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 키노여 기적을 보여주세요~

[희야시스(최상희)]

2003. 6. 11.

까페회원들과 <주온> 시사회후 햄버거를 먹고 헤어진뒤 교보문고로 향하다.



교보문고를 간 이유는 다름아닌 <키노> 창간 99호 잡지를 사기 위해서다.
집이랑 매장근처에는 영세한 서점들뿐이라서 영화잡지 하나 사려고 해도 큰맘먹고
종로에 나가야하는 불편함을 겪곤 한다.
출판시장이 어렵다고 하니... 그들을 탓하기만도 힘들지 않는가?

영화잡지 코너속에 당당히 놓여져 있는 <키노>를 바라보자니 괜시리 눈물부터 나려고 했다.
그 같은 이유는 다름아닌 <키노>가 이번호로 폐간이 된다는 사실때문이었다.



수많은 영화잡지...
특히나 월간잡지중 유일하게 DVD타이틀을 선물로 주지 않는 <키노>
그렇기에 독자들에게 외면당한 것일까?

한달에 우리 매장에서 받고 있는 월간패션잡지는 5~7종류가 되는데...
정말 부록이 빵빵하다.

부록하나 만 보더라도 잡지값을 뽑고도 남는다.
매달 받는 잡지로 인해...
나는 새 신발도 생기고 화장품도 생기고 가방도 생기고, 심지어 카메라, 면도기, 우산까지 준다.

그런데... 키노는 암것도 안준다...
그런... 키노를 매달 사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키노가 괜찮은 DVD타이틀도 안주는데...
그래도 사는것이다...

왜?? 무엇때문에???
영화잡지가 거기서 거기지... 뭐 특별하다고...
저리도 머리를 꽂꽂이 쳐들고 있는 잡지를 사느냔 말이다... 왜??

그러나... 난 이제는 안다...
그들이 왜 키노를 산것인지를....
키노는... 잡지 부록에 현혹되어 잠시 잠깐 손을 뻣어 한권 살 정도의 잡지가 아니란 말이다.



넉넉하지 않은 월급을 받으며...
매번 제정난과 싸우면서도... 매번... 최선을 다하고...
영화에 대한 열정을...
그리고 숨은 명작들을 찾아 내려 애쓰는 이들의 피와 땀이 섞여 있는 그런 잡지라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키노>의 폐간 소식을 접하고서야...
그들의 말에 이제서야 귀기울여 듣게 되었고...
그들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다시 보게 되었다.

정말로...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이번 키노는 내가 내 돈주고 처음으로 구입한 잡지이다.

여지껏 키노는 내게 너무 어려운 잡지였고...
예전에 난 흥미위주로... 어쩌다 시간때우기 식 영화관람을 하던 아이였기에..
키노의 그 진지한 의도를 받아드리기에는 부족한 아이였던 것이다.

우리나라 영화가 시간이 지나갈수록 점점 성장했듯...
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영화에 대한 애정과 관심등이 점점 성장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젠... 정말 키노의 가치를 제대로 느낄수 있는데...
애정을 갖게 되었는데... 키노는 결국 100번째의 도끼질을 하지 않고 사라진다고 이야기 한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한 아마도 정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키노 99호를 산날
키노잡지 코너에서 키노잡지를 들고 기념 촬영을 했다.

세월이 흘러... 지금의 사진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겠지?
교보문고 매장안에서 사진촬영이 금지 되어 있다고 직원이 사진을 못 찍게 막았지만... -.-;;;
내 고집을 누가 꺾을 소냐...
난 굳굳하게 그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정말... 언젠가... 너무나 많은 추억을 하게 될 이 사진을 말이다.

과연... 이 사진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지금 찍은 이 사진은... 키노의 작별을 고하는 사진이 될수도 있고...
키노와 같이 시작하는 사진이 될수도 있다.

그렇다... 내가 처음 이 잡지를 산 것처럼...
키노가... 다시 100호를 내면서 새로 시작했으면 좋겠다.
정령코... 진정... 그런 기적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럼 난 정말... 그들을 위해 매달 교보문고에 나가는 귀찮음을 귀찮다 말하지 않고...
즐거운 일이라 이야기 하며 달려갈 생각이다.



키노때문에 민영이는 요즘 내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나도... 키노를 손에 넣자 마자...
눈물이 쏟아져 내리려 해서 교보문고 화장실로 달려가야 했다.

왜이리 눈물이 나는거지... 정말... 왜이리 눈물이 나는거냐고?
난 키노잡지 관계자도 아닌데... 왜... 이제 겨우 내 돈내고 한권사고서...
난 왜이리 뒤늦은 후회와 눈물을 흘려야만 했던 것일까????

키노를 들고 밖으로 나왔을때... 하늘에서는 우리가 흘리는 눈물만큼이나 세차게
비가 쏟아져 내렸고... 나는 종로 피맛골 김삿갓이란 주점에 들려 동동주를 마셨다.



키노... 미워... 여자 눈에 눈물 나오게 하면...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 아나요? T.T

아닙니다... 미안합니다...
어째보면... 예전에 나처럼... 당신들을 외면한 우리때문에...
당신들은 매달 판매부수 부진으로... 눈물을 흘렸을텐데...
맘 아파했을텐데... 뭐 잘했다고... 당신들을 제가 탓할 수 있을가요?

소중한 것이 곁에 있을때... 우린 늘... 그것이 곁에 있어줄거란 착각때문에..
상대의 소중함을 당연한 것인냥 받아 드리고 사는게 우리네 들이랍니다.

그런 우리네때문에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으셨을런지...
그래서... 요즘 제가... 눈물을 흘리나 봅니다.

하늘이 요즘 그래서 많이 우는 가 봅니다.
당신들의 맘에 상처준 것에 대한 미안함으로... 그렇게 울게 되나봅니다.



술이... 뭔가를 해결해 주지 않는 다는 건 우리 모두 압니다.
그러나... 답답한 심정때문에... 알면서도 마시는게 술이 아닐까요?
몇일전... 키노의 장훈 기자님께서 술을 마신날 통신에 글을 올린적이있다.

[사실 저는 오늘 너무 술을 많이 마셨습니다.
이렇게 분노에 몸을 떨면서 술을 마셔본 적이 정말 얼마만인줄 모르겠습니다.
저는 키노를 그만두었고 이제 여러분들처럼 독자의 자리에서 분노하고 있습니다.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 내부의 사정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터놓고 말하지
못했지만 저는 계속 이 사이트에 들어올 것입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수다를 떨 것입니다.
정말 순진한 편집부, 착한 우리 후배들이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여기에 다 털어놓을 생각입니다.
키노는 그렇게 기고만장하고 현학적이지 않았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이것은 단순히 하나의 잡지의 존립 여부의 문제가 아닙니다.
키노의 순진성을 믿어주십시오,
키노는 한번도 자신의 원칙을 버린 적이 없습니다.
지금의 비극은 그러한 고지식함에 비롯된 것입니다.
두서없는 글을 반복했습니다. 정신이 돌아오면 제대로된 논지의 글을 올리겠습니다.
다시 이 좇 같은 엔키노 인터넷 공간에서 만납시다. 술이 깬 후에... ]

그리고 다음날 장기자님의 글삭제와 함께 사과의 글을 올리셨다.

[어젯밤에 글을 올렸던 장훈입니다.
5년 동안 몸 담았던 키노가 없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순간 너무 속이 상해 사고의 균형을 잃었습니다.
함께 동거동락했던 엔키노 직원 여러분들에게 누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립니다.
사실 키노의 폐간은 누구의 탓도 아니라 시장 논리의 당연한 결과겠지요..
사장님을 비롯해서 지난 몇 년 간 함께 잡지를 살리기 위해 애써왔던
분들을 모욕한 것 같아 죄송합니다.
어린애처럼 폐간된다는 사실에 흥분하여 주사를 부렸습니다.
다시 한번 저의 글로 상처를 받으셨을 분들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빕니다.]



장기자님... 힘내십시요...
장기자님은 그게 주사였다고 하지만... 전 주사라기 보다는 진심이라 봅니다.
우리는 누구나... 용기가 부족해 술에 힘을 빌려 이야기 할때가 있습니다.
물론 그게 그리 좋은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때론 그게 약이 될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글에 혹여나 상처받을 엔키노직원여러분 생각하면...
삼켜야 할 말일지도 모르나... 그러나 우린 알아야 하지 않나요?

말하지 않는것은 우린 알지 못합니다.
말한다 해도 다 이해하거나 알지도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합니다.
그래야 서로 성장이란 걸 하지 않겠습니까?



술집에서 만난 화분하나...
무척이나 망가지고... 병들어 있더군요.
햇빛좋은 창가에 이쁘게 놓여있음에도 다 말라 비틀어져 죽어 있더이다.
왜??? 이 꽃은 이리도 말라 비틀어 죽어 있을까요?
이렇게 다 죽어 있음에도... 왜 이 화분은 아직도 술집창가에 버티고 있는건지...
주인에게 묻고 싶었답니다.
이렇게 병들게 만들거면 갖다 버릴것이지..
왜 주인장은 사랑과 애정과 물도 주지 않으면서...
왜 저리 화분을 버리지도 않고 창가에 놓은 것일까요???



다 죽은 것 같은 화분에... 붙어 있는 몇송이의 꽃을 보며...
아... 다른 꽃들은 주인의 무관심에 저리도 말라 죽었음에도...
너희들은 어찌 그리 끈질긴 생명력을 보이고 있는건지...
꽃들에게 묻고 싶었습니다.
너희는... 무슨 힘으로 친구들은 죽어가는데... 그곳에 버티고 있는거니?



굳굳하게 버티고 있는 꽃이 제 물음에 이런 답을 하더이다...
"난 꿈이 있어... 꿈이 있기에... 버티는거야..
비록... 이렇게 상처받고... 몇몇 친구들은 버티지 못하고 죽어버렸지만...
난 믿어... 언젠가는 내 꿈이 그들에게 통해서...
거름도 주고.. 물도 주고... 사랑도 줄거라는걸...
그래서... 내 진심이 통할때까지... 난 이렇게 버틸거야...
난 믿어... 꿈이 있는 사람은 결코 죽지 않을 거란걸...
그래.. 그때까지... 죽을 힘으로... 그렇게 버틸거야...
죽는다 생각하면... 못할일이 뭐가 있겠어... 안그래?"



오늘 떨리는 손으로 키노를 들쳐보았습니다.
물론 책을 다 읽지는 못했습니다.
키노는 급하게 체할것 처럼 허겁지겁 먹어 없앨 양식이 아니잖습니까?
두고 두고... 천천히 정독하며 읽을 랍니다.

마지막장에... 키노를 이끌어 가는 분들의 모습과 글이 있더군요...
부탁드립니다...

죽을 힘을 다해 무언가를 한다면...
못할 일이 없지 않습니까?

죽을 힘으로 다시 꿈을 펼쳐나가면... 진정 안되겠습니까?
이제... 겨우... 키노의 소중함을 느낀...
당신들에게 예전에 무관심으로 상처준 제가 다시 한번 잘해 보고 싶어 이럽니다.

소중하신 분들이여... 꿈을 이루세요...
100번째... 도끼질은... 그렇게 기적과 함께... 일어날수 있습니다.

당신들이 이루어 낸 일들을 누군가는 단 한번의 도끼질로 쉽게 뺏어 갈수도 있어요..
정령코... 그렇게 여러분의 피땀어린 일들을 허무하게 다른 이들에게 주시렵니까??

진정코...? 진정코...? 묻고 싶습니다...

부디... 여러분과... 키노의 폐간소식때문에... 힘들어하고..
우는 이들의 눈물을 기적과 함께... 닦아 주시길 바랍니다.

우린 작년 월드컵때... 늘상 이야기 하지 않았던가요???
꿈은 이루워 진다고...

여러분과 함께 꿈꾸는 이들의 꿈을... 진정 이루워 지게 힘을 내 주세요...

꿈... 그 덕분에 당신들과 우리가 여지껏 살아 있는거 아닌가요?

이제서야 키노에 대한 소중함을 느낌... 바보 희야가.. T.T

휘리릭~~~~

<희야 일기 속보>
제 일기를 본 분께서 속보를 전하셨습니다.
희야가 들고 있는 키노잡지는 98호랍니다.(희야는 진짜 바보입니다. -.-;;)
곧 7월호인 99호가 나온다고 합니다. ^^;;;
암튼... 희야가 요즘 정신이 없어서... T.T
99호 많이 많이 사주세요~ T.T
그래서 100호의 기적을 만나게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T.T

http://cafe.daum.net/FOREVERKINO
월간 KINO 애독자모임 이란 까페에서 키노 살리기 운동이 전개중입니다.
부디 그곳 까페에 들려서 살리기 운동에 동참해 주세요~ T.T



그대도...내게도...-에코

[희야시스(최상희)]

요즘 키노때문에 이런 저런 글을 썼었는데요... 이글이.. 씨네21잡지 기자분 눈에 들어가...^^; 다음주 씨네21잡지에 투고 될것 같더군요...^^;; 암튼... 키노 살리기 운동에 여러분의 애정 부탁드립니다. ^^;;;

[고장난라디오(박봉렬)]

정말 멋진 분이네요...희야시스님....글도 잘 쓰시고....마음도 착하신거 같고...꼭 만나뵙길...바랍니다...

[도 회(韜 晦)]

저도 매월 키노를 보는 사람입니다만 안타갑지만 참 좋은 잡지입니다 사놓으면 귀중한 자료 입니다 현실을 도외시하는 운영이.상업주의에 단련된 사람들이 모두 문제 이지요 그런말 있지요 아생연후에.......

[희야시스(최상희)]

고장난라디오님과 도회님 반가워요... 근간 정신없어 게시판에 잘 못들어왔더니 새로운 샘이 많이 들어오셨네요..^^ 이번 봉사모임 나오나요?? 그때 뵈면 정말 기쁠듯 합니다. ^^ 기분 좋은 리플 감사드립니다 힘이 나네요..^^

[양진영(총무)]

영화를 무지 좋아하는 언니와 남동생 사이에서 항상 봤던 잡지인데...정말 아쉽네요.현실적인 경쟁에서 치이더라도 필요한건 있어야 하는데...쩝쩝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