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은 "8년 동안 한마디 불평도 없이 팀을 위해 축구만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희생뿐이다. 내 인생은 과연 누가 책임져 줄지 걱정이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 95년 전남에 둥지를 튼 그는 변함없는 애정으로 그라운드를 지켰다. 연봉이 적다거나 대우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불평 한번 하지 않았다. 후배들은 입단 1∼2년 만에 억대 연봉을 받는 데 비해 그는 2000년에야 억대 연봉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지난해 한·일월드컵 이탈리아전에서 코뼈가 부러지는 등 악조건에서도 땀으로 유니폼을 적셨다. 월드컵이 끝난 뒤 '월드컵 전사'들이 각종 CF 제의나 소속팀으로부터 포상금을 받을 때에도 그는 신경쓰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길러준 구단을 믿고 기다렸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단은 포상금을 준다는 약속에 대해 묵묵부답이다.
월드컵 동지들이 체력 회복으로 자신을 챙길 때에도 그는 정규리그 2번째 경기(지난해 7월10일)부터 교체 멤버로 투입됐다. 그저 푸른 그라운드와 둥근 축구공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는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꿈의 무대'인 잉글랜드에 진출하고 싶을 것이다. 잉글랜드는 내 축구인생에 있어 마지막이자 처음 있는 기회다"며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올시즌 팀 우승을 위해서는 '보낼 수 없다'는 구단의 통보를 듣고는 그동안의 축구인생에 회의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제2의 김태영'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때에 따라서는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요구하고 구단의 뜻에 반발했어야 했는데 잘못한 것 같다"고 밝혔다.
자신의 꿈이 좌절됐는데도 그는 '동계훈련 계획'을 감독과 상담해야 한다고 했다. 정말 그는 가수 김도향의 노래처럼 바보 같은 축구쟁이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