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잼버리는 호남의 대한민국 수탈 사례
새만금 세계 잼버리 대회의 파행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G8의 반열에 올랐다고 자부할 만큼, 우리가 땀 흘려 이룩한 성과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기에 더욱 그렇다. 화려한 표면적 성과 아래 잠복한 고질병이 심각한 상태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문제가 국제적인 망신과 위상 추락으로 이어져 더욱 뼈아프다.
이번 잼버리 파행으로 공무원들의 심각한 무능과 도덕성 파탄이 폭로됐다. 지난 8년간 새만금 잼버리를 명목으로 관계 기관 공무원들이 99번의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는 대목에서는 입을 다물 수 없다. 지방자치제의 존재 이유에 대해 근원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공무원들의 개인적인 도덕성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천문학적인 국가 예산이 근거도 없이 낭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열흘 남짓한 1회성 사업인 잼버리를 위해 새만금 국제공항과 고속도로, 지방도로 등에 2조 원이 넘는 돈이 쓰이게 됐다. 부대사업까지 포함한 금액은 20조에 이른다고 한다. 예산 낭비를 막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예타까지 면제한 파렴치함이 더욱 경악스럽다.
이런 억지가 통한 것은 호남의 특수성 때문이다. 호남은 5·18의 비극을 무기로 사실상 87체제의 주인으로 행세해왔다. 피해자의 위상을 정치적인 상징자산으로 연결하고, 그 자산을 정부 예산을 따내는 무기로 활용했다. 이는 사실상 강탈이다. 새만금 잼버리는 호남이 자행해온 그런 강탈의 극히 일부 사례일 뿐이다.
호남은 기업과 시장을 거부하는 정서가 강하다. 당연히 투자가 부진하고 이는 지역의 경제 침체로 이어진다. 호남은 이런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대형 국책 프로젝트를 만들어 정부 예산을 끌어당기곤 했다. 그 예산은 기업들이 해외에 나가 피땀 흘려 벌어들인 외화 수입을 기초로 만든 것이다. 기업에 가장 적대적인 호남이 기업의 피땀을 뺏어 배를 불리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호남이 만든 대형 프로젝트는 아시아문화전당·광주 비엔날레·광주형 일자리·한전공대·영암F1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 가운데 성공한 것은 하나도 없다. 호남이 기업과 시장에 적대적인 태도를 버리지 않는 한 이런 부조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호남을 위해 대한민국이 희생할 수는 없다. 근원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글 / 자유일보 사설
[호남 통신] “새만금 공항부터 취소합시다” 호남 청년의 6가지 제안
잼버리 사태 반복되지 않도록 호남이 스스로 변해야 할 때
새만금 1.5㎞ 거리에 군산공항, 무안·광주 공항도 수백억 적자
‘호남독점’ 안 돼… 민주당 구미시장처럼 국힘 신안군수 나와야
박은식 의사·호남대안포럼 공동대표
일러스트=이철원
호남인 여러분. 새만금 잼버리 사태를 보며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습니까. 광주가 고향인 저도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었습니다. 안타깝지만 지금은 실의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닙니다. 남 탓을 할 때는 더욱 아닙니다.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호남이 스스로 변해야 할 때입니다.
먼저 재경 학숙을 없앱시다. 은평구와 동작구의 남도학숙, 서초구의 전북장학숙 3곳의 땅과 건물만 팔아도 수천 억은 족히 나올 겁니다. 이 돈을 호남 지역에 뿌리 내린 청년을 위해 씁시다. 속인주의가 아니라 속지주의를 하자는 겁니다. 이미 지방은 타 지역, 심지어 타국에서 온 사람이 많이 정착해 있습니다. 이분들과 주민들이 쓸 돈도 부족한데 왜 돈이 넘쳐나는 서울에 쏟아부어야 합니까. 어차피 상경한 청년은 대부분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세금으로 지역 인재를 유출시키는 꼴이지요. 지역 인재들이 중앙에서 성장해서 훗날 예산을 많이 끌어올 거라고요? 그렇게 예산을 따 온다고 지역의 자생적 성장 역량이 생기던가요? 결국 건설사들만 배 불리고 끝나지 않았습니까.
둘째로, 세금 낭비하는 사업들을 호남이 솔선수범해서 정리합시다. 새만금 공항 건립부터 취소합시다. 불과 1.5km 떨어진 곳에 군산 공항이 있습니다. 양심이 있다면 국민의 피 같은 세금 그렇게 길바닥에 쏟아부어선 안 됩니다. 매년 800억 적자가 나는 무안 공항과 200억 적자가 나는 광주 공항 둘 중 하나는 정리해야 합니다. 학령 인구가 감소하는데 그러지 않아도 적자에 허덕이는 한전이 한전 공대를 짓는 게 맞습니까? 기존 전남대나 GIST(광주과학기술원)로 통폐합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여야 다른 지역도 수익성 없는 사업 추진을 멈출 것입니다.
셋째, 기업을 우대합시다. 호남은 엄혹했던 일제강점기에도 민족 최고 대기업 경성방직을 키워냈습니다. 그랬던 호남이 지금은 대기업의 농업 진출을 반대한다며 새만금 LG스마트팜 프로젝트를 무산시키고, 대기업이 소상공인의 유통업에 침범한다며 복합 쇼핑몰 입점도 거부하고 있습니다. 대신 광주·군산형 일자리처럼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에만 혈안입니다. 심지어 전 전북 교육감 김승환은 과거 전북 지역의 학생들을 삼성에 취직시키지 말라는 지시까지 했습니다.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투자와 고용을 통해 지역의 자생적 성장 역량을 갖게 해주는 것은 결국 기업입니다. 입주하려는 기업을 우대하고 무리한 기부 채납을 요구하지 않아야 합니다.
넷째, 반(反)대한민국 세력과 역사적 상징 인물을 단호히 배격합시다. 김성수와 송진우 같은 호남의 인재들이 주도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건국했습니다. 그랬던 호남이 내란 선동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후신 정당 정치인을 뽑아주고, 중국 인민해방군 군가와 북한 인민군 군가를 작곡한 정율성의 이름을 딴 길을 만들고 동상을 세워서야 되겠습니까. 호남도 대한민국 아닙니까.
다섯째, 호남에 ‘민주화의 성지’라는 단어를 그만 붙입시다. 존경하는 고향 어르신들의 피로 이룬 민주화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호남을 특정 정당에 가두고 민주주의의 중요한 원칙인 권력 분립과 상호 견제가 이뤄지지 못하게 막기 때문입니다. 권력을 견제하지 못하니 잘못된 잼버리 부지 선정 과정을 중단시킬 수 없었던 것 아닐까요? 그리고 ‘성지’라는 단어는 호남인에게 성역화를 강요합니다. 마치 신성불가침인 폐쇄적 종교 집단처럼 민주라는 가치를 독점한 집단이 독재를 하는 것이지요. 이러면 다른 의견을 말하고 실정을 비판했다간 이단이 돼 버립니다. 국민의힘에도 광주를 위해 투쟁했던 민주화 운동가가 많은데 5·18 묘역 참배도 못 하고 쫓겨나기 일쑤입니다. 이래도 민주화의 성지라고 할 수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호남인이 진정 원하는 정책을 추진하도록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대다수 국민은 호남인이 민주당이 추구하는 정책에 모두 동의하는 것으로 여깁니다. 호남이 민주당의 가장 강한 지지 세력이니까요. 그런데 실제 한 분씩 그 정책들에 동의하시는지 물어보면 아니라고 합니다. 호남에서 농사짓는 분들은 영산강 보 해체를 반대합니다. 목포 출신 공무원이 북한군에게 불태워 죽임을 당했는데 아무 말 못 하는 대북 정책에 절대 동의하지 않습니다. 민의가 왜곡되고 있는 겁니다. 이걸 바꾸려면 한 정당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를 거둬야 합니다. 박정희의 고향 구미에서 민주당 시장이 나온 것처럼, 김대중의 고향 신안에서도 국민의힘 군수가 나와야 민주당 정치인들도 긴장하고 호남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을까요? 호남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이제 좀 바꿔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