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마음으로 사는 꽃분이
휴대폰 무식자 살아가기 힘들다
차표사기, 차한잔 싸 먹기, 밥 한그릇 싸먹기, 극장 구경 하기,
생활 전반이 무인 판매기, 로봇이 친구가 된 세상
휴대폰으로 살아가는 세상 인정은 없다
젊은 이에게 묻기도 미안하다
그래도
“괜찮아. 잘하고 있어.”
별것 아닌 말이 한 줄기 빛처럼 내려앉기도 하는구나.
골목을 지나는 한 걸음 한 걸음마다 달큰한 냄새가 달라붙는다.
향이 만 리까지 퍼진다고 해서 만리향이라는 나무 얘기를 아닐까
술자리에서도 한 것 같은데,
이제야 제대로 듣는다.
“금목서가 어디 있는데?”
한참 두리번거려도 금목서를 찾을 수 없다.
나무 없이 향기만 이렇게 생생할 수가 있나.
“샤넬 향수가 금목서 향으로 만든 거래잖아.”
그런데 나는 왜 몰라?
만 리가 4000㎞인데 왜 서울까지 안 와?
말도 안 되는 떼를 써본다.
지금껏 금목서를 모르고 살았다는 게 신기하다.
꽃이 귀한 10월에 피는 금목서 향기를 오랫동안 그리워할 것 같다.
옛날 이야기가 들리는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을 구경하고 내려와
세병관 입구 쪽에 있는 통제영 12공방에서 누비 작품을 여러 개 샀다.
작품 하나하나 보는 내내 감탄이 터져 나왔다.
임진왜란 때 갑옷이 부족해 천을 덧대고 바느질을 촘촘하게 해
몸을 보호하던 것에서 유래돼 지금까지 만들어지고 있는 누비는 통영의 특산물이라고 한다.
누비질하면 섬유의 수명이 몇 배나 길어진다는 점원의 설명을 듣는데
낮에 앤솔로지 ‘싫음’에서 읽은 김윤리의 시 ‘삼켰다’의 마지막 구절이 생각났다.
“원래 이야기는/약점으로 만들어 내는 거다” 멋지다.
순간, 약점을 누벼 만들어낸 단단한 갑옷 같은 이야기들이 내 앞에 펼쳐졌다.
부산 깡통시장에서는 꽃분이 꽃 가게
삼팔 따라지들의 먹고 사는 이야기
국제시장에서는 평생을 열심히 산 아들이 아버지에게 하는 보고
‘아버지 내 잘 했지에’
성실하게 산 보람을 부모에게 보고하라
참으로 열심히 살았다
가난한 서민들의 소리를 들어라
팔십 늙은이들이 살아온 세상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