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나라별 암환자의 특징
요즘에는 코로나 때문에 외국인 환자가 없지만, 몇 년전만 해도 외국인 환자가 종종 있었다. 한국의 선진 K의료니 의료 관광이니 하는 그럴 싸한 명분을 내세워 외국인 환자를 유치해 오는 것이지만, 외국인 환자를 유치해오면 돈벌이가 된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외국인 환자는 한국의료보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한국 환자보다 더 많은 진료비를 받을 수 있고, 정부에서도 국부창출이라는 이름 하에 그렇게 하도록 암암리에 권고한다.
개인적으로 외국인 암환자 진료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우선 진료 시간이 무척 길어진다. 환자에게 설명을 하면 통역이 그것을 듣고 환자에게 전하고 환자가 질문이 있으면 다시 통역에게 이야기하고 하다 보면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된다.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의 공장식 3분 박리다매 진료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나라에서 하던대로 의사와 만나면 20분 30분씩 이야기할 것을 기대하고 온다. 그러다보니 nice to meet you, how are you? Are you Dr~~? My name is ~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소중한 1분을 잡아먹으면 성질 급한 나로서는 답답해진다.
짧은 외래에서 한국인 내 환자에게 5분도 제대로 할애해주지 못하는 처지에, 외국인 환자 한명이 20분씩 시간을 잡아 먹으면 마음이 불편하다. 그 시간에 우리나라 환자 잘해주고 싶지, 외국 사람에게 잘해주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어서 그렇다.
게다가 언어와 문화가 다르면, 완치, 생명연장, 증상완화 이런 개념이 전달이 잘 안된다. 통역이 의료인이 아닌 경우에는 통역 조차도 이런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환자에게 어떻게 설명을 하는 것인지, 잘 전달이 된 것인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 나는 분명히 완치가 안된다고 말했는데, 환자는 치료하면 완치될 것이라 기대하고 몇 개월간 계속 왔던 경우도 허다했다.
외국인 환자를 진료하면서 자세히 관찰해 보면 나라별로 암환자의 특징이 다르다.
1. 아랍권
참 힘들다. 문화가 너무 다르다. 특히 남녀에 대한 개념이 너무 다르다. 일례로 남자의사는 여자환자를 직접 진찰하거나 만져서는 안 된다. 정 필요하면 남자 보호자 입회 하에 해야 한다. 병실 회진 갈 때에는 노크하고 1~2분 있다가 들어가야 한다.
옷으로 몸을 가릴 시간을 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여자에게 인권이라는 개념이 없다보니 여자 환자에게 직접 설명해봐야 소용없다. 여자 환자에게 열심히 설명해 봐야 남편과 상의하라며 설명조차 듣지 않는다. 나중에 남편이나 아들 같은 남자 보호자들이 설명을 요구하며 남자들이 결정을 한다. 여자는 남자의 부속품 같은 개념이어서 여자에게 어떠한 결정권도 없고, 집안의 남자들이 여자 환자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
임종기에 대한 문화도 너무나 다르다. 남자 환자가 임종에 임박하게 되면 무조건 중환자실 심폐소생술을 다 해야 한다. 정말 그런지 확인은 못했으나, 코란에 생명을 위해서는 할 수 있는 것은 무조건 다 해야 한다고 써있다고 한다. 심폐소생술 할 때 참 곤혹스럽다고 한다.
나는 직접 보지는 못했는데, 다른 의료진 이야기에 따르면 심폐소생술을 할때, 1번 부인, 2번 부인, 3번 부인이 서로 대성 통곡을 한다고 한다. 통곡의 크기가 클수록 환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깊은 것으로 인식되고 유산이나 자기 몫의 지분이 많아진다고 한다.
1번 부인이 주저 앉아서 대성통곡을 하면 2번 부인이 이에 질세라 더 크게 통곡을 하고 그러면 3번 부인이 더 크게 통곡을 하며 혼절하는데, 이미 돌아가신 환자를 두고 살려내라고 서로 큰 소리를 내는 광경이 참 기묘하다고 한다. 알라신이 그런 것을 원하셨던 것은 아니었을 텐데, 아랍권은 무의미한 연명의료의 끝판왕인 셈이다.
2. 러시아
주로 블라디보스토크 환자분들이 온다. 모스크바로 가느니 서울이 더 가깝기 때문이다. 이상하게도 러시아 환자들은 오리지널 약을 고집한다. 약을 진품으로 처방해 달라고 하며 정말 진품이 맞냐고 몇번씩 확인한다. 왜 그러나 했었는데, 러시아에서는 약을 빼돌리고 바꿔치기해서 환자에게는 가짜약을 주고 진짜약은 되팔아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같으면 상상을 못할 일이다.
3. 중국
중국환자들은 처음 진료를 할 때 선물을 들고 온다. 고급술, 보이차, 이상한 액자 같은 것들을 붉은색 포장지에 포장해 온다. 다 돌려보내곤 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중국인에게 무례한 행동이며 더 비싼 것을 가져오라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처음 보는 의사에게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선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그 선물이 비쌀수록 잘 봐달라는 의미가 된다고 한다. 중국 특유의 관씨 문화이다. 한번은 중국 병원의 어떤 의사로부터 추천장도 들고 온 환자도 보았다. 고이 고인 간직해서 나에게 들이민 편지 한장에는 내가 잘 아는 이런 이런 환자이니 잘 봐달라는 그런 내용이 있었다. 중국 역시 우리나라 못지 않게 각자 도생의 나라여서 아는 인맥이 없으면 생존이 어렵고 선물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쌓는다고 한다.
4. 몽고
그 나라의 물가 수준을 볼 때 한국으로 와서 치료받는 것이 비용이 엄청 나게 많이 드는 일이다. 그러기에 정말 최상위층만 해외로 온다. 가난한 나라일수록 최상층은 얼마나 부유한지를 보면서 참 씁쓸했다. 환자분중 한명은 경찰이었는데, 얼마나 나라가 부패했기에 경찰이 저리도 부유한가 싶었다.
5. 일본
일본인 환자는 거의 없다. 일본인은 자기나라에서 치료 받으려는 성향이 강하고 자기의 고향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처럼 서울의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없고, 암에 걸렸으니 도쿄의 큰 병원으로 가야겠다는 문화 자체가 없다. 우리나라로 치면 지방의료원 급인 100~200병상의 지역병원에서 암치료를 받는다.
일본인 환자가 딱 한 번있었는데, 그 환자분은 회진을 가면 무릎 꿇고 정자세로 나를 맞이해서 당혹스러웠다. 일본인 환자들은 질문을 하지 않고 의사가 하라면 시키는대로 한다. 정말 당혹스러울 정도로 상명하복인데, 싸무라이 문화의 특성상 위계관계가 철저해서 그렇다고 한다. 일본 문화에서는 환자의 개별 특성이나 가치관이 반영되지 않고 그저 의사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것 같다.
6. 미국
굉장히 자기 주관이 뚜렷하다. 죽고 사는 문제를 결정하는 것은 나 자신이며, 모든 결정을 의사가 아닌 스스로가 결정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말기 통보를 할 때에도 굉장히 쿨하게 받아들이고 보호자의 입지가 별로 없다. 우리는 나쁜 소식을 전할 때 환자를 나가라고 하고 보호자랑만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지만, 미국은 반대로 보호자를 나가라고 하고 환자 혼자서 이야기하곤 한다. 환자 본인의 일이 프리이버시이기에 아무리 보호자라고 하더라도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야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여러 나라의 암환자 진료를 하다보면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다른 문화권에서는 너무나 당연하지 않음을 느낀다.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모습을 다른 나라 사람을 통해서 보기도 한다. 이렇듯 나라마다 문화와 사고방식이 다르지만 공통된 것도 있다.
한번은 나를 유난히 좋아하고 따르던 우즈베키스탄 폐암 환자분이 계셨다. 그 분은 진료실에 올 때 마다 우즈베키스탄 식으로 인사를 해주고 서툰 한국말로 '감사합니다' 를 말하고 가곤 했었다. 가끔 따님이 같이 와서 우리 엄마 잘 부탁한다고 했다.
비행기 타고 매달 왕복하며 항암치료를 지속했다. 항암치료 힘들다고 할 때 기운내시라고 하면 너무나 고마워했었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진심 고마움을 전하였던 분이었다. 힘든 치료인데도 묵묵히 치료를 받으며 하루 하루 주어지는 시간들을 가족들과 소중하게 활용해 나갔고, 정이 많이 가던 환자분이었다.
그분을 보면서 암에 걸린 환자의 마음은 전 세계적으로 똑같아서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해지는 부분이 있다고 느꼈다. 암이라는 큰 병을 진단받아 치료하는 과정이 두렵고 때로는 어려운 순간도 있지만, 환자를 지지하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의료진과의 신뢰를 쌓아 나가며 큰 병에 맞서서 열심히 투병하는 모습은 세계 어디나 똑같다.
출처: 서울대학교병원 혈액종양 내과 김범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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