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지요 .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뿌리로 약간의 목숨을 남겨 주었습니다 .
여름은 우릴 놀라게 했어요 .
슈타른베르크 호(독일에 있는 호수) 너머로 와서
소나기를 뿌리고는 , 우리는 주랑에 머물렀다가
햇빛이 나자 호프가르텐 공원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한 시간 동안 얘기했어 요 .
저는 러시아인이 아닙니다.출생은 리투아니아인 진짜 독일인입니다 .
어려서 사촌 대공의 집에 머물렀을 때
썰매를 태워 줬는데 겁이 났어요 .
그는 말했죠 , 마리 , 마리 꼭 잡아 .
그리곤 쏜살같이 내려갔지요 .
산에 오면 자유로운 느낌이 드는군요. 밤에는 대개 책을 읽고 겨울엔 남쪽에 갑나다 .
이 움켜잡는 뿌리는 무었이며 ,
이 자갈더미에서 무슨 가지가 자라 나오는가 ?
사람의 아들아 , 너는 말하기는 커녕 짐작도 못하리라
네가 아는 것은 파괴된 우상더미뿐
그 곳엔 해가 쪼아대고 죽은 나무에는 쉼터도 없고
귀뚜라미도 위안을 주지 않고
메마른 돌엔 물소리도 없느니라 .
단지 이 붉은 바위 아래 그늘이 있을 뿐 .
(이 붉은 바위 그늘로 들어오너라)
그러면 너에게 아침 네 뒤를 따르는 그림자나
저녁에 너를 맞으러 일어서는 네
그림자와는 다른
그 무엇을 보여 주리라 .
한줌의 먼지 속에서 공포를 보여 주리라 .
*이 시는 '성배 전설' 을 이용하여 20세기 유럽 문명의 황폐함을 '황무지' 에 빗대어 표현하였다 .
(작가 소개)토마스 스턴스 엘리엇. 1888-1965.미국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활동.20세기 모더니즘을 이끈 대표적인 시인. 염세적인 정서와 새로운 방식의 시적 기교로 독창적인 시 세계를 펼쳐 나갔다 . 1948년 노벨문학상 수상.시인.평론가.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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