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오리 한 마리
이영춘
태양이 햇살을 몰고 오는 아침,
동생은 강 건너 저 재활병원에서 숨을 고르고
새들은 그의 창밖에서 봄 햇살을 퍼 나르는데
그는 몸보다 마음이 아프다고, 심장이 아프다고
무언의 눈빛으로 눈물을 머금는데
나는 어찌할 줄 몰라 텅 빈 허공을 향해 헛기침을 한다
창밖으로 보이는 소양강 안개는
그의 한숨인 양 하얗게 피어오르고
산다는 건 희로애락의 한 떨기 눈꽃송이일까?
생로병사의 물안개일까?
동생의 뒤뚱거리는 몸짓인 양
깃털 빠진 물오리 한 마리
허공을 훑고 간다
해, 저 붉은 얼굴
아이 하나 낳고 셋방을 살던 그때
아침 해는 둥그렇게 떠오르는데
출근하려고 막 골목길을 돌아 나오는데
뒤에서 야야! 야야!
아버지 목소리 들린다
“저어……너……, 한 삼십만 원 읎겠니?”
그 말 하려고 엊저녁에 딸네 집에 오신 아버지
밤새 만석 같은 그 말, 그 한마디 뱉지 못해
하얗게 몸을 뒤척이시다가
해 뜨는 골목길에서 붉은 얼굴 감추시고
천형처럼 무거운 그 말 뱉으셨을 텐데
철부지 초년생 그 딸
“아버지, 내가 뭔 돈이 있어요!”
싹둑 무 토막 자르듯 그 한마디 뱉고 돌아섰던
녹슨 철대문 앞 골목길,
가난한 골목길의 길이만큼 내가 뱉은 그 말
아버지 심장에 천 근 쇠못이 되었을 그 말
오래오래 가슴 속 붉은 강물로 살아
아버지 무덤 그 봉분까지 치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