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는 원래 좋아하던 과목이지만 공시 국어는 여러모로 다른 점이 많았습니다. 특히 중고등학교 때 배웠던 국어에 비하면 문법의 암기 분량과 적용에 대해 부담감이 엄청 났고, 무엇보다 문법 특성상 눈으로 봐도 문법 단어들이 뇌 속에 박히기 보다는, "응, 나 통과할거야~." 하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본서를 기준으로 두고 최소한 여기 나오는 문법과 예시 단어들을 다 본다, 하는 목표로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문법을 외우기 보다는 보는 횟수를 늘려 머리가 아닌 눈에 익도록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문법같은 경우는 기출 문제 풀 분량만큼의 기본서를 1차로 읽고, 단원별 기출 문제를 홀수번만 먼저 풀고, 다시 그날 푼 기출 문제에 해당하는 부분의 기본서 내용을 다시 읽는 걸 한 세트로 진행했습니다. 기본서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기출 문제 빈출도는 따로 따지지 않았습니다. 일단 기본서에 있다면 계속 주기적으로 회독하는 식으로 했습니다. 대신 꼼꼼히 보는 건 강의 다 듣고 처음으로 기본서를 혼자 볼 때만 천천히 보고 다음부터는 슥슥 보더라도 여러 번 보는 식으로 했습니다.
유진쌤 강의에서 가장 최고라고 생각한 건 단연코 독해 파트 입니다. 이렇게 독해를 구조적으로 쪼개서 푸는 설명은 처음 들어봐서 신기했습니다. 나름 그래도 중고등학교 때 국어는 성적을 잘 받았어서 자신 있었는데 말이죠. 특히 정의에 대해 설명하면서 유개념과 종차로 나뉘는 구조를 뜯어주는 설명이 가장 충격 받은 부분이었습니다. 그 때까지 저에게 정의를 물어보는 문제란 글을 읽어보면서 감으로 이건 거 같아 하면 대충 70%는 맞는 그런 식의 문제였습니다. 중고등학교 때도 문제를 풀면 그냥 선생님이 이게 정의다 하는 식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레 저는 이런 유형은 많이 풀어보는 식으로 접근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렇게 풀면 이게 왜 답인지 남에게 설명할 수는 없고 저도 완전 납득은 가지 않지만 다른 선지는 아니기도 하고 어쨌든 답이니까 됐지 하는 식의 모호한 문제가 되지만, 정답은 꽤 잘 맞추기에 굳이 따로 자세히 알아볼 생각도 들지 않는 유형이었습니다. 그런 제게 '정의'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런 구성요소에 의해 구조적으로 따져보면 이 문장이 '정의'가 된다 식의 접근은 참신하고 충격이었습니다. 이 후기를 쓰는 지금은 꽤 시간이 지난 때인데도 그 때의 충격이 아련하게 생각날 정도니까 제 충격이 얼마나 컸을지 상상이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이처럼 유진쌤의 강의는 듣다보면 모든 접근에 근거가 확실하다는 게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진쌤은 이과생이라서 과학 지문 독해를 잘 한다고 하셨는데, 저는 그 부분보다는 강의의 이름인 알고리즘처럼 수식화 되는 독해를 하신다는 점이 정말 좋다고 생각합니다. 뭔가 유진쌤 독해를 듣다보면 인문학 지문인데도 이과적인 접근을 하는 느낌이 드는데, 철저하게 핵심 내용과 근거 내용에 대한 심플한 도출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면 수학 공식이라는지 과학 법칙들을 보면 다들 복잡하고 군더더기 있는 내용없이 딱 핵심만 추려서 수식화 하는데, 유진쌤의 독해가 딱 그렇습니다. 유진쌤의 독해는 수학 공식 풀이과정을 닮아서 알고리즘이라는 강의명을 정말 잘 선택하셨다는 생각을 했습니다.ㅎㅎ
단어 또한 기본서를 기준으로 삼고 공부했습니다. 단어가 쉬워지는 추세고, 아무래도 내년부터 유형이 바뀌니까 엄청 어렵거나 뜬금없는 단어를 내지는 않을 거 같아서 따로 단어책을 사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유진쌤 단어 기본서에서 한자어는 두글자 단어와 사자성어는 최소한 다 보고 가자를 목표로 했는데, 정말 유진쌤 단어책으로 다 커버 됐습니다.
유진쌤이 유튜브 쇼츠에서 완벽하게 준비하고 가는 수험생은 없고, 끝까지 보는 사람이 합격한다 라는 내용의 영상 찍으신 게 있는데 그걸 이번 시험에서 체험 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기본서 단어라도 끝까지 보자고 생각한 덕분에 국어에서 뒤쪽 단어 문제에서 공문서 문제를 맞출 수 있었습니다. 유진쌤의 기본서 한자에서 처음으로 배우는 공무원 단어를 응용해서 맞출 수 있었거든요. 공무원의 공자가 함께 공이 아니고 공평할 공이었으니, 공문서의 공도 같은 공이어야 하는데 아닌 걸 보고 소거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영어에서도 딱 전날에 본 문법 문제가 나오는 걸 봤을 때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게다가 그 문제가 오답률도 가장 높았던 문제여서 너무나 신기했습니다.
이번 시험은 합격도 합격이지만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하고 많은 문제 중에 전날 밤에 딱 본 문제가 그 다음날 5점을 달고 시험지 위에서 조우하는 경험을 하게 될 줄을 누가 알았겠습니까? 저는 소소하면서도 중요한 이 경험으로, 기적이라는 걸 바란다면 남들이 으레 하듯 절대자에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해야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솔직히 포기하지 말아라, 자신을 믿어라, 하는 말이 뜬구름 잡는 소리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 말을 하는지를 몸으로 경험하고 나서야 그 속의 숨은 뜻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이런 기적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국어를 이끌어준 유진쌤 정말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강의 부탁드립니다.♡
첫댓글 유진 픽 명언 > 기적이라는 걸 바란다면 남들이 으레 하듯 절대자에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해야한다는 걸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