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건축물탐사> 김중업박물관, 건축가 김중업 설계 작품 ‘경비실’ 고찰 -김중업박물관의 공장 경비실은 아름다운 세계적인 건축물-  전통건축의 정체성을 현대적인 건축 조형언어로 풀어낸 고,김중업 건축가의 설계철학과 공감되는 한국적인 건축물이 안양김중업박물관 일원에 있다. 김중업박물관 일원은 통일신라 중초사, 고려~조선 안양사, 근대 창녕조씨 일가 등이 거주하며 포도농사를 짓던 삶의 터전, 근대 유유산업 제약공장, 오늘날 박물관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장소를 달리하며 수 천년의 맥을 이어온 유서 깊은 지역으로 인근 안양예술공원에 이르는 초입에 있다. 김중업박물관 일원은 고려 태조 왕건이 세운 문헌 속 안양사(安養寺)가 있던 터전으로 우리시 지명유래의 발상지이며 지역문화의 허브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안양시 석수동 소재, 유유제약 안양공장 건축물을 설계 디자인한 고,김중업(金重業, 1922~1988) 건축가는 포도밭과 초가집 등이 있던 절터에 시대에 앞선 개성이 강한 공장건축물을 남겼는데 그가 설계한 200여개의 작품 중 생산시설로는 유일하다. 그는 프랑스 귀국 후 개인적인 분석결과 1년에 평균 약 6~7개의 작품을 설계하였는데 그가 설계한 작품 중 공장 건축물들은 대다수 훼철 되었기에 안양공장은 유일무이하게 남아있는 공장작품으로서 희소성이 있다. 김중업 건축가는 한국 근현대 건축사에서 가장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건축가로 약 4년간 프랑스에서 당시 근대건축의 거장인 르 꼬르뷔제 사무실에서 서양의 현대건축을 체득한다. 이후 귀국하여 시대에 앞선 건물을 설계했는데, 유유산업 안양공장은 유럽에서 귀국 후 초창기 작품으로 르 코르뷔제의 영향이 담겨 있다. 보릿고개로 배고픈 시절 당시 공장건축은 벽돌블록조로 마감하여 허술하게 짓고 생산하던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하지만 고,김중업 건축가는 건축주 유특한 유유제약 초대회장(유한양행 유일한 창업주 동생)과 함께 특수설계로 마감하여 예술이 녹아있는 근대 공장건축을 완성했다. 공장은 마치 예술의 전당, 미술관, 박물관과 같은 인상이 풍긴다. 59년 준공이후 당시 안양유원지(속칭, 안양뿌르~) 술에 만취한 행락객들이 은은한 조명발이 받는 공장을 숙박업소인 호텔로 착각하여 투숙을 요구하며 걸핏하면 실랑이가 공장의 경비실 앞에서 벌어졌다는 에핍소드가 전해오고 있다. 당시 비나폴로등 의약품을 생산하던 공장(현,문화누리관)은 건물의 일부로 남녀 나체상(裸體像, 파이오니상, 모자장)을 설치했는데, 근대설치미술 장식품은 안양 공공예술의 효시(첫걸음)로 분석된다. 약50명에 이르는 직원이 근무한 유유제약은 보물급 문화재인 당간지주 등 문화재로 인해, 문화재보호구역의 특성상 토지의 효율적인 이용, 공장 증설 등 인허가의 어려움을 겪자 공장을 충북 제천으로 이전한다. 안양시에서는 떠나간 공장과 부지를 매입하여 박물관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과 함께 당시 사용하던 공장의 굴뚝은 예술을 입혀 안양을 상징하는 ‘메모리타워’로 가꿨으며, 철거된 공장건물의 기둥은 사라진 고대문자로 감싸 예술로 승화시켰다. 이런 점에서 안양 공공예술탐사 시 한번 들려볼 가치 있는 곳이 김중업박물관이다. 한편 공장(현, 김중업박물관)의 초입에는 사지(절터)의 특성상 불교 문화유산(佛具)인 통일신라 당간지주(보물 제4호)가 있고 바로 옆에는 공장 부속 경비실이 있는데 눈에 뛰며 절묘한 대조를 이룬다. 통일신라 신라 흥덕왕 827년 2월 30일 건립된 당대 최고수준의 당간지주보다 1,000년이 훌쩍 넘는 세월을 지나 건축된 건조물인 유유공장 부속 경비실은 서구건축을 한국 전통건축에 접목하고자한, 건축 설계자의 정신이 반영되어 있다. 유유제약 창업주 유특한 사장과 건축가 김중업선생은 건물의 초입에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예술성이 녹아있는 색다른 경비실을 남겼는데, 희소성이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특이한 현상이다. 공장 경비실 옆에 있는 당간지주도 일반적인 당간지주(幢竿支柱)와 달리 서쪽 지주(支柱) 측면에 절의 내력을 각자(刻字)하여 전국적으로 사례를 찾을 수 없는 희소성을 간직하고 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건축주 등 당시 건축 관계자들은 배치상 공장의 초입에 위치한 경비실은 회사의 이미지나 기업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라 생각하여 공을 들여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 50년대 후반 공장의 경비실은 싼 자재로 허술하게 지어 본래 기능만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인 건축 경향이지만, 김중업박물관의 경비실은 예술을 입혀 예사롭지 않다. 아담한 경비동 건축물에 깃든 전통건축과 서양건축의 조화를 살펴보는 것은 김중업 건축물에 대한 이해와 그의 건축 사상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안목에서 비롯된다. 조그만 경비실 작품에서 김중업 건축가의 디테일한 설계철학과 작품세계를 재발견한다면 그의 작품에 반해, 설계한 건축가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따를 것이다. 고,김중업 건축가는 공장 내 전통건축 ‘팔각정’을 연상케 하는 원통형 수의실(작품명, 문화지킴소)을 남겼는데, 전통건축을 현대화한 사례로 분석된다. 고,김중업 선생은 콘크리트의 소성(可塑性, 성질)을 이용하여 볼륨감 있게 원통형 경비실을 표현하고 원형의 지붕과 살짝 삐쳐 올린 지붕선으로 설계하였는데, 기능성과 예술성이 탁월하며 낭만적인 경향이 보인다. 외관이 반 2층 건물로 보이는 경비실은 부드러운 유려한 곡선으로 설계되어 여성적인 부드러운 이미지가 강하여 보고 또 봐도 지루하지 않다. 경비실 건물내부 공간에는 천장의 무게중심을 받쳐 구조적 안정감을 도모하는 원통형 철제 배관이 지층과 연결되어 있는데, 기둥의 기능과 함께 천장에 집수된 빗물을 배출하는 통로로 설계되어 있다. 또한 원통형 배관기둥과 엮어 경비실에서 지하 공간으로 내려가는 나선형, S자형 철제계단으로 마감하였는데, 경비실의 반지하 하부공간은 숙직실, 방공호, 물품보관 등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 기능성을 확장했다. 경비실 실내 내부공간에는 벽체를 따라 목조 가구를 설치하여 물품의 보관과 수납이 편리하도록 디테일한 설계로 마감했다. 원통형 입면상부는 유리로 시공하여 내부공간이 훤히 들여다보이게 설계하여 투명성을 높이고, 빛이 들어와 채광이 양호하다. 창호는 그의 스승인 건축가 ‘르 코르뷔제’의 영향을 받아 창의 면분할로 처리했다. 구조상 팔각정 같은 건물규모에 건물의 벽체의 상부를 유리로 마감하여 가볍고 투명한 느낌을 주며, 경비근무자는 지상보다 약 3미터 상부에 위치한 구조물에서 투명유리벽을 통해 사방팔방으로 외부를 살펴볼 수 있어 방범 및 경비기능이 탁월하다. 경비실의 지붕은 원형으로 버선코 같이 날렵히 살짝 솟구치는 지붕곡선으로 마감하였는데, 특이한 한국의 건축미가 녹아 있으며 이러한 작품세계는 한국건축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주한프랑스대사관(1961,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합동 30)작품과 일치되는 부분이다. 김중업 건축가가 설계한 주한프랑대사관에도 전통건축 방식인 정자와 연못이 있는데, 안양공장 경비실 작품도 주변에 배어난 경관을 차경(借耕)하여 정자와 같은 경비실을 남겼다. 입면의 계단도 특이한 구조로 시공하여 눈여겨 볼만하며 계단의 끝자락에는 전경을 살필 수 있는 평탄한 철콘구조물이 있는데 일종의 테라스 역할로 기능하며 작은 공간이지만 지상공간을 확보하여 활용코자 의도한 설계자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이런 건축사상의 출발점은 그의 스승 르코르뷔제의 근대 건축철학인 돌출된 캐노피를 설치, 별도의 옥상 공간을 확보하여 활용코자 했던 점을 착안하여 차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고,김중업 건축가가 전통건축의 현대화 사례는 주한불란서 대사관(1961), 부산유엔묘지정문(1966),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1982), 88올림픽 조형물 평화의 문(1988)등 다수의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한편 김중업건축가는 계단하나 설계하나에도 신경을 써 계단을 오르며 자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디테일한 구조로 설계한 흔적을 여러 건물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김중업건축가가 설계한 공장 경비실은 근무자가 삼성산과 삼성천 등 부수적으로 주변의 수려한 경관을 누릴 수 있도록 한 세심한 설계자의 배려와 건축철학을 반영한 작품으로 분석된다. 일례로 염분이 섞인 해풍으로 건물이 부식돼 1996년 5월 논란 끝에 철거됐지만 유려한 곡선이 돋보이는 ‘제주대 본관(1964년)’ 작품은 건축계에서 1세기(100년)를 앞선, 시대를 앞선 작품으로 평가받는데 입면의 건물을 오르내리는 계단은 구조적으로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평이다. 안양김중업박물관의 경비실은 일반적인 경비실과 차원이 다르다. 예술성, 기능성이 탁월하며 인간중심의 설계로 고,김중업 건축가의 근무자에 대한 배려와 작품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빼어나 작품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시민들은 건축가 김중업 설계 경비실의 건축미와 그 가치를 모르는 것 같아 아쉽다. 또한 건축계, 학자들이 전통건축과 김중업 건축가를 매치하여 연계 분석할 때 주한블란서대사관 등과 같이 스케일이 큰 작품만 예를 들었지, 규모나 용적률이 작은 우리 안양의 김중업 설계 건축물인 경비실을 연구 및 인용 사례로 든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어 매우 유감이다. 김중업 설계 단일 건축물로는 용적률이 작은 공장 부속 경비실인지라 연구사례도 부족하고 소개사례도 찾기 힘든 실정으로 가치에 비해 작품성이 퇴색되어 저평가 되는 느낌마저 든다. 건축계나, 학계 등에서 전통건축과 김중업 건축가를 논할 때 우리 안양의 경비실도 예를 들어 설명할 기회가 많아지길 기대한다. 안양문화해설가로서 그리고 안양김중업박물관의 유물해설사로서 김중업 박물관 입구에 있는 경비실작품의 그 숨은 가치를 발굴하여 빛내고 싶다. 구,유유제약 공장 경비실은 설계자가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하여 전통건축의 조형미를 현대적인 특별한 감각으로 풀어낸 창의적인 작품으로 고,김중업 선생의 작품세계를 널리 알려 그 존재가치를 빛내고자 한다. 안양시민으로서 내 고장 안양시 석수동에 세계적으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아름다운 공장 경비실이 있다는 것, 그리고 일상에서 늘 가까이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자랑스럽다. 특수한 설계로 희소성이 있는 경비실은 김중업 건축가의 설계사상을 오롯이 품은 예술의 극치이다. 고,김중업 선생 설계한 경비실은 전통건축의 현대적인 표현이 상징적으로 잘 표출된 대표적인 작품으로 손색이 없으며 잘 보존하여 후손에게 길이 물려줄 가치 있는 귀중한 근대 건축문화유산이다. <관련사진>

![안양복합문화관 리모델링]()
<필자소개, 조성현> 
(재)안양문화예술재단 김중업박물관 뮤지엄패밀리 (재)한국지역진흥재단 지역홍보 명예기자 안양시문화유산해설사 ㈜안양광역신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