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야(除夜)의 종소리/정임표
오늘이 2021년 마지막 남은 하루입니다. 여러 모임의 ‘단톡방’에서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을 담은 예쁜 사진들이 날아옵니다. 모두가 감사한 일입니다. 고교 동기생 ‘단톡방’에도 유사한 내용들이 많이 올라옵니다. 허물없는 친구 사이 인지라 작가 기질을 발휘하여 장난을 한번 걸어 봤습니다.
『며칠 전 크리스마스 이브 날 하나님의 천사 가브리엘이 내려와 내 귀에다 대고 들려주는 하나님의 말씀이 숟가락만 들고 다니는 자들에게는 줄 복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천사님을 붙잡고 그러면 어찌해야 복을 받는지 가르쳐 달라고 했습니다. 가르쳐 주기 전에는 하늘로 돌아갈 수 없다고 날개옷을 부여잡고 매달렸습니다. 하늘로 돌아갈 시간이 다된 천사가 하는 수 없이 나에게만 알려준다며 귓속말로 전해 주고는 벼락같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가브리엘 천사가 무슨 말을 했는지 궁금하다는 분 열 분 만 이 카페에 올라오면 그 비밀의 봉인을 해제하고 알려드리겠습니다. 이걸 모르고는 아무리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해도 받을 수가 없습니다.』고 올렸더니 이 글을 쓰는 현재 네 분 만이 궁금하다는 답이 올라 왔고 많은 친구들은 낚시걸이에 걸려 들까 봐 추이만 살피고 있습니다.
동기회 회장님은 유력한 정당의 전국구 비례대표 번호처럼 자신은 열 번째 사람으로 등록해 달라고 합니다. 이제 가운데 다섯 분만 신청하면 가브리엘 천사님께서 전해주신 말씀을 들으실 수가 있습니다.
그러던 중에 “가브리엘 천사가 다니엘, 스가랴, 마리아, 모하멧 등등 하고 만 교류하는 줄 알았더니 만 이번 크리스마스에 친구한테도 다녀갔나 보네요~”라는 답 글이 올라오고는 소강상태입니다. 이 답 글을 주신 친구 분도 가브리엘 천사가 전해준 말씀을 듣고 싶다는 말은 없었습니다. 속으로는 무슨 말을 할 것인지 궁금하지만 악의 없는 장난인 줄 안다는 뜻입니다.
점심때가 다 되어 점심 먹으로 가면서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습니다.『다섯 분이 더 필요합니다. 새해로 이월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6학년 8반이 되니 건망증이 생겨서 어제는 주유소 가서 기름 넣고 카드를 그대로 꽂아 놓고 와버렸습니다. 너무 늦으면 천사가 전해준 말도 잊어버릴지 모릅니다. 궁금하신 분 다섯 분 구합니다.^^』라는 문자를 올리고 점심 먹으로 갔습니다.
밥 먹으로 가려는데 한 분이 추가 되었습니다.“고지가 바로 저긴데 예서 멈추시면 안 됩니다.^^”는 학창시절에 배운 시를 인용해서 분발을 촉구하는 글을 올리고는 밥을 먹고 오니 한 분이 더 추가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소학교 시절에 책상머리를 같이했던 “패” “경“ ”옥“과 같은 소녀의 이름’을 부르듯이 아래와 같은 글을 또 올렸습니다.
『오전에 조, 허, 우 같은 일곱 분의 친구님들이 가브리엘 천사가 주신 답을 듣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는 오늘 혼자서 짬뽕 밥을 먹었습니다. 코로나가 무서워서 모두들 같이 밥 먹기를 두려워하니 혼자서 먹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짬뽕 밥을 비우면서 과연 열 명을 채울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이제 친구님들도 대충 점심은 끝내 신듯 하시니 또 다른 신청자를 받습니다. 딱 세분 남았습니다. 세분!』두 분이 연이어 올라오더니 또 멈춥니다. 그래서 다음의 글을 또 올렸습니다.
『위대한 영감은 오래 머물지 않습니다. 찰나 간에 왔다가 가는 것입니다. 무제 친구까지 접수되었습니다. 이제 마지막 한 분을 모십니다.』그랬더니 바로 열 번째 친구가 올라 왔습니다. 그 열 명의 이름은 정래, 영래, 윤도, 점기, 장성, 도우, 석우, 무재, 규성, 기화입니다. 이 열 분 친구들의 이름은 판소리에 추임새를 넣는 명 고수의 이름으로 제 수필집에 영원히 기록될 것입니다. 친구가 거는 장난을 즐겁게 받아준 너그러운 마음을 지닌 분들입니다.
『이제 제가 가브리엘 천사가 비밀스럽게 전해준 말을 모든 분들에게 알려드려야 할 순서입니다. 돌아갈 시간에 쫒긴 천사가 나에게 황급하게 전해준 답은 딱 두 자인데 “oo”입니다. "새벽 종소리는 가난하고 소외받고 아픈 이가 듣는데 어떻게 따뜻한 손으로 칠 수 있어" <몽실 언니>를 쓴 교회 종지기 권정생 선생님의 말씀입니다.
한 해를 보내면서 모두 제야의 종소리를 들어 봅시다. <종은 누구를 위해서 울리는지> 도 생각하면서 신축년을 보내고 임인년을 맞읍시다.~^^<다음 이야기는 오늘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올려드리겠습니다. 계속>』이렇게 쓰고 임인년 새해가 밝기를 기다렸습니다.
“땡!” 2021년 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2022년 1월 1일 새해가 왔습니다. 저는 기다리는 친구들을 위해서 다음의 글을 썼습니다.『사랑하는 친구 여러분! 가브리엘 천사가 남긴 말은 단 두 마디 “친구”였습니다. 친구는 같은 시대에 태어나서 가장 오랜 세월 동안을 이 땅에 함께하는 길동무 입니다, 이런 싱거운 소리에도 열 명이나 관심을 보여주며 아니 그 이면에서는 ‘야가 작가가 되었다 카디 마는 뭔 소리를 할랑가?’ 하는 마음으로 기다려 주는 순수한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복이라고 했습니다. 친구를 잘 대접해야 복을 받는다는 귀한 말씀을 남기고 가브리엘 천사는 나에게 손을 흔들며 하늘로 날아갔습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양심과 정의와 사랑에 살자!"는 교훈을 실천하고 계시는 사랑하는 대건고 졸업생 친구여러분! 임인년 새해입니다. 계산을 놓지 않고 이해타산을 하지 않는 허물없는 친구들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그대들이 없는 세상은 '앙금 없는 찐빵'이요 '물 없는 오아시스' 입니다. 새해에는 더욱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십시오!
제 집 근처를 지나시거든 꼭 연락 주시어 탁배기라도 한잔 나누고 가시길 바랍니다. 』
임인년도 지나가고 계묘년이 밝아 옵니다. 지난해를 퇴고하며 새해를 맞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저를 사랑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새해에는 만사형통의 축복이 일어나길 기원 드립니다.
새해부터는 만으로 나이를 계산한다고 하니 해가 바뀌어도 제 나이는 여전히 6학년 8 반의 축복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남은 세월 더 많이 사랑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 12. 31
수필가 정임표 올림
첫댓글 선생님, 토끼해에도 건강과 문운이 툭 틔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박선생님께서도 더욱 건강하시고 좋은 작품 많이 남겨주시길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