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상태로 화물차를 몰다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가 올해 1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형이 확정돼 풀려났다. 범행을 반성하고 유족과 합의한 점이 참작됐다. 만취 상태로 시속 50km 제한속도 구간을 101km로 달리다 사망사고를 낸 또 다른 운전자도 비슷한 이유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받았다. 두 운전자가 운 좋게 관대한 판사를 만난 덕분일까.
동아일보가 음주운전으로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한 사건의 최근 확정 판결문 100건을 분석한 결과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89건이나 됐다. 음주운전 기본 양형 기준이 상해사고는 징역 10개월∼2년 6개월, 사망은 징역 2∼5년인 점을 감안하면 솜방망이 처벌이나 마찬가지다. 사망사고로 실형을 받은 경우도 최고 형량은 4년 6개월에 그쳤다. 범행을 인정하거나, 피해자의 상해가 중하지 않거나,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 등으로 감형받은 것이다.
음주운전으로 죽거나 다쳐도 90%가 실형을 면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의 일부 주에선 음주 사망사고는 최고 무기징역이고 영국도 1년 6개월∼14년형을 선고한다. 한국에선 ‘과실에 의한 사고’로 취급하지만 선진국에선 ‘부주의에 의한 살인’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음주운전 면허 취소 기간도 한국은 최대 5년인 데 비해 미국 독일 호주 등은 영구 박탈까지 한다.
처벌 수위가 낮다 보니 교통사고 건수가 줄어드는 동안에도 음주운전 재범률은 오히려 증가세다. 음주운전자의 약 절반이 ‘상습범’이다. 주취자 신고도 매일 2700건씩 접수되고 있다. 지구대와 파출소 직원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신고되는 주취자 사건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다른 강력 사건 대응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술에 취해 경찰관을 폭행해도 공무집행방해로 입건되는 경우는 10%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