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는 중고차 외판원으로 성공한 사람이다. 그는 외모로 보나 행동으로 보나 능히 그럴만한 사람이다. 그에게 성공은 인생의 전부다. 그는 무엇을 하다 실패했다 하더라도 스스로를 속여가며 성공을 가장하려는 사람이다. 그에게 가장 큰 상처를 주는 것은 바로 실패다. 그는 대여섯 개의 동호회와 위원회, 시민복지회에 몸담고 있다. 그 모임이 목표를 달성하는 동안은 믿음직하고 활발하게 활동한다. 보통 그렇듯이 그가 지도자가 되면 그 모임은 대체로 성공한다. 만일 모임이 실패하면 조는 그 실패를 재구성해서 최소한 부분적이나마 성공을 거두어 사정이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조에게는 두 형이 있었는데 형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도록 강요와 부추김을 받았다. 이로 인한 자세가 동료들과 급우들은 물론 친구들에게까지도 경쟁심을 유발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루는 A가 네 과목이고 B가 한 과목인 성적표를 들고 집에 돌아왔다. 그런데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왜 다섯 과목 모두 A가 아니냐?”하고 다그쳤다. 조는 동료들 가운데 최초로 스물한 개 이상의 기능상을 받은 보이스카웃인 이글스카웃 단원이 되었다. 그가 기능상 수집에 나선 것은 각 기술이 지닌 가치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매번 누르고 앞서감으로써 인정과 관심을 얻기 위해서였다.
조에게 인생은 위로 향하는 일종의 등반이었으며, 실제로 그는 학업과 스포츠와 사회활동에서 뛰어난 기량을 과시했다. 모든 것을 다 거머쥐었지만 자신의 만족감만큼은 넘어서지 못했다. 언제나 쟁취행야 할 다른 무엇, 눌러 이겨야 할 다른 누군가가 있기 때문에 그는 결코 만족할 수 없었다. 스포츠에서도 그는 개인이 두각을 나타내는 종목을 선호했다. 그래서 육상과 수영에서 스타가 되었다. 야구팀에서 초청을 받았지만 자기가 결코 주장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합류하지 않았다.
조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창출하고 성취할 수 있는 성과를 통해 자신을 규정하는 법을 터득했다. 그에게는 사랑받고 인정받는 길은 훌륭한 공적을 쌓는 데 있었다. 조는 항상 승리할 수 없었다 하더라도 어떻게 하면 자신을 승리자로 보이게 하는지 알고 있었다.
설령 터무니없는 속임수를 동원하더라도 그랬다. 그가 고등학교 시절에 정한 목표는 졸업생 가운데 누구보다 성공하는 것이었다. 그는 성공을 거두었으나 자신의 승리가 왜 그토록 공허한지를 의아해했다.
조는 개인생활을 영위할 시간이 없었다. 그는 어떤 모습을 유지하거나 필요한 만큼 자주 바꾸는 일이 쉽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늘 이런저런 가면을 쓰고 다녔고 심지어는 자신마저도 속이곤 했다. 다른 사람들은 조를 승리자요 성공한 사람으로 본 반면에 자신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그 덕분에 그는 성공을 거두고 자신에게 부족하여 갈망하던 참사랑 대신 그가 얻어낸 열광적 활동을 꾸준히 밀고 나갈 수 있었다.
조는 신체가 아닌 말로, 그리고 터무니없는 기대로 아내를 괴롭혔다. 그는 여러 해 동안 완벽한 결혼생활이라는 간판을 유지해 나갔다. 그는 아내를 협박하여 자기 곁에 머물면서 행복한 가정생활을 꾸려 나가는 아내역을 맡게 했다. 그러다가 두 가지 일이 벌어졌다. 아내가 참다못해 그의 곁을 떠나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그는 지역 정당에 입문하기 위해 바쁘게 뛰어다녔다. 그런데 사생활이 적나라하게 공개되면서 그는 철저한 패배를 맛보아야 했다.
이 문제는 당시 조에게 아픔을 안겨준 유일한 상처였다. 그는 자기의 아픔을 묵살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고, 때로는 세상에 투영시킨 성공한 자신의 모습을 믿기까지 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진정한 자아가 아닌 겉치레만을 중시한다는 사실을 한순간이라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선지 이따금 솔직한 느낌과 자신의 배역 사이에 깊은 골이 있음을 알아차릴 때면 심한 분노에 휩싸이기까지 했다.
그런 조가 상처를 받고 고통을 맛보았다. 아픔이 너무 커서 도저히 무시하고 넘어갈 수 없었다. 풀이 죽고 자책감에 시달리면서 그는 생전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그가 바라본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조는 줄곧 교회에 나가고 있는데 그것은 그의 모습과 잘 어울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신앙은 얄팍한 겉치레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곳에 자신이 보지 못하고 지나친 가치들이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느꼈고, 자신의 진정한 성공을 ‘진실성’에서 찾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마음기도에 끌려 활동보다는 자신의 존재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 그는 활동이 존재에서 나온다는 사실과 자신이 사랑하는 법을 터득할 때라야 비로소 사랑스럽게 행동하고 진실로 사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조는 줄곧 자신의 결혼생활이 성공하기를 갈망해 왔다. 그는 아내에게 돌아와 달라고 설득했다. 왜냐하면 이상적 결혼상을 추구하는 것은 승리자의 모습이 아니라 결혼이 교회에 대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반영한는 성사의 참된 가치를 소중히 여겼기 때문이다.
조에게는 열등감이 문제된 적이 한번도 없었다. 사실 그는 자신을 대단하게 생각했다. 결혼과 정치 생활에서 겪은 패배는 그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다. 그는 오랜기간 자신을 희생자로 여기는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그에게 유익한 일이었다. 그는 자신을 지금의 상태로 몰아붙인 부모를 그리고 스스로도 1차적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는 자기 자신을 용서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 분노단계를 거칠 필요가 있었다.
사실 조의 심리치료사로 나선 것은 그의 아내였다. 그녀는 조가 자신을 알고 있는 것보다 그를 훨씬 더 잘 알고 있었고, 그의 끊임없는 허상들을 꿰뚫어보는 능력이 있었다. 그녀는 그가 자신의 아픔을 들여다보도록 도왔다. 그리고 조가 여러해 동안 거기에서 도망치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그 같은 정서적 일탈이 그에게 얼마나 해로운지도 알았다.
조가 자신이 성공하지 못할 때도 아내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긴장이 풀리면서 깊은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둘레에다 쳐놓았던 방어벽들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그는 차차 자신의 욕구를 인정하고 자신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쟁취하려는 능력을 참되고 소중한 목적에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제 그는 더이상 기만의 삶을 살지 않아도 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기대하는 자화상에 맞지 않는 일체의 것들을 숨길 필요가 없어졌다.
조는 이제 승리를 행복에 이르는 길로 보지 않고 오히려 행복을 승리로 보았다. 그는 여전히 열정과 창조적 발상이 넘치는 사람이며, 여전히 사람들을 움직여 그들의 잠재력을 키워주고 있다. 그러니까 조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자신의 부족한 점과 정면으로 마주했을 때 비로소 참된 승리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조가 받은 상처는 자신의 정서적 욕구와 인간관계를 억제하거나 경시한 데서 비롯되었다. 사랑하고자 하는 그의 자유는 어린 시절에 상처를 받았다. 조는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결여되어 있음을 깨닫는 일이 고통스러웠다. 성공은 사랑을 대신하는 위안거리이자 대용물이었다. 그는 자기 자신을 용서할 필요가 있었다. 자기 내면의 어린아이를 위로하는 일이 그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고, 초점맞추기 또한 도움을 줄 것이다. 그는 마음중추(깡통인간)로 사는 사람임에도 마음(가슴)과 만나지 못한다. 그가 꾸는 꿈들, 특히 그에게 막연한 불안감을 주는 꿈들은 그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해 준다.
조는 자신을 오로지 성공하도록 밀어붙인 사람들, 특히 아버지를 용서해야 한다. 진정한 성공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사랑으로 향하는 첫걸음으로 받아들이는 데 있다는 사실을 그가 깨닫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는, 어떤 성서 구절을묵상하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불안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시편62장, (진실과 대면하기 위해서는) 요한복음 3장 17-21절, (공적을 넘어선 겸손한 봉사를 위해서는) 루가 17장 7-10절이 적합하다.
참조 문헌:용서의 과정 윌리엄A. 메닝거 지음 -바오로딸-
첫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