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팬에 조기를 굽는 조리사의 해학/김문억
주둥이는 뚱허니 뭉툭해 갖구서는
누군 왕년에 큰물에서 한 번 놀아본 적 없는감
대갈통 보아하니 평양 박치기 조폭 오야봉이냐
힘도 없는 놈이 깡다구만 부리다가 길 한 번 잘못 든 죄로 신세 조진거지
빛나는 훈장 번쩍거리며 앙칼진 지느러미로 영하의 냉동고를 돌아 지글거리는 불구덩이까지 오는 동안 아직 무슨 할 말 더 남은 거냐
지지지 난생 처음 옆으로 편히 누웠으면 끝난 줄 알아야지 그렇게 눈 동그랗게 뜨고 노려보면 어쩔래 짜식이 앙칼지게 뼈만 앙상해 갖고서는 때 되면 눈치채야지 무슨 쌍소리를 또 하려고 헤벌어진 그 입 그만 다물지 못하느냐
너 여태 속은 거야
너 지금 죽은 거야
죽은 것도 모르냐
장산곶
연평도 근해
월북한 적 있느냐
김문억 시조집<양성반응>중에서
이 글을 발표하고 불과 며칠 만에 서해를 항해하던 군함에서 한 병사가
실종하여 물결에 떠내려 가다가 북한군인 총에 맞아서 죽은 사건이 발생했다
오래 전부터 물고기는 왜 살아서나 죽어서나 눈을 감지 못하는가 하는 생각으로 생선가게 앞을 지나가면 물고기의 눈을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 물고기 눈은 눈꺼풀이 없는 광막이다.
그런 생각으로 시작된 이 글은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 하는 한 마리의 조기를 놓고 남북으로 갈라진 민족의 비극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표현을 하게 되었다
죽어서도 죽은 것조차 모르는 사상에 깊이 빠져 자신의 정체성마저 상실한 공산 세계의 허구를 풍자하고 싶었다.
지금도 우리는 남과 북으로 갈라진 불행한 민족이다.
한 쪽에서는 생조기가 죽은 조기가 되도록 자신의 일생을 송두리째 상실하는 무지몽매한 이데올로기에 빠져서 살고 있지만
구원의 방법이 너무 멀기만 하다.
첫댓글 '무지몽매한 이데올로기'
'구원의 방법이 너무 멀기만 하다'
베이비 부머 세대가 죽고 없다면
이 나라는 누가 바로 세울까요?
교권이 무너져 교육도 안 되는 판국에...
그래도 저는 인간의 위대성을 믿고 있어요
절망하지 말고 힘차게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