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월드컵 16강 진출에 실패한 나라의 이름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8개 조별로 탈락한 두 나라의 이름 알파벳에서 같은 자리에 같은 철자가 있는 '우연의 일치(?)'가 일어난 것이다.
A조에서 탈락한 우루과이(Uruguay)와 프랑스(France)는 2번째 자리에서 'r'가 겹친다. B조의 남아공(South Africa) 슬로베니아(Slovenia)와 C조의 중국(China) 코스타리카(Costa Rica)는 각각 'S'와 'C'로 나라 이름이 시작한다.
한국이 속한 D조에서는 'Po'가 불운의 철자다. 개막 전 유력한 1·2위 후보로 꼽혔던 포르투갈(Portugal)과 폴란드(Polland)는 모두 2라운드 진출 도전에서 쓴잔을 들었다. E조에서 탈락한 카메룬(Cameroon)과 사우디아라비아(Saudi Arabia)는 2번째 철자가 'a'다.'죽음의 조' F조에서 눈물을 삼킨 아르헨티나(Argentina)와 나이지리아(Nigeria)의 이름에는 3번째 자리에 'g'가 들어 있다. G조의 크로아티아(Croatia)와 에콰도르(Ecuador)는 4번째 자리에서 'a'가, H조의 러시아(Russia)와 튀니지(Tunisia)는 2번째 자리에서 'r'가 겹친다.
이같은 월드컵 본선 진출 좌절국들의 절묘한 '알파벳 철자 법칙'을 처음 인터넷에 올린 사람은 '멜 킴슨'이라는 ID를 사용하는 네티즌으로 알려져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알파벳의 저주'로 인기를 모은 이 '법칙'은 14일 열린 한국과 포르투갈, 미국과 폴란드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급속히 퍼져 나갔다.
이 예언대로 국명에 'Po'가 있는 포르투갈과 폴란드가 탈락하자 네티즌은 "정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같은 자리에 같은 철자가 하나라도 나타날 확률은 그렇게 낮은 편은 아니다. 산술적으로 '포르투갈'과 '폴란드'처럼 알파벳 8개와 7개로 구성된 단어에서 이 확률은 약 25%다. 또 실제로 존재하는 국명 알파벳이 제한돼 있고 그 가운데 32개 나라만 이번 월드컵에 출전했기 때문에 실제 확률은 더 높아진다.
한국(Korea)을 예로 들자면 본선 진출 32개국 가운데 2번째 자리에 'o', 3번째 자리에 'r', 4번째 자리에 'e', 5번째 자리에 'a'가 있는 나라는 17개국이나 된다. 같은 위치에 같은 알파벳이 놓일 확률은 상당히 높은 셈이다. 그러나 8개조 전부에서 이런 공통점이 나타난 것은 확률적으로 매우 희귀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