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첫 대선 TV 토론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90분 동안 때로는 격렬한 공방도 오갔고, 경제와 이민, 낙태 등 대선 과정의 중요한 이슈들에 대해 일합을 겨뤘다. 영국 BBC 베리파이(Verify)가 몇몇을 검증했다.
해리스가 바이든 대통령을 대체한 순간부터 BBC는 계속 팩트 체크를 해오고 있는데 해리스나 트럼프나 계속 잘못되거나 오도할 수 있는 주장들을 바로잡지 않고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 지겨워진다. 그래도 내심 잘못이란 점을 알면서도 정치적 이해 관계에 따라 그릇된 말들을 하지만 정작 어느 쪽이 당선되든 잘못된 정책을 밀어붙이지 않길 바랄 뿐이다.
이민자들이 오하이오주에서 반려동물을 먹었다고?
트럼프의 주장: “스프링필드에서 그들(이민자들)은 개들을 먹었다. 사람들이 들어와 그들이 고양이들을 먹고 있다. 그들은 거기 살고 있는 사람들의 반려동물들도 먹고 있다.”
검증: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가 없다. 트럼프의 언급은 부통령 후보 JD 밴스가 공유한 근거 없는 주장에 따른 것인데 아이티 출신 이민자들이 최근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 머무르고 있는데 반려동물들을 먹는다는 것이었다.
스프링필드 시 관리들은 BBC 베리파이에 “이민자 커뮤니티 안의 개인들에 의해 반려동물들이 해를 입거나 다쳤거나 유린 당했다는 믿을 만한 보고나 특정한 주장은 없다”고 확인했다.
트럼프 시대 실업률이 1930년대 이후 최악이었다?
해리스의 주장: “도널드 트럼프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실업률을 우리에게 남겼다."
검증: 잘못된 주장이다. 트럼프 임기 말인 2021년 1월 실업률은 6.4%였다. 하지만 대공황 이후 더 높았던 적이 있었다. 2009년 10월 경기 후퇴 여파로 실업률은 정점을 찍었다. 그 뒤 지속적으로 떨어졌는데 코로나 팬데믹 기간 갑자기 가파르게 치솟은 적도 있지만 가장 최근인 지난달 데이터로는 4.2%였다.
수백만명이 감옥과 정신병원에서 나와 미국으로 온다고?
트럼프의 주장: “수백만명이 감옥과 정신병원에서 나와 우리 나라로 쏟아져 들어온다.”
검증: 이런 종류의 숫자가 나온 데 대한 증거는 없다. 2021년 1월 이후 미국 국경을 넘어오는 이민자가 1000만명정도 된다. 이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숫자가 교도소에서 복역했는지, 아니면 정신병원에서 나왔는지 공식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통계는 없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범죄 전과가 있는지는 데이터가 조금 있다.
이번 예산 회기(2024년 9월)까지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사람 숫자는 140만명 가운데 국경순찰대는 사법기관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1만 4700명가량이 범죄 전과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경 넘은 이들 가운데 약 1%인데 이 비율을 적용해도 트럼프가 주장한 대로 "수백만명"은 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가 전국적인 낙태 금지에 서명할 것이라고?
해리스의 주장: "도널드 트럼프가 재선되면 그는 전국적인 낙태 금지에 서명할 것이다."
검증: 이것은 오도된 것이다. 트럼프는 대통령에 뽑히면 전국적인 금지안에 서명할 것이란 주장을 부인했다. 그는 오히려 낙태 접근에 대한 제한을 풀어 개별 주마다 결정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도 해리스는 "그(트럼프)의 프로젝트 2025"를 언급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라면 마땅히 실행할 것이라고 믿는 정책 제안들 윤곽을 그린 우파 헤리티지 재단이 발행한 문서 제목이었다. 그 문서에도 전국적인 금지를 제안하지 않았는데 낙태 접근을 제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트럼프는 이 문서와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난 프로젝트 2025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난 그 뒤에 누가 있는지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많은 수의 트럼프 행정부 출신 관리들이 그 프로젝트와 연결돼 있다.
바이든 임기에 인플레이션이 미국 역사상 최악이었다?
트럼프의 주장: “우리가 겪어본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바이든 임기 중에 있었다)."
검증: 이것은 잘못된 주장이다. 바이든 대통령 임기 가운데 인플레율은 2022년 6월 9.1%로 정점을 찍었다. 당시는 많은 나라에서 물가가 가파르게 치솟았다.
미국의 물가가 마지막으로 9%를 넘겼던 것은 1981년이었지만, 그보다 더 높았던 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
2022년 6월 정점을 찍은 뒤 계속 떨어져 올해 5월에는 3.3%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물가는 계속 올라 많은 유권자들에게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트럼프 관세가 가족당 4000 달러를 부담 지울 것이다?
해리스의 주장: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판매세가 중산층 가정에 일 년에 4000 달러가량의 부담을 안길 것이라고 말한다."
검증: 해리스는 트럼프가 제안한 수입품에 대한 세금을 판매세라 부른다. 몇몇 경제학자들은 이들 관세가 이 만큼의 가계 부담을 지울 것이라고 추정한다. 다른 이들은 더 낮은 수치를 추산한다.
트럼프는 그 비용이 해외 국가들에 의해 체감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경제학자들은 미국 수입업자와 소비자들에 대한 경제적 비용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4000 달러란 숫자는 트럼프가 모든 수입품의 관세를 10~20%로 올리고 특히 중국에서 수입되는 물품은 60%까지 물린다고 맹세한 것을 중도우파 싱크탱크인 센터 포 아메리칸 프로그레긋가 분석한 것이다. 그들은 매년 미국이 해외에서 사들이는 물품을 계산하고 이들 제품에 얼마 만큼의 세금이 새로 부과될지 알아낸 뒤 이를 미국의 가구 수로 나눠 계산했다. 이렇게 해서 가구당 4600 달러가 나왔는데 "중간 수입" 가정을 따져 3900 달러로 책정했다.
다른 추산으로는 더 낮았다. 피터슨 연구소는 10% 관세를 적용할 때 연간 1700 달러에 가깝고, 20%를 적용할 때 2500 달러라고 생각한다.
미국에 범죄자를 보내 베네수엘라의 범죄율이 내려갔다?
트럼프의 주장: “베네수엘라에서의 범죄는… 내려가고 있는데 그들이 범죄자를 거리에서 내몰아 그녀(해리스)가 우리 나라에 쏟아 부으라고 줬기 때문이다."
검증: 베네수엘라가 이렇게 하고 있다는 증거가 없다. 범죄율이 내려갔지만 전문가들은 경제 상태 때문이라고 말한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믿을 만한 범죄 통계를 발표하지 않지만, 독립적인 베네수엘라 옵저바토리 오브 바이올런스가 하고 있다. 이 단체의 지난해 연례 보고는 그 해 살인과 같은 폭력 사망자가 2022년과 비교해 4분의 1로 줄었다고 했다.
이 단체는 BBC 베리파이에 "베네수엘라의 범죄는 감소했는데 범죄 기회가 줄었기 때문이다. 훔칠 돈이 은행에 없어 은행 강도가 사라졌다. 몸값을 지불할 돈이 없기 때문에 납치가 줄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베네수엘라 정부가 범죄자들을 미국에 보낸다는 증거도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