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에는 ‘판타스틱스’라는 연극이 40년째 공연되고 있다. 막이 오르면 약간 특이한 열여섯 살짜리 소녀가 독특한 모습으로 독백을 시작한다. 그러다가 잠시 입을 다물고 멍한 시선으로 허공을 바라보다 돌아서며 애원조로 말한다. “오, 하느님. 제가 보통 사람이 되지 않게 하소서.”
이것은 루이즈 팔레모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특별해지는 것은 그녀 자신의 존재를 규정해 준다. 루이즈는 결혼한 적이 없다. 케이프 코드 번화가에 작지만 고상한 선물가게를 운영하는 그녀는 자신의 인생과 결혼했노라고 공언한다.
루이즈는 부모에게 정서적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알게 되었다. 사회생활로 바쁜 돈 많은 부모한테서 육체적이 아닌 정서적으로 버림받은 그녀는 어렸을 때의 기억이 박탈감 내지는 상실감과 뒤얽혀 있었다. 그녀는 여러 하녀와 가정부 손에서 자랐고, 학교 갈 나이가 되자마자 기숙사에 들어갔다. 부모는 방학만 되면 함께 여행하며 지낼 수 있다는 약속을 곧잘 했지만 그 약속은 대부분 지켜지지 않았다. 그럴 때면 루이즈는 실망감으로 우울증에 시달렸고, 그 결과 자신이 사랑과 관심을 한몸에 받는 정답고 사랑에 찬 가정을 공상 속에서 창조하기도 했다.
루이즈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분노 단계와 내 탓 단계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녀는 정상적 가정생활을 박탈당했다는 심한 분노를 느꼈고, 그 단계에서 책임있는 부모에게 화가 났다. 부모는 그녀가 열다섯 살 때 자동차 사고로 죽었고, 그 바람에 버림받았다는 그녀의 감정은 골이 더 한 층 깊어졌다. 그녀는 내 탓 단계에서 분노를 내면으로 쏟았다. 그러면서 그토록 갈망하던 사랑과 정을 받지 못한 것은 자신이 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루이즈에게 일상적 감정은 우울이었다. 좀더 나은 기분이라고 해봐야 결코 일어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결코 일어나지 않을 그런 일들에 대한 간절한 갈망이었다. 루이즈는 애상어린 슬픔에 젖어들 때면 자신을 격리시키고 허상과 백일몽, 상상속의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고 마음을 채웠다. 그녀는 상징과 예술적 표현을 통해 자신의 기분을 전달하고자 좋아하는 대상은 물론 위급한 환경까지 만들어 냈다.
아픔과 상실감은 그녀로 하여금 평범한 사람들 속에 섞이지 못하게 했다. 그녀는 특이하고 독특하고 어느 누구도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무도 내가 겪은 고충을 모르네. 아무도 내 슬픔을 모르네’가 그녀의 주제가가 되었다. 사실 그녀는 자신의 상처를 즐기고 치장했으며, 피 흘림을 막거나 치유되도록 놓아두지 않았다. 희생 단계가 그녀의 삶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녀는 거기에 매달렸다. 그리하여 그것은 그녀에게 활력의 샘이요 예술적 표현의 원천 구실을 했다.
10대 시절에는 자살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료되었고, 심지어는 자살한 친구를 부러워하기까지 했다. 그녀는 감정이 극단적으로 흔들이는 가운데 살았다. 그녀의 감정은 대부분 과거를 향하거나 아니면 고독한 몽상이 만들어 낸 상상 속의 미래에 빠졌다.
단 한 번 루이즈가 젊은 경찰관에게 반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그가 곁에 있을 때보다 오히려 없을 때 그의 ‘존재’를 더 절실하게 향유할 수 있는데, 이유는 그에 대한 공상이 그가 실제로 감당해 낼 수 있는 선을 훨씬 넘어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루이즈의 격렬한 감정을 감당하지 못하고 그녀 곁을 떠나갔다. 그러자 루이즈는 다시 한번 버림받은 상처로 친구들과도 멀리한 채 자시의 상처를 핥으며 키워갔다. 그녀의 슬픔이 어떤 형태의 것인지를 몰라 누구도 그녀를 위로할 길이 없었다. 결국 그녀는 언제일지 모르지만 모든 일이 훨씬 좋아질 미래에 찾아올 (상상 속의) 새로운 인연을 꿈꾸는 데 몰두했다.
희생자들이 대체로 그렇듯이 루이즈도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리고 걸핏하면 내 탓 단계를 넘나들기도 했다. 자신이 좀더 예쁘고 지성적이고 사랑스러웠더라면 부모에게 버림받지 않았으리라고 여긴 것이다. 루이즈는 이상하게도 외모를 우아하게 가꾸는 것으로 자신의 열등감을 보상하곤 했다. 그녀는 독특하면서도 고상하게 차려 입었고, 유별나지만 매력있는 화장법을 알고 있었으며, 장신구도 멋지고 색달랐다. 그녀는 남다르게 독특하고 빼어났으며, 이런 식으로 해야 사랑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좋게 말하면 루이즈는 따뜻한 친구요 남의 말을 귀담아들어주는 인정 많은 여자였고, 덕분에 사람들이 그녀를 따르곤 했다. 그녀는 독창적이고 지지를 잘하고 우아하며 관심을 끌만큼 남달랐다. 그러나 나쁘게 말하면 그녀는 우울하고 자책감에 빠져 있고 소극적이고 자기 도취적이고 변덕스럽다. 혹시 누가 오해라도 하면 그녀는 자신이 공격받았다고 느끼고 피 흘리는 상처를 덧입었다. 그녀는 자신의 참 삶이 언제 시작될지 자주 궁금해졌다. 그녀는 자신과 어울리지 않거나 맺어질 수 없는 남자들에게 끌렸고, 덕분에 상처만 생겼다.
루이즈는 거부 단계에서 빠져 나와 어린 시절의 상실감이 실제로 있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런 다음에 그것을 한쪽으로 밀어두고 삶을 계속 살아갈 필요가 있다.
그녀는 현재 내 탓 단계와 희생 단계에 나타나는 자기 도취에 너무나도 쉽게 빠져들고 사로잡히는 상태다. 그녀는 앞으로 나아가는 움직임은 별로 많지 않았고, 오히려 마치 고무밴드처럼 한 단계에서 다른 단계로 끊임없이 오라가락하지 않았나 싶다.
루이즈는 자기 자신을 사랑으로 대함으로써 어린 시절에 받았던 저버림과 결핍된 사랑을 건설적으로 채울 필요가 있다. 성서묵상으로 뒷받침되는 기도생활을 그녀가 하느님 앞에서 진정한 가치를 깨닫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녀의 상상력은 복음을 자신과 직결된 살아 있고 실재하는 것으로 만들어, 기도하는 자세로 예수님 생전의 상황과 사건속으로 파고들도록 도와주었다. 그녀라면 우물가 여인이나 성전에서 적은 액수를 헌금하는 과부 또는 십자가 아래서 비탄에 잠기 채 당신의 아들을 봉헌하는 복되신 어머니를 그녀 자신과 합일시키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루이즈는 다른 사람이 말이나 행동으로 그녀를 불쾌하게 만드는 몰지각한 일들을 지나치게 확대해서 상처를 덧내려 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 같은 대인관계는 재빨리 그리고 가능한 한 절제된 감정으로 대처해야 한다. 그녀가 희생 댄계에서 탈출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발판 가운데 그녀에게 적합한 것은 자신이 고마워하는 일들을 목록으로 작성하고 날마다 계속 추가하는 것이다. 그녀가 꿈꾸는 이상과 활발한 상상은 지나치지 않고 또 비록 잠시라 할지라도 행도으로 옮길 수 있다면 선익한 것들이 된다. 그러니까 그녀는 현재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루이즈는 예술공부를 통해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자신의 특별한 재능을 키워가야 한다. 그녀는 터무니없는 시기심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신의 어두운 면을 확인하고 결국 그렇게까지 나쁘지만은 않은 현실세계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아름다운 세상은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들어 간다. 나중에 나올 초점맞추기 과정은 자신의 고통스런 감정이 자신에게 무엇을 말해 주는지 터득해 나가는 그녀에게 놀라운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마음묵상은 그녀가 관계(마음) 중심에서 세 가지 유형으로 나타날 수 있는 개인적 편견에서 벗어나는 데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참조 문헌:용서의 과정 윌리엄A. 메닝거 지음 -바오로딸-
첫댓글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