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뜨는 별 지는 별
첨단과학의 승리-F15
1982년 6워 9일, 이스라엘, 시리아 국경인 베카고원 상공에서 굉장한 공중전이 벌어졌다.
"모든 전투기들은 지상군이 작전에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공중지원을 한다.
그리고 F-4 팬텀과 A-4스카이호크는 베카고원에 있는 시리아의 지대공미사일 진지를 공격하라. 이상."
이스라엘을 출발한 이스라엘 공군기들은 편대장의 지시에 따라 대열을 정열하고 시리아의
상공으로 날아갔다. 이날 오후 출발한 이스라엘의 전투기들은 F-15, F-16과 F-4 팬텀, A-4
스카이호크 등 총 96대였다. 이들은 주로 베카고원에 있는 SAM5, SAM6 지대공 미사일
진지를 공격했다. 이에 시리아 공군도 MIG-23, MIG-21 등 총 62대를 동원하여 응수함으로써
국경지대의 전 상공에서는 무려 160대의 전투기가 출동된 무서운 공중전이 벌어지게 되었다.
"레이더에 시리아 전투기 발견! 전 편대는 즉시 전투태세로 돌입하라!"
시리아의 MIG기를 먼저 발견한 이스라엘 공군은 즉각 전투태세에 돌입하여
사이드와인더를 발사하기 시작했다.
"콰과광!"
엄청난 굉음과 함께 시리아의 전투기들은 우수수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떨어지기 시작
했다. 이에 기세가 오른 이스라엘 전투기들은 시리아의 전투기들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이
날의 전투는 약 1시간 후인 오후 2시 35분에 모두 막을 내리게 되었는데 이토록 짧은 시간
안에 끝날 수 있었던 것은 주로 미사일기지에 대한 공격이 전개되었기 때문이었다. 이 짧
은 시간에 이처럼 많은 전투기들이 공중전을 벌인 것은 실로 엄청난 일이었다.
한국전쟁이나 베트남전쟁, 그리고 네 차례에 걸친 중동전쟁에 있어서도 일찍이 이렇게 대
규모적인 공중전은 없었다. 1945년 제 2차 세계대전 후 최대의 공중전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수치로 나왔다. 시리아군의 MIG-23, MIG-21은 29대나 격추된 반면
에 이스라엘의 피해는 한 대도 없었다. 다음날인 10일에도 이스라엘은 레바논 동부를 공격
하기 위해 같은 규모의 전투기를 발진시켰다. 하지만 전날 크게 피해를 당한 시리아 전투기
들은 고작 20대 정도만이 대응할 뿐이었다. 결과는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날도 역시 이스라
엘은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시리아군은 8대를 격추당하고 말았다. 이날 이후로 크게
타격을 입은 시리아의 전투기들은 더 이상 출동하지 않았고 그리하여 공중전은 막을 내렸다.
6월 12일 이스라엘과 시리아가 휴전협정을 조인한 7일간의 전투에서 공중전은6일에서 10
일까지 5일간 이루어졌는데 그 결과 시리아군이 56대를 격추당한 반면 이스라엘의 피해는
단 1대에 불과했다. 놀라운 결과였다. 이러한 전투의 결과로 이스라엘은 레바논의 남부를 점
령하게 되었으며, 시리아의 고란고원을 이겼다는 것이 아니라 F-15, F-16과 MIG-23,
MIG-21의 공중전 수행능력에 있었다. 엄청난 피해를 본 시리아는 즉각 소련에 항의했다.
하지만 소련으로서도 믿을 수 없는 결과였다. 처음에는 시리아 조종사들의 기량 차이라고
생각했으나, 이스라엘보다 시리아 조종사들의 연습시간이 더 많은 것으로 판명되어 신빙성
이 없어졌다. 그렇다고 전투기의 성능이 떨어지는 것 또한 아니었다. 소련제 MIG-23은 마
하 2.3, MIG-21은 마하 2.1인 인 반면 F-15가 마하 2.5, F-16이 마하 2.0인 점을 비교하면
상승력과 선회능력에 있어 약간 미국기가 앞섰을 뿐 별다른 차이는 없었다. 또한 공중전이
벌어진 전투지역도 베카고원과 레바논 동부, 고란고원 등 모두 시리아와 이스라엘의 국경지
역이어서 오히려 레이더에 의한 공중전 대비와 전투기 지원은 지상병력과 지대공미사일을
압도적으로 갖추고 있던 시리아가 유리한 입장이었다.
여러 가지 측면으로 전략 분석을 한 결과 시리아 군사 전문가들은 다른 곳에 원인이 있음
을 발견했다. 전투기의 성능이나 조종사의 기량에 차이가 있던 것이 아니라 바로 레이더와
미사일 탑재에 있었다. 이스라엘의 F-15 레이더는 100킬로미터 전방에서 적을 발견할 수 있
으며, F-16은 소형 레이더로도 4,50킬로미터 전방을 탐색할 수 있는 장비였다. 그러나
MIG-23은 40킬로미터 이하의 거리를, MIG-21은 25킬로미터밖에는 탐색할 수 없었다. 게다
가 이스라엘의 공군기들은 하나의 목표를 조준, 추적하면서 다른 전투기의 움직임도 탐지,
발견할 수 있는 반면에 시리아의 전투기는 목표를 조준하면 다른 전투기의 움직임은 전혀
발견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엄청난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공중전에서는 상대를 먼저 발견하여 전투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이런 점에서 F-15와 F-16은 시리아의 MIG-23과 MIG-21을 먼저 발견하여 즉각 공
격함으로써 사정거리에 들어와서야 이스라엘 전투기를 발견한 시리아의 전투기들을 초토화
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F-15와 F-16에는 레이더와 연결된 최신 전자장치인 헤드업
디스플레이장치(HUD)가 있어서 전방을 주시한 채로도 적의 모든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때문에 시리아의 전투기를 놓치는 일이 있어도 그 위치를 자동적으로 표시해 주어 조종사의
전투 조작을 충분히 도와줄 수가 있었던 것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장치란 조종사가 계기판이나 레이더를 따로 볼 필요 없이 자동적으로
눈으로 볼 수 있도록 한 장치인데 구조 또한 매우 간단했다. 브라운관의 상을 중계렌즈를
통해서 거울로 반사시켜 조종사 정면에 있는 하프밀러에 비춰주면 화면에 기체의 상태, 목
표의 움직임, 목표까지의 거리, 조준기호, 사정 거리 내 표시, 사격거리 외에 남은 탄환수,
장비미사일, 미사일의 도착시간 등이 표시되어 조종사가 신속하게 전투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고안된 첨단장비이다.
미사일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이스라엘은 사이드와인더가 중심이었으며, 시리아군은 소련
의 AA2미사일을 사용했다. 두 미사일은 공히 적외선 유도방식으로 거의 성능에는 차이가
없었지만 AA2는 이스라엘의 사이드와인더와 같은 성능이 있긴 했지만 이스라엘 것이 최신
형인 L형인데 반해 시리아는 20년 전의 모델인 B형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 차이는 실제
전투에서 엄청난 격차를 보여주었다. 사정거리나 성능면에서 B형도 거의 L형과 등급이긴
했지만 L형은 운동성이 좋으며 특히 상대의 정면이나 측면에서도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시리아의 사이드와인더인 AA2는 상대의 후방, 즉 열을
추적하는 방향이 직접적으로 포착된 장소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러한 차이는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사정거리에 시리아의 전투기가 잡히면 즉각 사이드와
인더를 발사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F-15는 레이더의 유도를 받으며 20킬로
미터에 이르는 목표물을 명중시키는 반면에 시리아의 미사일은 5킬로미터밖에 되지 않아 거
의 F-15의 독무대가 되어 버린 셈이다. 실제로 시리아의 전투기들은 이스라엘의 전투기들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추락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러한 것 외에도 이 공중전에서 이스라엘은 시리아가 보유하고 있지 않은 E-2C 레이더
경계기와 보잉707을 개조한 전자방해기도 함께 출동시켰다. E-2C 레이더 경계기는 후방에
서 이스라엘 전투기를 지휘하면서 시리아 전투기들의 움직임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으며, 보
잉 707은 시리아의 레이더에 방해전파를 발사함으로써 시리아의 전투기들이 지상 레이더기
지의 정보를 전달받을 수 없게 차단했다. 모든 장비면에서 이스라엘은 시리아보다 한발 앞
서 있었다. 이스라엘이 첨단무기를 장착하고 전쟁에 임한 반면 시리아는 구식무기로 대항하
였기에 패배는 이미 예견된 것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이러한 첨단무기의 도움으로 이스라엘 전투기들은 공중전에서의 승리뿐만 아니라 시리아
의 지대공 미사일기지인 SAM6진지 16군데를 파괴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이스라엘과 시리
아의 전쟁에서 여실히 드러난 바와 같이 첨단 무기를 누가 더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나는 것이다. 비행기, 미사일. 레이더와 기관제장치, E-2C, 전파 방해장치에 의
해서 56:1이라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하지만 이 전쟁만을 가지고 F-15나 F-16이 MIG-23과 MIG-21을 앞섰다고 볼 수는 없다.
시리아 전투기들이 탑재한 장비들은 소련 정규군이 가지고 있는 것과는 판이하게 틀리기 때
문이다. 소련도 우수한 무기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기밀이 새어나갈까 두려워하여 시리아에
게는 첨단장비를 제공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후 소련은 자국의 전투기의 명예회복을 위해
중동지역 국가들에게도 소련 공군전투기와 같은 첨단무기들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F-15, F-16이 첨단무기로 무장한 MIG-23, MIG-21과 싸운 일이 없기에 어느 쪽
이 우세하다고는 판정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끝없이 진행되는 첨단과학 연구개발
에서 NEL지는 쪽이 패배한다는 것인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전투에서 본 바와 같이 자명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