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9층탑)기부금 영수증
어느새 을미년 섣달 초하루입니다.
년말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받으러 온 보살님이
스님 올해는 눈이 안와서 눈치우는 고생이 적으셨지요
하고 위로를 합니다.
예 고생이 덜 하기도 하였지만
눈이 자주 오면 눈 치우는 일을 하며 운동도 되는데
올해는 운동부족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였습니다.
이러다가 늦게 폭설이라도 내리면
워밍업을 안해 두었다가 고생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보살님들도 편찮은 몸을 이끌고
병원으로 시내로 다니시려면
눈이 없는 것이 좋으시지요 하고 물으니
스님 눈이 안오면 새해 봄과 여름에 가물어서
농사에 지장이 많다는데 그것도 큰일 아닌가요 하기에
그것은 그때 가서 걱정 할 일이지 지금부터
여름 걱정을 할 것은 없어 보입니다.
두분이 오신 가운데 한분은
제 마음만 같으면 이런 것을 떼어 주십사 오기 싫은데
직장에 다니는 아들이 자꾸만 이야기를 하니
오기는 오면서도 죄송한 생각이 듭니다 하기에
아닙니다 나라에서 정해서 법대로 제출하고
작은 환급금이라도 되돌려 주려고 하는 것이니
마음에 저어하지 마시고 언제라도 오십시요.
다만 절에 내신 액수보다 더 많이
적어 드리지 못하는 것을 이해해 주세요 하니
예 스님들도 앞으로 세금을 내라 한다니
저희들도 그렇게 즐겁지 않습니다 하시는군요.
그렇지요.
저희들로서도 세금을 내는 명목에
근로소득세라고 하는 이름이 붙나본데
그리 달갑지 않은 이름의 세금입니다.
차라리 전체 종교인들에게 일률적으로
국가를 위한 발전기금 명목으로 받아가는 것이
명분상 더 좋지 않을까도 생각해 봅니다.
종교인들의 소득이 근로에 대한 댓가라면
응당 근로소득세라는 이름이 마땅하겠지만
그렇게 보게 되면 종교인들도 근로자에 해당하고
근로자의 개념으로 종교인을 보게 될 때
종교의 본래 역할이 완전히 상실되게 되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합니다.
종교가 상품화되고
종교인은 종교라는 상품을
판매하는 근로자의 개념이 되면
앞으로 사찰에도 현금 지급기가 설치되고
기부할 때마다 영수증을 직접 발급하는 시스템이 되어
종교 본연의 취지나 종교인 혹은 수행자의 모습이
왜곡되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종교인을 직업이라고 보면
정년이나 은퇴라는 개념도 형성되겠지만
적어도 절에 출가를 하여 수행하는 사람들은
늙어서 죽는 날이 은퇴가 되고 정년일 뿐이어서
오로지 살아 숨쉬는 동안에는
수행에 전념하고 사는 것이 본분일진대
내가 만나본 타종교인들조차 자신의 신분에 대하여
정체성을 상실하게 되는 것 아닌가
염려하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여하튼 세상은 묘하게 돌아갑니다.
그러니 이같은 기부금 영수증 발급을 하는 것에
그리 미안해 하는 마음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내라면 내고 내야 할 일이 있으면 내는 것이
국민 모두의 의무요 납세자로서의 도리이니
이같은 기부금 발급 명세서가
앞으로 종교인들의 과세 표준액을 정하는데
긴밀하게 사용이 될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나는 애초에 사찰등지에서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하는 제도 자체가
썩 좋은 방법은 아니다 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신자들이 본인 스스로가 원하고 선택해서
법당에 가져다 올리는 기도비는 엄밀히 말해서
기부라는 말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고
거기에49재나 제사비용까지도 기부금 명목으로
영수증을 발급해도 된다는 유권해석이 나왔으니
무엇이 자발적인 기부이고 무엇이 보시인지조차
개념이 아직은 명확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소득세를 내야 하는 법이 통과된 날
이런 글을 적다가 부질없다 싶어 그쳤습니다.
나는 나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스님은 근로자에 해당하는가
월별로 근로의 댓가를 받는 사람인가
사찰이 직장이라 할 수 있는가
또 스님은 직장인인가
스님은 성직자인가 등등.
나는 그에 대한 대답으로 스님은 수행자다
라는 대답이 옳은 대답이라 느낍니다.
수행이란 결코 자기의 노동력을 들여서
소득을 만들어 내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무소구행을 실천하고
이무소득으로 보리살타의 육도만행을
구현하는 일입니다.
일부 종교인들은 자기들을 성직자라 말합니다.
성직이라는 말 속에는 직업이라는 의미 앞에
성스러운 이라는 말을 갖다 붙였지만
다분히 직장인의 내음새가 풍기는 말입니다.
그것은 불교에서는 전혀 개념이 다른 말입니다.
정년을 맞이하여 은퇴를 하거나
퇴직금같은 것을 받는 스님은 없습니다.
총무원이나 기관에 근무하며
월정 보수를 받는 스님들을 제외하고 말입니다.
그저 스님들은 스님이 되고 난 다음부터
죽는 날까지 수행하며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나는 사찰이나 교회나 성당이
근로 공간이 되어서는 안된다 생각합니다.
종교인들도 세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종교인들을 근로 소득을 얻는
근로자라는 개념이나 같은 영역으로 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종교인들이 타락하고
종교인으로서의 본령을 제대로 수행하지는 못해
세간의 매서운 질시와 지탄을 받을망정..
원효사 심우실에서
나무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