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혜숙(惠宿)스님
혜숙(惠宿)은
신라(新羅) 진평왕(眞平王 ; 597~631) 때 스님으로 적선촌(赤善村)에
이십여 년 동안 숨어 살았습니다.
그 때 국선(國仙)인
구담이 그 근처에 가서 사냥을 하니, 혜숙도 같이 놀기를
청하여 구담과 함께 사냥을 하였는데, 많은 짐승을
잡아 삶아서 잔치를 하였습니다.
혜숙은 고기를
잘 먹다가 구담에게 문득 물었습니다.
"더 좋은 고기가
있는데 드시렵니까?
그 말에 구담이 좋다고 하자, 혜숙이
한 옆에 가서 자기의 허벅지 살을 베어다 구담 앞에 놓는 것이었습니다.
구담이 깜짝놀라니 혜숙이 꾸짖었습니다.
"내 본래
그대를 어진 사람으로 알았는데 이렇듯 살생함을 좋아하니 어찌
어진 군자의 소행이라 할 수 있겠소?"
말을 마치고
가버린 뒤에 그가 먹던 쟁반을 보니 담았던 고기가 그대로 있었습니다.
구담은
이 일을 매우 이상히 여겨 진평왕에게 말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왕이 사신을 보내어 그를 청하고자 하였습니다.
사신이
가보니 혜숙은 술집에서 술이 많이 취하여 여자를 안고 자고 있었습니다.
그것을본 사신이 나쁜 놈이라고 만나지 않고 궁중으로 되돌아가는데
얼마 안가서 또 혜숙을 만났습니다.
혜숙의
말이 "신도 집에 가서 7일재(七日齋)를 지내고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신이 놀라 왕에게 가서 전후사를 말하여 왕이 신도
집과 술집을 자세히 조사하여 보니 다 사실이었습니다.
수년
후 혜숙이 죽으니 마을 사람이 이현(耳峴) 동쪽에 장사를 지냈습니다.
장사 지내는 바로 그 날 마침 이현 서쪽에서 오는 사람이 있었는데
길가에서 혜숙을 만나게 되어 "어디로 가십니까?"
하고 물으니,
"이곳에 오래 살았으니 딴 곳으로 간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인사하고 헤어진 후 조금 있다가 돌아보니
혜숙이 공중에서 구름 타고 가는 것이 뚜렷이 보였습니다.
그는 크게 놀랐습니다. 그래서 걸음을 재촉하여 급히 이현의
동쪽에 와서 보니 장사 지낸 사람들이 아직 남아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이 자기가 본 것을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묘를 파헤쳐보니 묘
속에는 과연 아무 것도 없고 헌신 한 짝뿐이 었습니다.
7.혜공(惠空)스님
혜공(惠空)은
신라(新羅) 선덕여왕(善德女王 ; 632~646) 때 사람인 천진공(天眞公)의
집 종의 아들로서, 아명(兒名)은 우조(憂助)였습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남이 생각만 하고 말은 하지 않아도
그것을 다 알아 맞추는 등의 신기한 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천진공은 그에게 예배하며 "지극한 성인이 내 집에 계신다"고
크게 존경하였습니다.
그가 자라서 스님이 되어서는 항상 술을
많이 먹고 거리에서 노래 부르고 춤추며 미친 사람 같이 돌아다녔습니다.
또 번번이 깊은 우물 속에 들어가서 여러 달 동안 나오지
않곤 하였습니다.
만년에는 항사사(恒沙寺)에 있었는데,
그 때에 원효(元曉)대사가 경전의 주해(註解)를 지으며 어렵고 의심이
나는 것은 혜공에게 물었습니다.
하루는 원효와 같이 강에 가서
고기를 잡아 먹고 똥을 누는데 산 고기가 그대로 나왔습니다.
그러자
혜공이 원효를 보고 희롱하여 말하기를 "너는 똥을 누고 나는
고기를 눈다[汝屎吾魚]"라고 하니, 그 뒤로 절 이름을
오어사(吾魚寺)로 고쳐 불렀다고 합니다.
하루는 구담 공이 많은
사람들과 산에 놀러 갔다가 길에 혜공스님이 죽어서 그 시체가
썩어 있는 것을 보고 크게 슬퍼하였습니다. 그런데
성중(城中)에 돌아와 보니 혜공스님은 여전히 술에 취해서 노래 부르고
춤추며 돌아 다니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또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그 무렵 진언밀종(眞言密宗)의 고승 명랑(明朗)이 금강사(金剛寺)를
새로 짓고 낙성을 하는데, 당대의 유명한 승려가 다 왔으나 오직
혜공스님만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명랑이 향을 꽂고
마음으로 청하자, 혜공스님이 그것을 알고
"그렇게
간절히 청하므로 할 수 없이 온다" 하며 그 곳에 왔습니다.
그
때에 비가 몹시 왔으나 옷이 조금도 젖지 않았을 뿐더러 발에 흙도 묻지
않았습니다.
혜공스님은 승조(僧肇) 법사가 지은 [조론(肇論)]을
보고 자기가 전생에 지은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 말은 자신이
전생에 승조 법사였다는 말입니다.
승조 법사도 깨달음을 얻어
자유자재한 분이었습니다. 혜공스님이 배운 바 없어도 이처럼
원효스님이 모르는 것을 물어볼 정도이며 또 신통이 자재하여 분신까지
하는 것을 보면, 스님의 말을 거짓말이라 하여 믿지 못할
까닭이 없는 것입니다.
혜공스님은 죽을 때에 공중에 높이 떠서
죽었는데, 나중에 화장을 하니 사리(舍利)가 수없이 많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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