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금역에서
오월 하순부터 한낮 최고기온이 삼십 도에 근접하는 날씨였다. 유월 들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유월 둘째 주말을 맞아 고온현상이 주춤하는 듯하다. 일본 열도 앞바다를 따라 오르는 태풍의 간접 영항인지도 싶다. 간밤 겨울처럼 윙윙거리는 바람소리가 들려오고 새벽녘 비도 살짝 흩뿌렸다. 산은 봄날에 어지간히도 찾았는지라 이제 강둑이나 해안선 산책으로 주말 일정을 보내고 있다.
유월 둘째 일요일 아침에 점심도시락을 챙기지 않고 집에서부터 걸어 창원중앙역으로 나갔다. 하루 한 차례 순천에서 포항으로 오르내리는 무궁화호를 타려고 출발 시각과 맞추었다. KTX까지 운행되는 때라 무궁화호는 예전 비둘기호와 같은 급이 되고 말았다. 경전선은 삼랑진역에서 경부선이 되어 부전역을 거쳐 동해남부선으로 바뀌어 울산과 경주를 거쳐 포항으로 가는 열차였다.
내가 가려는 목적지는 물금이다. 양산 남부 신도시 물금은 부산 지하철 2호선이 연장 운행되고 있다. 나는 물금에서 내려 구포까지 강 언저리를 걸어가, 그곳에서 다시 창원으로 돌아오는 열차를 탈 셈이다. 진영과 한림정을 지난 열차는 낙동강을 가로지른 철교를 건너 삼랑진역에 닿았다. 나는 삼랑진에서도 물금까지도 걸어보고 뒷기미를 돌아 밀양까지도 거슬러 올라가기도 했다.
삼랑진을 지나면 영남대로 잔도를 따라 낙동강 강변 벼랑을 붙어 원동을 지나 물금으로 내려갔다. 4대강 사업으로 자전거길이 뚫려 자전거 마니아들이 라이딩을 즐기는 구간이다. 나는 자전거가 아닌 도보로 여러 차례 걸어본 적이 있다. 강둑 길 산책에 계절 구분이 있겠냐마는 봄가을이 좋다. 그렇지만 그때면 강둑으로 나가볼 겨를이 나질 않아 한겨울에도 나간 적이 여러 차례다.
산행은 한여름에도 가능하다. 산 들머리까지 가기가 그렇지 숲속으로 들면 서늘하고 계곡 물소리도 들을 수 있다. 한여름 강변에는 자전거는 탈 수 있어도 산책은 좀 무리다. 근래 4대강 사업 자전거길 가로수를 심어두긴 했어도 아직 뙤약볕이 쬐면 좀 힘이 든다. 그래서 날씨가 장마가 오거나 날씨가 더 무더워지기 전 강변을 걸어보고 싶어 길을 나섰다. 반나절 산책코스로 정했다.
물금역 역사를 빠져나가 철길을 가로지른 황산육교를 지나 드넓은 둔치 황산문화체육공원으로 나갔다. 낙동강 건너는 김해 상동으로 대구부산 고속도로가 지났다. 나는 예전 4대강 사업 시작 전후 두 차례 그곳 일대를 탐방한 적 있었지만 공원으로 꾸며 놓고는 처음이었다. 강 건너 상동과 대동으로도 세 차례 걸었다. 벤치에 앉아 주변을 조망하면서 배낭에 넣어간 생탁을 한 병 비웠다.
자전거길로는 라이딩을 나선 행렬이 보였다. 프로구단 현역선수 이름을 딴 야구장에선 선수들이 함성을 지르면서 연습에 열중이었다. 야구장은 모두 세 개였다. 고목 팽나무 전망대 정자에 오르니 금정산 고당봉은 운무에 가려 있었다. 임경대가 위치한 오봉산은 날렵한 산세가 훤히 드러났다. 낙동강 생태탐방선 선착장으로 나가니 계류장은 텅 비어 생태탐방선 운항은 중단된 듯했다.
낙동강을 건너는 중앙고속도로 교량 밑에는 수상스키를 즐기는 동호인들이 있었다. 호포를 앞둔 둔치에서 낙동강 하류 늪지 생태를 살폈다. 다리 위를 차량으로 스쳐 지날 때와는 사뭇 다른 풍광이었다. 금곡과 화명을 지나 구포까지 걸어갈 생각을 바꾸고 서둘러 걷지 않았다. 호포(湖浦)는 낙동강이 물금에서 을숙도로 방향을 트는 지점으로 강물이 호수처럼 잔잔한 포구라는 뜻이다.
지상에 위치한 부산지하철 호포역으로 올라 네댓 구간 지나 구포역에서 내려 구포시장을 찾아갔다. 생활 잡화는 물론 각종 농수산물이 모여들어 영남 일대 규모가 큰 시장 가운데 하나다. 아주 너른 상설시장을 둘러보고 명물 ‘구포국시’ 집에서 점심을 들었다. 식후 선도가 좋은 갈치와 조기를 몇 마리 샀다.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경부선 구포역으로 가 창원으로 가는 무궁화호를 탔다. 18.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