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라한 국경
윤석정
툇마루에 앉아 자라난 손톱을 깎았다
비가 또각또각 내렸다
잘려나간 손톱을 모으다가 드는 생각
내 몸에 나도 모르게 자라난 국경이 있었다
애초에 한 몸이었던 손톱처럼
당신이 나를 떠나 또 다른 국경으로 갔다
국경을 넘을 수 없어 머리 깨지도록
마당에 처박히는 비가 국경으로 스며들었다
국경을 지나
인도의 다르질링으로 슬며시 들어갔던 그해
갠지스 강가에서 몸이라는 국경을 태워
국경이 없어진 사람들이 나의 유랑을 따라와
말없이 침대에 누웠다 나는 눅눅한 침대에 앉아
머리가 희끗희끗한 히말라야를 보는데
당신보다 먼저 내 잠 속으로 비가 스며들었다
잠든 사이 내게서 다녀간 국경 너머의 벼락이
찌릿찌릿 내 손톱 언저리를 매만졌다
벼락처럼 당신이 히말라야로 총총히 사라졌다
유랑을 싣고 간 카카르비타라는 국경,
내 생의 중간 즈음이 될 성싶은 국경을 지나는 동안
내가 떠나왔거나 버리고 갔던 당신이라는 국경들이
내 마음으로 아스라이 스며들었다
—《문예연구》2010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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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정 / 1977년 전북 장수 출생 원광대 국문과 졸업. 중앙대 대학원문예창작과 졸업.
200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오페라 미용실’ 당선. 시집 『오페라 미용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