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후기>
옛 시외버스 터미널이 있던 충무동 로터리!
볼링장이 있던 바로 그 자리, 매서운 날씨지만 따뜻한 햇살이 내 비치는 자갈치역 1번 출구
에 벤치 두 개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살며시 앉아본다 편안하고 포근한 마음이 가득하다.
일요일 아침나절, 조용한 거리가 18명이 집합하니 활기로 가득 찬다. 서구청 앞에서 마을버스
로 감천 문화마을로 향한다. 아기자기하고 오밀조밀한 마을이 기념품 가게와 먹거리 가계로
많은 인파로 북적인다. 물건을 사고파는 상업적인 냄새로 가득한 이곳은 감천마을 만의 문화라
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만은, 문화라는 말과는 거리가 먼 듯하다. 얽히고설킨 골목길 만이 우리
어린 시절 추억이 되살아나게 하지만은?
천마산 가는 널따란 임도길에 들어선다. 좌측으로 부산대교 영도다리가 바로 보이고, 영도다리 밑
에서부터 남부민동까지 타원형의 자갈치 해안선이 뚜렷하다. 맑은 하늘에 푸른 바다가 어우러지는
자갈치시장 역동성과 활기찬 움직임들이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따스한 햇살이 잠겨있는 벤치 앞에서
발걸음이 멈춰진다. 막걸리 익어가는 냄새는 놓치지 않는다. 마른오징어와 김치에 싸 먹는 편육 맛에
국순당 개똥쑥 지평 생탁등의 막걸리 빈병은 나뒹굴고 있다.
천마산 조각공원으로 올라선다. 공사중이라 어수선하다. 조각품을 해체해 그냥 방치한 것도 있고,
철로 된 형상은 부분이 떨어지거나 녹슨 조각품도 있다. 이 어수선한 조각공원 어수선함이 좋아서,
그 한 가운데서 점심식사 자리를 펼친다. 맥주에 젖고 막걸리에 젖고 담금주에 젖어 가면서, 뜨거운
블랙커피에 가슴은 자꾸 뜨거워진다.
천마산 자락을 빙 휘돌아 좁은 오솔길을 기분 좋게 걷는다. 송도 해수욕장 케이블카들은 쉴 새 없이
양쪽을 서로 교차해 오고 가고 혈청소도 보인다. 이젠 감천항이 발아래다. 저 멀리 구평 방파제가
균형감 있게 다가오고, 화력발전소도 바라보면서 쉬지 않고 달린다. 경사도가 있는 급한 비탈길을
치고 올라 오솔길을 달리니 약수터가 나오고, 바로 문화마을로 빠져나온다.
문화마을 바로 밑자락 비석마을로 들어선다. 마을 전체가 원래 공동묘지였지만, 피난민들이 정착
하면서 마을 좁은 골목길 계단을 묘지 비석으로 조성도하고 해, 비석마을이라 했다고 한다.
이리저리 골목길을 오고 갔으나 제대로 보지 못하고, 마을을 빠져나온다.
아미동과 충무동의 경계지점 산후조리집, 넉넉한 웃음이 좋은 주인아주머니는 목욕비 깎아달라 하지
않아도 단체입장 할인 혜택을 주었을 거란 생각도 해 본다. 충무동 돼지껍질 곰장어구이 집들이 즐비한
시장을 지나고, 신동아 수산시장을 거쳐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의 본 고장 자갈치시장 바다횟집에
도착한다.
회맛에 젖어가며 주고받는 폭탄주에 젖어가며, 잔을 높이 치켜세우고 부딪치는 정경들이 아름답다.
흥겨운 모습들은 더 아름답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때 행복하다"라고 한다.
지금 우리는 행복하다. -끝-
첫댓글 1월 빼 먹고 2월은 빼 먹을 수 없다 하여,
늦었지만 올려 봅니다.!
천마산의 천마바위 위에서의 부산항 조망이 끝내주는데 모노레일과 전망타워 공사로 천마바위가 사라져버려 많이 아쉬웠네요...
산행기를 읽으니 그날의 하루가 활동사진으로 한편의 드라마처럼 눈에 그려지네요^^
참 산우회장님이 시인 이었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