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연(삼성미술관 교육연구원)
전시에 대하여 열심히 연구를 한 도슨트가 작품 앞에서 머릿 속에 있는 내용을 모조리 설명한다고 해서 그것이 관람객의 머리로 그대로 옮겨가는 것은 아니다. 학교에서 선생님의 교수 방법에 따라 학습되는 내용이 다르듯이 전시장도 마찬가지의 상황이라고 하겠다. 어떻게 작품을 선택하여 작가에 대한 간단명료한 정보와 함께 작품의 주요한 내용을 설명하며, 전시의 개념을 그 이야기 흐름 안에 녹여서 제한된 시간 안에 설명하는가가 전시설명의 키포인트인 것이다.
그것은 학생들이 학습효과가 가장 효과적일 수 있는 시간 안에 그날 배워야 할 단원의 내용을 학습시키는 것과 같은 원리로, 도입-전개-통제-확인의 순서의 교수방법을 전시장 이동과 다수의 작품이라는 특수한 조건으로 인하여 이동하는 시점마다 시행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노련한 도슨트의 설명은 실물을 보면서 하나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그 설명에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듣게 되지만 아무런 기술이나 배려없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만을 제공하려는 도슨트의 설명은 관람객에게 전시장에 서있는 것 자체가 지루한 고역이 된다.
그렇다면 관객과 교감하면서 전시를 충분히 잘 설명하기 위한 도슨트의 기술과 전략에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 다음에 설명하고 있는 것은 1985년 알리슨 그라인더(Alison L. Grinder)와 수 멕코이(E. Sue McCoy)에 의하여 발행된 <좋은 안내자 Good Guide>라는 책에 나와있는 내용 중에서 선택하여 소개하는 것이다.
1) 리더쉽
관람객들을 이끄는 도슨트에게 리더쉽을 발휘하는 것을 중요하다. 도슨트로서 떨거나 초조한 마음이 관람객에게 비추어진다면 그들이 도슨트에게 갖는 신뢰도는 떨어지고 전시관람이 불편한 상태에서 진행되어 전시관람 자체가 망쳐질 수 있다. 따라서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는 리허설이 필수적이다. 또한 일반 관람객들은 도슨트로부터 멀리 떨어져 설명을 들으려 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들을 좀 더 가까이에서 눈을 맞추고 이야기하는 것은 상당히 효과적이므로 될 수 있으면 사이를 좀 좁히는 것이 좋다. 특히 어린이 관람객의 경우에는 앉거나 무릎을 꿇어서 서로 눈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으며 주의산만한 어린이들에게는 어깨를 잡는 등의 가벼운 신체접촉이 친밀도를 높이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2) 상호반응(피드백)
관람객의 질문이나 발언에 적절히 답변해주고 긍정적인 상호의견 교환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관심을 높이는 등 도슨트와 관람객 사이의 상호적인 피드백이 이루어져야 한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질문이나 생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 질문이 중요하게 다루어지길 바라므로 이 점을 잘 고려하여 관람객들을 대하는 것이 좋다. 단, 도슨트가 너무 열심히 설명인 나머지 관람객의 반응을 살피지 않은 채 그들이 작품을 제대로 보고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전시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해버리는 경우가 있다. 도슨트는 너무나 성급히 옳은 답을 주지 말고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한 사람의 관람객에게 기대하지도 말며 전체 그룹에 돌려질 수 있도록 한다. 도슨트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평균적으로 1~2초 정도 기다리는데 2~4초를 기다린다면 도슨트와 관람객 사이의 유대관계는 2~3배가 커질 것이다.
3) 언어적 소통
언어로 상호 의견을 교환하고 소통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과정이다. 생각하는 것을 실제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언어(말)"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시설명시 관람객들은 말을 듣고 생각하면서 그들 자신의 경험이나 지식과 연결시킨다. 그러므로 이 도중에 해설이 간단명료하지 못하거나 발음이 불분명하고 너무 빨리 이야기하며 목소리가 작은 등의 이유로 상호 소통에 오해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도슨트는 스스로 관람객의 특성에 대해 사전지식을 가지고 어떠한 관점으로 전시를 설명할 것인지 미리 생각해야 한다.
도슨트가 전시설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언어소통 능력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첫 번째, 분명한 의미의 전달이다. 언어사용에 있어 너무 구어적인 표현이나
은어를 사용해서는 안 되겠지만 또한 지나치게 문어체나 현학적 표현을 쓰는 것도 좋지 않으므로 관람객들에게 친근하고 알아듣기 쉬운 말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두 번째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 문장구조이다. 짧은 문장으로 간단하게 말하며, 전시개요부터 시작하는데 원고를 써서 그대로 읽고 암기하기보다는 큰 개요만 써 놓고 살을 붙여 나가는 방법으로 연습을 한다면 자연스럽게 내용을 진행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적절한 언어의 선택이다. 기본틀을 미리 생각해 놓기는 하겠지만 융통성있게 그 때 그 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시 설명 중에 예기치 못한 상황이 돌발할 수 있는데, 도슨트라고 해서 모든 것을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그런 경우에는 다른 관람객들의 견해를 듣고 질문에 대해 다 같이 생각해 보는 태도로 대하는데 이는 오히려 관람객들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네 번째는 적절한 성량으로 관람객 앞에서 말하는 것이다. 뒤에 있는 관람객이 안들려서 기웃거리다가 설명을 듣는 것을 포기하는 것은 그에게 좋지 않은 전시장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된다. 모두가 다 들을 수 있도록 소리로 또박또박 말하며 효과적인 목소리의 설명은 관람객의 관심도를 지속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을 잘 이끌 수 있다. 또한 중요한 문장 끝에 억양, 어조를 높이는 등 목소리 톤을 잘 조절하면 주의환기에 도움을 준다.
마지막으로 관람객의 반론에 대해서는 누가 옳은가를 따지기보다는 짧은 답변을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아마도 역사적인 사실로는 그와 다를 수 있지만..." 이라든지 "제가 얼마 전에 읽은 바로는..."과 같은 식으로 답변을 하거나 다른 주제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4) 비언어적 소통
도슨트에게 있어서 전시 설명 중 말 이외의 의사소통인 몸짓, 자세, 얼굴 표정을 관리하는 기술은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두 사람의 의사소통 중 말에 의한 전달이 1/3을 차지한다면 말 이외의 의사전달은 2/3를 차지한다고 한다는 통계도 있다. 따라서 관람객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거기에 맞는 의사소통 기술을 습득해야 하는데 대체적으로 비언어적인 소통의 방법들을 본다면 첫 번째가 몸짓(Body Language)이다. 도슨트는 방문객들의 몸짓(지루해서 팔을 꼬거나 다리가 아파서 벽에 기대는
등)을 보면서 그들의 전시관람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때로는 미술관의 분위기가 관람객들을 긴장시키기도 하므로 이 경우 가능하다면 일상적인 대화로 분위기를 유도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두 번째는 관람객들이 상대방의 외모를 보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도슨트의 편안한 자세가 중요하다. 이 때 팔은 자연스럽게 움직이는데 가장 편하고 자연스러운 자세는 한 손으로 다른 한 팔을 잡는 자세이다. 또한 작품에 손을 대거나 작품 설명을 할 때에는 관람객을 외면한 채 작품을 보면서 설명을 해서는 안 된다. 작품의 특정한 부분을 강조할 때는 작품에서 거리를 두고 가리키고 관람객들이 작품을 보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한다. 두 번째는 눈 맞추기이다. 눈을 맞추는 것은 개인과 관람객 단체를 상대로 친밀감을 형성하는데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요소이다. 관람객들에게 전시를 설명하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천천히 관람객들의 눈을 돌아가면서 하나씩 마주치는 것이다. 도슨트는 관람객 전체의 눈을 바라보아야 하며 한두 명의 눈만을 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세 번째는 복장으로 도슨트의 복장은 전시를 보기 전부터 관람객들의 도슨트에 대한 느낌과 도슨트가 설명을 진행할 미술관의 인상을 좌우한다. 복장이 산만한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되므로 너무 눈에 띄는 복장을 해서 전시되어 있는 작품보다 더 주위를 집중시켜서는 안 된다.
도슨트가 이 정도 전시설명에 대한 기술을 연습하고 계획을 한다면 기본적으로는 충분할 것이라고 보며 동시에 이것이 미술관 에듀케이터가 도슨트를 교육시켜야 하는 구체적인 사항들이기도 하다. 전시에 대한 내용뿐 아니라 이러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제시와 교육이 없이 전시장의 설명이 완벽하게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위에서 설명한 내용은 어느 전시에나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전시의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이에 적절하게 대처를 하지 못한다면 도슨트와 도슨트가 전시를 설명하는 관람객의 보람과 만족은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예를 들어 현재로서는 미술사적인 전시, 회고적인 성격의 전시는 도슨트가 많은 공부를 통하여 전시를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하여 관람객을 안내하는 것이 용이하므로 많은 보람을 느낄 수 있다. 관람객 또한 전시과 작가, 작품에 대한 접근이 용이한데다가 덧붙여 설명을 듣게 되므로 보다 만족을 할 수 있고 동시에 질문할 수 있는 바가 많아지므로 도슨트에게 질문하여 답변을 듣고 도슨트에게는 답변에 대한 긴장을 또 하나의 만족으로 제공하여 상호피드백을 형성한다.
하지만 전시의 성격을 대중적 기준에 맞출 수는 없으므로 다른 성격의 전시를 할 경우 에듀케이터는 도슨트가 어떠한 방향으로 전시를 안내할 수 있게 하는지 큐레이터와 긴밀히 협의하여 교육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간혹 전시의 성격이나 개념이 불분명하다던가 현대작가의 신작이 출품되는 경우 어떠한 작품이 출품되는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경우 등 전시의 진행이 모호한 상태에서 에듀케이터가 방향을 잡을 수 없다면 도슨트들은 물론 그러한 교육에 의해 전시를 안내 받는 관람객들은 전시에 대한 의문을 안은 채 전시장을 맴돌아야만 할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미술관의 좋은 안내자란 바로 도슨트, 전시의 스토리텔러이며 이들이 활발하게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관람객과 나누면서 미술관이라는 장소를 기반으로 함께 하는 모습이야말로 미래의 미술관의 모습이고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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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관람객들과 도슨트의 거리가 너무 멀면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하는 것이 힘드므로 120-350㎝ 정도의 거리가 가장 이상적이다.
1) Krockover, Gerald H. and Hauck, Jeanette(1980), Training for Docents: How to Talk to
Visitor, American Association for state and Local History Technical Leaflet 125,
History News, Volume 35(March), Nashville, Tennessee, p. 125.
이 책에 의하면 관람객에게 적절한 질문으로 정보와 자극을 제공하는 관람이 그들을 미술관
을 재방문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며, 도슨트가 그러한 방법으로 본인이 전시를
설명하고 있는지 평가할 수 있는 8단계의 사항들을 밝히고 있다.
※ 미술관 안내자로서의 자기 평가 8단계
① 전시 설명전에 관람객들이 전시에 대해 어떠한 사전정보를 갖고 있는지 질문했는가(1점)
② 본인이 질문을 하고 1초 이상 기다렸는가(1점)
③ 관람객 한 사람이 아닌 전체와 상호관계를 발전시켰는가(1점)
④ 관람객의 의견, 판단, 선택 등을 요구하는 질문을 했는가(1점)
⑤ 답이 옳다고 이야기한 이외에 보충설명을 해주었는가(1점)
⑥ '옳은' 답이 나왔을 때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다른 답이 없는지 물어 보는가(1점)
⑦ 예측, 가정, 추리, 사고의 재구성 등을 요구하는 질문을 했는가(1점)
⑧ 관람객의 말을 경청했는가(1점)
2) 조금 더 구체적인 도슨트로서 전시해설에 도움이 될 만한 기술들로는 다음과 같은 방법이
있다. 먼저 자연스러움 몸의 움직임, 바른 숨쉬기, 문장에 주의를 기울여 저음으로 말하기,
정확한 발음, 차분하고 편안한 매너와 사교적이고 친절한 자세 등이 있으며 농담,
인종·성별에 관한 언급은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서 해야 하며 항상 관람객들을 정중하게
그리고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 따라서 관람객들의 자라온 환경, 직업, 관람객들의 관계,
그리고 그들이 나눈 견해와 취향에 대하여 정당치 못한 가정을 내리는 것은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