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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이창용
저자 이창용은 스무 살 때 내 첫사랑이 살던 신림동 어느 골목에는 언제 가도 오후 2시 같은 느낌이 드는 ‘잠든자유’라는 작은 찻집이 있었다. 칼릴 지브란의 아포리즘이 내걸린 찻집 벽면을 더듬으며 앉아 있노라면 어쩐지 비상하지 못하는 노고지리 같은 기분이 되어 자유라는 말에 뭍은 애수를 곱씹곤 했다. 2004년 처음 블로그를 개설했다. 주변을 깨워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주로 여행, 사진, 맛집&음식, 자전거 등에 관한 내용이고, 가끔 간단한 리뷰나 신변잡기 등을 올리기도 한다. 맛집을 찾아다니기보다 여행지에서 만난 음식을 통해 사람 사는 냄새를 맛보는 게 좋다. 2008년부터 네이버 여행부문 파워블로거로 활동해왔으며 한국관광공사 트래블로거, 네이버 키친 서비스 맛집 객원기자로 활동했다. 2009년 한국블로그산업협회 주관 ‘대한민국 블로그 TOP 100’에 선정된 바 있다.
잠든자유 이창용
그들이 나에게 말했다. “만일 잠든 노예를 발견하면 그를 깨우지 마세요. 그는 자유를 꿈꾸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래서 내가 대답했다. “만일 잠든 노예를 발견하면 그를 깨우고 자유에 대해서 그와 얘기를 나누어야 합니다.”
- 칼릴 지브란의 잠언집
Prologue
별점 평가가 말하는 것
Chapter 1 이태원
맛있고 분위기 좋은 프렌치 레스토랑 | 라 시갈 몽마르뜨
여행의 추억을 되살려주는 맛 | 왕타이
맛과 멋이 있는 불가리아 음식점 | 젤렌
최고의 안심 스테이크 | 쉐프 마일리
고기 좋아한다면, 정말로 좋아한다면! | 코파카바나 그릴
무슬림의 밥상 | 쌀람
당신들의 식탁에도 평화가 깃들기를 | 앗쌀람 디마시크
Chapter 2 홍대
독특하고 맛있는 남미 음식 즐기기 | 쿠스코
뜨거운 겨울, 둘이 아닌 우리 | 불이아
# special page 01 향으로 먹는 고수
일본풍 목조건물에서 즐기는 교토의 맛 | 맛있는 교토
편안한 분위기의 프랑스 가정식 레스토랑 | 르 끌로
홍대의 작은 체코 | 캐슬 프라하
돈코츠 라멘, 일본보다 더 맛있더라 | 하카다 분코
꼭 다시 열어주세요 | 야오램
Chapter 3 동대문
분위기와 기분을 바꿔주는 음식 | 에베레스트
보따리상들의 실크로드 동대문에 있는 | 사마리칸트
아직도 양고기 맛을 모르나요? | 동대문 양꼬치
여덟 가지 보물의 맛 | 동화반점
Chapter 4 강남
화덕에 굽는 정통 이탈리안 피자 | 비아 디 나폴리
르 꼬르동 블루 출신 셰프가 만드는 파스타 | 루나벨라
주택가에 숨은 방배동 1등 맛집 | 마토이
매워서 행복한 사천요리 전문점 | 시추안 하우스
KFC 할아버지가 뚱뚱한 이유 | 샤이바나
굴짬뽕 잘하는 집 어디 없나 물으신다면 | 주(朱)
돈까스와 소바 맛있게 하는 집 | 고꼬로
맛있는 미국식 수제 햄버거 | 바나나 그릴
Chapter 5 다문화거리
진짜 베트남 쌀국수 | 고향식당
발리 여행의 추억 | 사하밧
인도 여행은 이런 맛일까? | 칸티푸르
Chapter 6 기타 지역
북촌 한옥마을도 식후경 | 이태리 면사무소
스페인 그 정열의 맛 | 알바이신
얇은 만두피 속에 맛있는 육즙이 가득! | 딘타이펑
향긋한 허브 양념의 아랍식 양갈비 | 알라딘
차가운 겨울비와 뜨거운 사케 | 다미
짜장면의 원조 | 공화춘
당신의 돈까스는 어느 나라 음식입니까? | 진까스
맛있는 중국요리에 술 한잔 | 삼팔교자관
맛있는 양꼬치, 직접 굽기 귀찮을 땐 | 매화반점
# special page 02 양고기 정말 맛있는데!
음식 사진 맛있게 찍기
뜨는 맛집, 이제 세계음식이다
맛있는 음식을 통해 즐거움을 찾으려 하는 것은 만국 공통의 정서다. 하지만 늘 새로운 맛집을 찾아다니면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뭔가 특별한 것’ ‘뭔가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맨다. 음식이 만족스러웠는데도 막상 식사하고 나면 그 집이 그 집 같고 그 음식이 그 음식 같다. 아무리 새로운 곳에서 매번 새로운 음식을 먹어도 ‘새로움’에 대한 갈증이 생긴다면, 그것은 어쩌면 음식에 대한 갈증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에 대한 갈증일 수도 있다. 우리는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하는 사람과 문화를 향유하며 기억할 만한 시간과 추억을 만들고 싶어 외식을 한다. 식사는 단순한 섭식의 차원이 아니라 문화활동의 차원이다. 이제껏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에 도전해보자. 낯선 향신료와 식재료가 가진 이국적인 맛과 아로마는 기분까지 바꾸는 힘이 있다.
세계의 맛, 서울에 다 있다
이태원, 홍대, 동대문, 강남, 명동, 북촌, 대학로…… 늘 가던 그 거리에서 남들 다 먹는 것, 늘 먹던 것을 먹다 보면 지겨울 때가 있다. 새로운 것을 찾아 사람들이 모여드는 서울 중심가로 나왔지만 결국 서울 어디에나 있을 법한 그만그만한 집들밖에 보이지 않아 그중에서 그나마 나은 곳을 찾아 들어가곤 한다. 그 선택에 우리의 취향이나 미감은 반영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다이나믹 코리아’의 수도 서울은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지금도 역동적으로 변화 중이다. 이태원이 트렌드세터들이 몰리는 ‘핫’한 지역으로 부상함과 동시에 세계음식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이국음식 전문점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서울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예전에 흔히 볼 수 없었던 외국음식 전문 레스토랑을 부쩍 자주 만난다.
네팔, 미국, 베트남, 불가리아, 브라질, 스페인, 시리아, 오스트리아, 우즈베키스탄,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일본, 중국, 체코, 태국, 터키, 페루, 프랑스……. 이제 서울에서 이 모든 나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굳이 대양과 대륙을 건너지 않고서도, 각 나라와 민족의 삶과 영혼이 담겨 있는 음식을 통해서 세계를 만나보자.
키스를 부르는 이색 데이트와 이국 음식 탐방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같이 밥을 먹으라는 얘기가 있다. 마주 앉아서 맛있는 음식을 먹다 보면 맛으로 인해 느껴지는 즐거움과 행복감을 상대방에 대한 호감과 동일시하게 되는 때가 있기 때문이다. 마음에 드는 상대와 소개팅을 하거나 사귄 지 얼마 안 된 사이에 데이트를 할 때 상대에게 잘 보이고 싶다면, 흔한 음식보다는 이제껏 맛보지 못했던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자. 낯선 것을 경험하며 느끼는 흥분이 사랑에도 촉매제가 되어준다.
저자는 세계음식 레스토랑들을 취재하면서 그곳이 데이트하기 좋은 곳인지 아닌지를 주요하게 고려했다. 맛뿐 아니라 식당 분위기나 전반적인 사항이 데이트하기에 마땅한지를 꼼꼼하게 조언한다. 상대에게 자신의 센스를 어필하고 싶다면, 음식점을 고를 때 이 책이 괜찮은 조언을 해줄 것이다.
조리사의 국적과 개업년도, 화장실까지 꼼꼼하게 취재
2008년부터 네이버 여행부문 파워블로거로 활동해온 잠든자유는 평양냉면 기획 포스팅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린,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는’ 유명 블로거다. 소탈하고 편안하면서도 기자 못지않은 취재력과 심도 있는 글로 읽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가 네이버 키친 서비스 맛집 객원기자, 한국관광공사 트래블로거로 활동해온 경험을 살려 ‘서울 세계음식 레스토랑’을 취재했다.
주소, 가는 길, 전화번호, 영업시간, 휴무일, 음식 종류, 주차 정보 등 기본적인 정보는 물론이고 조리사 국적, 개업년도, 화장실 조건까지 꼼꼼하게 취재했다. 그뿐만 아니라 메뉴별 가격을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부가세가 메뉴 가격에 포함되는지 별도로 청구되는지를 정리하며, 전체 식사비용까지 계산해 넣어 예산 짜는 데 편의를 도왔다.
또한, 각 식당마다 대표메뉴를 뽑아 사진과 함께 상세한 설명을 곁들였다. 식재료, 조리 방식, 문화적 맥락 등 풍부한 식견을 곁들인 메뉴 설명을 읽다 보면, 맛을 그리기 어려운 낯선 음식에도 침이 가득 고인다. 이렇게 맛있고 감각적인, 그러면서도 정보력 있는 음식 사진이 책 속 가득 포진해 있다.
한눈에 들어오는 별점평가
이 책에 실린 모든 음식점들은 한 번쯤 경험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낯선 경험 앞에서 조심스러운 이들을 위해 별점을 도입했다. 음식점마다 맛, 분위기, 서비스, 가격대비 만족도 네 가지 세부 항목에 따라 점수를 매겼으며, 그 밖의 모든 것들까지 고려하여 총점을 매겼다.
우선, ‘맛’ 항목은 평가가 그야말로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저자와 일행의 입맛에 맛있다고 생각되는 정도를 표시했다. 다음으로 ‘분위기’는 절대적으로 ‘데이트 분위기’를 고려해 별점을 매겼다. 셋째로 ‘서비스’ 항목에서는 종업원들이 얼마나 친절한지, 자신이 서빙하는 음식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테이블을 얼마나 신경 쓰는지에 대한 만족도를 반영했다. 넷째 항목인 ‘가격대비 만족도’는 대체로 ‘싸고 맛있는 집’에 많은 별점을 줬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 책에 달린 별의 개수를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어디서 무엇을 먹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먹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고, 당신이 함께하고 싶은 그 사람은 당신에겐 언제나 다섯 개의 만점짜리 별일 테니까.
대한민국에서 이태원만큼 이국적인 느낌이 나는 곳이 또 있을까. 이태원은 분명 서울 한복판에 있지만 이방인의 땅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다. 큰길보다는 골목에서 또 다른 골목으로 이어지는 길들이 그렇고, 알파벳을 입안에서 굴려보다가 읽기를 포기하게 되는 외국 간판들을 줄줄이 마주칠 때도 그렇다. 그러나 그 낯섦이 불쾌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국에서의 추억과 그리움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적당한 긴장이 오히려 마음을 들뜨고 설레게 한달까?
- p.12 ‘이태원 스케치’ 중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 고수를 꺼리다 보니 외국음식점에 가도 따로 달라고 말하지 않으면 주지 않는다. 양고기 요리를 하는 음식점이라면 그 집엔 반드시 고수가 있다고 봐도 된다. 고수는 그냥 생채를 먹기도 하지만 절여서 소스를 만들거나, 양고기 특유의 누린내를 없애기 위한 향신료로도 쓰인다. 소고기와 참기름장, 돼지고기와 새우젓갈처럼 양고기와 고수는 꽤 맛의 궁합이 좋은 음식이다. …… 우리나라 사람들이 양고기나 고수를 잘 먹지 않는 건 익숙하지 않은 식재료에 대한 거부감 때문일 것이다. 잘 생각이 안 나겠지만 처음으로 굴을 먹었을 때나 생마늘, 생양파 같은 걸 먹었을 때를 떠올려보면 그 역시 맛있다거나 편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음식에 있어서도 새로운 즐거움은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 그리고 낯선 것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 p.87 ‘향으로 먹는 고수’ 중에서
‘사마리칸트’는 고대 실크로드 중심지였던 우즈베키스탄의 도시 이름이다. 과거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은 1991년 구소련이 해체되기 전까지 소련 연방에 속해 있었고, 지리적으로도 가까워 비슷한 생활풍속과 음식문화를 갖고 있다. 우즈베크 음식 전문 레스토랑 사마리칸트는 동대문에 있다. 동대문은 세계 여러 나라의 보따리상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보니 외국인들을 위한 음식점이 여러 곳 있다. 어? 가만, ‘우리나라 보따리상들의 실크로드 동대문’에 사마리칸트라! 가게 이름 정말 잘 지었다.
- p.142 동대문 ‘사마리칸트’ 중에서
추천 메뉴는 가을, 겨울이 기다려지는 ‘시메사바’다. 시메사바란 초절임 고등어, 고등어초회 정도로 해석하면 되겠다. 제철 고등어는 지방이 풍부해서 살아 있어도 썩는다고 할 만큼 빨리 부패하는 생선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옛날부터 소금에 절여 간고등어를 만들었고, 일본 가정에서는 식초에 절여 초절임 고등어를 즐겨 먹었다. 시중의 여러 일본식 이자카야에서 시메사바를 파는데 대개 직접 만든 게 아니라 공장이나 식재료상에서 사온 것을 해동시켜 내놓는 경우가 많다. 재료 손질과 절임 과정이 번거롭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은 비리고, 퍽퍽하고, 맛이 없다. 마토이에서는 사장님이 직접 재료를 골라 손수 만든 제대로 된 시메사바를 맛볼 수 있다. 붉은살 생선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과 풍부한 맛이 느껴진다. 고등어를, 그것도 산 고등어도 아닌데 어떻게 회로 먹느냐며 거부감을 보이던 사람들도 생와사비와 파를 곁들여 한번 먹어보면 홀딱 반하고 만다.
- p.191 강남 ‘마토이’ 중에서
우리가 어릴 때 봤던 동화책에서 양은 언제나 순하고 착한 동물로 묘사되고, 늑대는 그런 양을 잡아먹는 포악하고 무서운 동물로 나온다. 나는 이 도식이 교육적으로 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먹이사슬에서 상위에 있는 늑대가 양을 잡아먹는 게 꼭 나쁜 일인가? 그리고 그런 동화를 쓴 사람들은 분명히 양고기를 먹어보지 않았음이 틀림없다. 양고기가 얼마나 맛있는데! 나는 수 세기 동안 부정적인 이미지를 고수하면서도 양을 잡아먹을 수밖에 없는 늑대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양고기는 정말 맛있다.
- p.309 건대입구 ‘매화반점’ 중에서
첫댓글 이창용 지음 / 출판사 상상출판 | 2011.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