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내려온 박달나무는 먼저 속을 비웠다 평생 제 몸의 그늘부터 덜어내셨다 껍질을 벗기고 굽은 결을 따라 칼을 눕히고 마른 옹이 하나까지 천천히 깎아냈다 깎일수록 둥글어지고 고단할수록 말씀이 공허했다 속을 쪼아 파내고 두 조각의 나무를 맞대어 울림 이전에 침묵의 떨림으로 빈 구멍이 하나 있어 치기도 전에 풀벌레 소리가 가득했다 자신을 깎아 만든 채로 목탁을 치는 박달나무가 제 안의 허공을 두드려 깨우는 일이라 흰쌀 같은 표면을 다듬고 손때를 입혀 붉은 끈을 매달아 봉분에 걸었다 나이테 길을 따라 색계를 돌고 돌아 새벽마다 산을 깨우는 아버지 기침소리, 산울음소리로 세상 설움 다 토하는 한 틀의 텅 빈 악기였다
첫댓글 목탁의 재료가 박달나무나 보네요.
목탁 소리가 들릴 것 같은 고요한 아침입니다.
자신을 내어주어 세상을 깨우는 목탁의 탄생과 그 의미를 담고 있는 시로 다가옵니다
글이 아름답습니다
목탁 소리가 귓가에 맴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