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법원, 국민들 기대 아직 충족 못시켜”… 고개 숙인 취임사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19분만에 취임식 끝낸 뒤 바로 업무
법원장 초청 관례 깨고 행사 간소화
취임사 이후 내외빈과 덕담도 생략
조희대 대법원장이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23.12.11. 뉴스1
“법원은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 재판 제도와 사법행정에 걸쳐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국민들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은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조 대법원장은 또 “지난날 서슬 퍼런 권력이 겁박할 때 사법부는 국민을 온전히 지켜주지 못했다”며 “평등의 원칙을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빈부 간에 심한 차별을 느끼게 했다”고도 했다. 권위주의 독재정권 시절 각종 과거사 사건부터 최근 재판 지연까지 다양한 이유로 국민적 신뢰를 잃은 현 사법부에 대한 통렬한 반성의 뜻을 밝힌 것이다.
조 대법원장은 동시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헌법 1조),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10조) 등 헌법 조문을 인용하며 “사법부는 기본권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라며 사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또 “불공정하게 처리한 사건이 한 건밖에 없다는 게 자랑거리가 아니라, 그 한 건이 사법부의 신뢰를 통째로 무너지게 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며 법관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조희대 사법부’의 기틀을 다질 내년 2월 정기 법관 인사에 대해선 “업무 환경의 변화를 세심히 살펴 효율적이면서도 공정한 인사 운영 제도를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사법부의 숙원인 법관 증원과 함께 법원 공무원의 전문성 및 역할 강화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75일 만에 마무리된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로 산적한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조 대법원장은 이날 19분 만에 취임식을 마치고 바로 업무에 착수했다.
이날 취임식은 대법원 2층 중앙홀에 간이식 접이의자 200여 개를 놓고 간소하게 열렸다. 전임인 김명수 전 대법원장 취임식이 열렸던 1층 대강당(600여 석)에 비하면 3분의 1 규모다. 전국 각급 법원장을 모두 초청하던 관례도 깨고 현직 법원장 중에선 윤준 서울고법원장만 취임식에 초청했다.
통상 취임사 낭독 후 내·외빈과 서서 음료를 마시며 덕담을 나누는 ‘경축소연’ 순서도 생략했다. 그 대신 취임식 전 대법원 11층 대접견장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원석 검찰총장, 이완규 법제처장 등 사법부 관련 외부 귀빈들과 차담회를 가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취임식 행사는 최대한 간소화하고 신속하게 업무에 돌입하자는 조 대법원장의 강한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대법원장은 취임식 전 방문한 국립서울현충원 방명록에는 ‘국민의 자유와 행복’이라고 적었다.
조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