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박준형의 마지막 편지 전문
사실, 그만두라는 통보을 받게 된 건 한 달 쯤 전이었습니다.
나를 배려해준다고 미리 한 달 전에 알려 줘가지고 하루하루 다가오는 그 마지막 날 때문에 사실은 저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 너무 소중해서 요즘 말을 좀 많이 한 것 같습니다.
갑작스럽게 받아들이기도 힘들고 앞으로 뭘 해야 되나 겁도 나고 영진이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우리 라디오가 좀 별로였나? 아니 청취율도 우리가 훨씬 더 높은데 왜 우리가 없어지나?
6년만 더 하면 골든마우스도 받을 수 있는데 왜 하필 지금인가? 원망하는 마음도 아쉬운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한 괴로웠습니다.
그러나 달도 차면 기울고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듯이 영원한 건 당연히 없는 거겠죠. 이제 저는 제게 남은 시간의 끝에서 여러분께 두만의 마지막을 이야기합니다.
여러분께 제 마음을 담은 편지를 써야겠다 마음을 먹고 쓰고 읽고 고치고, 쓰고 읽고 고치다가 한 열 번 쯤 울었습니다.
이걸 끝까지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2013년 3월에 MBC라디오에 처음 주말프로그램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두만을 맡고 2026년 6월에 이렇게 떠납니다.
청취자 여러분과 함께 했던 시간들, 여러분 덕분에 정말 즐거웠습니다. 생각해 보면 저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전 방송국에 일하러 온 게 아니라 매일 놀러오는 느낌이었거든요.
좀 일하러 올 걸 그랬어요. 제가 너무 즐거웠나봐요.
매일 소풍을 나가는 아이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13년이 넘는 그 긴 시간이 참 빠르게 느껴집니다.
라디오를 그만두게 된다고 느끼면서 두만의 처음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와 처음으로 프로그램을 같이 했던 두만의 PD는 이제 국장님이 되어서 나에게 마지막을 이야기했습니다.
그의 마음은 편했을까요? 그렇게 같이 이 곳에서 흘러 왔습니다.
어찌 보면 13년이란 시간이 참 고맙고 행복했습니다.은
처음에 와서 참 낯설었는데 하나 하나 함께 했던 수많은 지나간 많은 PD님들, 작가님들 한명 한명 고맙고 마음에 참 많이 닿습니다. 13년중 8년을 함께 해준.경미 너무 고맙고 5년을 함께 해준 영진이도 너무 고맙습니다.,
그리고 매일매일 내 옆에서 지켜봐 주고 응원해준 우리 김지혜 씨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참 많이 익숙해진 우리 라디오 식구들, 엔지니어 선생님들, 우리 스탭들 이제 나 없으면 엠비씨 라디오 송년회는 누가 MC를 보나 이런 생각도 들고 이렇게 정이 많이 든 프로그램을 내 인생에 또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혹시 여러분, 제가 없더라도 이제 여러분 자기가 알아서 허리도 펴시고, 여러분들 물도 마시시고 먼 데도 보시고 그래 주세요. 여러분 잘 되시라고 안 들리시겠지만 파도 많이 쏘겠습니다.
당장 다음주 월요일 2시에 저는 뭘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길 가다가 2시에 저를 보시면 우리가 늘 했던 농담으로 "에휴, 박준형이 짤려서 여기서 이러고 있네" 또 해 주세요.
그 날이 진짜 오네요.. 그리고 저 없는 엠비씨 라디오 얼마나 잘 되나 끝까지 보겠습니다.
그리고, 좀 애매하면 그때 불러주세요 기다릴게요.
010-2...넘어갈게요.
이제 정말 여러분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려고 합니다
그동안 못난 디제이 보듬어 주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