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8년간의 결혼생활을 접고 새롭게 자리잡은
직장이 강남에 있는 한 건물의 시설관리일이었다.
유명 리써치 회사며 미국계 한국지사 및 몇몇
유명회사가 입주해 있었는데 그 한국지사의
대표가 여사장이었다.
건물주는 라벨을 만드는 회사의 창업주였었고
그 자리를 아들이 물려받아 2세 경영을 하고
있었다.그런데 미국계 회사에서 건물주 라벨을
전량 납품받아 그 회사상표로 사용하고 있었으니
말 그대로 건물주의 甲에 해당한다.
그 미국계 회사 한국 지사장인 여자분...
한 마디로 반듯하고 딱이다.
희안하게 거기 근무하는 직원들 전부가
여자들인데 마치 맏언니처럼 친근하게
직원들을 대하여 많은 존경을 받는 분이다.
(그 여직원들 미국계회사에 다닌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당시 그녀들이 걸친 의복이며 등등이
명품들이었고 최고급 승용차를 몰고다니는
직원도 있었음)
그뿐 아니라 건물 경비원들이며 주차원들에게
언제나 상냥하게 대해줌은 물론이요 볼때마다
늘 먼저 인사를 한다.
그렇지만 아빠빽으로 사장이 된 그 아들을
대함에 있어서라든지 건물주의 수족역할을
하는 2인자인 여자 실장을 대할때는 애취급을
한다.그 아들의 경우에는 상종조차 하지않고
말섞는 것 자체를 멀리한다.따라서 업무상
미팅시 사장아들 밑의 직원이 그 여사장 직원과
거래며 여타의 일을 처리한다.
그 여사장은 보고만 받고 당연히 그 아들은
그 여사장 근처엔 얼씬도 못한다.
규칙적으로 직원과 함께 건물순찰을 하는데
그 미국계회사는 그냥 지나치기에 이유를
물어봤더니 '거긴 직원들이 우리가 들락거리는걸
싫어해요' 이런다. ???
"그게 무슨 소리야.우리할 일을 하는데..."
이러면서 막무가내로 노크후 들어갔다.
동료직원은 뒤에서 머뭇거리며 따라오고...
그랬더니 그 여사장, 환하게 웃으며 손수
고운 찻잔에 커피를 타서(일반용 자판기 커피는
젖혀놓고) 차받침대에 놓고 내게 권한다.
동료직원은 이를 보고는 희안하게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세월이 흘러 그 여사장은 다른 건물로 이사를
가게됐고 나 역시 다른 건물에서 일을 하다가
올해 5월 다시 18년만에 친정집?으로 오게됐다.
저녁무렵 한 층에 있는 남자화장실 천장에
누수가 있다하여 책임자(부장.나는 말단)와
같이 올라갔는데 그 층에 근무하는 상큼하고
매력적인 여직원이 처음보는 내게 인사를 한다.
같이갔던 상사(20년 근무)는 익히 알고있는
자기에게가 아닌 신삥이인 내게 인사를 하는
그 이쁜 여직원이 이상한 모양이다.
당연히 난 여직원에게 가볍게 눈인사만 했다.
그리곤 모른척했고...
시설관리일을 오래하다보니 건물에 입주하여
근무하는 회사원들의 특성을 이해하게된다.
나처럼 3D업종에 근무하는 사람들 면목이
대체로 근무복장이며 등등을 볼때 과히 보기가
썩 좋지않음은 물론이요 내면에서 풍기는
멋스러움이 부재함을 누구나 쉽게 느낀다.
과거 친구들이며 선후배들 중 많은 사람들이
그 못지않은 회사며 건물에서 근무했었고
내가 찾아가면 반갑게 맞아주었던 그들...
그때는 시설관리일이 뭔지도 몰랐다.
여튼간에 내 자신 역시 지하철 및 환승통로를
걸을때 늙수구레하고 추해보이는 사람들을
피해다닌다.당연히 멋진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어 있고 싶어한다.
하물며 젊고 매력적인 여자들을 말해 무엇하랴.
그녀들은 눈 마주치는 것 조차 꺼려한다.
물론 예외는 항상 존재한다.
나이들어서도 기품있는 분들이 있다.
아주 드물지만 말이다.
그런 분들은 아무렇게나 쉽게 돌아다니지도
않을뿐더러 한번 움직임에 있어 절대 흠잡히지
않게 차림새며 등등 많은 것에서 신경을 쓴다. 그런 사람들은 참 보기 드물다.
그러니 인품을 갈고닦는 분들은 말하나 마나다.
그렇게 늙어가야겠다.
그렇게 늙어감으로 오는 죽음 편하게 맞이하여
생사를 벗어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정말이지 칠십에는 그런 삶을 누려보았으면...
十五夜望月寄杜郎中 ... 王建
십오야망월 기 두낭중 ... 왕건
「보름달 바라보며 십오일 밤에 두낭중에게 부침」
中庭地白樹棲鴉(중정지백수서아)
뜨락엔 하얀 달빛, 나무엔 까마귀 깃들고,
冷露無聲濕桂花(냉로무성습계화)
찬 이슬 소리없이 계수나무 꽃을 적신다.
今夜月明人盡望(금야월명인진망)
밝은 달 구경하는 인적 끊어진 이 밤,
不知秋思落誰家(부지추사낙수가)
모르겠어라 가을시름~! 뉘집에 머무려나...
*이 詩는 당나라 시인 왕건(768~830?)이
벗인 두낭중에게 보낸 것인데 왕건이라는
이름으로 인해 어떤 사람은 고려 태조 왕건이
지은 것으로 알고 장문의 글을 올렸으며 또 이에
화답하는 댓글들을 접했던 기억이다.
그러면서 역시 태조 왕건은 뭐가 달라도 달라~!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여튼 詩를 번역함에 많은 애를 먹었습니다.
함축하는 의미가 남다르기에...
어쨌거나 이전에 올린 두보의 詩 月夜와
비교하자니 격식이며 모든 것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입니다.그만큼 뛰어난 두보이지요.
詩聖은 아무나 될 수 없는 존재...
연일 계속되는 열대야에 가을이 그리워집니다.
그래서 올려보았습니다.
첫댓글 고운찻잔에 미소를 담아 올리던 여사장 뇌리에 남아요~ㅎ
그 여자
미혼인데
제 친구 제회사 방문하여 그 얘길 듣더니
'야, 내가 있었으면 그 여사장 어떻게든
너와 맺어줄텐데...' 하길래...
제가 그랬지요.
"야 시캬, 보잘것없는 시설관리인하테
세계적 유명회사 사장이 눈길 주겠어?"
하니까, "니가 뭐 어째서? 어휴~"
하더군요 ㅠ.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저 재치~^^
참 아름다운 분이세요.
늘 반가웁고 하는 마음입니다.
태조 왕건이 아닌 당나라 시인 왕건 선생님의 시 잘 읽었습니다.
번역하시느라 애쓰신 덕에 쉽게 감상합니다.
가을은 느리지도 서두르지도 않고 제 걸음으로 오고 있을 겁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안녕하세요.
누구신지요???
제 걸음 운운...
중도의 멋을 한껏 휘날린 멋스러움~!
정말 고맙습니다.
저도 기품있게 나이들어 가고 싶습니다.
그런데 나이 들어 갈수록 탐욕만 늘고,
자꾸만 마음이 미워지고,
미운 생각만 하여
제가 두렵습니다.
당나라 시인 왕건의 시.
잘 읽었습니다.
달빛 가득한 가을 밤의 서정이
느껴지는 시에
한더위 속에서도 서늘해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답은 간단하다 합니다.
더도 덜도 없는...
그러면 됐지 않나요?
詩에 취하고 술에 취하니
그 흥에 오늘도 아름다운 일상입니다.
헌데...
'조지훈의 승무'에서 노래한
'정작으로 아름다움' 과는 거리가 멀기에
아직 슬픔을 내재할 수 밖에 없는 모양입니다.
변함없는 벗님의 관심에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