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호지(水湖誌) - 31
제5장 채태사의 생일 예물
제16편 백승의 자백 16-2
부윤은 크게 노했다.“장물도 나왔고, 이미 운성현 동계촌 조보정 무리들의 짓인 줄
아는 터에 네놈이 얼마나 견디나 보자.”백승은 독한 매질에 살가죽이 터지고
피가 줄줄이 흘렀다.더 이상 견딜 도리가 없자 마침내 불고 말았다.
하도는 밤에 운성현에 도착하자 일행을 숨겨두고 두 명만 데리고 운성현 관청으로
들어갔다.때마침 관청은 공사 중이어서 사람이 없었다.
하도가 다방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찻집 주인이 관리가 온다고 일러주었다.
하도는 눈이 붉은 봉황새 같고 눈썹이 마치 엎드린 누에 같으며, 입은 크고 수염이
입을 덮은 나이 서른 쯤 되는 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도량이 크고 키도 크고 세상을 모두 쓸어버릴 것 같은 야망을 품은 사람처럼 보였다.
그가 운성현 관리 송강(宋江)이었다.그는 평생 재물을 우습게 알고 오직 의리를
중히 여기며, 부모를 극진히 섬겼고, 사람을 대할 때는 지성을 다하며, 남과는 돈 거래를
한 적이 없고, 남에게 청탁을 한 일이 없었다.
어려운 사람에게는 관을 만들어 주고, 아픈 사람에게는 좋은 약을 베풀어 주었다.
그로 인해 그 명성이 산동과 하북까지 자자했다.
사람들은 모두 그를 가리켜 가뭄에 때 맞춰 오는 단비라고 말했다.
그날 송강은 하도를 다방에서 처음 만났다.“저는 군관 하도입니다.”
“저는 송강이라 합니다.”하도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큰 절을 하고 말했다.
“존함을 들은 지는 오래지만 연분이 없어 지금까지 뵙지 못했습니다.“
“관찰께서는 무슨 일로 우리 현에 오셨습니까?”“실은 귀현의 관할인 황니강에서 여덟 명의
도적떼가 몽환약을 먹여 관군들을 잠재우고, 대명부 양중서가 채태사께 올리는 생신 예물
10만 관을 약탈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범인 백승을 잡아다 문초하니 도적 일곱 명이
모두 이곳에 산다기에 잡으러 왔으니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백승이 자백한 공범 일곱 명의 이름을 아시오?”
“괴수는 동계촌의 조보정이고, 나머지 여섯 명은 아직 모릅니다.”
그 말을 들은 송강은 속으로 몹시 놀랐다.‘조보정은 의리 깊은 형제 같은데, 만약 내가
그를 구하지 않고 때를 놓치면, 목숨을 잃고 말겠다.’는 생각을 했다.
도대체 무슨 일로 그런 큰 죄를 지었단 말인가.송강은 내심 놀랐지만 내색을 하지 않았다.
“내가 조개 그놈을 평소에도 수상쩍게 보았는데, 기어코 큰일을 저지르고 말았구먼.”
“압사께서 힘 좀 써 주셔야만 되겠습니다.”“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독 안에 든 쥐라서 곧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관찰께서 그 공문을 직접 본관에게 올리십시오.
이 일은 사전에 누설이 되면 안 됩니다.”“그래서 같이 온 일행을 술집에 숨겼습니다.”
“지금 본관께서는 아침 일을 마치고 잠깐 쉬시는 터이니 관찰께서는 잠시 기다리시지요.
잠시 후에 다시 나오실 것이오.”송강은 다방에서 나가는 즉시 집으로 달려가 마구간에서
말 한 필을 끌어내어 동계촌을 향해 달렸다.그때 조개의 집에서는 오용, 공손승, 유당의
무리들이 후원의 포도나무 아래서 술자리를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원가 삼형제는 10만 관 예물 중에서 자기들 몫을 나누어 받고 석계촌으로 돌아간 후였다.
그때 하인이 급히 들어와. 말했다.“송압사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여러분이시냐?”“아닙니다. 혼자 오셨습니다. 급히 여쭐 말씀이 있으시답니다.”
조개가 나가서 송강을 맞았다.“대체 웬일이시오?”
그러자 송강은 조개의 손을 잡고 남의 이목을 피하여 객방 안으로 들어갔다.
조개는 의아해서 다시 물었다.“대체 무슨 일이오?”“형님, 큰일 났습니다. 황니강 일이
발각이 나서 백승은 이미 붙잡혔고, 백승의 입에서 형님 이름이 나와 지금 하도라는 군관이
태사부 문서를 가지고 와서 형님을 잡으려 하고 있습니다.그래도 천만다행으로
저를 먼저 만나 이일을 의논하기에 제가 먼저 달려와 알려드리는 것입니다.
지금은 삼십육계가 상책입니다. 한시 바삐 떠나십시오.”조개는 그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
“아우님의 은혜를 무엇으로 갚아야 할지 모르겠소.”
“한가한 말씀 하실 틈이 없습니다. 어서 떠나시오.”오용은 유당과 함께 석계촌으로
떠나기로 하고 생일 예물을 대여섯 짐으로 나누어 묶어 일행 10 여 명이 석계촌을 향해
동계촌을 떠났다.
- 32회에 계속 -
★ 수호지(水湖誌) - 32
제5장 채태사의 생일 예물
제17편 양산박의 무력반란 17-1
한편 송강은 다시 다방으로 돌아가 하도를 데리고 관청으로 들어갔다.
마침 문빈이 청사에 나와 사무를 보고 있었다.송강이 하도를 부윤에게 인사시키자
하도가 사실을 보고했다.“태사부에서 사람을 보낸 것을 보면 한시가 급한 모양이구나.
놈들을 빨리 잡아들이도록 하라.”송강이 그 말을 듣고 조용히 말한다.
“낮에 군관들을 풀면 놈들이 소문을 듣고 도망갈 테니 해가 지면 군관들을 보내는 게
어떨까요?”“그럴듯한 말이다. 한데 동계촌 조보정이라면 유명한 호걸인데,
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알 수 없구나?”부윤은 주동과 뇌황을 불러 체포를 지시했다.
그들은 날이 저물기를 기다려 관병 1백 명을 이끌고 동문을 나섰다.
관군들이 동계촌에 도착한 때가 초경쯤이었지만 상황은 달라져 있었다.
그러니 관군들은 텅 빈 집에 군사를 풀어 수색하는 시늉을 할 뿐이었다.
이미 조개는 달아난 지 오래였다.하도는 크게 실망했다.
그들은 결국 조개의 하인 두어 명을 잡아 관가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하인들은 심한 매를 맞고 나서야 공모자 오용을 비롯한 여섯 사람의 이름을 댔다.
“도적들의 이름과 거취를 알았으니 즉시 석계촌으로 가서 그놈들을 잡아 오도록 하여라.”
그러나 하도는 말했다.“석계촌은 바로 양산박과 가까운 곳이어서 많은 관군 병력과
선박과 말들을 동원해야 합니다.”“그럼 5백 관병과 군마를 거느리고 곧 떠나도록 하라.”
하도는 부윤의 명령을 받고 관병 5백 명을 거느리고 석계촌을 향해 떠났다.
한편 조개를 비롯한 7명은 원소오의 집에 모여 양산박으로 들어갈 일을 의논하고 있었다.
그때 어부들이 달려와 지금 관병들이 오고 있다는 소식을 알려주었다.
조개는 곧 유당에게 말했다.“형은 오학구 선생과 함께 재물을 배에 싣고 주귀의
술집에 가서 기다리시오. 우리는 관군들의 거동을 보고 나서 뒤 쫓아 가겠소.”
하도는 포도 순검과 함께 관병들을 거느리고 석계촌으로 들어가 곧바로 원소이의 집에
들이닥쳤다.그러나 뜻밖에도 집안은 텅 비어 있었고, 사람은 커녕 개미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하도는 곧 배를 나누어 타고 원소오의 집을 향해 노를 저었다.
이미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왔다.그들이 군관 두 명을 하선시키려고 할 때 어둠 속에서
호미를 든 사내가 달려 나와 두 사람을 물 속에 처박아버렸다.
하도가 놀라 언덕 위로 뛰어오려는 순간 물속에서 누군가가 하도의 발을 잡아 낚아챘다.
호미를 가진 사람은 원소였고, 물속에서 하도를 낚아 챈 사람은 원소칠이었다.
그들 형제는 물을 마셔 정신이 없는 하도를 언덕 위로 끌어 올렸다.
“너 따위가 우릴 잡으러 오다니 말이 되느냐!”“저는 집에 팔십 노모가 계십니다.
소인이 죽으면 봉양 할 사람이 없으니 목숨만 살려 주시오.”
때는 밤 초경, 달은 없고 하늘에는 별들이 총총했다.그때 저편 갈대숲에서 불길이
솟구치기 시작했다.그리고 불붙은 갈대를 실은 작은 배들이 바람을 타고 살같이 물 위로
미끄러져 왔다.관군들은 불을 피할 수 없었다.
불길은 삽시간에 갈대와 배들을 모조리 태워버렸다.
괸군들은 미처 피하지 못해 불타 죽고 대부분 물에 빠져 죽었다.
가까스로 언덕 위로 기어 오른 자들은 조개와 원가 삼형제의 칼날 아래 사정없이
목이 잘렸다.불길의 도술을 부린 사람은 바로 공손승이었다.
5백 명의 관군은 모두 죽고, 목숨을 건진 사람은 하도 한 사람뿐이었다.
원소이가 하도에게 말했다.“네 목숨 하나는 살려 보내니 돌아가거든 제주 부윤은
말할 것도 없고, 바로 태사 채경이 온다 해도 우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고 전해라.
네놈이 왔다간 표시로 귀 하나를 베겠다.”그는 칼로 하도의 귀를 벤 다음 풀어주었다.
하도는 그저 목숨이 붙어서 되돌아가는 것이 고마울 뿐이었다.
한편 조개의 일당은 석계촌을 떠나 재물을 싣고 먼저 간 오용과 유당을 만났다.
- 33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