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의 바다가 그대로 올라간 ‘바다가 들린다’의 해산물 바비큐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보면 여행자의 맛집 지도에도 트렌드가 있는 것 같아요. 요즘은 소문만 무성한 관광객 대상의 식당보다는 현지인이 가는 식당에서 동네 사람처럼 조용히 음식을 즐기고 나만의 맛집 리스트를 갖는 게 실속 있어 보여요. 통영시민이 즐겨 가는 식당을 소개해주세요.
겨울에만 먹을 수 있는 메뉴, 시원하고 부드러운 메기탕
자, 첫 번째로 소개할 식당은 ‘국물 러버들’의 성지로 알려진 한산섬 식당입니다. 20년째 새벽 6시면 음식 준비를 시작해서 8시 오픈 전에 손님으로 가득 차는 진풍경이 벌어지는 곳이에요. 통영 앞바다에서 잡은 자연산 생선으로 끓인 시원한 경상도식 매운탕을 맛볼 수 있지요.
자연산 볼락으로 시원하게 끓인 경상도식 매운탕
‘볼락’, ‘쥐치’, ‘쏨뱅이’로 끓인 매운탕과 겨울 메뉴인 메기탕, 대구탕 등 다양한 종류가 있어요. 매운탕과 지리는 모두 1인 메뉴로 주문할 수 있어 혼밥을 하기도 좋아요. 커다란 스테인리스 국그릇에 찰랑찰랑 국물이 가득 담겨 나와서 해장국으로도 최고죠. 마늘과 고춧가루가 적당히 들어가 싱싱한 생선의 달큼한 국물 맛이 일품입니다.
통영 사람들이 유난히 좋아하는 생선인 볼락은 이 식당의 대표메뉴예요. 가시가 많아서 먹기에 살짝 번거롭지만 부드럽고~ 고소해요. 제철이 따로 없어 일 년 내내 잡히는데도 어획량이 적어 통영에서 완판될 정도라니 안타깝습니다. 볼락은 회로 먹거나 굵은 소금을 뿌려 구이로 먹거나 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매운탕으로 먹어요. ‘쥐고기 매운탕’은 쥐치를 끓인 건데, 살이 쫀득해서 식감이 좋아요. 이 지역에서 삼뱅이라 불리는 쏨뱅이 매운탕은 말할 것도 없고요. 매일 바뀌는 밑반찬은 특히 굴무침과 어묵볶음이 맛있어요. 추운 겨울, 따끈한 아침식사로 강추합니다.
두 번째는 통영에서 가장 맛있는 메뉴인 생선구이인데요, 가성비 끝판왕인 생선구이 식당을 소개합니다. 메뉴가 딱 하나밖에 없는 명촌식당은 7000원짜리 생선구이를 먹을 수 있는 곳이에요. 오전 12시쯤 문을 열기가 무섭게 손님으로 가득 차 버리는 현지인들의 단골 식당입니다. 자리에 앉으면 주문도 안 받고 사람 수대로 생선구이가 나와요. 조기, 전갱이, 고등어, 볼락 등 매일 다른 생선을 굽는데, 싱싱하고 푸짐해요. 노릇노릇 구워진 생선구이에는 주인 할머니의 손맛으로 탄생한 양념장이 뿌려져 있어요. 통영 특유의 경상도식 생선구이랍니다.
세 가지 다른 생선이 구워져 나와 골고루 맛볼 수 있다
송송 썬 대파가 넉넉히 들어간 양념장이 생선살에 듬뿍 올려 있으니 생선의 비린 맛 따위 날 리가 없어요. 물론 생선이 워낙 싱싱하니까 도시에서 먹던 생선구이와는 비교가 안 되죠. 밥과 함께 나오는 시래기된장국은 구수하고 시원해요. 밥을 다 먹고 나면 누룽지를 사골처럼 뽀얗게 끓인 숭늉을 주는데, 고소하고 푹 퍼진 누룽지가 가득 든 숭늉 한 그릇에 디저트가 필요 없답니다.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이 끝나는 오후 1시 이후의 방문을 추천합니다.
1인 해물탕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해산물이 넉넉한 해물짬뽕
요즘은 SNS를 통해 여행자들의 맛집 지도가 공유될 만큼 통영의 식도락 트랜드 코스가 빠르게 변하는 것 같아요. 겨울에 통영을 간다고 굴 코스 요리만 먹을 수는 없잖아요. 겨울에 어울리는 음식은 어떤 게 있나요? 이왕이면 바다가 보이는 자리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즐기며 통영의 맛에 흠뻑 빠지고 싶어요.
겨울에는 따끈한 해물탕이 맛있는데요, 유명한 해물탕 집도 많지만 얼큰하고 개운한 해물짬뽕은 어떨까요? ‘가성비 좋은 1인 해물탕’이라고 소문난 심가네 해물짬뽕을 소개할게요. 아침 10시에 문을 열자마자 금세 만석이 되는 곳입니다. 매일 아침, 중앙시장에서 사 오는 해산물 덕분에 신선하고 시원한 해물짬뽕을 먹을 수 있어요.
베트남 고추가 들어가서 은근하게 매콤한 하얀짬뽕
그럼, 해물짬뽕에 들어가는 해물을 좀 살펴볼까요. 조개, 낙지, 꽃게, 동죽, 모시조개, 새우, 소라, 오징어, 가리비, 주꾸미 등 제철에 가장 맛있는 해물을 듬뿍 넣어서 국물 맛이 끝내준답니다. 짬뽕에 들어가는 모든 육수는 사골국물을 쓰기 때문에 국물이 진하고 구수해요. 숙주와 채소의 아삭한 맛이 살아 있는 하얀짬뽕은 매운 베트남 고추가 들어가 은근히 칼칼한 맛이 매력적이죠.
바다 앞에서 해산물 바비큐를 하는 ‘바다가 들린다’ 전경
두 번째 식당은 바다를 앞에 두고 해산물 파티를 벌이는 ‘바다가 들린다’예요. 석쇠 하나 가득 올라온 신선한 해산물로 바비큐를 하는 ‘비주얼 최강’의 석쇠 밥상을 만날 수 있어요.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바다를 바라보며 전복과 산낙지, 가리비와 조개, 새우와 우럭을 숯불에서 구워 먹는 맛은 감동입니다.
옛날에 장어를 잡을 때 쓰던 통발로 꾸민 조명 인테리어
한적한 바닷가, 삼덕항에 4년 전 문을 연 해산물 바비큐 식당 ‘바다가 들린다’는 통영바다에서 잡히는 해산물을 실컷 즐길 수 있는 곳이에요. 생선창고로 쓰던 건물을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새단장했는데, 멀리서 보아도 눈에 띌 정도로 근사해요. 실내 천장에는 옛날에 장어를 잡을 때 사용하던 통발을 조명기구로 만들었는데 바다 풍경과 어우러져서 아름다워요.
금방 잡은 우럭과 가리비, 전복, 새우, 장어를 숯불에 굽는다
유리창으로 파란 바다와 빨간 등대가 보이고 낚싯배 위로 갈매기가 날아다니는 감성적인 바다 풍경은 눈과 마음을 사로잡아요. 분위기에 취해 있다 보면 싱싱한 해산물이 석쇠 위에 가득 놓여요. 수산업 유통업을 하는 주인장은 수족관에 살아 있는 재료가 최고의 레시피라고 믿는 분이에요. 바닷가에서 캠핑하며 즐기는 해산물 요리가 콘셉트랍니다.
신선한 해산물은 살짝 익혀 먹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식당 이용방법을 알아볼까요? 식당 입구 수족관에 있는 해산물을 고른 다음, 본격적인 숯불 바비큐를 즐겨요. 모든 반찬과 소스는 셀프. 맛있게 먹는 팁도 알려드릴게요. 해산물은 숯불에 구워서 맛있게 먹는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야 해요. 전복은 앞뒤로 살짝 익혀서 아삭하게 씹히는 식감일 때 최고의 맛이에요. 우럭은 속살이 노릇노릇 익었을 때, 장어는 껍질 부분에 기름기가 자글자글 올라올 때, 가리비 껍질이 벌어지고 속살이 보글보글 끓을 때 가장 연하고 맛있어요.
주인장이 직접 만든 소스 세 가지는 ‘데리야끼’와 수제 간장, 초고추장인데 해산물과 기막히게 잘 어울려요. 살아 있는 우럭부터 낙지, 전복, 새우, 가리비와 제철 해산물인 멍게와 굴까지 통영 앞바다를 그대로 석쇠에 올려서 구워 먹는 해산물 바비큐는 올겨울,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바다의 맛이랍니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숯불에 살짝 구워도 별미인 통영 굴
여행정보
한산섬식당
주소 : 통영시 정동4길 58
영업시간 : 8:00-21:00, 명절 휴무
문의 : 055-642-8021
메뉴 : 볼락매운탕 12,000원, 메기탕 12,000원
바다가 들린다
주소 : 통영시 산양읍 원향1길 187
영업시간 : 평일, 일요일 12:00-22:00, 토요일 12:00-23:00, 연중무휴
문의 : 055-649-8892
메뉴 : 모둠 2인 60,000원, 테이블 숯 이용료 5,000원, 1인당 상차림비 2,000원
심가네해물짬뽕
주소 : 통영시 새터길 74-4
영업시간 : 10:00-21:00, 화요일 휴무
문의 : 055-649-8215
메뉴 : 해물짬뽕 8500원, 하얀짬뽕 7900원
명촌식당
주소 : 통영시 통영해안로 237
영업시간 : 12:00-21:00(브레이크 타임 14:00-17:00)
문의 : 055-641-2280
메뉴 : 생선구이 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