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당동에 사는 윤혜선(29)씨는 6개월 전 애견 ‘똘이(시추)’를 잃어버렸다. 함께 산책 나간 공원에서 한눈 파는 사이 똘이가 사라진 것이다. 윤씨는 10년 남짓 동고동락해 가족과 다름없는 똘이를 찾기 위해 보상금 100만원을 걸고 포스터 수천 장을 동네 여기저기 뿌렸지만 별 수확이 없었다.
3개월쯤 뒤 윤씨는 길에서 똘이와 닮은 개를 발견했으나 한쪽 다리를 절고 있어 똘이인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윤씨는 “외국처럼 애완동물 등록제가 시행됐더라면 쉽게 찾을 수 있었을 텐데…”라며 “길에서 만난 그 강아지가 혹시 똘이였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지금도 마음이 편치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상당수 애견인들은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주소와 연락처가 새겨진 이름표를 애견 목에 걸어주고 있다. 하지만 개들이 주인을 잃고 길을 헤매다 보면 떠돌이 개들에게 물리거나 교통사고를 당해 목걸이는 유실되기 쉽다.
◆해결의 실마리 찾은 유기견 문제=애완동물 등록제가 시행되면 사랑하는 개를 잃어버려도 대책없이 속태울 필요가 없다. 농림부는 최근 발표된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애완동물의 보호 및 관리 방안 연구’ 보고서(유기영 박사)를 참고해 애완동물 등록제와 관련된 입법예고안을 만들어 국회에 연내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농림부 축산방역과 김규억 사무관은 “유기견으로 인한 사회문제가 시급하므로 대도시에서 ‘위험개’부터 우선적으로 등록제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위험개부터 일반개, 다른 애완동물 순으로 범위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일반개 등록과 별도로 위험개를 관리하는 나라는 미국, 독일, 호주, 뉴질랜드 등이다. 위험개에 대한 기준은 국가, 지역, 자치단체에 따라 다르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은 교상사고(사람을 물어서 다치게 하거나 상하게 할 수 있는)를 일으킬 수 있는 특정 견종과 어깨 높이 40cm 이상 몸무게 20kg 이상인 개를 위험개로 지정할 것을 제안했다. 동물보호법이 연내 개정되면 애완동물 등록제는 2년간 유예기간을 가진 뒤 2007년부터 시행된다.
사육자뿐 아니라 판매업자에게도 적용되는 애완동물 등록제는 버려지는 동물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때마다 해결책으로 거론돼 왔다. 대한수의사회는 광견병 예방접종 의무화와 함께 등록제 시행을 요구해 왔고, 동물단체는 판매업자 등록제를 현행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꿔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동안 인력과 예산 등의 어려움과 판매업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난색을 표했던 농림부는 결국 여론을 수렴하는 쪽으로 방향을 맞췄다.
◆애견인들 인식 전환이 필요=문제는 애견인들의 인식이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판매업자 등록제에 대해 서울시민 78.7%가 도입 필요성에 찬성했다. 애완동물 사육자(72.7%)나 비사육자(80.0%) 모두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사육자 등록제에 대해서는 서울시민 63.1%가 찬성했다. 더군다나 비사육자는 67.4%가 동감하는 데 반해 사육자는 42.4%에 그쳤다. 농림부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정작 등록 주체인 사육자, 즉 애견인들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애견인들은 고유번호를 가진 마이크로칩 피부이식에 대한 거부감과 등록에 따르는 비용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 애완동물 등록제가 도입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애견 사이트에는 “마이크로칩을 피부에 이식하다니 동물학대다” “등록비 때문에 오히려 동물들이 더 버려질 것”이라는 등 걱정 담긴 목소리들이 심심찮게 올라왔다.
이성환 동물병원의 이성환 원장은 이에 대해 “마이크로칩은 미국, 호주 등 애완동물 선진국에서 이미 상용화된 것으로 몸속에서 염증을 일으키거나 몸속을 돌아다니지 않아 안전하다”고 말했다. 피하지방이 두터운 목덜미나 등에 길이 1cm, 지름 0.2cm의 작은 칩을 전용주사기로 주사하기만 하면 된다. 한국마사회는 경주마 관리를 위해, 진도군의 진돗개연구소와 한국애견연맹 및 한국애견협회 등은 혈통관리를 위해 이미 이 방법을 사용해 왔다. 비용도 2만∼3만원으로 생각보다 저렴하다.
이식된 마이크로칩 근처에 ‘리더(reader)’기를 가져다 대면 개 고유번호가 리더기 액정화면에 뜬다. 이 번호를 데이터 뱅크에서 검색하면 개 품종, 나이, 주소, 주인이름, 예방접종 기록 등 정보확인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유기견 수 감소는 물론 대부분 유기견들로 인해 발생하는 개회충이나 광견병의 감염 등을 해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