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壬辰年 들어 첫 산행은 강원도 평창 계방산으로 떠나게 되었다.
보통 4번째주 화요일이 산행일이었지만..
이달엔 구정도 월 하순 경에 끼어 있었고 해서 그냥 빼먹고 지나칠려다가(작년엔 그랬다)
산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기 역시 좋아하는 점장의 배려(?)에 의해
조금 늦었지만 월 말인 31일 화요일로 날짜를 잡았던 것이었다.
처음 산행 계획을 잡았을땐 회장을 맡고 있는 안전관리자나 나도 설날 행사가 끝나고
선물셋트 이관(팔다 남은 상품들을 업체로 되돌려 보내는)으로 인해
어쩌면 많은 사원들이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46명이 참가 신청을 했고 마지막으로 결정한 사람은 44명이나 되서
(45인승 관광버스에 꽉차는 인원이라고 보면 되겠다)
기대보다도 훨씬 풍성한 행사가 될 수 있었다.
이른 아침 6시 마트 앞에서 출발 예정이었으나 한사람이 늦는 바람에
30분 정도 출발이 늦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본디 산행의 목적이 사원들 간의 화목과 단합에 있는데다가
평소에는 어쩌다가 5~10분 늦는 것이 고작이어서 조금 더 기다려 주기로 했던 것이다.
버스가 한참을 달리고 나서야 어슴프레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목적지에 도착이 예정보다도 조금 빨라서(본디 4시간 잡았는데 3시간 반쯤 걸렸다)
오전 10시 40분 경 운두령을 출발 해서 산을 오를 수 있었는데
(해가 짧은겨울산행임을 참작해서 산중턱 높이에서부터 시작을 했던 것이다)
하필이면 그날따라 내 휴대폰이 연거푸 울리면서 그리 기분 좋지 않은 소식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주간에 일하는 남자사원 한 명이 갑자기 일이 생겨서 일을 그만둬야겠다고 해서
급히 주간반장에게 전화를 걸어 그 일에 대비해 어떻게 할 것인지를 지시하고
곧장 정보지 회사로 연락해 다음날부터 당장 구인광고를 게재하도록 했더니
조금 뒤엔 또 푸드코트(식당가)에서 일하는 아주머니 한 사람이
몸이 아파서 도저히 더 이상 일을 못하겠며서 전화를 걸어온 것이었다.
'젠장~ 무슨 날 잡은 것처럼 왜 한꺼번에 이런담?'
복잡해진 머릿 속과 심란한 마음을 안고도 차마 내색할 수 없어
겉으로는 마냥 즐거운 듯 웃는 모습으로 정상을 향해 다른 사람들과 걸음을 재촉했고
점심나절 계방산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정상 조금 못미처 쉼터에서 간단하게 점심식사 삼아 요기를 했는데..
얼마나 추웠는지 모두들 덜덜~ 떠느라 제대로 된 식사는 할 수가 없었다.
(보온병의 뜨거운 물을 부은 컵라면은 채 불기도 전에 싸늘해지고 출발할 때 배낭옆에 끼워둔 생수도 얼었고
심지어는 손을 닦으려고 꺼낸 물티슈가 금새 꽁꽁 얼어붙을 정도였다)
그래도 모두들 기분 좋아하고 즐겁게 웃어줘서 보기에 참 좋았다.
내려오는 길엔 오래 전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의 어린 주인공 이승복의 생가를 들렀는데
산골 깊은 곳 외딴 오두막집에서 벌어졌던 당시의 처참한 모습이 떠올라
모두들 잠시 숙연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미 산을 오를 때부터 간간히 날리던 눈발은 하산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는 펑펑 쏟아지기 시작해서
돌아오는 내내 버스는 거북이 걸음을 하는 꼴이 되었고 덕분에 예정보다도 훨씬 늦은 시각인
밤 10시 가까이 되어서야 점포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출발 때부터 이런저런 일들로 신경을 쓴 탓인지 왼종일 머리가 아프긴 했지만
간간히 함께 한 사람들과 웃고 이야기 나누면서 보낸 그럭저럭 외롭지 않은 하루였고..
매섭도록 추운 날씨에 거의 왼종일 눈 속을 걸었으니 겨울 산행치고는 제대로 된 아주 멋진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댓글 대단하십니당 ~~!!
마음은 편치 않으셨겠어요. 하지만 멋진 산행하심에 기분은 좋으시죠??
깜짝 놀랬어요..식당 아주머님이 또 무슨 사고를 쳤나하고....ㅎㅎㅎ겨울 산행하시느 수고 하셨어요.
건강하세요..퓨린님..저도 할인 매장에서 일하는 한 사람으로서 퓨린님 올려 주시는 글 읽을때 계신 매장이 한 눈에 들어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