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과 잡초
- 우리는 필요 악 운명이다.
참 늘씬한 키에
환영 받으며 등장한 개선장군
관현악이 울려 퍼지는
백합의 그 자태와 향기에
기가 죽었던 잡초는
단비가 내리면 기운에 생동력
햇빛달빛 그림자는
천문생물학적 교차점이다.
얼굴 반지름보다
엉덩이가 더 아름다워야
진정 아름답다는 어록을 잊고
인기에 영합해
화려하고 참 교만했던
백합이 썩을 때 그 냄새는
잡초보다 훨씬 고약하다*를 알면
인생 9단일 땐 이미 초로
저승사자가 손짓한다.
대대손손
농민들과는 견원지간
농기구를 든 동학농민운동의
그 잔혹한 학살극에
서러운 잡초들의 한 맺친 절규여
가슴에 칼날의 비수가 꽂혀
썪어서 관현악단
백합의 밑거름이 되는
강아지 똥과 민들레의 아름다운
그 존재성을 실감했다
그 존재성을...
백합에 백합의
백합을 위하여 라며 찬양하던
맹신도 백여사는
병상에서 백합향기에 취해
그만 백일 넘지 못하고
손바닥만한 비탈 밭 남기고
저 세상 떠나자
원수지간 잡초들이 울며 불며
무덤 넢고 삼년상 치뤘다.
내로남불이라더니
농약회사들은
천상천하 못쓸 잡초라고
원망의 천막 뒤에서 웃는 이중성
치열한 적자생존에서
보기 좋은 백합보다
잡초가 욕바가지 씌워서 인지
생명력이 훨씬 더 길다.
* 영극이 낳은 극작가 월리엄 세익스피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