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 살던 에이든 클라크(11)는 지난해 8월 스쿨버스가 충돌 사고를 일으키는 바람에 세상을 등졌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겸 공화당 대선 후보의 러닝 메이트인 JD 밴스 상원의원이 10일(현지시간) 엑스(X, 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에이든의 목숨을 앗아간 당시 교통사고가 아이티 이주민이 야기한 것이라고 지적해 이 작은 마을은 전국적인 관심을 끌게 됐다. 밴스는 "한 아이가 아이티 이주민에 의해 살해됐다(murdered)"고 적었다.
그러자 에이든의 아버지 네이선 클라크는 같은 날 시의회와의 면담 도중 밴스의 메시지가 아물어가던 상처를 덧냈다며 "그들은 내 아들 이름을 발설하며 정치적 이득을 노려 그애의 죽음을 이용했다. 이런 짓은 당장 멈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영국 BBC가 다음날 전했다.
클라크의 발언이다. "우리 아들은 살해된 것이 아니다. 아이티 출신 이주민이 일으킨 사고 때문에 목숨을 잃은 것이다. 우리 지역사회, 주와 심지어 나라까지 이 비극을 슬퍼하고 있다. 하지만 이 슬픔을 혐오로 뒤틀지 말라."
그는 아내 다니엘레가 곁을 지킨 가운데 시의원들에게 "난 (차라리) 우리 아들 에이든 클라크가 60세 백인 남성에 의해 살해됐으면 하고 바란다"면서 "난 누구도 그런 식으로 함부로 말할 것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 친구(백인 남성)가 열한 살 우리 아들을 살해했다면, 증오를 끊임없이 부추기는 사람들은 우리를 그냥 내버려뒀을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널리 알려진 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밴스 상원의원은 아이티 이주민들이 스프링필드에서 반려동물들을 잡아 먹는다는 허황된 주장들을 되풀이하고 있다. 심지어 클라크가 경고한 지 몇 시간 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겸 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첫 TV 대선 토론에 나선 트럼프는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경찰 조사 결과는 이렇다. 운전면허도 없는 아이티 이주민 에르마니오 조지프가 몰던 밴 승합차가 중앙선을 넘어 스쿨버스와 충돌했다. 버스가 전도되며 에이든이 퉁겨나갔고 여러 아이들이 부상을 입었다. 조지프는 과실치사와 차량 살해 혐의 등으로 유죄가 인정돼 최소 9년, 최대 13년 6개월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대선 토론 전날 트럼프 캠프의 X 계정에는 에이든과 조지프 사진을 나란히 붙인 게시물이 올라와 해리스의 이민 정책을 공격하는 소재로 쓰였다. 사진설명에 "기억하라(REMEMBER): 열한 살 에이든 클라크가 학교 가는 길에 카멀라 해리스가 이 나라에 들여 보내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 살게 된 아이티 이주민에 의해 살해됐다"고 쓰여 있었다. 이어 해리스가 "에이든 이름을 말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밴스는 다음날 자신의 계정에 팔로워했다.
클라크는 10일 "그들은 불법 이민, 국경 위기, 심지어 반려동물이 이들 공동체 성원들에 의해 살육돼 먹힌다는 삿된 주장까지 온갖 증오를 쏟아낼 수 있는 일"이라면서도 "허락받지 않았고 절대 허용될 수 없는 일은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 출신 에이든 클라크라고 언급하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가족들이 현재 "우리 삶에 최악의 나날을" 견디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캠프는 BBC의 코멘트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그 캠프는 앞서 일간 워싱턴 포스트에 "미디어들이 지금까지 마땅히 받아야 할 수준의 관심을 받지 못한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 사람들이 겪는 고통과 비극의 현실을 계속 다루는 기사를 내보낼 것"이란 성명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