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가을입니다. 아침나절 제 피부가 느끼는 체감 온도는 10도이하일
것입니다. 주섬주섬 후드 티로 알몸을 가리면서 커피포트, 컴퓨터, 소피까지
1타 4피를 동시에 했고 속으로 “돈을 이렇게 벌어야 하는데” “안 그래”
까지 하다가 멈췄습니다. 어제는 대단한 계획을 세워놓고 어느 것 하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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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묵은 김치 한 봉지 사들고 집에 들어와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끓여서 혼 밥을 먹고 ’불후‘ 4회분을 몰 빵 했네요.
오후에 대리를 나가려고 벼렸는데 픽업이 펑크 내면서 기분이 급 바닥으로
내려앉고 말았어요. 주말에 돈을 벌지 못하면 디 프레스를 피해가지 못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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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 같습니다. 용필이 형이 불후에서 한 말 중 "50년 쯤 같은 일을 해야 뭐든
된다"는 피날레 멘트를 되뇌면서 스스로를 달래봤지만, 아직 ‘그래“란 대답을
못 들었습니다. 고집불통인 저는 이럴 때 영화 보러 갑니다. 이 극장이 문 연
이후로 모든 영화는 다봤을 것입니다. 개봉 작이래서 '서치'를 티케팅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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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폼에서 스태프에게 무슨 영화냐고 물었더니 “컴퓨터 화면창이 뜨고 아버지가
딸을 찾는 내용“이라고 했습니다. ”뭐라는 거야? “ 아직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지
홀 안이 텅 비어있네요. 다리를 꼬고 거만하게 영화 속으로 빠져 들어갔습니다.
서치가 무슨 뜻이지? search Light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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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초월해서 '행복한 가정이야기'는 제 30대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에스더도 제 배위에 올라와 껑충껑충 뛰며 아빠를 깨웠어요. 물론 제 딸 에스더는
그림을 마고보다 훨씬 잘 그렸고 예쁩니다. 아빠도 엄마도 그리고 딸도 꼭 한국
사람 같더니 정말 한국계 미국인이랍니다. 제가 CNN과 인터뷰를 한 적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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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얘기를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쓴 이야기 같았어요. 감독이 한국인 부성을
Motive로 영화를 만들었다나 봐요. 기대도 안 하고 선택한 영화가 뜻밖의 월척입니다.
저는 흥분되기 시작했고 영화 속으로 급하게 빠져 들어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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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조 John Cho 데이빗 역
미셸 라 Michelle La마고 역
사라 손 Sara Sohn 파멜라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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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의 유년 시절에 엄마가 암에 걸려 죽는 걸 보니 주인공은 아빠와 딸입니다.
아내가 암에 걸렸고 죽었는데 존조는 그 닥 슬퍼하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사랑하던 배우자가 죽으면 화장실가서 눈물을 닦고 웃는다는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저는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딸을 남탕에 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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갔고, 제 배위에서 동화책 읽어주며 재웠습니다. 호박 죽 대리점 딜리버리를
같이했고, 수련회, 광화문생명의 말씀 사, 당구장, 심지어 동원 훈련까지 껌
딱지처럼 데리고 다닌 것을 우리 딸이 기억할지 모르겠습니다. 여자들은 소변
후에 휴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저는 그때 임상실험을 통해 이미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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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떼자마자 온 벽을 칠판으로 만들어주었고 ‘리틀 피카소‘ 미술학원 이젤,
박스, 신안 물감을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사줘 틈만 나면 야외스케치를
다녔어요. 에스더 유년 시절에는 신호등 개수를 세어가며 학원을 결정했고,
여차하면 이사를 다녔습니다. 경호경비차원에서 점심시간에 학교를 방문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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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축구를 했으며 생일에는 무조건 반 친구들을 모두 초청했어요.
왜냐하면 제 딸은 마고보다 열배 쯤 예쁘거든요. 제 기억으로 우리 딸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사춘기를 겪었던 것 같아요. 아마도 제가 그때부터 타이에놀을 사기 시작
했으니까요. 예중대신 일반 중학교를 다닌 아이를 예고 진학시키기 위해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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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을 차에서 무려 4시간씩 대기하면서 픽업해왔는데도 단 한 번도 성가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선화, 계원, 서울예고를 차례로 실기대회를 거쳐
한 방에 세검정 서울예고 입성을 했습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던 날, 나는 나의 딸
'마고'에게 페이스타임을 통해 안부를 묻고 밤새 스터디그룹에 있을 것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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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듣고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했습니다. 그렇게 평소처럼 자고 난 다음 날
아침, 자고 있던 밤에 딸이 세 통의 부재중 전화를 남긴 것을 보고 의문이 들었지만,
우선은 전화를 받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왜 이렇게 학교에 빨리 갔냐는
문자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그날 알게 된 사실은 딸이 학교에 등교하지 않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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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내 연락을 받지 않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의문이 들게 되었고 그때서야 내
딸 '마고'가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직감합니다. 저는 이 경험을 해보았는데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영화에서 아빠존조는 집을 뛰쳐나가지 않는
것을 보니 상당히 이성적인 아빠입니다. 저는 아마도 미쳐서 죽었던지 여경의 아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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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해서 고문이라도 했을 것입니다. 스크린에 구글, 인스타, 파일저장, 유캐스트
어플같은 온라인 용어들이 인트로부터 앤 딩 까지 나옵니다. 아마도 타이틀
‘서치’가 서치라이트의 그 서치가 맞을 것입니다. 서치란 ‘찾는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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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에 간다던 아이가 연락이 두절 되면서 아빠 존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아이의 동선을 추적하다가 불안한 예감이 현실인 것을 직감하고 911로 신고를 합니다.
'로즈메리 빅'이 담담으로 배정되었습니다. 여경로즈메리와 함께 마고를 추적하면서
아빠존조는 마고의 주변 인물들을 의심하기도, 오해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끝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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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직감이 맞았다는 걸압니다. 원래 나쁜 예감은 빗나가지 않는 법이니까요.
얼마 전 아티클에 요새는 파 캐스트가 대세라고 합디다. 미국 판 영화에 아빠가
웹사이트를 통해 마고의 과거를 추적하고 있는 것을 보니 실감나네요. 저는 우리
큰 아이에게 카페에 글 쓰고 그림 올리는 것을 배웠고, 작은 아이 때문에 인스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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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있습니다. 물론 15년 독수리 타법이지만 만약 이거라도 안 배웠다면 나는
심심해서 죽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온라인에 자료를 감출 때 보안 장치를 따로 하지
않고 있었는데 죽기 전에 자료를 정리할 생각입니다. 마조는 엄마를 그렇게 보내고
힘든 사춘기를 보낸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내 생각과 달리 우리부부가 이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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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로 생각보다 충격이 컸을 수 있었겠다 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울가망해집니다.
지면을 통해 다시 한 번 아비의 잘못을 무릎꿇고 빕니다. 애들아, 아빠가 미안해 용서해줘.
가족의 실종, 그리고 그와 가장 가까운 관계의 가족이 겪게 되는 마음과 그로 인한 행동,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심까지. 영화 ‘서치’는 실종된 딸아이를 찾아가는 내내 진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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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지 궁금하게 만듭니다. 초반에는 단순히 추적해나가는 과정에서 하나씩 벗겨
지는 비밀들이 궁금해지는 매력이 있었다면,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결국
이 이야기의 진실이 무엇인지, 그 과정에서 오는 긴장감이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즉, 스릴러라는 장르의 매력과 더불어 색다른 전개 방식에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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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입니다. 한국 판 '부성의 디테일'을 존조가 연기를 잘 했다는 건, 감독이
포커스를 여기에 뒀다는 뜻일 테지요. 결국 아비의 부성을 이길 수 없는 것으로
앤딩을 만든 것과 딸 마고를 살려준 감독에게 감사를 드려야겠습니다.
여경로즈메리 빅의 모성도 욕할 뜻은 없습니다. 험한 일 하는 엄마 수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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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역시 아들을 위한 범죄이었을 테니까요. 마무리를 궁금해 하는 분들을 위해
마지막 시나리오를 제가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형사 로즈메리 빅은 아들이
마고를 낭떠러지에 밀어 버리고 나서 자기에게 전화를 하자 아이에게 비밀로
하라고 한 후에 사건 담당을 자원했고 사건을 바꿔치기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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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시신이 발견 되지 않기 위해 현장을 확인한 것으로 허위보고를 했고.
후에 마약범을 진범인 것처럼 위장한 것인데 아비의 부성을 넘어서지 못합니다.
좌우지간 내가 본 스릴러 중 한 작품에 이렇게 많은 복선이 들어있는 것도 놀랍고,
끝까지 반전을 거듭해서 제 애간장을 타들어가게 한 기술도 칭찬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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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이들을 키워보니 육아란 인내와 사랑 없인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큰 아이 작은 아이 할 것 없이 제 젖 먹는 힘까지 총동원해서 키웠는데도
어쩔 땐 한없이 예쁘고, 또 어쩔 땐 한 숨 소리가 저절로 나오기도 합니다. 아파서
칭얼거리면 꼬박 날을 샜고, 신호등 개수 찾아서 맹모삼천지교 하던 일, 틀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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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안지 체크하고 밤이 맞도록 요약정리 하던 일, 어느 날 화실에 픽업 갔다가
담배 꼬나물고 있는 딸내미를 보고도 못 본 척한 일, 등등 정말이지 자식은 내
새끼이기에 키우는 것입니다. 4수를 해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큰 아이와, 아직
중삐리 딸을 키우면서 터득한 결론은 '사랑'만이 대안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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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는 일주일에 삼일을 알바 하고, 야작을 하느라 외박을 밥 먹듯이
하는데도 걱정이 하나도 안 되는데, 작은 딸은 내 시아에 보이지만 않아도 걱정이
태산입니다. 하나님께서 내 소속을 죄에서 의의 종으로 바꾸어 주신 것은 단지
지적인 승인 정도의 소극적인 차원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를 의의 병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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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결단이고 선택입니다. 내 소욕과 하나님의 바람을
둘 다 만족 시킬 수는 없는 일,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여 의의 길을 걷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믿는 것입니다. 거룩함에 이르지 않는 구원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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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는 내가 완전히 파멸되기까지 쉬지 않을 것이지만 하나님 역시 내가 완전히
거룩하고 의로운 사람이 되기까지는 멈추지 않으실 것입니다.
세상에 자식을 포기하는 부모가 없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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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내가 내 딸을 이렇게 몰랐습니다. 못난 아비를 용서하옵소서.
그동안 주께서 우리 아이들을 양육해주신 것을 인하여 감사를 드립니다.
마조를 살려주신 것은 순전히 주의 은혜이나이다. 이 때문에 아빠가 살 수
있었을 것입니다. 만약 마조가 비명에 갔다면 아빠가 어찌 살겠나이까?
세월을 아껴 두 딸내미를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아빠가 되게 하옵소서.
2018.9.9.mon.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