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강변을 걷는다.
물안개가 부옇게 흐르고
조금은 서늘한 날씨다.
오늘이 절기로 볼 때
이슬이 내린다는 백로(白露)다.
물가에 희끗희끗,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백로(白鷺)의 자태가
고요하다.
늘 그렇지만
오늘 새벽에는 그 모습이
더 처연(悽然)하다.
이제 ,
백로(白露)가 지나면
북쪽에서
기러기가 날아오고
제비도 새끼들을 데리고
바다를 건너
먼 강남으로
떠나게 된다.
그래서
자연은 절기을 통해
질서를 지키며
순환(巡還)을 한다.
생명은 태어나고 떠나고
삶은 이어지고 다시 이어지고
물그림자에 놀랐는지
그 긴 다리를 오므린 채
훌쩍 날아오르는
백로(白鷺)의 깨끗함이
고고(孤孤)한
선비의 모습이다.
백로(白露) ,
밤에 기온이 내려가고
풀잎에 이슬이 맺혀
가을 기운이 완연해 진다.
백로에 비가 오면 풍년의 징조다.
옛 속담에 "백로에 비가 오면 십리 천석을 늘린다"고 했다.
우리 어릴 적에
콩잎에 내린 이슬을
새벽에 손으로 훑어 먹으면
속병이 낫는다고 했는데
그 병이 무슨 병일까
가슴앓이일까?
아니면 마음의 병일까?
어쩜, 그리움이겠지 ..
얼핏 떠 오르는 詩 한 수
조용히 읊어본다.
- 백로(鷺)
- 杜牧
霜衣雪髮靑山嘴 群捕魚兒溪影中
상의설발청산취 군포어아계영중
驚飛遠映碧山去 一樹梨花落晩風
경비원영벽산거 일수이화낙만풍
설발(雪髮)에
상의(霜衣)를 입고/
청옥(靑玉)의 그 부리는
고기 그림자를 줍는다/
어쩌다 놀라서
청산으로 돌아갈 땐/
바람에 날리는
배꽃이어라/
물안개가 스물스물 걷히고 있다.
해가 뜨려면 아직 멀었다.
흰이슬 내리는
가을 아침이다.
♡
* 명상음악 `새날`입니다. 참 좋지요?
첫댓글 오늘이 백로였군요
가는 세월이 참 무심합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이제 한낮인데도 무덥지 않고 햇살만 조금 따갑습니다.
저 하늘 멀리 가을이 묻어오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은 몹씨 무더웠습니다.
그래도 용케 견뎌왔네요.
부라보 ~!
백로라는 말조차잘 모르는데ㅣ ᆢ
알려 주시어 감사 합니다
백로(白鷺)는 해오라기를 말합니다.
하얀 빛, 다리가 긴 새입니다.
심여수님글도 서정적으로 늘 가슴에 와 닿고
두목의 시가 절창입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곧 먼 하늘에 가을바람 내리면
배꼽마당 바지랑대 끝에 빨강 고추잠자리 날아다니는 가을입니다.
하늘이 높아지고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 했던가요.
매미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행복하세요.
다리긴 하얀새가 훌쩍 뛰어 여럿이 날르는거 보면 참 멋져요 새벽 이슬의 영롱한 방울이 톡 구르네요
백로(白鷺)의 매끈한 긴 다리를 보면 외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우아하고 아름답다는 느낌에 잠시 정신을 놓기도 합니다.
흰이슬이 내리는 백로(白露)입니다.
건강하세요.
양재천 걷다보면
백로 자주 만나지요
나홀로
자태가 너무 멋집니다.
햇살이 따가운 한낮입니다.
아침 저녁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걸 보면
이제 가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