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관점에서 사람이 변한다는 것은 자기 개혁이라고 할 수 있어요. 공자님도 아침에 도를 통하면 저녁에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씀하셨듯이, 사람이 어떤 도리를 깨닫고 변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습니다. 이렇게 사람이 변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게 바로 윤석열입니다.“ 불교계의 '시국법회 야단법석'을 주도하면서 윤석열 정권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는 행운 스님(제주 남선사 주지)의 말이다.
가톨릭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를 보면서 우리 불교 스님들도 뭔가 준비를 해야겠다는 데 뜻을 함께하게 됐다. 우리가 가장 문제의식을 느낀 건 공정과 상식을 내걸고 당선한 사람이 대통령이 된 뒤로는 완전히 정반대로 행동한다는 점이었다. 상대방에 대해서는 수도 없이 조사하고 압수 수색하는 반면, 자기 가족이나 측근들이 한 위법행위는 묻어주는 걸 보면서 시국법회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불교도들보다는 다수의 시민이 참여했다. 과거엔 불교계에도 정의구현사제단과 비슷한 성격의 조직이 있었는데, 작년에 방화 자살로 죽은 자승과 야합하는 바람에 유명무실하게 되었다. 그래서 조만간 '야단법석 승가회'를 조직해 본격적으로 사회활동에 참여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야단법석 tv를 만들었다.
"출가하기 전에 전북 고창에서 합기도 관장을 하고 있었어요. 당시만 해도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일하던 때였는데, 저는 토요일만큼은 아이들에게 주먹질하는 걸 가르치기보다는 스님을 모셔서 정신적으로 유익한 강의를 듣는 식으로 운영했습니다. 이때 스님들로부터 도에 대한 철학적인 이야기를 많이 듣고, 친해진 것이 제가 출가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고창 선운사에서 태허 스님을 은사로 출가, 1987년 계를 받았어요.“
행운 스님은 출가한 후 승가대에 가서 본격적으로 불교를 공부한다. 그리고 승가대를 졸업하자 1992년 훌쩍 미얀마로 떠나게 된다. 미얀마에서 공부하고 온 스님으로부터 위파사나(insight, 통찰이라는 의미) 수행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났다. 이 수행법은 1시간 동안 앉아서 집중력을 개발하고 1시간을 걸으면서 몸의 움직임을 관찰하는데, 하루에 14시간씩 한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번뇌 망상 등을 관찰하고, 이를 극복해 도에 이르게 되는 과정이다. 이후 행운 스님은 미국 일본 대만 등을 방문하면서 다양한 불교 체험을 하게 된다.
"우리가 극락세계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 극락세계는 경전에 없는 내용이에요. 한국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어 천도재를 지내면 극락세계를 간다고 하잖아요. 남방 불교 경전을 보면 부처님이 얘기한 내용 중에 극락세계라는 건 없습니다. 그런가 하면 태평양에 빠져 수십 명이 널빤지를 잡고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때 누군가가 관세음보살을 계속 부르면 다 구제해준다는 식의 믿음을 강조하는데, 이건 부처님의 가르침에 근본적으로 어긋나는 것입니다.“
행운 스님은 지난 3월 4일부터 1개월에 걸쳐 호주 대륙을 오토바이로 달리는 평화 순례 여행을 다녀왔다. "윤석열 정권이 북한 선제타격 같은 평화를 위협하는 발언을 하고, 일본이 핵 오염수를 방류하는 등 평화가 위협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의 길'이 추구하는 평화 메시지를 지구 곳곳에 알리자는 취지로 오토바이 여행을 시작한 것이에요. 호주 여행은 더 넓은 세계로 평화운동이 뻗어나가기 위한 시작이자 연습인 셈입니다. 앞으로 유라시아 대륙이나 팬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지로 오토바이를 타고 평화의 길 순례를 할 생각입니다.“
행운 스님은 유튜브 천불난다 tv를 하고 있다. 호주 오토바이 여행 관련 영상 100여 개를 비롯해 장작을 패거나 밀감 까먹는 것과 같은 일상생활과 음악회 행사 등의 영상이 올려있다. '천불난다'의 의미를 묻자 "사회가 이 모양이고 정부가 이 모양이어서 천불이 난다는 뜻과, 한 분 부처님으로는 안 되고 천(千)의 부처님이 오셔서 세상을 좀 밝고 아름답게 이끌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함께 담은 이름"이라고 했다. 아무쪼록 우리 가슴속 천불은 잦아들고, 사바세계로 천불이 오시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