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토요일에 시댁의 막내 도련님 아들, 곧 조카의 결혼식이 있었다.
오랜 외국 생활로 인해 그동안 자주 만나보지 못했던 조카의 결혼식에 흥분지수가 올랐던지
이런 저런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새 뒤척이며 비몽사몽으로 날밤을 새웠다.
겨우 예정된 시간에 몸을 일으켜 빠르게 미장원으로 이동을 하면서도 마음은 벌써 식장으로 향한다.
이른 새벽녘의 안개, 한치 앞이 보이질 않아 조금 천천히 움직이면서 호숫가를 지나가는데
겨울의 절경인 물안개까지 보태어져 그야말로 바로 코 앞도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미세먼지인가 안개인가 설왕설래 하며 굳이 한복입고 이른 새벽에 미장원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우습기도 한.
와중에 근처 골프장으로 찾아드는 차량의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리는 골프광들의 열정적인 행동에 혀를 내둘렀다.
안개등을 깜박이며 신새벽 댓바람에 집을 나서 여기까지 오도록 숱한 도로를 지나고 시골길의 불편함을 감내하며
그 안개는 얼마나 고도의 집중력 운전을 요구하였을까나 싶기도 했던 그 광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랍기도 하고 존경스럽다는 웃픈 마음까지 들기도 했다.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은 그것이 소소한 일상이던 즐겨하는 취미생활이던 본인의 전문적인 일이던
혹은 직업군단의 요소로 작동을 하던 그 무엇이던지 간에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 어떤 것에 먼 길을 돌아들어 차지하게 될, 저리도 열망적인 행동을 해내야 성취감을 느낄,
이토록 진지하게 해내야만 하는 새벽 운동길이 소소할지라도 혹은 진정한 욕구일지라도
대인 관계상 필요할지라도 이렇게 의지충천은 물론 의지강박으로 당연하게 해낼 수 있을까 싶도록 경이로운 마음까지 들었다.
하긴 요즘, 골프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취미가 될 만큼 집콕의 시대를 대변하는 운동이 되어가는 듯하다.
소시민까지 관심을 갖게 될 그리하여 전국민이 골프 정도는 해야지가 되는 그런 날
전세계를 좌지우지하던 동양인 그중에서도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골프로 매운맛을 보여준
황홀했던 호시절의 대 제패로 흐뭇하고 뿌듯함을 전달하였던 골프강국 시절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싶긴 하다.
어쨋거나 미리 예약해둔 미장원엘 들러 한복에 어울리는 요즘 추세의 머리를 하고
예식이 진행될 서울의 호텔로 가는 길에 하늘을 점령한 꽉 낀 안개를 헤치며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건너편 부산 방향의 도로들이 요지부동, 죄다 서있거나 기어가거나......
이 식전 댓바람에 다들 어디로 길을 떠나시는지 위드 코로나가 실감이 나다 못해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매일 코로나 확진자 숫자가 기록을 경신하는 와중에 드디어 전국민이 못참겠다 위드 코로나를 외치며
집을 뛰쳐나와 코로나로 부터의 자유를 갈망하는 중이렸다.
하지만 웬만하면 집콕이요 특별한 일이 아니면 집 나서기를 거절하는 입장이고 보면 이런 도로 사정에 걱정이 먼저.
그러나 그런 기우는 결혼식장에 들어서면서는 아예 포기 상태였다.
지난 꽃피는 봄날에 치른 결혼식에서는 99명의 하객이 전부였지만 위드 코로나 덕분에 오늘의 하객은 299명.
호텔의 로비에도 북적북적인 호캉스 투숙객들의 모습과 겹쳐진 하객들의 웅성웅성 소란스러움이 더해져
그야말로 뭐라 표현하긴 어려운 모양새가 되고 보니 과연 오늘은 무사히 코로나로 부터 지켜질 수 있을까 싶긴했다.
하긴 차량이 끝없이 들어서는 모습을 보면서도 심상치 않다고 느꼈지만
정말이지 위드 코로나는 과연 합당한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던 하객의 입장은
굳이 시댁의 행사가 아니었으면 참석할 일 없는 그런 불편함이 아니었을까 싶긴하다.
호텔 결혼식, 첫 손가락 호텔에 꼽히는 장소에서 맞는 결혼식이란 사실 개인적으로 그다지 선호하지는 않는다.
웬만하면 여건과 상황대로 뭐든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때론 그런 환경이 마땅한 사람들이 치뤄내는
당연한 일들을 비난 하거나 힐난하면서 뭐라 하고 싶지는 않다.
각자 자신에게 걸맞는 행동과 이유와 상황이 있는 법이고 그것을 누려야 할 사람은 누려야 하고
그 기대치를 누리게 해줄 사람들은 또 그 요구를 충족시킬 방법을 제시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고 보면
호텔 결혼식에서 만나게 된 다양한 군단의 직업군들의 활약이 그 어느 곳보다 상당하다는 것을 절감할 뿐.
하여 별 생각 없이 바라보고 지켜보았던 직업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하는 계기도 되긴 했다.
그냥 주변에 있는 직업 중에 하나 라고 생각했던 직장인들의 다양함을 느끼는 순간을 체험하는 것.
새삼스럽지만 그들이 그곳에 있어야 할 이유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는 말이다...
호텔리어를 비롯한 숱하게 많은 이들의 접점 장소인 호텔이라는 곳.
결혼식 하나가 진행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움직여야 하는지는 잘 알고 있었지만
공간이 다른 곳에서 만나게 되는 결혼식의 의미는 또 남다르다는 것이요
그들의 소소한 움직임 하나가 한치의 오차 없이 결혼식을 완벽하게 매듭짓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
물론 와중에 호텔 결혼식의 백미는 화려하고 멋짐 폭발에 그 어떤 결혼식보다 우아하기도 했다.
다양한 종류의 현악기 연주는 물론 하프 연주에 남성 4인조 합창단의 근사한 보컬이 좌중을 압도하고
혼주들의 유머가 웃음코드 장착하였던 그리하여 양가 모두 화목하고 행복 가득한 집안의 혼사로
충분히 차고 넘치는 근사한 두 가족의 절정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으므로
가족으로서의 소속감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음이다.
단순히 시댁어른으로서 한복을 입고 자리를 빛내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 순간에 모든 면면이 눈에 들어오면서
사회란 숱하게 많은 사람들의 연결고리를 잘 맞물려야만 제대로 돌아간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결혼식에 빠져들긴 했다.
그리고 새삼스럽게 나라, 사회, 가족이라는 집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하는 시점이 되기도 했다.
또한 위드 코로나 상황에 초대받은 자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명단 구분은 무엇이며
그로 인한 지인들의 분별법은 무엇으로 작용하는지가 궁금하기도 했다.
애초에 적은 인원수로 통제를 하였다면 별 무리 없이 가족끼리 조촐하게 치뤄질 일 이건만
위드 코로나로 인한 어중간한, 적당히 라는 족쇄에 걸려 이런 저런 상호작용이 필요한 사람들의 조직사회에서
초대하는 자와 초대받는 자와 초대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갈등도 무시못할 일이겠다.
하여 이참에 코로나 사태가 끝나더라도 그야말로 적당하게 합법적인 조촐한 가족 결혼식,
그야말로 스몰웨딩이 자리잡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진정한 결혼식이라는 것이 그야말로 당사자가 자라는 동안 함께 그 시간을 나눴던 가까운 이를 초대하여
그야말로 완벽하게 축하받는 자리, 그러니까 머릿수를 계산하거나 경제적 차원으로 주고받는 것이 아닌
그동안 뿌린 씨앗들에 대한 대가성, 절대 손해보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치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면서 말이다.
코로나 사태가 벌어졌을 때 그런 부분에서는 정말 박수치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 또한 정부 지침대로 그렇게 조촐한 결혼식을 치르고 보니 얼마나 만족스럽던지.
기타 등등으로 왈가왈부 할 일도 없고 초대하지 않거나 못하는 상황에 따른 여건에 대해 지인들에게 설명하기도 딱 좋았다.
정말 아무런 불편함을 갖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문화예술계와 지인들의 행사와 결혼식에 숱하게 찾아가고 축하를 하며 축의를 하였어도
코로나 사태에 친구도 지인도 아는 사람들도 초대하지 않고도 당당했다.
굳이 알릴 필요도 못느꼈으며 오히려 초대받지 않은 사람들이 고마워했다는 후문이다.
코로나 사태에 초대받는다는 것, 얼마나 난감할 일이던가 말이다.
이미 내 손을 떠난 경제적 가치는 그들에게 나눔을 한 것으로 만족할 뿐
그로 인해 되돌려 받고 싶다는 생각은 애초에도 없었으며 늘 한결같이 그런 마인드, 마음을 품고 살았다.
그리고 실제적으로 코로나 사태가 도와서 더더욱 당당하게 스몰웨딩을 진행할 수 있어서도 좋았다.
앞으로 우리의 결혼 문화가 그리 바뀌길 개인적으로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
예단, 예물, 폐백 기타 등등으로 신경쓰거나 마음 졸일 일도 없이
그저 잘 키운 자녀들이 한 가정을 이루는 것만으로도 족했고
양쪽 가정 모두 그런 의미에서 만족도가 최고치 였으므로 당연히 굿굿굿이었던
조촐한 결혼식을 치르고도 지금도 뿌듯하니 말이다.
물론 아들의 결혼은 코로나 시절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조촐하게 치뤘다.
아무도 불만스런 내색을 하지 않았으며 다들 "저 집은 원래 그런 마인드였어"로 끝나진 결혼 문화에 가족 모두 뿌듯해 했다.
그리고 두 자녀 모두 예상대로 본인들의 마인드를 충실하게 지켜가며 아주 잘 살아내고 있음이니
이런 모습을 보며 흐뭇해 하는 것, 당연히 부모들의 마음이 아니던가 말이다.
암튼 조카 결혼식 참석 후 많은 생각이 오갔던 하루,
조카의 가정은 본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 미국에서 꾸려져 자주 보지는 못하겠지만
오래도록 백년해로 하기를 빌어본다.......너무 많은 생각 덕분에 사설이 길었다.
첫댓글 무척 잘사시는 분 결혼식이셨나 봐요,, 교회 집사분 딸리 결혼을 1월에 하는데 호텔 신라에서 한다 하네요,,, 초대를 받으면 축의금을 얼마를 할까? 벌써 걱정을 하네요,,, 사위가 의사이고 시댁이 변호사라하네요,,, 갈가? 말까? 망설이는데 아무래도 축의금을 내면 가야겠지요,, 오랜만에 먹어보는 호텔 음식도 먹고요,,
ㅎㅎㅎㅎ 바로 그 장소였네요.
둘다 사업하는 집이라서....축의는 받은 만큼 했지요.
엄청 많이 받은 고로 그대로 되돌려주었네요.
음식, 기대치 만큼인지는 각자 취향일테고
전 잔치 국수는 안 먹었네요...세상 노 탱큐였던 고로.
결혼잔치엔 잔치국수도 별미인데 ㅋㅋ 국수 그리 싫어하던 내가 국수 좋아하게 된것도 참신기하기도 하고, 난 오래전 조폭두목 자녀가 결혼식하는델 그분이 조폭 두목인줄 모르고 갔다가 기절할뻔 했죠 일명 깍뚜기분들이 검정양복입고 정말 영화처럼 그러고들 줄서 있어서리... 생각 많았던것 이해됩니다요.
ㅎㅎ
아무리 싫어해도 축하하는 자리이니
웬만하면 잔치국수 먹었을 터이지만 맛없기로 최고였음요.
에피타이저부터 스테이크랑 모든 순서대로 나오는 음식들이 좋았건만 웬....
담백한 후식 아이스크림이나 마카롱은 아주 굿굿굿.
암튼
이래저래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심정적으로 바쁜 하루였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