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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식물의 이름을 머리와 가슴 속에 넣고 다녀라
2. 바람과 쉼없이 마주하라
3. 기후와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라
4. 사람들의 이름을 항상 불러보라
5. 무엇이든 뒤집어서 생각하라
6. 타인의 경험도 내 경험으로 이끌어 들여라
7. 문제의식을 늘 가져라
8. 눈에 보이는 것은 물론 안 보이는 것까지 손으로 만지면서 살아라
9. 문체와 문장에 겁을 먹지 말아라
10. 고독을 줄기차게 벗 삼아라
※ '좋은 문장'을 위한 우리말
<우주와 시간>
들마 : 저녁이 되어 가게 문을 닫을 무렵 찬바람머리 :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어오는 가을 짚신할아버지 : 견우성의 속칭(별자리모양이 짚신을 닮았다) 개밥바라기 : 해 진 뒤의 서쪽 하늘에 반짝이는 금성(개가 저녁 주기를 기다리는 시각이다)
<날씨와 기후현상>
자드락비 : 굵직하고 거세게 퍼붓는 비 보라바람 : 높은 고원에서 갑자기 산 밑으로 불어내리는 차갑고 센 바람 바람꽃 : 먼 산에 구름같이 끼는 보얀 기운 소소리바람 : 이른 봄 살 속을 기어드는 맵고 찬 바람 너테 : 얼음 위에 덧얼어붙은 얼음 풋눈 : 초겨울에 들어서 약간 내린 눈 거먹구름 : 비를 머금은 검은 구름 잠포록하다 : 날이 흐리고 바람기가 없다 누리 : 우박 손돌이추위 : 음력 시월 스무날께의 몹시 심한 추위
<땅>
개막은땅 : 干拓地 너설 : 험한 바위나 돌 따위가 삐죽삐죽 나와 있는 곳 돌박산 : 북한말. 나무는 잘 자라지 않고... 된비알 : 몹시 험한 바람 버덩 : 조금 넓고 평평하며 나무는 없이 잡풀만 더부룩하게 난 거친 들. 예) 솔버덩 자드락 : 낮은 산기슭의 비탈진 땅 펀더기 : 넓은 들. 광야. * 더기 : 고원의 평평한 땅. 줄여서 '덕'이라 함.
<바다>
까치놀 : 석양에 먼 바다의 수평선에서 희번덕이는 물결 메밀꽃 : 파도가 일었을 때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 미세기 : 밀물과 썰물. 조수간만
<길>
가풀막 : 가파른 땅의 바닥. 급경사길. 고샅 : 마을의 좁은 길목, 또는 굽은 골짜기의 사이 자드락길 : 나지막한 산기슭에 경사지게 있는 좁은 길 맞은바라기 : 앞으로 마주 바라다보이는 곳 도래 : 둥근 물건의 둘레 눈시울/입시울 : '시울'은 '부근'의 뜻
<생물>
고도리 : 고등어의 새끼 풀치 : 갈치의 새끼 간자미 : 가오리 새끼 꺼병이 : 꿩의 새끼 개호주 : 호랑이 새끼 능소니 : 곰의 새끼 살피 : 두 땅의 경계를 간단히 나타낸 표. 두 물건 사이를 구별지은 표 부사리 : 들이받는 버릇이 있는 소 가라말 : 털빛이 온통 검은 말. 흑마 매구 : 천 년 묵은 여우가 변하여 된다는 짐승 항정 : 돼지나 개 따위 짐승의 목덜미
<식물>
방울나무 : 플라타너스 가라지 : 밭에 난 강아지풀. 준) 가랒 살사리꽃 : 코스모스 좀나무 : 관목 보늬 : 밤 도토리같이 겉껍질 안에 있는 얇은 껍질(내피) 꽃다지 : 오이나 가지 따위의 맨 처음에 열린 열매 꽃보라 :오색의 축하 종잇조각. 바람에 날리는 꽃잎 똘기 : 채 익지 않은 과일 솔가리 : 땅에 떨어져 쌓인 마른 솔잎 희나리 : 덜 마른 생나무 상태의 장작
<생활용품>
가을부채 : 철이 지나 쓸모없게 된 물건(하로冬扇) 보람 : 드러나보이는 표적. 다른 물건과 구별해두는 표시나 표지. 해감 : 물 속에서 흙과 유기물이 썩어져 생기는 냄새나는 찌끼
<몸>
삭신 : 몸의 힘살과 뼈마디 살품 : 옷과 가슴 사이의 빈틈 우멍거지 : 포경 탑삭나룻 : 입과 턱 주위에 더부룩하게 난 수염 회목 : 손목이나 발목의 잘록한 곳 가는베 낳겠다 : 손의 결이 매우 곱다 낮꽃 피다 : 얼굴에 밝은 빛이 돌다 대접젖 : 처지지 않아 어여쁜 대접 모양의 젖통 몸바탕 : 사람의 체질 盲腸 : 막창자 자개미 : 겨드랑이나 오금, 불두덩 옆 아랫배와 허벅다리 사이 오목하게 팬 곳 옴 : 젖먹이를 가진 여자의 젖꼭지 가장자리에 오돌토돌 돋아있는 것
<사람>
감정아이 : 월경을 하지 않고 밴 아이. 조혼 풍습이 있을 때나 가능했다 개구멍받이 : 개구멍으로 밀어넣은 것을 받아 기른 아이 땅보탬 : 사람이 죽은 뒤에 땅에 묻히는 것 시난고난 : 병이 심하지 않고 오래 끄는 모양 보깨다 : 소화가 안 되어 뱃속이 거북하고 더부룩함 소마 : 오줌을 점잖게 이르는 말(소매/소피) 알땀 : 예쁜 여자의 이마 위에 송알송알 맺히는 땀 지개미 : 술을 지나치게 마시거나 열이 있을 때 눈가에 끼는 눈곱 늦깎이 : 나이가 들어 중이 된 사람 되모시 : 결혼한 적이 있는 여성이 처녀로 행세하는 것 따라지 : 키와 몸이 매우 작아 풍채가 보잘것없는 사람 연생이 : 잔약하고 보잘것없는 사람이나 물건 틀박이 : 생전 고향을 떠나지 않는 사람. 먹어도 몸무게가 늘거나 줄지 않는 몸바탕 핫어미/핫아비 : 기혼 남녀. * 핫바지 : 안에 솜을 두어 지은 바지. (예) 핫저고리. 그 반대로 차렵(초겨울용 솜을 얇게 두는 방식)이 있다. 검정새치 : 같은 편인 체하면서 남의 염탐군 노릇을 하는 사람[모순어법] 예) 수퇘지가 새끼를 낳으면... 고드름장아찌 : 언행이 싱거운 사람 멍첨지 ; 돈으로 벼슬을 산 사람 윤똑똑이 : 저 혼자만 잘나고 영악한 체하는 사람을 홀하게 이르는 말 허릅숭이 ; 일을 실답게 하지 못하는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 고바우 : 인색한 사람 가납사니 : 되쟎은 수다쟁이 만무방 : 예의가 없는 잡놈 철록어미 : 담배를 연달아 피는 사람 치마양반 : 천출이 지체 높은 집안과 혼인하여 행세하는 사람
<행동/심리>
손갓 : 눈부심을 막고 멀리 보기 위해 손으로 눈두덩 위를 가림 톱아보다 : 샅샅이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보다 * 톱다 : 삼의 끝을 가늘고 부드럽게 하려고 톱으로 훑어내는 것 몽니 : 음흉하고 심술궂게 욕심부리는 성질. 몽니쟁이. 몽짜 우렁잇속 : 내용이 복잡함. 사람이 속으로 품은 생각 냅뜰성 : 활발 시원한 성질 다솜 : '사랑'의 옛말 몬존하다 : 차분하고 초라하다 보짱 : 풋풋하게 가지는 속마음. 마음 속으로 품은 요량 야살 : 되바라지고 앙증맞은 언동 해감하다 : 일의 갈피를 잡을 수 없어서 아득하다. 지나치게 서둘러서 어리벙벙하다.
<관계>
가시버시 : 부부를 낮추어 이르는 말. <가시>는 <각시><가시내><계집><마누라>의 뜻. 예) "저희 가시버시는..." (좋은 표현) 넛할아버지 : 아버지의 외숙 삼이웃 : 이쪽저쪽의 가까운 이웃 * 시앗 싸움에 요강장수(남의 불행에 횡재 만난 것 - 6.25 때의 일본) 움딸 : 사위의 후처 풋낯 : 서로 겨우 낯을 아는 정도의 사이 누이바꿈 : 두 남자가 각기 상대방의 누이와 결혼하는 일 의초 : 동기 간의 우애. 부부 사이의 정. 예) 의초롭다 푸네기 : 가까운 제 살붙이 한올지다 : 사람의 관계가 마치 한 올의 실처럼 매우 가깝고 친밀하다
<농경>
두레 : 두럭(놀이패)으로 만든 조직 손겪이 : 손님을 대접하는 일 짬짜미 : 자기들끼리만 짜고 하는 약속 집알이 : 구경삼아 신혼집에 가 보는 일 천둥지기 : 비가 와야 농사짓는 논 꼬창모 : 가물 때 꼬챙이로 구멍 뚫어 심는 모 몸흙 : 인삼 재배용 거름흙
<일 노동>
가대기 : 무거운 짐의 위쪽을 갈고리로 찍어 당겨 어깨에 메고 나르는 일 느루 : 한 번에 몰아치지 않고 시간을 길게 늦추어 잡아서 느루잡다 : 손에 쥔 것을 느슨하게 잡다 등태 ; 짐을 져 나르거나 지게를 질 때 등이 배기지 않게 짚으로 엮어 등에 걸치는 물건 바치 : 갖바치, 성냥바치(가죽신, 성냥을 만들어 파는 사람)/동산바치 : 원예사(園藝師) 겨끔내기 : 서로 번갈아 하기 (交代) 바심 : 재목을 깎거나 파서 다듬는 일,. 굵은 것을 잘게 만드는 일. '풋바심'의 준말 울력 :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해 하거나 이루는 일. 또는 그 힘. * 울력꾼 군치리 : 개장국을 안주로 하여 술을 파는 선술집 빈지 : 가게의 앞쪽에 대는 널문. 오늘날의 '셔터'와 같은 구실을 함 마름쇠 : 끝이 날카롭고 서너 갈래가 진, 무쇠로 만든 물건. 능철(菱鐵) 서슬 : 도끼, 낫, 칼 따위의 쇠붙이로 된 연장이나 유리조각 등의 날카로운 부분 틀톱 : 두 사람이 밀고 당기면서 켜는 큰 톱 거룻배 ; 돛이 없는 작은 배. 줄여서 '거루'라고 부른다 시우쇠 : 무쇠를 불려 만든 쇠붙이. 무쇠. 선철. 쇠 중에서도 아주 단단한 쇠 가웃 : 한 되, 한 말, 한 자 등의 절반에 해당되는 양 모숨 : 모나 푸성귀처럼 길고 가는 것의, 한 손아귀 안에 들어오는 분량 하릅 : 마소나 개의 한 살. '한습'이라고도 함. 하릅(한습), 두습(이듭), 사릅(세습), 나릅, 다습, 여습, 이릅, 여듭, 아습(구릅), 담불(열릅) 길미 : 빚돈에 대하여 일정한 기간 동안에 얼마씩 덧붙여 주는 돈
<옷과 장신구>
거들지 ; 손을 감추기 우해 두루마기나 여자의 저고리 소매 끝에 길게 덧대는 소매. 한삼(汗衫) 진솔 : 한 번도 빨지 않은 새 옷 아얌 : 겨울에 부녀자들이 나들이할 때 추위를 막으려고 머리에 쓰는 물건 차렵 : 초겨울에 쓰도록 옷이나 이불에 솜을 얇게 두는 일 강다짐 : 국이나 물 없이 마른 밥을 먹음 피골집 : 순대(돼지 창자 속에 쌀 두부 나물 따위를 양념하여 이겨서 넣고 삶은 음식) 거섶 : 비빔밥에 섞는 나물붙이의 총칭 바라지 "; 햇빛을 받아들이기 위하여 바람벽에 내는 자그마한 창. 파라지(破羅之)서 온 말. 지하방의 '책가방만 한 창문'. 두짝 바라지는 쌀바라지. * '옥바라지', '해산바라지'와는 다름. 살강 : 부엌의 벽 중간에 가로로 드려 그릇 따위를 올려놓게 한 선반 고삿 : 초가지붕을 일 때 쓰는 새끼. 이엉을 얹기 전이나 후에 지붕 위에 건너질러서 맨다 소맷돌 : 돌계단의 난간 죽담 : 잡돌과 흙을 섞어서 쌓은 담
<문화와 풍속>
다스름 : 어떤 곡조를 연주하기 전에 음률을 고르기 위해 먼저 적당한 짧은 곡조를 연주해보는 일, 또는 그 악곡 적바림 : 글로 간단히 적어두는 일. 꼬는 그 기록. 가랑이표 : 문장이나 수식에 쓰이는 부등호(< , >)중괄호. 갈매 : 짙은 초록빛 물씨 : 색소(色素) 미쁜글 : 약정서 반물 : 검은 빛을 띤 짙은 남색.(~치마) 아니리 : 판소리에서 연기자가 창을 하는 사이에 극적인 줄거리를 엮어 나가는 사설 악청 : 악을 써서 내지르는 목청 지치보라 : 도라지꽃과 같은 보라색 풍장 : 징, 장고, 꽹과리, 소고 등 농악에 쓰이는 풍물을 일컫는 말 해적이 : 지나온 일을 햇수 차례로 간략히 적어놓은 것. 연보(年譜) 호드기 : 물오른 버들가지의 통껍질이나 보릿짚, 밀짚 토막 따위로 만든 피리(풀잎으로 부는 풀피리와는 다름)
<민속과 풍습>
꼬까삐 : 진달래가 피는 철, 남도 산촌 처녀 총각들의 꽃나들이. 억울하게 죽은 이들의 영혼을 달래는 풀습의 하나. 시집 장가 못 가소 죽은 처녀 총각의 무덤이나 머슴살다가 죽은 이, 객사한 이의 무덤에 바친다. <꽃갚이>에서 유래된 말. 물수제비 뜨기 : 얇고 둥근 돌 같은 것을 물 위로 비껴가게 던져서 탐방탐방 수면을 스치며 가게 하는 장난질 백태털기 : 함부로 몸을 드러내놓고 목욕을 하지 않는 옛날 양반들이 바지를 벗어 그 안의 때를 털어내는 일 검 : '신(神)'의 옛말. '단군왕검'의 '검'은 단군이 인간이 아니라 신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말임. 몽달이 : 밤중에 나무 따위가 사람의 형상으로 보이는 것 방자 : 남을 못 되게 하거나 재앙을 받게 하기 위하여 귀신에게 빌거나 방술을 쓰는 것. '오만방자하다'에서 '방자'의 뜻 보리바둑 : 법식도 없이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 두는 서투른 바둑 쥐불 : 농가에서 정월 첫 쥐날에 쥐를 쫓는다 하여 논둑이나 밭둑의 마른 풀에 붙이는 불 핑구 : 위에 꼭지가 달린 팽이
<혼인과 성 풍속>
고마 : 작고 어린 것. 첩을 이르는 말. '꼬마'는 엉뚱하게도 '고마'에서 유래. 꽃잠 : 결혼한 신랑 신부가 처음으로 함께하는 잠 두더지혼인 : 처음에는 허영에 들떠 가장 높은 일을 구하다가 결국에는 하찮은 일을 하게 되는 것. 옛날 우화(寓話)에, 두더지가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상대자와 결혼하려고 애쓰다 결국 두더지를 배필로 맞이하였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된 말 이바지 : 갓 혼인한 신부가 시댁에 갈 때 음식을 장만해 가는 것 첫길 : 시집가거나 장가들러 가는 길
* 어떻게 시를 쓸 것인가
1. 어떤 시인이 될 것인가를 먼저 정한다
2. 무엇이 시인가
시는 전투입니다. 시어는 병사요, 연과 행은 군대입니다. 소대(행)와 대대(연)로 나뉘어 있지요. 멧시지가 대대장입니다. 그래서 적군(독자)을 공격하는 것입니다. 詩는 <똥>입니다. 내 속에 차 있는 걸 쏟아내는 것이죠. 오래 묵히면 된똥이 되고 그 때 그 때 쏟아내면 설사가 됩니다. 똥이 물러서는 안됩니다. 시 한 편 한 편이 경험과 지식이 잘 소화된 부산물이어야 합니다. <시집 한 권에 두 편만 성공해도 다행>이라는 말은 실은 부끄러운 말입니다. 조지훈의 <승무>는 3년 걸려 완성했다 합니다. 고치고 또 고치고 쓰고 또 써서 한 편의 완성된 시가 탄생하는 거죠. 끓이고 또 끓인 진국이 시가 됩니다. <엊저녁에 두 편 썼지!>란 말은 부끄러운 말입니다. 하루 저녁에 세 편을 써서 신춘문예에 당선됐다는 것은 시와 시인의 격을 떨어뜨리는 일입니다.
시는 <전체 은유>입니다. 즉 <빗대어 말하는 것>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에서 다 이야기해 버립니다. 소재가 <호박꽃>이면 주제는 <못생긴 여자>입니다. 그럴 때 호박꽃에 대한 이야기를 여자에 빗대어 써야 합니다. 현대는 자판기 시대입니다. 문학잡지 100권만 사주면 잡지 운영을 위해 등단시킵니다. 기성 문인들이 먹고 살기 힘들어 그렇게 된 겁니다. 좋은 시는 <화두>처럼 발상의 <상>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며 이고 다녀야 탄생됩니다. 쉽게 쓰니까 시를 우습게 봅니다. 골프 세계에 <힘 빼는 데 3년, 힘 넣는 데 3년, 다시 힘 빼는 데 3년>이란 말이 있습니다. 그것처럼 시도 쉽게 쓰다 어려워졌다 다시 십게 되는 것입니다. 제가 시인학교에 가 보아도 물은 얼마나 붓고 쌀은 어떻게 앉히고 불은 얼마나 때고 불 세기는 어떻다고 <밥짓는 법>은 가르쳐 주지는 않고 남 울리기를 좋아하여 무조건 써서 합평을 합디다. 발상법으로부터 소재와 주제로의 연결법을 숙달한 후에 시를 써야 합니다. 태가 밝고 영감이 번득이는 사람이 좋은 시를 씁니다. 발상이 좋기 때문이죠. <애련설>에 <눈을 좋아하면 눈속에서 얼어죽을 각오를 해야> 하듯 시가 좋으면 시 속에 굶어 죽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시가 좋아 대머리가 돼도 좋고, 죽어도 좋고, 뇌성마비가 되도록 고뇌할 수 있어야 합니다.
3. 시는 누가 쓰는가
대학교수나 국어선생이라고 시를 잘 쓰는 것은 아닙니다. 시는 시인이 쓰는 것입니다. 시를 쓰는 일은 고통스럽습니다. 쓰지 않아도 견딜 수 있으면 쓰지 말라고 하고 싶습니다. 누워 자다 벌떡 일어나 다시 고치고, 조사 토씨 하나를 이리 바꾸고 다시 바꾸고...
4. 시인의 사명
시인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내어 보여주는 것입니다. 오래 써서 삐걱거리는 <개다리밥상>을 아버지의 무릎에 비유하는 거죠. 안도현 시인의 <연탄재 함부로 벌로 차지 마라. 너는 한 번이라도 뜨거운 가슴인 적이 있었느냐> 시도 그렇습니다. 식어진 연탄재에서 뜨거운 가슴을 찾아내는 눈이 하나 더 있어야 한 거죠. 시인은 눈이 세 개라야 합니다.
5. 시를 쓰기 위한 준비 자세
시인은 특공대처럼 완전무장을 해야 합니다. 소지품엔 항상 메모지와 펜이 붙어 있어야 합니다. 운전을 하는 사람이면 소형 녹음기도 있어야 합니다. 침대 등 시간을 많이 쓰는 곳에 손전등과 메모지와 펜을 두어야 합니다. 자기 기억을 믿으면 반드시 실패합니다. 여러분도 메모해 두지 않아서 여러 편의 시를 날린 경헙이 있죠? (모두 수긍) 멋진 시 한 편을 날린 거죠. 시상이 잘 떠오르는 곳이 세 군데 있습니다. 발상은 텔레비젼이나 지나가는 사람, 사물 등에서 얻습니다. 저는 화장실과 달리는 차 안에서 많이 얻습니다. 詩의 공백기에는 차를 탑니다. 열차나 고속버스를 타면 일정한 흔들림이 있어 뇌파를 자극하여 좋은 발상이 떠오르게 됩니다. 침대 속의 가수면 상태나 특히 술을 많이 먹어 몸이 멀을 안 듣는 상태에서 잘 됩니다.
6. 나는 시를 이렇게 쓴다
1) 쓰는 것이 아니라 빚는다
시는 빚는 것입니다. 송편을 빚듯이. 대추를 넣으면 대추 맛이 되고, 콩을 넣으면 콩 맛 송편이 되듯...그냥 쓰면 감흥이 없습니다. 거기 들어가는 정성과 연구, 노력만큼 맛난 시가 되는 거죠.
2) 감춤과 드러냄 사이에서 쓴다 (암시/비유/상징)
시란 감춤과 드러냄 사이의 절묘한 비무장지대에서 씁니다. '80년대 이후 난해시가 유행하여 현학적이고 난삽한 시가 양산되었습니다. 얼마 전 명지대 교수 한 분과 <모호성>이냐 <다의성多意性>이냐를 두고 논쟁한 일이 있습니다. 그 교수는 끝까지 <모호성>이라 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다의성>이죠. 결코 모호한 게 아닙니다. 여러 의미를 지니는 거죠. 신천희 시인의 시 가운데 <술타령>이란 게 있습니다.
날씨야 니가 아무리 추워 봐라 내 가 옷 사입나 술 사먹지
다의성입니다. 시인은 독자를 놓고 사기치는 겁니다. 얼마나 정교하냐가 관건입니다.
갈대를 보며(신천희) 가을들판/여기저기서 갈대들이//허리를/굽혔다 폈다 하고있다// 제 한 몸/가누기도 힘든 갈대들//새파란 갈대는/눈씻고 봐도 없고// 머리가/하얗게 센 갈대들이//힘겹게 들판을 지키고 있다
여기서 갈대는 노인들을 말합니다. <새파란><머리가 센> 등이 곧 <드러냄의 장치>입니다. 또 하나 예를 더 들어보겠습니다.
등대(자작 시) 좋은 친구 하나/있었으면 좋겠다 힘들고/외로울 때/찾아가 안길 수 있는 그런/좋은 친구 하나/있었으면 좋겠다
3) 이론에 얽매이지 않는다
<詩작법>에 얽매여서는 안됩니다. 공간성이 어떻고 시간성이 어떻고...이론에 얽매여서는 시가 딱딱해지고 맙니다. 교수 중에 시 잘 쓰는 교수가 없는 것은 이론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나름대로의 작법은 있어야 합니다. 저는 <던져놓고 풀기>를 잘 합니다. <흉내쟁이>에는 택도 아닌 외국말을 쓰는 '유학갔다온놈'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바보다>고 했으면 왜 바보인지 설명해야 합니다. 이것이 <던져놓고 풀기> 작법입니다. 다음으로는 <풀어놓고 던지기>입니다. <무인도>를 보면
푹신한 바다를 깔고 누운 섬은 한 번 잠이 들면 깨어날 줄을 모른다 같이 놀자고 파도가 꼬드겨도 끄떡도 않지 일요일을 잠으로 때우는 아빠처럼
마지막 행 때문에 모든 내용이 <아빠>에 관한 것으로 돼 버립니다.
<대칭>도 중요합니다. 오리가 유유히 떠다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발이 엄청 고생하는 거죠. 그처럼 부모의 노동력이 자녀들을 멕여 살리는 거죠.
소설은 발로 쓰지만 시는 본 상(像)에 매이지 말아야 합니다. <멸치> 하면 <고추장><바다><집어등><파도><어선><발> 같은 게 생각나겠지요. 그것만 생각하면 시인이 되진 못합니다. 일반인이 못 보는 걸 봐야 합니다. <눈물><할머니>가 생각나면 시인이 될 수 있죠. 손주 생각을 하며 멸치를 파는 할머니는 내일 반찬 걱정에 <멸치 사세요> 외칩니다.
4) 체험에서 얻은 발상으로 쓴다
시인은 눈 하나가 더 있어야 합니다. 길을 가다가 잠자리를 옮기는 개미를 보았습니다. 졸시 몇 편을 보겠습니다.
[뚱보 바람] - 바람에 철조망이 넘어졌습니다. 야~ 이 바람 중에 뚱보 바람이 있구나. 날씬하게 빠져 나가지 못 한 걸 보니...하고 생각합니다.
[할아버지] - 쓰러져가는 초가집을 받침대로 받쳐놓은 걸 보고 썼죠. 초가집 이야기가 아니라 할아버지 지팡이 이야기죠. 빈집 이야기 했지만 다 읽고 나면 할아버지 이야기죠.
불가에선 <관觀)>이라 하여 한 생각 더 들어가는 걸 말하고 있습니다.
[단풍] - 바람이 나쁜 놈이 아닙니다. 애꿎은 바람은 누명을 쓴 셈이죠. 새잎을 준비하기 위해 밀고 올라오는 힘에 의해 단풍이 떨어지는 거죠. 그래서 가랑잎이 바람의 따귀를 때리는 거죠. 그렇지 않으면 <누구나 쓸 수 있는 시>를 쓸 수밖에 없게 되죠.
<발상> → <전개> → 메모(A4 한 장) → 산문(수필 형태) → 연 나누기 → 살빼기 → 환치 → 시어 바꾸기 → 뒤집기로 조절합니다.
5) 소재가 주제로 가지 않는다
이 명제는 <특허를 내라>고 까지 한 것인데, 오늘 강의 중에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죄송합니다만 용혜원 시인이나 이해인 시인처럼 타령조로, 감성적이고 멋만 부린, 예쁜 말만 써서 쓴 시 - 그건 시가 아닙니다. 알면서도 안 쓰면 모르는 것과 같습니다. <그걸 누가 몰라, 다 아는데...>하는 그 사람 시까지 그렇습니다. <호박꽃>을 <호박꽃>으로만 쓰면 호박꽃이 소재요 제재요 주제가 돼 버립니다. <드러냄의 장치>를 넣어 <전체은유>로 <못생긴 여자>를 제시해야 합니다. 정물시나 풍경시 등 특성을 가진 시는 경우가 다릅니다. 예를 들어 <도둑 눈>이란 시는 풍경시입니다.
눈(眼)과 눈(雪)이 마주쳐 하마트면 턱이 빠질 뻔 했네
산골에서 잠이 깨어 바라본 설경이 하도 아름다워 쓴 시입니다. 풍경시는 그 장면이 선명하게 나타나야 합니다.
그러나 일반 서정시는 <소재가 주제가 되지 않았는가> 하는 관점에서 보아야 합니다. 이것 하나만 확실히 해둬도 여러분은 오늘 횡재한 겁니다.
서술을 피해야 합니다. 길어지거나 어려워지는 것은 자신이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풍수나 음양오행이 어려워야 할 이유가 없숩니다. 나무꾼이 한 짐을 해서 내려오며 쉬는 곳이 명당이지요. 햇살 잘 들고 편안한 자리에 쉬는 거죠. 완벽하게 이해하면 어려울 게 없습니다. 법문도 그렇습니다. 깨우치지 않은 사람이 어려운 말을 씁니다. 주기도문에 어려운 말이 없어도 감동을 주듯이...고사성어나 한자어를 집어 넣는 사람은 자신이 없을 때 그렇습니다. 서술도 마찬가지 입니다. 시는 누구의 지식을 알고자 하는 게 아니다. 무릎을 치든지 울든지 웃든지 해야 성공이다. 말줄임표 역시 문장에 자신없는 사람이 많이 쓰지요.
6) 한 가지 이야기만 한다
주제가 하나이어야 합니다. 시인은 사랑하는 애인을 발로 뻥 찰 수 있어야 합니다. 그 한 줄 쓸려고 시를 썼는데..하는 그 한 즐(애인)을 버려야 합니다. 같은 단어는 빼서 문장으로 가져 가야 합니다. 다음 시는 그렇지 않은 경우입니다. 풀잎인지 꽃잎인지 모호합니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정호승 시)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꽃잎에도 상처가 있다/너와 함께 걸었던 들길을 걸으면/들길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보면/상처가 많은 풀잎들이 손을 흔든다/상처 많은 꽃잎들이/가장 향기롭다 7) 의인화에 대하여
다음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곤란하리만큼 복잡한 의인화를 하여 시의 맛을 잃은 경우입니다.
광릉숲에서(서재환 시) 광릉숲에 들어서면/푸른 갑옷을 두르고/팔도강산에서 모여든/어기찬 아저씨들을 만난다. 임꺽정의 팔뚝 같은 나무/김정호의 다리 같은 나무/활대 잡은 충무공처럼 훤칠한 나무 임진왜란의 의병들이 튀어나오고/동학의 장정들이 걸어나오고/솔잎수염이 따끔따끔 침을 찌르던/청산이 싸움의 독립군을 만난다. 비바람을 맞으면 더 푸른 나무/눈보라 휘몰아치면 더 곧게 서서/피리부는 나무/ 광릉숲에 들어서면/웃자란 내 몸도/한 그루 옹이 박힌 나무다 된다.
8) 존칭어를 쓰지 않는다
시는 대상물일 뿐 존칭을 써서는 안 됩니다. 상투적인 존칭도 안 됩니다. 꼭 존칭을 쓸려면 모두 존칭을 쓰든지 개연성이 있어야 합니다. 아무런 정황도 없이 존칭어와 섞어 쓰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손이 송아지를 받으셨다>고 하여 손을 높이는 결과가 되어버렸습니다.
아버지의 손(권영상 시) 장작을 패시던 손으로/무밭에 두엄을 내시던/손으로 아버지는/외양간 기둥에/등불을 거시고 무릎을 꿇어/송아지를 받으셨다. 뿌우연 등불 아래/땀을 훔치며 나오시던/아버지의 험한 손이 예쁘고/귀여운 송아지를 받으셨다.
9) 치밀하고 치열하게 쓴다
치밀하게 쓴다면 이 시와 같은 오류는 범하지 않습니다. 어머니에 대한 존칭어가 어느새 예삿말로 둔갑해 버린 경우입니다.
어머니의 그륵(정일근 시) 어머니는 그륵이라 쓰고 읽으신다/그륵이 아니라 그릇이 바른 말이지만/어머니에게 그릇은 그륵이다. 물을 담아 오신 어머니의 그륵을 앞에 두고/그륵, 그륵 중얼거려보면/그륵에 담긴 물이 편안한 수평을 찾고/어머니의 그륵에 담겨졌던 모든 것들이/사람의 체온처럼 따뜻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학교에서 그릇이라 배웠지만/어머니는 인생을 통해 그륵이라 배웠다/그래서 내가 담은 한 그릇의 물과/어머니가 담은 한 그륵의 물은 다르다. 말 하나가 살아남아 빛나기 위해서는/말과 하나가 되는 사랑이 있어야 하는데/어머니는 어머니의 삶을 통해 말을 만드셨고/나는 사전을 통해 쉽게 말을 찾았다. 무릇 시인이라면 하잖은 것들의 이름이라도/뜨겁게 살아있도록 불러 주어야 하는데/두툼한 개정판 국어사전을 자랑처럼 옆에 두고/서정시를 쓰는 내가 부끄러워진다.
10) 시제와 시점을 정확하게 쓴다
시제가 달라지면 안 됩니다. 과거인지 현재인지 일관성 없는 시는 곤란하죠.
11) 문장부호를 쓰지 않는다
이 문제는 문협과 시협에서 왈가불가 말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문장 부호 쓰기는 자유로 하되 쓴다면 완벽해야 할 것입니다. 마침표를 찍었다 말았다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저는 문장 부호를 쓰지 않습니다. 긴장미가 떨어지고 지저분해져서 쓰지 않지요. 간결한 게 좋지요.
12) 관념어를 쓰지 않는다
<이별><사랑><고독> 등의 관념어를 쓰지 말아야 합니다. 시는 구런 관념을 드러내는 시어들로만 구성돼야 합니다.
13) 같은 단어의 반복을 피한다
같은 단어는 되도록 다른 낱말로 고쳐 쓸 수 있어야 합니다. 같은 단어가 23번 나온 시가 있어 성질나서 끝까지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처럼>이 나왔으면 <같이>로 바꿔야 합니다. 반복(강조)은 장치적일 때만 쓰도록 하면 될 것입니다.
14) 글자 하나하나를 뼈에 도장을 새기듯 쓴다
한 글자도 군더더기가 있어선 안됩니다. 남의 시를 세밀히 관찰해 보아야 합니다.
15) 나만의 스타일로 쓴다
<연탄재>를 패러디하여 <꽃 함부로 꺾지 마라. 너는 남들한테 한 번이라도 예뻐 보인 적 있느냐>...선생이 합평하면 선생 스타일의 시가 되고 맙니다. 저는 제 시만 내놔도 제 시인 줄 다 압니다.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어야 합니다. 소설은 <무조건 베껴 오라>고 합니다. 소설의 독특한 플롯을 공부시키기 위함이죠. 그러나 시는 그래서는 안 됩니다.
16) 탈고를 위한 나만의 점검표를 만든다
예를 들어
ⓐ 소재가 주제로 가지 않았는가? ⓑ 한 가지 주제로 갔는가? ⓒ 의인화는 끝까지 했는가? ⓓ 객관성을 회복했는가?
등등 탈고를 위한 나만의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야 합니다. 최하 열 가지 이상 나올 것입니다. 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슬픈 시를 눈물을 줄줄 흘려가며 써도 어머니가 살아계신 사람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면 자가당착일 뿐 객관성은 없는 것입니다.
합평에 임하는 자세는 <똥개는 짖어라, 나는 내 길을 간다>는 식이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성처를 받습니다. 거기서 유익한 게 있으면 받아들이고, 그외는 다 버리세요. 내가 상처를 안 받아야지...
17) 원고는 항상 출력해서 본다
컴퓨터 화면의 느낌은 <전혀 아닙니다>. 출력을 해 보아야만 시의 참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죽은 놈은 쳐버리십시오.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입니다. 시가 안 되면 밀어 놓으십시오. 두뇌의 순간 활용 능력은 얼마 안됩니다. 나중에 다시 보면 당시에 생각나지 않던 단어가 새롭게 떠오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소재를 주제로 몰고 가지 말라>는 것과 <체크리스트를 만들라>는 두 가지만 건져도 오늘 강의 성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