야겠다.
오늘
하루의 시작은
바쁨이 되. 겠. 다
첫댓글 가을소풍의 희희낙낙은 그동안 잘 살아왔다는 상급이겠죠. 오랫동안 잘 해낸 집콕 덕분에 얻어진 상급이기도 하겠네요.
ㅎㅎㅎㅎ 글친구들의 센스 덕분에
이른 아침에 나선 길이 행복하였다는.
언제 만나도 어제 만난 듯한 오랜 지기는
그래서 더욱 좋은 듯 하더이다.
마지막 사진 너무 멋져요,, 모처럼 나들이 너무 좋으셨겠어요,,, 그제는 남산 단풍이 별로였는데... 내일 다시 한번 가봐야겠어요,,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구석구석 잘 찾아보면
막바지 단풍이 멋있게 제 옷을 입고 있는 장소도 많답니다.
금광호수 자락도 그러하구요.....
그래서 국내 여행 가자 하면 거의 노탱큐이지만
글친구 절사친들의 모임만은 꼬옥 참석하는 열정 ㅎㅎ.
암튼 남산 어디엔가에도 멋진 풍광이 남겨져 있을 듯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