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3주만의 예초기 작업
2023년 6월 13일 화요일
음력 癸卯年 사월 스무닷샛날
영상 12도의 아침이 선선하다.
잔뜩 흐린 날씨에 안개가 자욱하다.
소나기인지는 몰라도 또 비소식이 있다.
엊그제와 같은 겁나는 우박만 아니라면
비가 내리는 것은 얼마든지 환영이다.
어제는 별로 일을 하지않고 한가했다고
생각이 되는데 지나고보니 많이 한 것 같다.
몰아치기로 집중하여 일을 하여 그런 것이다.
이른 아침에는 전날 묶어놓은 고추끈 고정을
하느라 두어 시간동안 밭일을 했다. 예전에는
고추끈을 지그재그로 엮듯이 묶었으나 영주
막내네에서 보내준 피복입힌 밴드로 고정을
시키다보니 너무나 편리하다. 이 일은 아내의
손놀림이 아주 빠르다. 요즘 손목이 좋지않아
일을 시키지 않으려고 했는데 아침마다 하는
걷기운동을 마치자마자 와서 도와주어 빨리
끝낼 수 있었다. 이제 첫 번째 고추끈 묶기를
마친 것이다.
아침나절 작은밭과 명이나물밭 사이에 자라는
옥수수가 다른 나물이나 잡초들에 치여 힘들게
보였다. 입구에 질경이가 잔뜩이고 중간중간은
씨앗을 떨군 냉이가 마른 모습이라 보기싫었다.
낫을 들고 옥수수 주변에 있는 것들은 모두 다
싹둑싹둑 베어버렸다. 뿌리는 살아있어서 내년
봄에 다시 나오게 될 것이라 괜찮다. 명이나물은
지금 꽃에서 씨앗을 맺고있는 과정이라 놔뒀다.
그래서 질경이와 냉이 마른 꽃대, 개미취는 마구
다 베어버렸다. 잔대와 더덕은 그대로 놔두었다.
그렇게 베어냈더니 손수레로 한가득, 퇴비장에
갖다버렸다. 퇴비가 되어 다시 밭으로 올 것이다.
햇볕이 따가운 한낮에는 빈둥빈둥 놀았다.
해질녘에 다시 일을 시작했다. 이서방이 하려고
했던 둘째네와 막내네 사이 삼각주와 막내네의
주변에 무성한 풀을 베어내고 다른 것을 심어볼
계획이라는데 무릎 통증이 있어 못하고 있었다.
아픈 사람 시키기가 그래서 예초기를 짊어졌다.
3주만이다. 이서방이 하려던 곳부터 베어내고
기왕 내친김에 단지 전체를 돌다보니 그새 날이
저물었다. 몇 군데를 제외하고 모두 해치웠다.
이제 예초기 작업도 나름 숙달이 되어 곧잘한다.
뭐든지 숙달이 되면 능률이 오르게 되는 것이다.
희안하게 예초기 작업을 마치고나서 느껴지는
기분은 그야말로 후련함, 개운함, 깔끔함 그리고
흐뭇함과 뿌듯함이다. 힘들기는 하지만 앞으로
예초기로 풀을 베는 작업은 아마도 두세 번은 더
해야만 될 것이다. 컴백한지 얼마 안된 이서방은
아직 서툴어 맡기가 망설여지게 되어 나이많은
형님이지만 이 촌부가 하는 것이 더 마음 편하다.
그나저나 가차없이 풀을 베고 쾌감을 느낀다니
이놈의 촌부 잔인하기도 하다.ㅎ
첫댓글
땀 방울이 흘러도
개운한 마음이 갑분
하시겠어요.
빨간 벤치에 앉아
잠시 쉬시죠~
그럼요.
예초기 작업은
그런 기분에 한답니다.
일하다가 이따금씩 쉽니다.
급할 것이 없는 일이니까요.
감사합니다.^^
수고 하셨어요
훤해진 공간이 시원 합니다
감사합니다.^^
바로 그런 느낌에
열심히 하는 예초기 작업이죠.
좋은 날 되세요.
늘 건강하셔야만 합니다.
그럼요.
그래야죠.
박대표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