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레의 임금님
괴테
옛날 예적 툴레에 한 임금님이 사셨지,
죽을 때까지 변함없이 정성을 바쳐
사랑하던 왕비가 세상을 떠나며
황금 술잔 하나를 남기고 가셨지.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어서
잔치 때마다 그 잔을 쓰시고
그걸로 술을 드실 때마다
계속 눈물을 흘렸지.
돌아가실 때가 가까워 지자
다스리던 고을들과 온갖 것들을
세자에게 물려주셨지만
금 잔만은 그러지 않았지.
임금님은 왕궁 잔치를 열었는데
바닷가 높은 성 안에
선조들 대물려 온 넓은 연회장에
기사와 귀족들 모두 불렀지.
늙으신 임금님은 거기에 서신 다음
그 잔으로 마지막 생명의 불꽃을 드시더니
그 성스러운 잔을 들어
바닷물로 힘껏 던지셨지.
임금님은 잔이 떨어지는 것과, 물이 들어가고
바다밑으로 가라앉는 것을 보신 다음
눈을 영원히 감으시고
다시는 마시지 않으셨네.
[작가소개]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독일 문학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위대한 작가
-출생 – 사망 : 1749.8.28. ~ 1832.3.22.
독일 문학의 최고봉을 상징하는 괴테의 생애를 돌아보면 ‘거인’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80년이 넘는 긴 생애 동안 활동하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같은 베스트셀러에서
[파우스트] 같은 대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도 폭넓은 작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나폴레옹은 1808년에 괴테를 만나고 다음과 같은 묘한 말을 남겼다.
“여기도 사람이 있군.”
일각에서는 당대 최고의 영웅이며 천재로 칭송되던 나폴레옹이 괴테를 자신에 버금가는
인물로 인정한 것이야말로 최상의 찬사라고도 여긴다.
[출처] 괴테 시모음|작성자 옥토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