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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한잡록2(遣閑雜錄2)-침수경(沈守慶)
견한잡록-침수경(沈守慶)
文士車天輅以能文名於世(문사차천로이능문명어세) : 문사 차천로(車天輅)는 문장에 능하여 세상에 이름이 났는데,
而最長者詩與四六也(이최장자시여사륙야) : 가장 잘하는 것은 시와 4ㆍ6변려체(四六騈儷體)이다.
壬辰夏(임진하) : 임진년 여름에
倭寇陷京都(왜구함경도) : 왜구가 서울을 함락하자,
車駕西巡駐義州(거가서순주의주) : 성상이 서쪽 의주(義州)로 가서 머무르며
請救於中朝(청구어중조) : 중국에 구원을 청하니,
帝命遣侍郞宋應昌都督李如松討之(제명견시랑송응창도독리여송토지) : 황제(皇帝 명의 신종)가 시랑(侍郞) 송응창(宋應昌)과 도독 이여송(李如松)을 보내어 토벌하게 하였다.
癸巳春(계사춘) : 계사년 봄에
都督大破倭寇于平壤(도독대파왜구우평양) : 도독 이여송이 왜구를 평양(平壤)에서 대파하니,
夏倭寇退屯于東萊釜山等處(하왜구퇴둔우동래부산등처) : 그해 여름에 왜구가 동래(東萊)와 부산(釜山) 등지로 물러갔다.
秋都督還朝(추도독환조) : 가을에 도독 이여송이 중국으로 돌아가느라
臨別求別詩於諸文士(림별구별시어제문사) : 작별에 임하여 이별시를 여러 문사에게 구하니,
天輅作詩(천로작시) : 차천로는 시를 지음에
及七言律詩一百首(급칠언률시일백수) : 7언 율시 1백 수(首)와
七言排律一百韻(칠언배률일백운) : 7언 배율시(七言排律詩) 1백 운(韻)을 지어 주었다.
律詩則上下平聲各韻盡押(률시칙상하평성각운진압) : 율시는 상하평성(上下平聲)으로 각각의 운자를 붙여서
而二日作之(이이일작지) : 2일 만에 지었고,
排律則押陽字韻(배률칙압양자운) : 배율시는 양(陽) 자 운을 붙여서
而半日作之(이반일작지) : 반나절 만에 지었는데,
富贍敏捷(부섬민첩) : 그 시가 풍부하고 민첩(敏捷)하여
當代無雙眞天才也(당대무쌍진천재야) : 당대에 짝이 없었으니, 진실로 천재로다.
其詩世方傳播焉(기시세방전파언) : 그 시가 마침내 세상에 널리 퍼졌다.
萬里峴下鄕老之會(만리현하향로지회) : 만리현(萬里峴) 아래에 있는 향로회(鄕老會)에서는
日長時則設點心(일장시칙설점심) : 여름에는 점심을 마련하고
日短時則設饅頭(일단시칙설만두) : 겨울에는 만두를 장만하는데,
而酒則畧設焉(이주칙략설언) : 술은 약간 내놓는다.
壬辰夏(임진하) : 임진년 여름에
遭亂離散(조란리산) : 난리를 만나 흩어졌다가
至甲午冬(지갑오동) : 갑오년 겨울에
還集都下(환집도하) : 서울에 돌아와 모이니,
生存者(생존자) : 생존자는
只宋西郊安竹溪沈聽天三人而已(지송서교안죽계침청천삼인이이) : 다만 송서교(宋西郊 송찬)ㆍ안죽계(安竹溪 안한)ㆍ나ㆍ심청천(沈聽天 심수경) 3명뿐이었다.
三人皆蕩無家舍(삼인개탕무가사) : 3명도 모두 난리로 집이 없어져서
僑寓城中(교우성중) : 성중(城中)에서 협방(夾房)살이를 하므로
相訪甚稀(상방심희) : 서로 찾는 일이 매우 드물었다.
乙未秋九月(을미추구월) : 을미년 가을 9월에
西郊曰(서교왈) : 서교가 말하기를,
舊契三人(구계삼인) : “옛날 계(契)에서 아직 3명이 살아 있으니,
猶可以輪會修契事也(유가이륜회수계사야) : 돌아가며 계모임을 하자.”고 하여 ,
聽天先設饅頭及酒(청천선설만두급주) : 내가 먼저 만두와 술을 차렸는데,
視舊尤畧(시구우략) : 옛날에 비해서 더욱 간소하였다.
席上聽天唱吟曰(석상청천창음왈) : 자리에서 내가 시를 읊기를
二年經大亂(이년경대란) : 두 해나 큰 난리를 겪고도
三老保餘生(삼로보여생) : 세 늙은이 여생 보전하였네
舊會猶堪續(구회유감속) : 옛 모임을 여전히 계속하여
新醅正可傾(신배정가경) : 새 술이나 꼭 마셔보세
相看鬚鬢白(상간수빈백) : 서로 수염과 귀밑털이 흰 것을 바라보며
共作笑談淸(공작소담청) : 똑같이 웃으며 담소가 맑네
托契知多少(탁계지다소) : 계모임에 몇 사람인지 알겠어
吾儕最有情(오제최유정) : 우리가 가장 정이 두텁구나 하니,
西郊和之曰(서교화지왈) : 서교가 화답하기를,
濛濛昏雨歇(몽몽혼우헐) : 부슬부슬 내리던 비 그쳤으니
促席話平生(촉석화평생) : 어서 앉아 지난 일이나 이야기하세
靑眼論文對(청안론문대) : 청안으로 문장을 의논하고
丹心挾酒傾(단심협주경) : 단심은 마시기에 기울어지네
征鴻呼侶急(정홍호려급) : 가는 기러기 짝 부르느라 급하고
寒菊送香淸(한국송향청) : 찬 국화 맑은 향기 보내 주네
倚醉看斜日(의취간사일) : 취해서 지는 해 보자스랴
誰知坐久情(수지좌구정) : 뉘라서 오래 있는 정 알까 하였고,
竹溪和之曰(죽계화지왈) : 죽계가 화답하기를,
重修舊契客(중수구계객) : 다시 옛 계를 계속하니
庚癸丙年生(경계병년생) : 경오ㆍ계유ㆍ병자생이네
仙果金盤薦(선과금반천) : 선과는 금쟁반에 올리고
香醅盡盞傾(향배진잔경) : 향기로운 술은 잔 가득 기울이네
白頭商嶺老(백두상령로) : 흰 머리는 상산사호처럼 늙고
高興竹林淸(고흥죽림청) : 높은 흥은 죽림처럼 맑네
百歲無多日(백세무다일) : 백 세를 살아도 날이 많지 않으니
終須盡此情(종수진차정) : 모름지기 이 정을 다하리 하였다.
時西郊年八十六(시서교년팔십륙) : 이때 서교는 86세이고,
竹溪年八十三(죽계년팔십삼) : 죽계는 83세이며,
聽天年八十也(청천년팔십야) : 나는 80살이었다.
癸卯司馬同年(계묘사마동년) : 계묘년 사마시(司馬試)에 합격한 동기생끼리
每月輪設榜會(매월륜설방회) : 매월 돌아가며 방회(榜會)를 열었는데,
壬辰夏(임진하) : 임진년 여름에
遭亂分散(조란분산) : 난리를 만나 분산되었다.
甲午春還都下(갑오춘환도하) : 갑오년 봄에 서울에 돌아오니,
生存者只沈聽天鄭雙谷張松嶺三人而已(생존자지침청천정쌍곡장송령삼인이이) : 생존자는 다만 나와 정쌍곡(鄭雙谷 정척), 그리고 장송령(張松嶺 장사중) 3명뿐이었다.
乙未秋九月(을미추구월) : 을미년 가을 9월에
聽天曰(청천왈) : 내가 말하기를,
三人猶可謂榜會(삼인유가위방회) : “3명이라도 방회를 하는 것이 좋다.” 하고,
聽天先設(청천선설) : 내가 먼저 모임을 가졌다.
席上聽天唱吟曰(석상청천창음왈) : 그 자리에서 내가 읊기를,
二百同年榜(이백동년방) : 2백 명이나 되던 동년방이
生存只箇三(생존지개삼) : 생존한 자 세 사람뿐이네
凋零雖太甚(조령수태심) : 쓸쓸하기 이렇게 심하나
會集亦猶堪(회집역유감) : 회라도 하면서 견디어 보세
抵死拚佳約(저사변가약) : 죽어 가약을 배반한단 말인가
從人作美談(종인작미담) : 우리끼리 미담이나 하고 지내 보세
正逢秋色好(정봉추색호) : 때는 좋은 가을이라
窓外望終南(창외망종남) : 창 밖에 종남산을 바라나 보세 하니,
雙谷和之曰(쌍곡화지왈) : 쌍곡이 화답하기를,
令節月當九(령절월당구) : 때는 9월
衰翁坐對三(쇠옹좌대삼) : 늙은이 셋이 마주 앉았네
新歡情不盡(신환정불진) : 새 기쁨은 정이 가시지 않고
舊義思何堪(구의사하감) : 옛 정의는 생각할수록 어찌 견디겠는가
懷抱憑詩酒(회포빙시주) : 회포는 시나 술로 의탁하고
光陰付笑談(광음부소담) : 세월은 미담이나 하며 지내세
徘徊不忍去(배회불인거) : 배회하며 차마 못 가겠소
一散隔東南(일산격동남) : 작별하면 동남으로 떨어지리
松嶺和之曰(송령화지왈) : 하고, 송령이 화답하기를,
佳節團欒會(가절단란회) : 아름다운 때 단란히 모여
親朋鼎坐三(친붕정좌삼) : 친한 벗 셋이 앉았네
送秋懷作惡(송추회작악) : 가을이라 나는 회포 어이하며
垂老病難堪(수로병난감) : 늙은이 병들어 견디기 어렵네
寓興詩兼酒(우흥시겸주) : 흥이 나면 시 짓고 술 마시며
逢場笑且談(봉장소차담) : 만나면 웃고 이야기하네
夕陽歸去路(석양귀거로) : 석양이 되어 돌아가는 길에는
楓葉滿山南(풍엽만산남) : 단풍이 남산에 가득하네 하였다.
時聽天年八十(시청천년팔십) : 이때 나는 80살이고,
雙谷年七十九(쌍곡년칠십구) : 쌍곡은 79세이며,
松嶺年七十二也(송령년칠십이야) : 송령은 72세였다.
宋知事贊(송지사찬) : 지사(知事) 송찬(宋贊)은
中廟朝丁酉年爲生員壯元(중묘조정유년위생원장원) : 중종 정유년에 생원시에 장원하고
庚子年登第(경자년등제) : 경자년에 급제하였다.
仁廟明朝歷敭陞嘉善(인묘명조력양승가선) : 인종과 명종 때 두루 관직을 거쳐 가선대부(嘉善大夫)에까지 올랐으며,
至當代己丑年(지당대기축년) : 기축년에
以年八十加階嘉義(이년팔십가계가의) : 80세로 가의대부(嘉義大夫)의 품계에 올랐으며,
乙未秋特命加階資憲(을미추특명가계자헌) : 을미년 가을에는 특명으로 자헌대부(資憲大夫)에 승진하여
爲知中樞府事(위지중추부사) : 지중추부사(知中樞府事)가 되었다.
又賜酒饌米斗(우사주찬미두) : 또 조정에서 주찬(酒饌)과 미두(米豆)를 보내니,
蓋以四朝耆舊優老之典(개이사조기구우로지전) : 이는 사조(四朝 중종ㆍ인종ㆍ명종ㆍ선조)에 걸쳐 벼슬한 노인에 대해 우대하는 예절로서
出於尋常(출어심상) : 당연한 일이었다.
朝野嗟嘆(조야차탄) : 조야에서 모두 감탄하였고,
公上箋陳謝(공상전진사) : 송찬은 성상께 글을 올려 사례하였다.
時年八十六(시년팔십륙) : 이때 송찬의 나이 86세였으나
而精力不衰(이정력불쇠) : 정력이 정정하니,
人稱地仙焉(인칭지선언) : 사람들이 지상의 신선이라고 하였다.
守慶以詩賀之曰(수경이시하지왈) : 내가 시로써 하례하기를,
八十加階國典存(팔십가계국전존) : 80세에 품계를 더함은 국전에 있으나
頃年增秩亦殊恩(경년증질역수은) : 지난 해 녹봉을 더해 준 것은 특별한 은혜로세
一朝又是紆新命(일조우시우신명) : 하루 아침 신명을 받으니
稀世榮光萬口喧(희세영광만구훤) : 세상에서는 드문 영광이라고들 하는구나喧
酒饌頒來兼米豆(주찬반래겸미두) : 주찬을 하사하고 미두까지 겸했으니
朝家優老澤初霑(조가우로택초점) : 조정에서 노인 우대하는 은택이 흡족하다霑
九旬耆舊宜如許(구순기구의여허) : 90세 노인에게도 마땅히 그러할 일
閑局蒙恩且莫嫌(한국몽은차막혐) : 한가할 때 은혜를 입었다고 혐의 마소 하였다.
命下公曰(명하공왈) : 은명(恩命)이 내린 후에 공이 말하기를,
枯樗荷寵未安云故云(고저하총미안운고운) : “늙은이가 은혜를 입은 것이 온당치 못하다.” 하였으므로 그렇게 말한 것이다.
己亥春公年九十(기해춘공년구십) : 기해년 봄에 공(公)의 연세 90세여서
命加崇政(명가숭정) : 조정에서는 숭정대부(崇政大夫 종1품)에 가자하도록 명하였다.
守慶送賀詩曰(수경송하시왈) : 내가 하례하는 시를 보내기를,
享年九十世應難(향년구십세응난) : 향년 90은 세상에서 어려운 일이라
仍致崇班理固安(잉치숭반리고안) : 숭정대부에 오르는 것 사리상으로 당연하다
稱以地仙非妄語(칭이지선비망어) : 지상 선인이라 하는 말 망령되다 마소
求之天下豈多看(구지천하기다간) : 천하에 구한들 어찌 많이 볼 수 있으리오
聖朝優異恩殊重(성조우이은수중) : 성조에서 우대하는 은혜 대단히 무겁고
耆席通尊禮亦寬(기석통존례역관) : 노인을 존중하는 예 또한 너그럽네
嗟我後生猶八耋(차아후생유팔질) : 아, 나 같은 후생도 80이 되었소
執鞭長欲侍吟壇(집편장욕시음단) : 채찍을 잡고 길이 당신을 음단(吟壇)에서 모시고 싶네 하였더니,
公和之曰(공화지왈) : 공(公)이 화답하기를,
鵬擊高談解道難(붕격고담해도난) : 붕새가 구만리 장천을 차고 난다는 고담은 알기 어렵고
低飛唯分一枝安(저비유분일지안) : 나직이 한 가지 사이를 나는 메추라기야 제 분수에 편안하오
匪熊渭老何緣訪(비웅위로하연방) : 꿈으로 점치던 강태공은 찾을 길 없으리니
浮海沙鷗欲押看(부해사구욕압간) : 바다에 뜬 갈매기나 친해본들 무엇하리
縹緲崇班憑齒躐(표묘숭반빙치렵) : 까마득히 높은 숭정대부는 나이 덕에 올랐으니
驚惶卑抱酌醪寬(경황비포작료관) : 놀랍고 황공한 내 마음 술로나 진정시키리
執鞭謙語還爲謔(집편겸어환위학) : 채찍을 잡다는 말은 도리어 희롱이 되나니
落落台躔立玉壇(락락태전립옥단) : 도량이 넓은 정승의 집안에 옥단(玉壇)이나 세우소 하였다.
尙州素稱文獻之邦(상주소칭문헌지방) : 상주(尙州)는 본래 문헌(文獻)의 고을로
名士多出(명사다출) : 명사가 많이 나왔다.
吾同年及第徐判事克一居焉(오동년급제서판사극일거언) : 나와 같은 해 급제한 판사 서극일(徐克一)이 이 고을에 살았는데,
有二子尙男漢男(유이자상남한남) : 두 아들 서상남(徐尙男)과 서한남(徐漢男)을 두었다.
己丑年間(기축년간) : 기축년에
判事棄世(판사기세) : 세상을 떠나니,
二子居廬于墓側(이자거려우묘측) : 두 아들이 묘 옆에 여막을 짓고 시묘살이를 하였다.
廬傍有松亭(려방유송정) : 여막 곁에는 송정(松亭)이 있고,
有一童子(유일동자) : 한 동자(童子)가
學書於廬所(학서어려소) : 여막에 와서 글을 배우고 있었는데,
童子夜夢見(동자야몽견) : 동자가 어느 날 밤에 꿈을 꾸니,
亭中六人會坐(정중륙인회좌) : 송정에 6명이 모여 앉아
謂童子曰(위동자왈) : 동자에게 말하기를,
首坐者盧相國蘇齋(수좌자로상국소재) : “저기 우두머리에 앉은 이는 상국(相國) 노소재(盧蘇齋 노수신)이고,
次卽金判事冲(차즉금판사충) : 다음은 판사 김충(金冲)이고,
次卽盧判事祺(차즉로판사기) : 다음은 판사 노기(盧祺)이고,
次卽徐判事克一(차즉서판사극일) : 다음은 판사 서극일이고,
次卽金縣監範(차즉금현감범) : 다음은 현감 김범(金範)이며,
次卽金進士彥健也(차즉금진사언건야) : 다음은 진사 김언건(金彦健)이다.” 했다.
坐中名其亭曰觀行(좌중명기정왈관행) : 그리고 좌중이 그 정자 이름을 관행정(觀行亭)이라 하고,
作一詩令童子讀之(작일시령동자독지) : 시(詩) 한 수를 지어 동자로 하여금 여러 번 읽어서
累遍期於成誦(루편기어성송) : 기필코 외우도록 하였다.
覺而記得(각이기득) : 깨어서 기억하니,
詩曰(시왈) : 그 시에 이르기를
靑山山下數椽廬孝子營(청산산하수연려효자영) : 청산 아래 두어 서까래 여막 효자가 지어
孝子幾竭如在誠(효자기갈여재성) : 효자는 거의 계시듯이 하는 효성을 다하네
孝子不廢風與雨日三來(효자불폐풍여우일삼래) : 효자는 풍우도 가리지 않고 날마다 세 번 와서
號哭聲中冥夢回(호곡성중명몽회) : 울부짖으며 명복을 비네
觀行亭中六仙會眞樂事(관행정중륙선회진악사) : 관행정에 여섯 명의 신선이 모였으니 참으로 즐거운 일이고
觀行亭名留百禩(관행정명류백禩) : 관행정이란 이름 영원히 전해지리
洛江江上可以立六仙社(락강강상가이립륙선사) : 낙동강 가에 가히 여섯 신선의 사당 지을 만한데
洛江萬古流不舍(락강만고류불사) : 낙동강 맑은 물 만고에 푸르리 하였는데,
似是蘇齋手段也(사시소재수단야) : 아마 이는 노소재의 솜씨인 듯하다.
事甚奇異(사심기이) : 일이 매우 기이하여
尙人傳播云(상인전파운) : 아직도 세상에 전해진다.
余於七十五歲生男(여어칠십오세생남) : 내가 75세에 아들을 낳고
八十一歲又生男(팔십일세우생남) : 81세에 또 아들을 낳았으니,
皆婢妾出也(개비첩출야) : 모두 비첩의 몸에서 태어났다.
八十生子(팔십생자) : 80세에 자식을 낳은 것은
近世罕見(근세한견) : 근세에 드문 일로
人曰慶事(인왈경사) : 사람들은 경사라 하나,
而余則以爲災變也(이여칙이위재변야) : 나는 재변이라고 여긴다.
戲唫二絶(희금이절) : 장난삼아 두 절구를 지어서
呈于西郊竹溪兩老契兩老皆和之(정우서교죽계량로계량로개화지) : 서교(西郊 송찬)와 죽계(竹溪 한안) 두 늙은 친구에게 보냈더니, 두 노인이 모두 화답하였다.
仍致傳播(잉치전파) : 그런데 이것이 세상에 전파되었으니,
尤可笑也(우가소야) : 더욱 우습다. 나의 시에,
七五生男世固稀(칠오생남세고희) : 75세 생남도 세상에 드문 일인데
如何八十又生兒(여하팔십우생아) : 어이하여 80에 또 생남했나
從知造物眞多事(종지조물진다사) : 알겠구나. 조물주가 참으로 하는 일이 많아
饒此衰翁任所爲(요차쇠옹임소위) : 이 늙은이를 후대하여 하는 대로 내버려 둔 것을
八十生兒恐是災(팔십생아공시재) : 80 생남은 재앙인가 두려우니
不堪爲賀只堪咍(불감위하지감해) : 축하는 당치 않소 웃기나 하소
從敎怪事人爭說(종교괴사인쟁설) : 괴이한 일이라고 다투어 말하게나
其奈風情尙未灰(기내풍정상미회) : 어쩌리 세상 풍정이 아직 사라지지 않은 것을 하였다.
嘉靖庚子冬(가정경자동) : 가정(嘉靖 중국 명 나라 세종의 연호) 경자년 겨울에
余與尹君潔長源許君曄太輝(여여윤군결장원허군엽태휘) : 내가 장원(長源) 윤결(尹潔) 군과 태휘(太輝) 허엽(許曄) 군과 더불어
讀書于三角山重興寺(독서우삼각산중흥사) : 삼각산(三角山) 중흥사(重興寺)에서 공부하였는데,
一夜太輝勸余及長源(일야태휘권여급장원) : 하룻밤에는 태휘가 나와 장원에게
聯句爲詩(련구위시) : 시 한 구씩 지어 시편을 만들자고 권하기에
遂成七言近軆一首(수성칠언근체일수) : 드디어 7언 근체시(近體詩) 한 수씩을
每夜如是(매야여시) : 매일 밤 짓다가,
凡十七夜而止(범십칠야이지) : 17일째 되던 밤에 그쳤다.
每篇用燈月字(매편용등월자) : 시편마다 등(燈) 자와 월(月) 자를 써서
書以爲軸(서이위축) : 시축(詩軸)을 만들고
名之曰燈月錄(명지왈등월록) : 그 이름을 《등월록(燈月錄)》이라고 하였다.
余題其尾曰(여제기미왈) : 내가 시편 끝에, 이르기를
每夜一篇(매야일편) : “시 짓기를 밤마다 한 편씩 하여
十七夜而止(십칠야이지) : 17일째 밤에 그치니,
詩亦十七而已(시역십칠이이) : 시 또한 17수이다.
其辭則燈月交輝(기사칙등월교휘) : 그 말은 등불과 달빛이 서로 비춰 준다는 것이고,
其意則肝肺相照(기의칙간폐상조) : 뜻은 우리 마음을 서로 환히 알아준다는 것이다
浮生聚散不常其期(부생취산불상기기) : 그. 부생(浮生)의 모이고 흩어짐이 덧없으므로,
他時面目猶可以寓于此云耳(타시면목유가이우우차운이) : 훗날의 면목(面目)을 이 시편에 의탁하여 찾을까 하노라.” 하였다.
太輝題詩曰(태휘제시왈) : 태위의 시에,
重興十七首新詩(중흥십칠수신시) : 중흥사에서 17일 밤 읊은 새로운 시는
老眼看來喜可知(로안간래희가지) : 늙어서 보면 기쁨을 가히 알리라
泉石始經才子弄(천석시경재자롱) : 천석은 재사의 시에 흥청거리고
山林應盡寶藏奇(산림응진보장기) : 산림은 응당 보물인 양 갈무리됐네
玉蟲逐卷光猶爛(옥충축권광유란) : 등잔불에 책을 읽으니 빛이 찬란하고
圓桂當中影不移(원계당중영불이) : 달은 중천에 떠 그림자 옮기지 않네
他日蘭亭堪絶唱(타일란정감절창) : 훗날 난정에서 절창을 읊을 적에
詩之作(시지작) : 시의 시작에
吾人雖病欲相隨(오인수병욕상수) : 내 몸 병들어도 따르고 싶구나 하였다.
長源太輝具以丁丑生(장원태휘구이정축생) : 장원과 태휘는 모두 정축생인데,
源爲丁酉進士(원위정유진사) : 장원은 정유년에 진사가 되었고
輝爲庚子進士(휘위경자진사) : 태휘는 경자년에 각각 진사(進士)가 되었으며,
余以丙子生(여이병자생) : 나는 병자생으로
未爲進士矣(미위진사의) : 진사가 되지 못하였다.
厥後長源登癸卯第(궐후장원등계묘제) : 그 후 장원은 계묘년에 급제하고,
余與太輝登丙午第(여여태휘등병오제) : 나와 태휘는 병오년에 급제하였다.
丁未春(정미춘) : 정미년 봄에
余與長源爲正言(여여장원위정언) : 나와 장원이 정언(正言)이 되었는데,
話間偶及重興聯句事(화간우급중흥련구사) : 한담하던 중에 우연히 중흥사에서 시를 짓던 일을 이야기하다가,
長源曰(장원왈) : 장원이 말하기를,
聞其藁在鈍庵公(문기고재둔암공) : “그때 시 초고(草藁)가 송둔암(宋鈍庵 송인) 공에게 있다 하니,
可取覽(가취람) : 가져다 볼까.” 하기에,
遂取以覽(수취이람) : 드디어 가져다 보고
用太輝詩韻(용태휘시운) : 태휘의 시운(詩韻)에 따라서
各各賦一篇(각각부일편) : 각기 한 편씩 지었다.
長源作小序曰(장원작소서왈) : 장원이 소서(小序)를 짓기를,
庚子冬(경자동) : “경자년 겨울에
余與沈希安(여여침희안) : 내가 심희안(沈希安 심수경의 자)과
寓三角之重興寺(우삼각지중흥사) : 삼각산 중흥사에 기숙하며
讀書之暇(독서지가) : 공부하던 여가에
輒燒燈夜晤(첩소등야오) : 등불을 피우고 이야기하다
仍與聯句十七夜而止(잉여련구십칠야이지) : 연구(聯句)를 짓기 시작하여 17일째 밤에 그쳤다.
當時不甚致意(당시불심치의) : 그런데 그때는 별로 마음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故漫不復記(고만불부기) : 산만하여 다시 기억하지 못하였다.
余登癸卯第(여등계묘제) : 내가 계묘년에 급제하고
希安擢丙午壯元(희안탁병오장원) : 희안은 병오년에 장원으로 뽑혀
今年春同入諫院(금년춘동입간원) : 금년 봄에 함께 사간원(司諫院)에 들어와서
方論離合(방론리합) : 바야흐로 그 동안의 헤어지고 만남을 이야기하던 중에
偶聞鈍菴公得重興舊藁置案上(우문둔암공득중흥구고치안상) : 우연히 송둔암 공이 중흥사에서 쓴 시고(詩稿)를 얻어 책상 위에 놓아 두고
時加披玩(시가피완) : 때때로 펴 본다는 말을 듣고
大以爲驚(대이위경) : 크게 놀랍게 여겨
遂簡求之(수간구지) : 드디어 편지를 보내 구해 오니,
來則希安手藁也(래칙희안수고야) : 희안이 쓴 초고인데,
希安之詩(희안지시) : 희안의 시는
其時已圓熟(기시이원숙) : 그때 이미 원숙(圓熟)하고
余尙生澁(여상생삽) : 나는 아직도 생삽(生澁)하였다.
屈指而計(굴지이계) : 손을 꼽아 헤아려보니
已經八年(이경팔년) : 이미 8년이 지난지라,
相與感嘆(상여감탄) : 서로 더불어 감탄하면서
用太輝詩韻(용태휘시운) : 태휘의 시운을 따라서
各賦長律(각부장률) : 각기 장률(長律)을 짓고,
將求和於常所往來(장구화어상소왕래) : 장차 화시(和詩)를 평상시에 왕래하는 이들에게 구하여
以爲閑中之一解頤爾(이위한중지일해이이) : 한가할 때 일개 해이(解頤 옛일을 회상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빙그레 웃는 것을 말함)로 삼으려고 한다.
顧舊本頗汙壞(고구본파오괴) : 돌아보건대, 구본(舊本)은 더럽고 헐어서
不堪舒卷(불감서권) : 책을 펴보기 어렵기로
故今改寫(고금개사) : 이제 다시 고쳐 쓴다.” 하였다.
長源詩曰(장원시왈) : 장원이 또 시를 읊기를,
山堂挑燈夜覓詩(산당도등야멱시) : 산당에서 등잔불을 돋우며 밤새워 시를 읊었지
當時不料有人知(당시불료유인지) : 그때는 알아줄 사람 있으리라 생각이나 했으랴
被他傳玩眞多事(피타전완진다사) : 이런 시편 완상한 저이들 참 일도 많아라
到此重看亦一奇(도차중간역일기) : 이제 와서 다시 보니 또한 기특한 노릇이로세
搜討共憑筯力壯(수토공빙저력장) : 진리를 찾던 것은 모두 젊어서의 일인데
別離頻見歲星移(별리빈견세성이) : 이별마저 잦다보니 세월도 흘렀네
職居補衮虛微報(직거보곤허미보) : 직책이 보곤(임금에게 간하는 직책)에 있건만 적은 보답도 없으면
空負奚童荷鍤隨(공부해동하삽수) : 공연히 마음껏 술도 못 마셔 보네 하였고,
余詩曰(여시왈) : 나의 시에 이르기를,
山中聯句偶成詩(산중련구우성시) : 산중에서 우연히 지은 연구의 시편
却被人傳未始知(각피인전미시지) : 남들에게 전해질 줄 처음에야 알았으랴
愧我工夫今鹵莽(괴아공부금로망) : 부끄럽소. 나의 공부는 지금도 거친데
多君格律轉淸奇(다군격률전청기) : 당신들의 격률은 더욱 맑고 기이하다
半生汩沒林泉遠(반생율몰림천원) : 반생 동안 골몰하여 임천을 멀리하니
陳迹蒼茫歲月移(진적창망세월이) : 지난 자취 까마득히 세월만 지났네
離合多端還有數(리합다단환유수) : 이합은 사단이 많으니 운수라고나 할까
薇垣何幸更追隨(미원하행경추수) : 미원(사간원)에서 다시 어울리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하였고,
鈍菴(둔암) : 둔암은
礪城尉宋寅以功臣承襲正二品封君 (여성위송인이공신승습정이품봉군) : 여성위(礪城尉) 송인(宋寅)인데, 공신으로 정2품 봉군(封君)을 이어받았다.
詩曰(시왈) : 시에는
兩君當世共鳴詩(량군당세공명시) : 두 사람은 모두 당세에 시로 이름이 났네
下筆驚人不自知(하필경인불자지) : 붓을 들면 사람이 놀라는 것 자신들은 모르리라
古寺同棲饒興趣(고사동서요흥취) : 고사에서 함께 지내며 흥취가 넘쳤던 시를
新聯迭唱鬪雄奇(신련질창투웅기) : 새로 번갈아가며 읊으면서 웅장함을 겨루네
傳聞久仰聲名重(전문구앙성명중) : 듣자니, 오랫동안 명예 중함을 사모하여
唫玩都忘晷景移(금완도망귀경이) : 시를 읊으면 해 지는 줄도 몰랐다네
嗟我畸孤仍蹙鈍(차아기고잉축둔) : 아, 나의 불구는 그대로 절름발이가 되었지만
肯容壇壘執鞭隨(긍용단루집편수) : 시단에서 받아준다면 채찍 잡고 따라가겠소 하였다.
林塘弘文校理鄭惟吉官至左議政主文(림당홍문교리정유길관지좌의정주문) : 또 임당(林塘)홍문관 교리 정유길로, 벼슬은 좌의정에 이르렀고 대제학을 지냈다.
詩曰(시왈) : 시에,
星動薇垣荷索詩(성동미원하색시) : 미원에 별이 뜰 때 시를 지으란 명령 받아
淸篇仍許老夫知(청편잉허로부지) : 맑은 시편이 노부까지 알 것을 허락한다
三峯蒼翠當窓見(삼봉창취당창견) : 삼봉(삼각산)의 푸른 빛이 창앞에서 보이는데
二子文章特地奇(이자문장특지기) : 두 사람의 문장은 특히 기이하네
枯槁漸成南郭隱(고고점성남곽은) : 고고한 모습은 남곽의 은사를 닮아가지만隱
勒回長被北山移(륵회장피북산이) : 북산으로 못 돌아간 지 오래로구나
明春好趁梨花落(명춘호진리화락) : 내년 봄 배꽃이 떨어질 녘에 찾아가
散策溪頭一衲隨(산책계두일납수) : 물가에 산책하노라면 한 중이 따를 걸세 하였다.
丁未冬也(정미동야) : 정미년 겨울에
方擬多求於儕輩(방의다구어제배) : 바야흐로 이것을 빙자하여 동료들에게 많은 화답의 시를 구하였는데,
而戊申秋長源被禍(이무신추장원피화) : 무신년 가을에 장원(長源)이 피화하여
源與親友論時事(원여친우론시사) : 윤장원이 친우와 시사(時事)를 의논하였는데,
陳復昌聞之迫令其友(진부창문지박령기우) : 진복창(陳復昌)이 듣고 그 친우를 협박하여
啓達遂死於考訊(계달수사어고신) : 주달하게 하였으므로 고문을 당하여 죽었다. 하니,
不復求和(불부구화) : 다시 화답의 시를 구하지 못하고
藏諸篋中(장제협중) : 책상자에 간직하였다가,
至乙亥秋(지을해추) : 을해년 가을에
偶閱其篋(우열기협) : 우연히 그 상자를 열어 보니,
不覺愴然(불각창연) : 나도 모르게 슬픔이 일어
乃題其末(내제기말) : 책 끝에 시를 썼으니,
燈月餘輝尙在詩(등월여휘상재시) : 등월의 남은 빛이 아직도 이 시에 남아 있는데
當年肝肺有誰知(당년간폐유수지) : 그때 심사를 뉘라서 알아줄까
却慚老物生偏久(각참로물생편구) : 되려 늙은 나만 오래 삶이 부끄럽기만 하네
堪恨高才數獨奇(감한고재수독기) : 한스럽다, 그대 큰 재주로 운수 홀로 기구한 것을 어찌하리
無耐世情多變幻(무내세정다변환) : 세정은 많예로부터 인사는 그저 무상하구나
自來人事喜遷移(자래인사희천이) : 스스로 인사는 이 변하는 것을
忍看手藁留巾笥(인간수고류건사) : 차마 손수 쓴 것 보다가 책상에 간직해둠은
泉下他時儻可隨(천하타시당가수) : 저승에서 만날 때 혹시라도 가져갈까 해서라네 하였다.
後十餘年而鵝溪(후십여년이아계) : 10여 년 후에 아계(鵝溪)
領議政李山海主文(령의정리산해주문) : 영의정 이산해(李山海)로, 문형(文衡)을 주관하였다. 가
借覽(차람) : 시축을 빌어보더니,
題曰(제왈) : 시를 짓기를,
浮世空傳數首詩(부세공전수수시) : 부질없는 세상에 공연히 두어 수 시를 전하니
冲襟寧許小兒知(충금녕허소아지) : 담백한 마음을 아이들이 어찌 알리오
二公才調元無敵(이공재조원무적) : 두 분의 재주 원래 대적할 이 없고
諸老鋪張又一奇(제로포장우일기) : 대가들이 포장(화답의 시로 큰 시첩을 만듬)을 하였으니 또 하나의 기사로세
殘月曙鍾吟裡憶(잔월서종음리억) : 달 지자 새벽종 울리니 읊으며 옛일이나 기억하세
晩山空翠卷中移(만산공취권중이) : 저문 산은 공연히 푸르렀다가 아름답게 쇠잔하네
平生每惜長源丈(평생매석장원장) : 평생에 장원님을 애석히 여겼는데
妙歲名高禍亦隨(묘세명고화역수) : 젊어서 이름 높더니 화 또한 따라들었네 하였다.
軸乃失於壬辰之亂(축내실어임진지란) : 이 시축을 임진난에 잃었으니,
吁可恨也(우가한야) : 아, 가히 한탄할 일이다.
成均館春秋釋奠祭後(성균관춘추석전제후) : 성균관(成均館)에서 춘추로 행하는 석전제(釋奠祭)가 끝나면
文武大小官聚會(문무대소관취회) : 문무 대소관(文武大小官)이 모여
行飮福禮(행음복례) : 음복례(飮福禮)를 행하는데,
其禮甚盛(기례심성) : 그 예가 매우 성대하였다.
自一品至于堂上三品(자일품지우당상삼품) : 1품부터 당상(堂上) 3품까지는
坐于明倫堂上交倚(좌우명륜당상교의) : 명륜당상(明倫堂上)의 교의(交倚)에 앉고,
自堂下三品至九品(자당하삼품지구품) : 당하(堂下) 3품부터 9품까지는
坐于階上長床(좌우계상장상) : 계단 위에 마련한 긴 의자에 앉아있다가,
略設饌卓(략설찬탁) : 조촐하게 차린 상 앞에 서서
皆起立於卓前(개기립어탁전) : 차례로 엎드렸다가
以次俯伏興飮(이차부복흥음) : 일어나 음복하였다.
飮福盞訖(음복잔흘) : 음복이 끝나면
撤去饌卓及交倚長床(철거찬탁급교의장상) : 상과 교의 그리고 긴 의자를 철거하고,
平坐于本處(평좌우본처) : 제자리로 가서 평좌(平座)하면
各進大盤(각진대반) : 각기 큰 상을 드리는데,
饌品極豐(찬품극풍) : 주찬(酒饌)이 매우 풍성하였다.
皆本館備辦(개본관비판) : 이는 모두 성균관에서 마련하는 것으로,
堂上堂下各行酬酢(당상당하각행수초) : 당상관ㆍ당하관 할 것 없이 서로 주거니받거니하였다
又選能飮者(우선능음자) : 또 술을 잘 마시는 자에게는
別屬以大杯(별속이대배) : . 따로 큰 잔을 주어
極醉而罷(극취이파) : 아주 취한 뒤에야 파하였다.
春秋纛祭後(춘추독제후) : 춘추로 행하는 독제(纛祭)를 지낸 뒤에도
亦行飮福于訓鍊院(역행음복우훈련원) : 음복의 예를 훈련원(訓鍊院)에서 행하는데,
一如釋奠(일여석전) : 석전제와 마찬가지이다.
兵曹給步兵價布于本院備辦也(병조급보병가포우본원비판야) : 병조(兵曹)에서 보병에게 군포(軍布)를 주면 본원(本院 훈련원)에서 마련하는 것이다.
例賜官樂伶妓(례사관악령기) : 관례에 따라 관악(官樂)과 영기(伶妓)를 주어
盛陳歌舞(성진가무) : 가무(歌舞)를 성대히 베풀어서
極歡而罷(극환이파) : 환락이 극도에 달한 뒤에야 파하였다.
春秋武藝都試開場(춘추무예도시개장) : 또 춘추로 행하는 무예도시(武藝都試)를 여는데,
終場之日(종장지일) : 종장(終場)하는 날에는
政府六曹堂上合數(정부륙조당상합수) : 정부 6조의 당상관 전원과
都摠府訓鍊院堂上各一員會坐(도총부훈련원당상각일원회좌) : 도총부(都摠府)와 훈련원에서는 각기 당상관 한 사람씩이 참석하였다.
例賜酒樂(례사주악) : 관례에 따라 조정에서는 주악(酒樂)을 내리고,
令各該司供具(령각해사공구) : 각 해당 관청으로 하여금 모든 기구를 공급하게 하여
亦極歡而罷(역극환이파) : 또한 환락이 극도에 달한 뒤에야 파하였다.
皆朝廷盛事也(개조정성사야) : 이것들은 모두 조정의 성대한 일이었는데,
壬辰亂後(임진란후) : 임진난 후
飮福等事(음복등사) : 음복 등의 행사가
並不行之(병불행지) : 모두 행해지지 않으니,
可爲太息矣(가위태식의) : 크게 탄식할 일이다.
國家科擧法典內(국가과거법전내) : 국가의 과거법전(科擧法典) 안에는
只有式年(지유식년) : 다만 식년시(式年試)만 있고,
而別試則出於近代(이별시칙출어근대) : 별시(別試)는 근대에 나온 것으로,
或四書三經抽栍而講(혹사서삼경추생이강) : 시험 내용을 보면 사서(四書 대학ㆍ중용ㆍ논어ㆍ맹자)와 삼경(三經 시경ㆍ서경ㆍ주역) 중에서 제비를 뽑아 강하거나
或全不講之(혹전불강지) : 전혀 강하지 않기도 하니,
如謁聖庭試之?(여알성정시지?) : 이를테면 알성정시(謁聖庭試)를 보는
人尤爲句簡(인우위구간) : 사람은 더욱 등한시했다.
儒生之不勤講書(유생지불근강서) : 유생(儒生)들이 강서(講書)를 힘쓰지 않음은
實由於別試之頻數也(실유어별시지빈수야) : 실로 별시(別試)가 자주 있기 때문이다.
壬辰亂後(임진란후) : 임진난 후에는
不擧式年(불거식년) : 식년시는 치르지 않고
而別試尤頻(이별시우빈) : 별시만 더욱 잦았으므로,
全廢講經(전폐강경) : 경서(經書)를 강하는 것이 전폐되어
不成科擧模樣(불성과거모양) : 과거의 모양새를 이루지 못하니,
可嘆也(가탄야) : 가히 탄식할 일이다.
文科式年初試(문과식년초시) : 문과 식년 초시(文科式年初試)는
成均館以生員進士圓點(성균관이생원진사원점) : 생원(生員)과 진사(進士)가 성균관에서 생활한 지
滿三百者(만삼백자) : 3백 일이 넘는 자를
取五十人(취오십인) : 50명 뽑으니,
蓋勸進士之居館也(개권진사지거관야) : 이는 생원과 진사가 성균관에서 지내도록 권유하는 것이다.
養賢庫設於館傍(양현고설어관방) : 양현고(養賢庫)를 성균관 옆에 설치하고
別儲米豆(별저미두) : 따로 미두(米豆)를 저장하여
每日給二百人之供(매일급이백인지공) : 매일 2백 명 분의 식량을 공급하였다.
而生進等不樂於居館(이생진등불악어거관) : 그러나 생원과 진사들은 성균관에 있기를 좋아하지 않으므로,
故又立圓點赴試之法(고우립원점부시지법) : 또 원점 부시법(圓點赴試法 지낸 일수에 따라 시험에 응시하게 하는 법)을 세워
圓點三百者(원점삼백자) : 성균관에서 있은 지 3백 일이 넘는 자는
許赴館試(허부관시) : 관시(館試 성균관에서 행하는 시험)에 응시하게 하고,
一百五十者(일백오십자) : 1백 50일이 되는 자는
許赴漢城試及鄕試(허부한성시급향시) : 한성시(漢城試 서울에서 행하는 시험)나 향시(鄕試 지방에서 실시하는 시험)에 응시하게 하니,
其培養勸勵之意至矣(기배양권려지의지의) : 생원ㆍ진사를 배양하고 권면하는 뜻이 지극하였다.
然所謂居館(연소위거관) : 그러나 이른바 성균관에서 지낸다는 것은
乃欲其晝夜居之侍衛先聖(내욕기주야거지시위선성) : 주야로 있으면서 공자(孔子)를 모시고
勤勉讀書(근면독서) : 독서를 부지런히 하는 것이 원칙인데,
而今之居館(이금지거관) : 지금 성균관에서 지내는 것은
有名而無實(유명이무실) : 유명무실하고,
徒爲赴試之圖(도위부시지도) : 다만 과거에만 응시하기 위해서이니,
豈不寒心(기불한심) : 어찌 한심하지 않으리오.
朝夕坐食堂(조석좌식당) : 조석으로 식당에 가서
食訖署名於冊子(식흘서명어책자) : 식사가 끝나면 책에 서명하고
計其名而置簿(계기명이치부) : 그 서명한 것을 계산해서 장부에 올리는 것을
謂之圓點(위지원점) : 원점(圓點)이라 한다.
或有一不居宿於館(혹유일불거숙어관) : 어떤 사람은 하루도 성균관에서 기숙하지 않고,
而自其家朝夕往參食堂(이자기가조석왕참식당) : 자기 집에서 조석으로 와서 식사만 하고
署名冊子後(서명책자후) : 책에 서명한 후
卽還于家(즉환우가) : 곧 자기 집으로 돌아간다.
以爲三百點者(이위삼백점자) : 이런 식으로 3백 일을 채우니,
此可謂居館耶(차가위거관야) : 이것을 성균관에서 지냈다고 하겠는가.
壬辰亂後(임진란후) : 임진난 후에는
式年不擧(식년불거) : 식년시도 거행하지 않고
圓點亦廢(원점역폐) : 원점마저 폐지되었으니,
尤可慨也(우가개야) : 더욱 개탄할 일이다.
世稱幼學及第爲飛簾(세칭유학급제위비렴) : 세상에서 유학(幼學)으로 문과 급제한 이를 비렴(飛簾)이라 하는데,
其義未詳(기의미상) : 그 뜻은 자세하지 않다.
而或曰未爲生員進士(이혹왈미위생원진사) : 혹자는 말하기를 ‘생원이나 진사를 거치지 않고
而爲及第者(이위급제자) : 급제한 이를
世以爲希貴(세이위희귀) : 세상에서 희귀(希貴)하게 여겨서
放榜遊街時(방방유가시) : 급제자를 발표한 뒤 유가(遊街)할 때
人家撤簾而觀之也(인가철렴이관지야) : 사람들이 발을 걷고 구경하기 때문이다.’고 한다.
乙未冬別試(을미동별시) : 을미년 겨울에 실시한 별시에서
族姪成以敏以幼學爲壯元(족질성이민이유학위장원) : 나의 친척 조카 성이민(成以敏)이 유학으로 장원 급제하였다.
同知中樞李忠元以幼學壯元(동지중추리충원이유학장원) : 일찍이 동지중추부사 이충원(李忠元)도 또한 유학으로 장원 급제하였으므로,
爲試官慶席之日(위시관경석지일) : 성이민이 시관(試官)을 위하여 잔치를 베푼 날에
以敏請同知參席(이민청동지참석) : 동지(同知 이충원)도 청하여 참석하였다.
余以病未參(여이병미참) : 나는 병으로 참석하지 못하고
吟呈一絶於同知曰(음정일절어동지왈) : 이동지에게 1절의 시를 지어 보내기를,
居魁及第世稀看(거괴급제세희간) : 장원 급제하기 세상에 드문 일로
幼學居魁是更難(유학거괴시경난) : 유학이 장원하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로세難
聞道同知臨慶席(문도동지림경석) : 듣자니 동지가 축하하는 자리에 갔다 하니
門生座主幸同歡(문생좌주행동환) : 문생과 조주가 부디 즐겁게 지내소 하였다.
同知次送曰(동지차송왈) : 이 동지가 시에 차운하여 보내기를,
九街千戶擧簾看(구가천호거렴간) : 큰 거리 많은 집들이 발을 걷고 보면서
共道文科第一難(공도문과제일난) : 모두들 문과에 장원되기 어렵다 하네
黃髮相公懷舊事(황발상공회구사) : 늙은 정승님 옛일 회상하며
爲吟佳句侈玆歡(위음가구치자환) : 좋은 시 읊으니 기쁨 넘치겠소이다 하였다.
余亦曾添壯元(여역증첨장원) : 나도 일찍이 장원 급제하였기로,
故云懷舊事也(고운회구사야) : 이동지의 시에 ‘옛일을 회상한다.’고 한 것이다.
余又呈曰(여우정왈) : 또 내가 시를 보내기를,
恩門邀宴世多看(은문요연세다간) : 은문(문생이 시험관을 부를 때)을 잔치에 초대하니 세상이 부러워하고
衣鉢相傳更覺難(의발상전경각난) : 의발을 서로 전하니 더욱 어려움을 깨닫겠네
却恨衰翁孤席末(각한쇠옹고석말) : 다만 당신이 말석이라도 참석 못해 한스럽소
龍頭佳會未成歡(룡두가회미성환) : 좋은 용두회(장원)가 기쁨을 얻지 못하므로 하였다.
使命之出外也(사명지출외야) : 조정에서 사명(使命)을 받아 지방에 나가면
有妓各官例定薦枕之妓(유기각관례정천침지기) : 각 고을에서는 기생을 천침(薦枕 침실을 같이하도록 천거하는 것)하는 예(例)가 있다.
而監司則爲風憲之官(이감사칙위풍헌지관) : 감사(監司)는 풍헌관(風憲官)이라,
雖薦枕於本邑(수천침어본읍) : 비록 본읍에서 천침하더라도
不得馱載而行(불득타재이행) : 데리고 가지 못하는 것이
亦舊例也(역구례야) : 역시 예로부터 있는 전례였다.
姜晉川渾按嶺南時(강진천혼안령남시) : 진천(晉川) 강혼(姜渾)이 영남 지방의 관찰사로 있을 때
鍾情於星州妓銀臺仙(종정어성주기은대선) : 성주(星州)의 은대선(銀臺仙)이라는 기생에게 정을 쏟더니,
一日自星巡向列邑(일일자성순향렬읍) : 하루는 성주에서 떠나 열읍(列邑)을 순행할 때
午憩于扶桑驛(오게우부상역) : 점심 때가 되어 부상역(扶桑驛)에서 쉬게 되었는데,
驛乃州之半程(역내주지반정) : 부상역은 성주에서 가는 곳까지의 절반 길이나,
故妓亦隨往(고기역수왕) : 기생 또한 따라와서
至暮不忍別去(지모불인별거) : 저물어도 차마 서로 작별하지 못하여
仍宿于驛(잉숙우역) : 부상역에서 묵게 되었다.
翌朝題詩贈之曰(익조제시증지왈) : 이튿날 아침에 시를 써서 기생에게 주었으니
扶桑館裡一場歡(부상관리일장환) : 부상역 여관에서 한바탕 기쁘게 보내려니
宿客無衾燭燼殘(숙객무금촉신잔) : 나그네 이불도 없고 촛불은 재만 남았네
十二巫山迷曉夢(십이무산미효몽) : 열두 무산 새벽 꿈에 어른거려
驛樓春夜不知寒(역루춘야불지한) : 여관의 봄밤이 찬 줄도 몰랐노라 하였다.
蓋寢具已送于開寧(개침구이송우개녕) : 이는 침구를 이미 개령(開寧 지금 김천의 면(面))에 보내어
未及取還(미급취환) : 미처 가져오지 못하였기로
故無衾而宿也(고무금이숙야) : 이불이 없이 잔 것이다.
又有一監司(우유일감사) : 또 어떤 감사가 있었는데,
與妓宿于上房(여기숙우상방) : 기생과 상방(上房)에서 자고
曉起如廁(효기여측) : 새벽이 되어 변소 간 틈에
從人密告曰(종인밀고왈) : 따르던 사람이 와서 밀고(密告)하기를,
公起出之後(공기출지후) : “공이 나간 후에
有年少人(유년소인) : 연소자(年少者)가
猝入房內(졸입방내) : 갑자기 방으로 들어가
犯妓而出(범기이출) : 기생을 범하고 나갔으니,
可駭可駭(가해가해) : 참 해괴한 일입니다.” 하니,
監笑曰(감사소왈) : 감사가 웃으며 말하기를,
爾勿復言(이물부언) : 너는 다시는 말하지 말라.
渠之物吾借而奸矣(거지물오차이간의) : “ 그 자의 아내를 내가 빌려 간통한 것이니,
本夫之事(본부지사) : 본남편의 그러한 일이
何足怪乎(하족괴호) : 무엇이 괴이할까 보냐.” 하였다.
晉川之守法(진천지수법) :진천 강혼의 법을 준수함과
監司之洪量(감사지홍량) : 감사의 넓은 도량은
可謂難矣(가위난의) : 가히 어려운 일이다.
嘉靖辛亥秋(가정신해추) : 가정(嘉靖) 신해년 가을
余以吏部郞奉使於關西(여이리부랑봉사어관서) : 내가 이부랑(吏部郞)으로서 관서(關西) 지방에 사명(使命)을 띠고 갔을 때에
與箕城妓洞庭春有情(여기성기동정춘유정) : 기성(箕城 평양)의 기생 동정춘(洞庭春)과 정을 나누었다가
還朝之後(환조지후) : 조정에 돌아왔는데,
春寄書曰(춘기서왈) : 그 후 동정춘이 편지를 보내기를,
思君不見(사군불견) : “님을 사모하나 보지 못하니,
未堪生別之苦(미감생별지고) : 생이별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겠소.
寧欲死而同穴(녕욕사이동혈) : 차라리 죽어서 함께 묻히기라도
近將歸于嬋娟洞云(근장귀우선연동운) : 바라니, 멀지 않아 선연동(嬋娟洞)으로 가겠나이다.” 하였다.
洞在箕城七星門外(동재기성칠성문외) : 선연동은 기성 칠성문(七星門) 밖에 있는 곳으로,
妓死皆葬于此(기사개장우차) : 평양 기생이 죽으면 모두 여기에 장사지낸다.
余戲作一絶送之曰(여희작일절송지왈) : 내가 장난삼아 한 구를 지어 보냈으니,
滿紙縱橫摠誓言(만지종횡총서언) : 종이 가득 쓴 글 모두 맹세한 말
自期他日共泉原(자기타일공천원) : 나도 훗날 저승에서 만나기로 기약하네
丈夫一死終難免(장부일사종난면) : 장부도 한번 죽음을 명하기 어려우니
當作嬋娟洞裡魂(당작선연동리혼) : 마땅히 선연동 속의 혼이 되어 보리 하였다.
未幾春病死(미기춘병사) : 얼마 되지 않아 동정춘이 병으로 죽었는지라,
余復戲作一律曰(여부희작일률왈) : 내가 장난삼아 다시 율시 한 수를 짓기를,
生別長含惻惻情(생별장함측측정) : 생이별에 길이 슬픔에 젖었으니
那知死別忽呑聲(나지사별홀탄성) : 어찌 사별까지 생각했으리. 문득 목이 맺히네
乍聞凶訃腸如裂(사문흉부장여렬) : 부음을 듣자마자 간장이 찢어지는 듯하여
細憶音容淚自傾(세억음용루자경) : 가만히 목소리와 용모 생각하니 눈물이 흐르네
書札幾曾來浿水(서찰기증래패수) : 편지 몇 번이고 패수에서 왔건마는
夢魂無復到箕城(몽혼무부도기성) : 꿈에도 기성에는 가지 못했네
嬋娟戱語還成讖(선연희어환성참) : 선연동에 묻힌다는 장난말이 예언이 되었으니
愧我泉原負舊盟(괴아천원부구맹) : 저승에서 같이 지내자는 맹세 저버려 부끄럽소 하였더니,
朋儕見而笑之(붕제견이소지) : 벗들이 보고서 웃었다.
己未春(기미춘) : 기미년 봄에
出按湖西(출안호서) : 내가 호서(湖西) 지방 관찰사로 있을 때
權參判應昌公爲洪州牧使(권참판응창공위홍주목사) : 참판 권응창(權應昌) 공이 홍주 목사(洪州牧使)로 있어서
其庶弟松溪權應仁隨之(기서제송계권응인수지) : 그의 서제(庶弟) 송계(松溪) 권응인(權應仁)이 따라가 있었다.
余到州之日(여도주지일) : 내가 홍주에 가던 날
松溪作敎坊歌謠律詩二首呈之(송계작교방가요률시이수정지) : 송계가 고을 사람에게 가르치던 가요율시(歌謠律詩) 두 수를 주었는데,
末句(말구) : 그 끝구에,
人生適意無南北(인생적의무남북) : 인생은 뜻대로 남북이 없는 것이니
莫作嬋娟洞裡魂(막작선연동리혼) : 선연동의 혼만 되려 하지 마소 하였는데,
切當有味(절당유미) : 간절하고도 온당하여 의미가 있었으니,
時余頗眷州妓玉樓仙(시여파권주기옥루선) : 그때 내가 홍주 기생 옥루선(玉樓仙)을 사랑하였으므로
松溪之詩驗矣(송계지시험의) : 송계의 시는 징험이 된다.
巡往洪州(순왕홍주) : 홍주를 순행할 때 옥루선에게
贈仙一律曰(증선일률왈) : 율시 한 수를 주었는데, 이르기를
坐向東風暗斷魂(좌향동풍암단혼) : 동풍 향해 앉았어도 남몰래 마음 쓰라려 / 坐向東風暗斷魂
窓前啼鳥不堪聞(창전제조불감문) : 창 앞에서 우는 새소리마저 차마 듣지 못하겠네 / 窓前啼鳥不堪聞
離多會少春將晩(리다회소춘장만) : 이별은 많고 만나기는 드물고 봄은 어느새 저물어 가는데 / 離多會少春將晩
路遠書稀日欲曛(로원서희일욕훈) : 길 멀어 편지마저 드문 채 날도 저물려 하네 / 路遠書稀日欲曛
未信星橋曾有鵲(미신성교증유작) : 못 믿겠네. 오작교에 까막까치 있단 말
却疑巫峽更無雲(각의무협경무운) : 무산에 구름마저 없다스랴
此情欲寫還怊悵(차정욕사환초창) : 이 마음 표현하자니 도리어 슬퍼서
空對金爐換夕薰(공대금로환석훈) : 공연히 금로에 저녁 향불만 피우노라 하였다.
他詩亦多贈成軸焉(타시역다증성축언) : 이어 다른 이로부터 많은 시를 받아 시축(詩軸)을 이루었다.
萬曆癸巳春(만력계사춘) : 만력(萬曆) 계사년 봄에
因公到洪(인공도홍) : 공사로 말미암아 홍주에 가서
問仙存歿(문선존몰) : 옥루선(玉樓仙)이 살아있는지 물으니,
則生在村里(칙생재촌리) : 시골 마을에 살아있으며
詩軸亦藏云(시축역장운) : 시축도 간직하고 있다 하기에
取而見之(취이견지) : 가져다 보니,
手跡宛然(수적완연) : 수적(手跡)이 완연한지라,
略題跋語以還之(략제발어이환지) : 약간의 발문(跋文 책 끝에 그 책의 내용과 관계 사항을 쓴 것)을 써서 돌려주었다.
屈指而計(굴지이계) : 손꼽아 헤아려보니
自己至癸三十五年(자기지계삼십오년) : 기미년부터 금년 계사년까지는 35년이며,
余年七十八矣(여년칠십팔의) : 나의 나이는 78살인데,
復作舊作於遐方(부작구작어하방) : 다시 옛날에 왔던 지방을 오게 되었으니,
可謂幸也(가위행야) : 가히 다행이라 하겠다.
嘉靖庚申冬(가정경신동) : 가정 경신년 겨울에
出按湖南(출안호남) : 호남 지방 감사로 나갔다가
辛酉春病遞(신유춘병체) : 이듬해 신유년 봄에 병으로
調病於全州(조병어전주) : 전주에 머물며 조리하던 중에
與妓今介同處月餘(여기금개동처월여) : 기생 금개(今介)와 함께 산 지 한 달 남짓 되었다.
年可二十(년가이십) : 금개의 나이 겨우 20살인데,
性頗慧黠(성파혜힐) : 성질이 약삭빠르고 영리하였다.
自全發還之日(자전발환지일) : 전주에서 돌아올 때
午憩于郵亭(오게우우정) : 정오가 되어 우정(郵亭)에서 쉬고 있는데,
妓亦隨來送別(기역수래송별) : 기생 또한 따라와 송별하기에
余題詩以贈曰(여제시이증왈) : 내가 시를 지어 주기를,
一春都向病中過(일춘도향병중과) : 봄 내내 병중에서 보내다가
離思無端奈爾何(리사무단내이하) : 이별하기 어려운 것 넌들 어찌 하리
枕上幾回眉蹙黛(침상기회미축대) : 침상에서 몇 번이나 눈썹을 찡그렸고
酒邊空復眼橫波(주변공부안횡파) : 술자리에서는 그저 애교의 눈웃음이었네
愁看客舍千絲柳(수간객사천사류) : 객사에 늘어진 버들 애타게 보며
忍聽陽關一曲歌(인청양관일곡가) : 참고 양관의 한 곡조 들어 주소
門外日斜猶未發(문외일사유미발) : 문밖에 해가 져도 떠나지 못하겠으니
座間誰是暗然多(좌간수시암연다) : 좌중에 누가 고민이 많음을 알아주랴 하였다.
其後二十餘年(기후이십여년) : 그 후 20여 년이 지나서
余喪蓄妾(여상축첩) : 내가 첩(妾)을 잃었는데,
有人來言(유인래언) : 어떤 사람이 와서 말하기를,
全州妓某(전주기모) : “전주 기생 금개가
曾隨人上京(증수인상경) : 일찍이 사람을 따라 상경했다가
人亡寡居(인망과거) : 그 사람이 죽어 과부로 지내는데,
聞公喪妾(문공상첩) : 마침 공의 첩을 잃었다는 말을 듣고
欲講舊好(욕강구호) : 옛정을 사귀고자 한다.” 하기에,
余欲許之(여욕허지) : 내가 허락하고자 하였으나
而適有事故(이적유사고) : 마침 사고가 있어서
未果焉(미과언) : 이루지 못하였으니,
破鏡重圓(파경중원) : 헤어졌다가 다시 합치는 것도
亦有數耶(역유수야) : 운수가 있는가 보다.
嘉靖庚戌春(가정경술춘) : 가정 경술년 봄에
以事落職(이사락직) : 어떤 사건으로 벼슬을 잃고
往省伯父于大丘任所(왕성백부우대구임소) : 백부의 임소(任所)인 대구(大邱)로 갔다가,
仍遊星州伽倻山(잉유성주가야산) : 이어 성주(星州) 가야산(伽倻山)에 놀러가니,
牧使曺公禧戚丈也(목사조공희척장야) : 성주 목사 조희(曹禧) 공은 나의 친척되시는 어른인지라,
請留數日(청류수일) : 수일을 머물게 하고
以兒妓莫從屬之(이아기막종속지) : 어린 기생으로 하여금 따라다니도록 하였다.
年甫二八矣(년보이팔의) : 기생의 나이는 겨우 16살이었다.
及還于大丘(급환우대구) : 대구로 돌아가게 되자
牧使命隨去(목사명수거) : 목사 조희가 그를 따라보내서
與之數月(여지수월) : 몇 개월이나 같이 지냈는데,
戲作絶句贈之曰(희작절구증지왈) : 장난으로 절구를 지어 주기를,
綽約梨園第一容(작약리원제일용) : 어여뿐 기생들 중에서도 제일로 아리따운 그대
客中今日偶相逢(객중금일우상봉) : 나그네로 오늘 우연히 만났네
靡他信誓堅金石(미타신서견금석) : 다른 이의 금석 같은 굳은 맹세 믿지 말고
萬語千言愼莫從(만어천언신막종) : 천 마디 만 마디 말하건대, 부디 따라가지 말게 하였다.
他詩亦多贈焉(타시역다증언) : 다른 이의 시도 많이 받았다.
儕輩之奉使下南者(제배지봉사하남자) : 동료들 중에 사명을 받고 남쪽으로 내려간 이들이
見而多和之(견이다화지) : 것을 보고 많이 화답하였다.
癸亥春(계해춘) : 이계해년 봄에
按節本道(안절본도) : 내가 본도(경기도) 감사로 있으면서
到星問之(도성문지) : 성주에 가서 기생의 안부를 물으니,
則妓選補京籍(칙기선보경적) : 그는 경적(京籍)에 뽑혀 갔다고 하였다.
及余遞還(급여체환) : 내가 갈리어 돌아오니,
妓又還鄕(기우환향) : 그 기생은 또 고향으로 돌아갔다 한다.
鴻燕相違(홍연상위) : 기러기와 제비처럼 가는 길이 어긋나니,
已爲可嘆(이위가탄) : 가히 한탄할 뿐이다.
未幾妓病死(미기기병사) : 얼마 후에 그 기생이 병으로 죽으니,
權松溪星人也(권송계성인야) : 권송계(權松溪)는 성주 사람이라,
傳其訃音(전기부음) : 그 부음(訃音)을 전하고
以詩弔之(이시조지) : 시로써 조상하거늘,
乃次其韻曰(내차기운왈) : 내가 그 시에 차운하기를,
老去無心賦洛神(로거무심부락신) : 늙어서 낙신부를 지을 마음 없으니
凌波不見襪生塵(릉파불견말생진) : 물결 위에 걷는 버선 먼지 나는 것 못 보노라
當年謾憶初呈態(당년만억초정태) : 아직도 처음 만나던 모습만 생각나는데
此日驚聞忽化身(차일경문홀화신) : 오늘 죽었다는 소식 듣고 놀랐네
暮雨朝雲迷舊夢(모우조운미구몽) : 운우지락 있던 그때 꿈 희미하니
舞衫歌扇付何人(무삼가선부하인) : 춤추고 노래하던 옷과 부채 누구에게 전했을꼬
星山自此繁華減(성산자차번화감) : 성주는 이로부터 화려한 맛 감해져서
寂寞臨風(적막림풍) : 적막한 임풍루(성산에 있는 누각)
樓名(루명) : 누각 이름에
座上賓(좌상빈) : 손님만 앉았으리 하였다.
成徵君運報恩鍾谷人也(성징군운보은종곡인야) : 징군(徵君) 성운(成運)은 보은(報恩) 종곡(鍾谷) 사람이다.
行義甚高(행의심고) : 행동거지가 매우 고상하고
文章亦妙(문장역묘) : 문장이 또한 절묘(絶妙)하였다.
詩曰(시왈) : 그 시에 이르기를,
一入鍾山裡(일입종산리) : 종산 속에 들어와서
松筠臥草廬(송균와초려) : 솔과 대를 벗삼아 초막에 누웠네
天高頭肯俯(천고두긍부) : 하늘은 높아도 머리는 숙여야 하고
地窄膝猶舒(지착슬유서) : 땅은 좁다 해도 무릎은 펼 만하다
名下何人在(명하하인재) : 명성 있는 사람 누가 있을꼬
林間此老餘(림간차로여) : 숲 속에 늙은이 남아있네
柴門客自絶(시문객자절) : 사립문에는 손님도 절로 끊어졌는데
無日罷栞書(무일파간서) : 금서는 놓는 날이 없네 하였다.
聞乙巳衛社罷勳(문을사위사파훈) : 또 을사 위사훈(乙巳衛社勳)을 혁파하였다는 말을 듣고,
作詩曰(작시왈) : 시를 짓기를,
事往嗟何及(사왕차하급) : 일은 지났거니 슬퍼한들 무엇 하리오만
懷賢淚滿衣(회현루만의) : 어진 이를 회상하니 눈물이 옷깃에 가득하네
波乾龍爛死(파건룡란사) : 물결이 뒤집히면 용도 말라죽고
松倒鶴驚飛(송도학경비) : 소나무가 넘어지면 학도 놀라 날아가네
地下無恩怨(지하무은원) : 지하(地下)에는 은원이 없으련만
人間有是非(인간유시비) : 인간 세상에는 시비만이 남아있네
仰瞻黃道日(앙첨황도일) : 우러러 저 햇빛을 보라
誰復掩光輝(수부엄광휘) : 누가 그 빛을 가리리 하였으니,
兩詩皆極佳(량시개극가) : 두 시가 모두 대단히 아름답다.
徵君無意於世(징군무의어세) : 성징군은 세상에 뜻이 없고
不求人知(불구인지) : 남이 알아주기를 구하지 않았으니,
眞處士也(진처사야) : 참으로 처사(處士)였다.
唐會昌中(당회창중) : 당(唐) 나라 회창(會昌;당 무종의 연호) 연간에
洛陽居前懷州司馬胡杲年八十九(락양거전회주사마호고년팔십구) : 낙양(洛陽)에 살던 전 회주 사마(懷州司馬) 호고(胡杲)는 89세,
衛尉卿致仕(위위경치사) : 위위경(衛尉卿)으로 치사(致仕 나이가 늙어서 벼슬을 사직함)한
吉旼年八十八(길민년팔십팔) :길민(吉旼)은 88세,
前磁州刺史劉眞年八十七(전자주자사류진년팔십칠) : 전 자주 자사(磁州刺史) 유진(劉眞)은 87세,
前龍武軍長史鄭據年八十五(전룡무군장사정거년팔십오) : 전 용무군장사(龍武軍長史)인 정거(鄭據)는 85세,
前侍御史內供奉官盧眞年八十三(전시어사내공봉관로진년팔십삼) : 전 시어사 내공봉관(侍御史內供奉官) 노진(盧眞)은 83세,
前永州刺史張渾年七十七(전영주자사장혼년칠십칠) : 전 영주 자사(永州刺史) 장혼(張渾)은 77세,
刑部尙書致仕白居易年七十四(형부상서치사백거역년칠십사) : 형부 상서(刑部尙書)로 치사한 백거이(白居易)는 74세였는데,
七人爲七老會(칠인위칠로회) : 7명이 칠로회(七老會)를 만들고,
各賦七言六韻排律一首(각부칠언륙운배률일수) : 각각 칠언 육운 배율시(七言六韻排律詩) 한 수씩을 지었으며,
而白居易爲之序(이백거역위지서) : 백거이는 그 서문을 썼다.
洛中遺老李元爽年一百三十六(락중유로리원상년일백삼십륙) : 낙양에 오래 살던 노인 이원상(李元爽)은 136세,
僧如滿年九十五(승여만년구십오) : 승(僧) 여만(如滿)은 95세인지라,
二人追入(이인추입) : 2명을 추가하여 가입시켰으므로
是爲九老(시위구로) : 이것이 구로회가 되니,
時人慕之(시인모지) : 그때 사람들이 사모하여
圖傳於世(도전어세) : 후세에 전해지도록 하였다.
祕書監狄兼謩河南尹盧貞以年未七十(비서감적겸謩하남윤로정이년미칠십) : 그리고 비서감(秘書監) 적겸모(狄兼謩)와 하남윤(河南尹) 노정(盧貞)은 나이 70이 못 되어서
雖與會而不及列(수여회이불급렬) : 모임에는 비록 참여하였으나 대열에는 미치지 못하였다.
宋知和中(송지화중) : 송(宋) 나라 지화(至和 인종의 연호) 연간에
雎陽居太子太師致仕杜衍年八十(저양거태자태사치사두연년팔십) : 저양(雎陽)에서 살던 태자의 태사(太師)로 치사한 두연(杜衍)은 80세,
禮部侍郞致仕王煥年九十(례부시랑치사왕환년구십) : 예부 시랑(禮部侍郞)으로 치사한 왕환(王煥)은 90세,
司農卿致仕畢世張年九十四(사농경치사필세장년구십사) : 사농경(司農卿)으로 치사한 필세장(畢世張)은 94세,
兵部郞中致仕朱貫年八十八(병부랑중치사주관년팔십팔) : 병부 낭중(兵部郞中)으로 치사한 주관(朱貫)은 88세,
加部郞中致仕馮平年八十七(가부랑중치사풍평년팔십칠) : 가부 낭중(加部郞中)으로 치사한 풍평(馮平)은 87세였는데,
五人爲五老會(오인위오로회) : 5명이 오로회(五老會)를 만드니,
時人形于繪事(시인형우회사) : 그때 사람들이 그 모임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以記其盛(이기기성) : 그 성사(盛事)를 기록하였으며,
杜衍賦七言律詩一首(두연부칠언률시일수) : 두연이 칠언 율시(七言律詩) 한 수를 지으니,
四人皆次韻(사인개차운) : 다른 4명도 모두 차운을 하였다.
而同鄕人錢明逸(이동향인전명일) : 동향 사람 전명일(錢明逸)은
承杜公之命爲之序(승두공지명위지서) : 두연의 명을 받고 서문을 지었다.
元豐中(원풍중) : 송(宋) 나라 원풍(元豐 신종의 연호) 연간에
洛陽居司徒致仕富弼年七十九(락양거사도치사부필년칠십구) : 낙양에 살던 사도(司徒)로 치사한 부필(富弼)은 79세,
太尉判河南府文彥博年七十七(태위판하남부문언박년칠십칠) : 태위 판하남부(太尉判河南府) 문언박(文彦博)은 77세,
尙書司封郞中致仕席汝言年七十七(상서사봉랑중치사석여언년칠십칠) : 상서 사봉낭중(尙書司封郞中)으로 치사한 석여언(席汝言)은 77세였다.
朝議大夫致仕王尙恭年七十六(조의대부치사왕상공년칠십륙) : 또 조의대부(朝議大夫)로 치사한 왕상공(王尙恭)은 76세,
太常少卿致仕趙丙年七十六(태상소경치사조병년칠십륙) : 태상 소경(太常少卿)으로 치사한 조병(趙丙)은 76세,
祕書監致仕劉几年七十五(비서감치사류궤년칠십오) : 비서감(秘書監)으로 치사한 유궤(劉几)는 75세,
衛州防禦使致仕馮行年七十五(위주방어사치사풍행년칠십오) : 위주 방어사(衛州防禦使)로 치사한 풍행(馮行)은 75세,
天章閣待制提擧崇福宮楚建中年七十二(천장각대제제거숭복궁초건중년칠십이) : 천장각 대제 제거 숭복궁(天章閣待制提擧崇福宮) 초건중(楚建中)은 72세,
司農少卿致仕王愼言年七十二(사농소경치사왕신언년칠십이) : 사농 소경(司農少卿)으로 치사한 왕신언(王愼言)은 72세,
宣徽南院使判大名府王拱辰年七十一(선휘남원사판대명부왕공진년칠십일) : 선휘 남원 사판 대명부(宣徽南院使判大名府) 왕공진(王拱辰)은 71세,
太中大夫提擧崇福宮張問年七十(태중대부제거숭복궁장문년칠십) : 태중 대부 제거 숭복궁(太中大夫提擧崇福宮) 장문(張問)은 70세,
龍圖閣直學士提擧崇福宮張燾年七十(룡도각직학사제거숭복궁장도년칠십) : 용도각 직학사 제거 숭복궁(龍圖閣直學士提擧崇福宮) 장도(張燾)는 70세,
端明殿學士兼翰林學士司馬光年六十四(단명전학사겸한림학사사마광년륙십사) : 단명 전학사 겸 한림 학사(端明殿學士兼翰林學士) 사마광(司馬光)은 64세였는데,
十三人爲耆英會(십삼인위기영회) : 13명이 기영회(耆英會)를 만들고,
命閩人鄭奐繪象之(명민인정환회상지) : 민(閩 지금 복건성의 지명) 사람인 정환(鄭奐)에게 명하여 회원들의 초상화를 그리게 하였다.
貽書文潞公請入司馬光(이서문로공청입사마광) : 문로공(文潞公 문언박)에게 글을 보내 사마광(司馬光)을 기영회에 가입시키도록 청하니,
年未七十而文潞公素重其人(년미칠십이문로공소중기인) : 이때 사마광은 나이 70이 못 되어서 기영회에 가입할 수 없으나, 문로공이 전부터 그의 인격을 존중하던 터라
用狄兼謩故事請入會(용적겸謩고사청입회) : 적겸모(狄兼謩)의 고사를 인용하여 기영회에 가입시키기를 청하였는데,
公辭以晩進(공사이만진) : 사마광은 후배라고 사양하니,
潞公令鄭奐自幕後傳其像(로공령정환자막후전기상) : 문로공이 정환에게 몰래 그의 초상화를 그려서 전하게 하였다.
潞公爲第一會(노공위제일회) : 문로공이 첫번째로 모임을 열었으며
餘皆以次爲會(여개이차위회) : 그 나머지 회원들도 차례로 모임을 가졌다.
富公先賦五言長篇(부공선부오언장편) : 부공(富公 부필)이 먼저 오언 장편시(五言長篇詩)를 짓고,
文潞公次賦七言六韻排律(문로공차부칠언륙운배률) : 다음에 문로공이 칠언 육운 배율시를 지으니,
其餘或賦五言排律(기여혹부오언배률) : 나머지 회원들도 배율시로 5언이나
或賦七言排律(혹부칠언배률) : 7언시를 지었으며,
或賦七言長篇(혹부칠언장편) : 또는 7언 장편시를 지은 자도 있었는데,
而司馬光爲之序(이사마광위지서) : 사마광이 그 시편에 서문을 썼다.
七老會五老會耆英會(칠로회오로회기영회) : 위에서 말한 칠로회나 오로회, 그리고 기영회에서는
諸公皆以作會時年歲書之(제공개이작회시년세서지) : 모두 모임을 할 때의 나이가 쓰여져 있으나
而其終享幾歲(이기종향기세) : 그들의 향년(享年 평생 산 나이)이 얼마인지
可得以考者(가득이고자) : 상고할 수 있는 자로는
唯白居易八十六(유백거역팔십륙) : 오직 백거이는 86세,
杜衍八十一(두연팔십일) : 두연은 81세,
文彥博九十二(문언박구십이) : 문언박은 92세,
司馬光六十八(사마광륙십팔) : 사마광은 68세였다.
餘無可記也(여무가기야) : 나머지 회원의 나이는 모두 기록한 것이 없다.
吾鄕耆老羡慕唐宋諸賢之事(오향기로이모당송제현지사) : 우리 고을의 노인들이 당송(唐宋) 제현(諸賢)의 일을 사모한 나머지
十餘人作會累年(십여인작회루년) : 10여 명이 모임을 만들어 여러 해를 지내다가
而遭亂乃散(이조란내산) : 난리를 만나 해산하였는데,
亂後生存(란후생존) : 난리 후에 생존한 이는
只西郊宋公竹溪安公及余三人(지서교송공죽계안공급여삼인) : 다만 서교(西郊) 송공(宋公 송찬)과 죽계(竹溪) 안공(安公 안한), 그리고 나(심수경) 세 명이었는데,
而竹溪今又逝矣(이죽계금우서의) : 죽계도 이제 또 작고하였다.
二人無復作會(이인무부작회) : 두 명만으로는 모임을 다시 하지 못하겠으니,
可勝嘆哉(가승탄재) : 가히 탄식을 이길 수 있겠는가.
讀書堂在豆毛浦北邊山椒(독서당재두모포북변산초) : 독서당(讀書堂)이 두모포(豆毛浦)의 북변(北邊) 산기슭에 있으니
距京城七八里許(거경성칠팔리허) : 서울과는 7, 8리가 된다.
祖宗朝翹館儲才之意盛矣(조종조교관저재지의성의) : 조종조(祖宗朝)에서는 인재를 기르려는 뜻이 대단하여
恩寵備至(은총비지) : 모든 은총(恩寵)이 이 서당(書堂)에 특별하니
人比之登瀛(인비지등영) : 사람들은 신선이 사는 영주(瀛洲)에 오름에 비유하였다.
成廟賜水精杯(성묘사수정배) : 성종 때는 수정배(水精盃)를,
中廟賜仙桃杯(중묘사선도배) : 중종 때에는 선도배(仙桃盃)를 하사하였으며,
明廟己酉夏宣醞于堂(명묘기유하선온우당) : 명종 기유년 여름에는 서당에 선온(宣醞)을 베풀고
賜蟪䗂杯(사혜호배) : 또 혜호배(蟪䗂盃)를 하사하였다.
蟪䗂蟲名飮酒輒死(혜호충명음주첩사) : 혜호는 벌레 이름으로 술을 마시기만 하면 죽는다.
象此爲杯所以戒酒也(상차위배소이계주야) : 이 벌레 모양으로 술잔을 만든 것은 술을 경계하기 위해서이다
觀物閔公箕駱村朴公忠元林塘鄭公惟吉(관물민공기락촌박공충원림당정공유길) : 관물(觀物) 민기(閔箕) 공ㆍ낙촌(駱村) 박충원(朴忠元) 공ㆍ임당(林塘) 정유길(鄭惟吉) 공
菊磵尹公鉉曁守慶(국간윤공현기수경) : ㆍ국간(菊磵) 윤현(尹鉉) 공, 그리고 내가
得參宣醞(득참선온) : 선온(宣醞)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翌日堂僚使守慶作謝箋(익일당료사수경작사전) : 이튿날 독서당 동료들이 나에게 사은(謝恩)의 글을 지으라고 하여
其一句曰(기일구왈) : 한 구절을 지었으니,
與水精仙桃而並傳(여수정선도이병전) : 수정배ㆍ선도배와 더불어 함께 전해지리 하였는데,
于成宗中廟而益顯(우성종중묘이익현) : 이 말은 이 술잔을 하사한 성종과 중종 때에 서당에 대한 은총이 더욱 현저하였으므로 이렇게 쓴 것이다.
林塘寫此句於堂中故事錄曰(림당사차구어당중고사록왈) : 임당이 이 구절을 독서당의 《고사록(故事錄)》에 쓰고,
乃實錄也云云(내실록야운운) : 이것을 ‘실록이라.’ 하였다.
此事已過四十九年(차사이과사십구년) : 이 일은 이미 49년이 지난지라,
堂僚皆作古(당료개작고) : 동료들은 모두 작고하고
守慶獨存焉(수경독존언) : 나만 살아 있으니,
嗚呼愴哉(오호창재) : 아, 슬프다.
壬辰兵亂之後(임진병란지후) : 임진 난 후에는
堂廢亦久(당폐역구) : 서당마저 폐지된 지 오래되니
可勝嘆哉(가승탄재) : 실로 한탄스럽구나.
堂侄沈日昇以司甕院參奉(당질침일승이사옹원참봉) : 나의 당질 심일승(沈日昇)이 사옹원(司饔院) 참봉으로서
爲沙器所監造官(위사기소감조관) : 사기소(沙器所)감조관(監造官)이 되어
謂我曰(위아왈) : 에게 말하기를,
願作一詩以送(원작일시이송) : “술에 대한 시를 지어 보내 주시면
則欲寫於杯臺而燔造焉(칙욕사어배대이번조언) : 잔대에 그 시를 써서 구워 만들겠다.” 하기에
作五言絶句曰(작오언절구왈) : 내가 5언 절구를 지었으니,
酒德眞堪頌(주덕진감송) : 주덕송은 참으로 읊을 만하며
醺醺養太和(훈훈양태화) : 얼큰히 취하면 화평스럽다
巵觴我寓戒(치상아우계) : 술잔에 내 훈계를 부치노니
唯願酌無多(유원작무다) : 오직 원하건대 술은 많이 들지 마소 하였더니,
日昇燔造送之(일승번조송지) : 심일승이 그 시를 새겨 새 술잔을 구워 보내왔다.
蓋此詩欲戒吾子姪而作(개차시욕계오자질이작) : 대개 이 시는 나의 자식이나 조카를 훈계하고자 한 것이지,
敢望他人覽而遵之(감망타인람이준지) : 타인에게야 어찌 준수하기를 바라리오마는,
酒之爲禍慘矣(주지위화참의) : 술의 재앙은 비참하니,
欲保其身者可不念哉(욕보기신자가불념재) : 몸을 보호하고자 하는 자라면 어찌 유념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明廟壬戌冬(명묘임술동) : 명종 임술년 겨울에
命召金澍朴忠元吳祥曁守慶于政院(명소금주박충원오상기수경우정원) : 왕명으로 김주(金澍)ㆍ박충원(朴忠元)ㆍ오상(吳祥)과 나를 정원(政院)에 불러
下綃畫長屛次四件(하초화장병차사건) : 비단에 그린 긴 병풍 네 벌을 내리시니,
各連八幅(각련팔폭) : 병풍마다 8폭으로 되어 있고
而空其末幅(이공기말폭) : 그 끝 폭은 비어 두었다.
乃成川永興義州寧邊圖也(내성천영흥의주녕변도야) : 그림은 네 벌이 각기 다르니, 곧 성천도(成川圖)ㆍ영흥도(永興圖)ㆍ의주도(義州圖)ㆍ영변도(寧邊圖)였다.
敎曰(교왈) : 하교(下敎)하기를,
金澍成川圖(금주성천도) : “김주는 성천도를,
朴忠元永興圖(박충원영흥도) : 박충원은 영흥도를,
吳祥義州圖(오상의주도) : 오상은 의주도를,
守慶寧邊圖(수경녕변도) : 심수경은 영변도를 각기 맡아
各製記及長篇詩(각제기급장편시) : 기문(記文)과 장편시(長篇詩)를 지어서
手寫于空幅以進(수사우공폭이진) : 비어 있는 비단폭에 직접 써서 들이라.” 하였다.
四人拜伏惶懼而退(사인배복황구이퇴) : 네 명이 배복(拜伏)하고 황공히 물러와서
各於數日內(각어수일내) : 저마다 수일 내에 기사(記事)와 시(詩)를 써서 바쳤는데,
製寫以進如臣蕪文拙筆(제사이진여신무문졸필) : 나와 같은 거친 문장과 졸렬한 글씨로
至塵睿賞(지진예상) : 성상의 상을 입기까지 하였으니,
何其榮且幸也(하기영차행야) : 영광스럽고도 다행함을 어찌하리오.
前此又有漢陽宮闕圖(전차우유한양궁궐도) : 이보다 앞서 한양궁궐도(漢陽宮闕圖)가 있었는데,
命洪暹製記(명홍섬제기) : 홍섬(洪暹)에게 기문을 짓고
鄭士龍製長篇詩(정사룡제장편시) : 정사룡(鄭士龍)에게 장편시를 짓게 하였다.
平壤圖鄭惟吉製長篇詩(평양도정유길제장편시) : 또 평양도(平壤圖)는 정유길(鄭惟吉)이 장편시를 짓고
全州圖李樑製長篇詩(전주도리량제장편시) : 전주도(全州圖)는 이량(李樑)이 장편시를 지었는데,
皆是屛畫云(개시병화운) : 모두 병풍에 그린 것이라고 한다.
聞諸置諸左右(문제치제좌우) : 듣자니, 이 병풍 그림을 좌우에 두고
將垂不朽(장수불후) : 영원히 전할 것이라고 하였는데,
而壬辰兵燹應烈焰(이임진병선응렬염) : 임진년의 병화로 모두 불에 타고 말았으니,
嗚呼痛哉(오호통재) : 아, 애통하다.
徐居正所撰東人詩話曰(서거정소찬동인시화왈) : 서거정(徐居正)이 편찬한 《동인시화(東人詩話)》에 이르기를,
前朝恭愍王時(전조공민왕시) : “전조(前朝 고려) 공민왕(恭愍王) 때
政丞柳思菴叔送友人歸田詩曰(정승류사암숙송우인귀전시왈) : 정승 사암(思菴) 유숙(柳淑)이 벼슬을 사직하고 시골로 돌아가는 벗을 전송하는 시를 지었는데,
人間膏火自相煎(인간고화자상전) : 인간들이 기름을 짜듯이 서로들 괴롭히는데
明哲如公史可傳(명철여공사가전) : 명철한 공은 길이 역사에 전하리
已向危時安社稷(이향위시안사직) : 이미 위급한 때에 사직을 편안히 하고
更從平地作神仙(경종평지작신선) : 다시 시골로 가니 신선이 되겠구려
五湖夢斷烟波綠(오호몽단연파록) : 오호에 놀던 꿈은 끊어지고 연파(자연풍경을 말함)만 푸르고
三逕秋深野菊鮮(삼경추심야국선) : 삼경에 가을이 깊으니 들국화 곱구나
顧我未能投紱去(고아미능투불거) : 그러나 나는 벼슬을 버리고 가지를 못하니
邇來雙鬢雪飄然(이래쌍빈설표연) : 요새는 쌍빈이 흰눈처럼 날리네 하였다.
辛旽以明哲五湖等語(신돈이명철오호등어) : 신돈(辛旽)이 이 시를 보고 명철(明哲)이나 오호(五湖) 등의 말을 들어
譖于王而殺之(참우왕이살지) : 왕에게 참소하여 죽였다.” 하였다.
金宗直所撰靑丘風雅(금종직소찬청구풍아) : 김종직(金宗直)이 편찬한 《청구풍아(靑丘風雅)》에도
亦選此詩(역선차시) : 이 시가 쓰여져 있는데,
以爲李仁復送柳淑之作(이위리인부송류숙지작) : 여기에는 이인복(李仁復)이 유숙(柳淑)을 전송하며 지은 시라 하고,
末端註曰(말단주왈) : 그 시 끝에 주(註)를 내기를,
末句初曰(말구초왈) : “끝 구절에 이르기를
西風塵土意茫然(말구초왈서풍진토의망연) : 서풍(여기에서는 불교를 지칭한 것으로, 곧 신돈을 말함.)이 부는 속세에 대한 뜻은 막연하네라고 하였다가,
而恐辛旽見之改曰(이공신돈견지개왈) : 신돈이 볼까 염려하여
邇來雙鬢雪飄然(이래쌍빈설표연) : 요새는 쌍빈이 흰눈처럼 날리네 라고 고쳤다.” 하였다.
徐與金皆文章博覽之人(서여금개문장박람지인) : 서거정과 김종직은 모두 문장을 박람(博覽)한 사람이며
時之先後(시지선후) : 또 시대의 선후도
亦不相遠(역불상원) : 서로 멀지 않는데,
而記載如此之異(이기재여차지이) : 기록된 내용이 이처럼 다름은 괴이하니
何其怪也(하기괴야) : 어찌 기괴하지 아니한가.
盹以詩譖王(순이시참왕) : 신돈이 이 시를 가지고 왕에게 참소하였다면
則詩爲柳作明矣(칙시위류작명의) : 유숙이 지은 것이 명백하다.
父母三年喪(부모삼년상) : 부모에 대한 삼년상(三年喪)은
聖人之制也(성인지제야) : 성인(聖人)이 정한 제도이다.
孝子慈孫(효자자손) : 그러므로 효자(孝子)와 자손(慈孫)이
雖或有哭泣飮食之過於禮(수혹유곡읍음식지과어례) : 혹 곡읍(哭泣)과 음식의 절차에는 예(禮)에 지나치는 일도 있으나,
期祥服制則無敢有改之者(기상복제칙무감유개지자) : 기상(期祥 복 입는 기간)과 복제(服制 복 입는 제도)는 감히 고치지 못한다.
國喪之制(국상지제) : 또 국상(國喪)의 제도는
祖宗朝詳定(조종조상정) : 조종조(祖宗朝)에서 상세히 정해서
著在令甲(저재령갑) : 법 조항의 첫 번째에 명시하였으므로
歷世遵行(력세준행) : 대대로 이 법령을 준수하였으니,
非一人私見所可變更者也(비일인사견소가변경자야) : 한 사람의 사견(私見)으로 변경할 수 있는 바가 아니다.
頃於王后喪(경어왕후상) : 그런데 지난번 왕후(王后) 상(喪)에
有一蔭官倡議(유일음관창의) : 한 음관(蔭官)이 제의하기를,
以卒哭後百官著烏紗帽黑角帶爲未便(이졸곡후백관저오사모흑각대위미편) : “졸곡(卒哭) 후 백관(百官)이 오사모(烏沙帽)와 흑각대(黑角帶)를 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하여,
朝廷集議(조정집의) : 조정에서 회의를 열어서
改以白帽白帶(개이백모백대) : 백모(白帽)와 백대(白帶)를 고치니,
莫大之禮(막대지례) : 그렇게 큰 예(禮)를
率爾改之(솔이개지) : 경솔히 고칠 수 있을까.
誠可寒心(성가한심) : 진실로 한심한 일이다.
大臣禮官恐不得辭其責也(대신례관공불득사기책야) : 대신(大臣)과 예관(禮官)들은 그 책임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國喪服制(국상복제) : 국상 복제(國喪服制)에
邊不擧哀云者(변불거애운자) : 변방(邊方)은 상사(喪事)를 행하지 않게 되어 있는데,
乃是欲令敵人不知有國喪也(내시욕령적인불지유국상야) : 이는 적(敵)에게 국상(國喪)이 있음을 알리지 않고자 해서이다.
邊將之守喪制(변장지수상제) : 변장(邊將)이라 해서 국상을 지키는 제도에
則何以異於內地乎(칙하이이어내지호) : 어찌 내지(內地)와 다름이 있으리오마는,
聞武夫之輩(문무부지배) : 듣자니, 무사들은 국상이 있어도
其於酒食姬妓(기어주식희기) : 술과 기생으로 노는 것이
一如平時(일여평시) : 평시와 같다 하니,
誠可寒心(성가한심) : 진실로 한심하다.
明廟之喪(명묘지상) : 명종의 상이 있을 때
余以安邊府使(여이안변부사) : 내가 안변 부사(安邊府使)에서
移除南道兵使(이제남도병사) : 남도 병사(南道兵使)로 전근되었는데,
數月留防于甲山行營(수월류방우갑산행영) : 수개 월 동안 갑산 행영(甲山行營)에서 유방(留防 머물러 있으면서 적을 방비함)하게 되었다.
營中有樓名曰定遠(영중유루명왈정원) : 영중(營中)에 정원루(定遠樓)라는 누각이 있기에,
余題詩曰(여제시왈) : 내가 시를 짓기를,
自笑浮生謾苦辛(자소부생만고신) : 스스로 우습구나, 인생은 부질없이 고생만 하는데
年年飄轉鬢絲新(년년표전빈사신) : 해마다 전근하느라 머리털만 희어 가네
誰知玉帳孤眠客(수지옥장고면객) : 누가 옥장(장군의 영막)의 이 외로운 손을 알아 줄까
曾是靑綾慣臥人(증시청릉관와인) : 일찍이 나도 청릉 속에 누웠던 사람이라네
千里月明難度夜(천리월명난도야) : 천리나 떨어진 달밤에 지내기 어려운데
一庭花落已經春(일정화락이경춘) : 뜰에 꽃이 지니 봄도 지났네
虎頭燕頷非吾事(호두연함비오사) : 호두연함은 원래 나의 일이 아니니
却恨虛名誤此身(각한허명오차신) : 그저 허명으로 이 몸을 그르칠까 한하네 하였다.
是萬曆己巳春也(시만력기사춘야) : 이해가 만력(萬曆) 기사년 봄이다.
數十年後(수십년후) : 수십년 후에 들으니
聞其詩板尙在云(문기시판상재운) : 그 시판(詩板)이 아직도 있다고 하더라.
明廟朝(명묘조) : 명종 때에
守慶入弘文館(수경입홍문관) : 내가 홍문관(弘文館)에 들어가
再爲副修撰(재위부수찬) : 다시 부수찬(副修撰)으로 있다가,
又爲副校理副應敎(우위부교리부응교) : 부교리(副校理)와 부응교(副應校)를 지냈는데,
皆不久而遞(개불구이체) : 모두 오래지 않아서 교체되었고,
癸丑初春爲應敎(계축초춘위응교) : 계축년 초봄에 응교(應校)가 되었다가
至秋初而遞(지추초이체) : 그 해 초가을에 교체되었다.
上勤御經筵(상근어경연) : 그 동안 성상이 부지런히 경연(經筵)에 나오니
日多三接(일다삼접) : 하루에 세 번이나 접한 날도 많으며
或爲夜對(혹위야대) : 어떤 때는 밤까지 접하기도 하였다.
朴判書啓賢爲翰林(박판서계현위한림) : 판서 박계현(朴啓賢)이 한림(翰林)이 되어서
謂守慶曰(위수경왈) : 나에게 말하기를,
公之進講聲音可聽(공지진강성음가청) : “공의 진강(進講)하는 소리는 가히 들을 만하다.”고 칭찬한 일이 있었다.
其年冬爲養親求除富平府使(기년동위양친구제부평부사) : 그 해 겨울 부모를 모시기 위하여 부평 부사(富平府使)가 되기를 원하니,
啓賢贈別詩曰(계현증별시왈) : 박계현이 나에게 이별시를 지어 주기를,
講讀當今推第一(강독당금추제일) : 강독은 당세에 제일이라 추존하니
會須重喚范淳夫(회수중환범순부) : 모름지기 다시 범순부가 온 것 같다 하였는데,
淳夫(순부) : 범순부는
乃宋侍講祖禹字也(내송시강조우자야) : 송(宋) 나라의 시강(侍講) 범조우(范祖禹)의 자(字)이다.
程伊川稱其色溫而氣和(정이천칭기색온이기화) : 정이천(程伊川 정이)은 그는 온화한 기색으로
開陳是非導人主之意(개진시비도인주지의) : “시비를 개진해서 임금의 뜻을 인도한다.”고 칭찬하였고,
蘇東坡稱其得講師三昧也(소동파칭기득강사삼매야) : 소동파(蘇東坡 소식)는 “그는 강사(講師)의 삼매(三昧)를 얻었다.”고 칭찬하였다.
如臣駑劣(여신노렬) : 용렬하고 노둔한 나 같은 사람이
安敢比擬於萬一(안감비의어만일) : 어찌 감히 만분의 일이라도 비유가 되겠는가.
特詩人之誕辭耳(특시인지탄사이) : 그저 시인의 허탄한 말일 뿐이다.
甲寅秋(갑인추) : 갑인년 가을에
病遞富平(병체부평) : 내가 병으로 부평 부사를 그만두고
居閑未幾(거한미기) : 집에 한가로이 있은 지 얼마 안 되어
以特旨除典翰(이특지제전한) : 특지(特旨)로 전한(典翰)에 임명하였으니,
館員特旨(관원특지) : 관원(館員)에게 특지라는 것이
此其初也(차기초야) : 처음 있는 일이었다.
乙卯五月陞直提學(을묘오월승직제학) : 을묘년 5월에 직제학에 오르고,
八月陞爲丞旨(팔월승위승지) : 그해 8월에 승지가 되니
榮寵近所罕見(영총근소한견) : 그 은총이 근래에 보기 드문 일이다.
而未有涓埃之答(이미유연애지답) : 그러나 조금의 보답(報答)도 없었으니,
誠可罪也(성가죄야) : 진실로 죄가 있다.
厥後非但經筵罕御(궐후비단경연한어) : 그 후에는 왕이 경연에 나오는 일이 드물 뿐만 아니라
館員無二三朔久於職者病辭相繼(관원무이삼삭구어직자병사상계) : 관원들도 병을 핑계하고 2, 3개월 동안 직(職)에 머무른 자가 없었으니,
識者寒心(식자한심) : 식자(識者)로서는 한심한 일이다.
宋參政蔡齊喜酒(송참정채제희주) : 송(宋) 나라 참정(參政) 채제(蔡齊)는 술을 좋아한 사람으로
登第壯元(등제장원) : 장원으로 급제하여
日飮醇酎(일음순주) : 날마다 진한 술을 마시고
往往至醉(왕왕지취) : 가끔 술에 취하니,
大夫人年高頗憂之(대부인년고파우지) : 그 대부인(大夫人)은 연세 높은 노부인으로 매우 근심하였다.
賈公餗愛齊之賢(가공속애제지현) : 가속(賈餗) 공속이 채제의 어짊을 사랑하여
而慮其以酒廢學生疾(이려기이주폐학생질) : 그가 술로써 학문을 폐하고 병이 생길까 염려하여
作詩諷之曰(작시풍지왈) : 시를 주어 풍자하였으니,
聖君寵厚龍頭選(성군총후룡두선) : 성군의 사랑이 두터워 장원으로 뽑히고
慈母恩深鶴髮垂(자모은심학발수) : 자모의 은혜 깊어서 백발이 늘어졌네
君寵母恩俱未報(군총모은구미보) : 임금의 사랑과 어머니 은혜를 모두 갚지 못한 채 母恩俱未報
酒如成病悔何追(주여성병회하추) : 술로 병이 들면 후회한들 무엇하리 하니,
齊瞿然起謝之(제구연기사지) : 채제가 놀라 일어나 사죄하였다.
自是非親客不對酒(자시비친객불대주) : 이로부터 친객(親客)이 아니면 술을 대하는 일이 없으며,
終身未嘗至醉(종신미상지취) : 종신(終身)토록 한 번도 취하지 않았다.
世之嗜酒者(세지기주자) : 세상에 술을 즐기는 자는
雖父母戒之(수부모계지) : 비록 부모의 훈계도
猶不能聽從(유불능청종) : 듣지 않는데
蔡公因過客之諷(채공인과객지풍) : 채공은 과객의 풍자로 인하여
而卽改其過(이즉개기과) : 즉시 그 허물을 고쳤으니,
眞所謂賢矣(진소위현의) : 참으로 현인이라 하겠다.
明廟卽位三年戊申春(명묘즉위삼년무신춘) : 명종(明宗)즉위(卽位) 3년인 무신년 봄에
讀書堂同時被選者(독서당동시피선자) : 독서당(讀書堂)에 같이 선발된 자는
校理尹春年佐郞韓智源典籍朴民獻修撰尹潔(교리윤춘년좌랑한지원전적박민헌수찬윤결) : 교리 윤춘년(尹春年), 좌랑 한지원(韓智源), 전적 박민헌(朴民獻), 수찬 윤결(尹潔),
及佐郞守慶也(급좌랑수경야) : 그리고 좌랑 나였다.
尹春年甲戌生(윤춘년갑술생) : 윤춘년은 갑술생으로
癸卯式年及第(계묘식년급제) : 계묘년 식년시에서 급제하여
官至判書(관지판서) : 벼슬이 판서에 이르고
年過六十(년과륙십) : 나이가 60이 넘어 작고하였다.
韓智源癸酉生(한지원계유생) : 한지원은 계유생으로
甲辰秋別試及第(갑진추별시급제) : 갑진년 가을 별시에 급제하여
官至校理(관지교리) : 벼슬이 교리에 이르렀는데,
年未五十(년미오십) : 나이 50도 못 되어 작고하였으며,
朴民獻丙子生(박민헌병자생) : 박민헌은 병자생으로
丙午春別試及第(병오춘별시급제) : 병오년 봄 별시에 급제하여
官至參判(관지참판) : 벼슬이 참판에 이르렀고
年過七十(년과칠십) : 나이 70이 넘어 작고하였다.
尹潔丁丑生(윤결정축생) : 윤결을 정축생으로
癸卯式年及第(계묘식년급제) : 계묘년 식년시에 급제하여
以修撰年三十二死於非命(이수찬년삼십이사어비명) : 벼슬이 수찬이 되었다가 32세로 비명에 죽었다.
守慶丙子生(수경병자생) : 나는 병자생으로
丙午秋式年及第官至議政(병오추식년급제관지의정) : 병오년 가을 식년시에 급제하여 벼슬이 의정(議政)에 이르렀고
年過八十(년과팔십) : 나이 80이 넘었는데도
尙無恙(상무양) : 아직 병이 없다.
守慶於五人中才德最下(수경어오인중재덕최하) : 나는 5명 중에서 재덕(才德)이 가장 낮은데
而官壽最高(이관수최고) : 벼슬과 수(壽)는 가장 높으니
未知其所以然也(미지기소이연야) :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다.
官或可以恪勤而致無災孼(관혹가이각근이치무재얼) : 벼슬은 혹 성실함과 부지런함으로 재앙을 없앨 수 있으며
壽或可以愼攝而致無夭扎(수혹가이신섭이치무요찰) : 수명은 혹 조심하고 섭생으로써 요절(夭折)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然大槩其本分在於賦命(연대개기본분재어부명) : 그러나 대개 그 본분은 천명에 있어서
而非人爲所可容也(이비인위소가용야) : 사람의 힘으로 될 바가 아니다.
宋丞相文潞公彥博(송승상문로공언박) : 송(宋) 나라 승상(承相) 노공(潞公)문언박(文彦博)은
保洛日年七十八(보락일년칠십팔) : 자기 고향인 낙양(洛陽)으로 돌아왔을 때 78세였는데,
與朝散大夫程珦(여조산대부정향) : 조산대부(朝散大夫) 정향(程珦),
朝議大夫司馬旦司封郞中席汝言(조의대부사마단사봉랑중석여언) : 조의대부(朝議大夫) 사마단(司馬旦)과 사봉 낭중(司封郞中) 석여언(席汝言)과 더불어
爲同甲會(위동갑회) : 동갑회(同甲會)를 만들고
各賦詩(각부시) : 각기 시를 지었다.
潞公詩曰(로공시왈) : 노공의 시에,
四人三百十二歲(사인삼백십이세) : 4명의 나이 3백 12살인데
況是同生丙午年(황시동생병오년) : 또한 동갑 병오생이네
占得梁園爲賦客(점득량원위부객) : 양원(양 나라 효왕의 화원)에서 시를 읊는 격이요
合成商嶺採芝仙(합성상령채지선) : 상령에서 지초를 캐는 신선이로세
淸談亹亹風生席(청담미미풍생석) : 청담은 물 흐르듯 바람은 저절로 나고
素髮蕭蕭雪滿肩(소발소소설만견) : 흰머리 날리니 눈이 어깨에 가득 찬 듯하네
此會從來誠未有(차회종래성미유) : 이 같은 모임은 일찍이 없었던 일이니
洛中應作畫圖傳(락중응작화도전) : 낙양에서 응당 그림으로 길이 전하리 하였다.
余常羡慕之(여상이모지) : 내가 항상 부러워하고
次其詩韻曰(차기시운왈) : 그 시에 차운하기를,
潞公同甲四名賢(로공동갑사명현) : 노공과 동갑으로 네 어진 분이 있었는데
八十將臨未二年(팔십장림미이년) : 80에서 아직 두 살이 모자라네
共道洛中多壽考(공도락중다수고) : 낙양에는 노인이 많다지만
誰知地上有神仙(수지지상유신선) : 누가 이 지상에 신선 있는 줄 알리
百齡子野堪追武(백령자야감추무) : 백 살이던 자야(예전에 오래 산 장자야)의 걸음을 따를 것이요
九老香山可並肩(구로향산가병견) : 구로회를 만든 향산(당 나라 백낙천)과 어깨를 겨루리
何用畫圖垂不朽(하용화도수불후) : 어찌 그림으로 길이 남기련가
好看詩句至今傳(호간시구지금전) : 좋은 시구 지금도 전해지네 하였다.
潞公享年九十二(로공향년구십이) : 노공의 향년(享年)은 92세였고,
程馬席三公未知其享年幾許(정마석삼공미지기향년기허) : 정향(程珦)과 사마단과 석여언의 향년은 몇이었는지는 모르겠다.
而同時洛中以七十八作會(이동시락중이칠십팔작회) : 같은 때에 낙양에서는 나이 70이 되면 동갑회를 만들었다고 하니,
亦云奇矣(역운기의) : 또한 기특한 일이다.
吾同甲丙子生三十五人作契(오동갑병자생삼십오인작계) : 나와 동갑은 병자생으로 35명이 있어 동갑 계(契)를 하였는데,
而五十年後余獨生存(이오십년후여독생존) : 50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는 나 혼자 생존하였다.
潞詩次韻之餘(로시차운지여) : 노공의 시에 차운한 여흥(餘興)으로
仍爲感嘆(잉위감탄) : 감탄한 나머지
更賦一首(경부일수) : 다시 한 수를 지었으니,
同丙生人三十五(동병생인삼십오) : 동갑 병자생 35명은
少年爲契到衰年(소년위계도쇠년) : 젊어서 계를 하여 이제 노쇠하였네
光陰遞去多辭世(광음체거다사세) : 세월은 흘러 많은 사람 세상 떠나
八十踰來盡作仙(팔십유래진작선) : 80년 동안 모두 신선이 되었네
盛席寥寥空自嘆(성석요요공자탄) : 번화하던 자리 적막하여 홀로 탄식하고
孤形孑孑比誰肩(고형혈혈비수견) : 외롭고 쓸쓸한 몸 누구와 같이하리
長生久視眞難事(장생구시진난사) : 길게 살고 오래 보는 것 참으로 어려운 일
只有彭聃萬古傳(지유팽담만고전) : 다만 팽조와 노자만 만고에 전해지네 하였다.
國朝壯元及第爲大提學者(국조장원급제위대제학자) : 우리 나라에서 장원 급제하여 대제학이 된 자는
權踶鄭麟趾崔恒金安老鄭士龍鄭惟吉(권제정린지최항금안로정사룡정유길) : 권제(權踶)ㆍ정인지(鄭麟趾)ㆍ최항(崔恒)ㆍ김안로(金安老)ㆍ정사룡(鄭士龍)ㆍ정유길(鄭惟吉)ㆍ
朴淳盧守愼李珥也(박순로수신리이야) : 박순(朴淳)ㆍ노수신(盧守愼)ㆍ이이(李珥)이다.
祖宗朝藝文大提學主文而弘文大提學(조종조예문대제학주문이홍문대제학) : 조종조에서는 예문관 대제학이 문형을 맡고 홍문관 대제학은
則他人兼之中廟朝以後(칙타인겸지중묘조이후) : 다른 사람이 겸임하였는데, 중종 이후에는
兩大提學一人爲之矣(량대제학일인위지의) : 예문관과 홍문관의 두 대제학을 한 사람이 겸직하게 되었다.
魚世謙李荇金安老爲議政後(어세겸리행금안로위의정후) : 특히 어세겸(魚世謙)과 이행(李荇), 그리고 김안로는 의정(議政)이 된 뒤에도
仍帶大提學(잉대대제학) : 대제학을 겸하고 있어서
物議或非之云(물의혹비지운) : 여론이 좋지 않기도 하였다.
禪家師弟間傳道(선가사제간전도) : 선가(禪家 불교의 한 종파)에서는 사제(師弟)간에 도(道)를 전하는 것을
謂之傳衣鉢(위지전의발) : 의발(衣鉢)을 전한다고 하는데,
蓋以衣鉢比道也(개이의발비도야) : 이는 의발로 도를 비유하는 것이다.
前朝時(전조시) : 고려 때에
門生座主有衣鉢相傳之語(문생좌주유의발상전지어) : 문생(門生 과거에 급제한 사람)과 좌주(座主 과거의 수석 고시관)가 의발을 서로 전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以文章比衣鉢也(이문장비의발야) : 이는 문자을 의발에 비유한 것이다.
大提學亦有衣鉢相傳之語(대제학역유의발상전지어) : 대제학도 의발을 서로 전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祖宗朝(조종조) : 조종조에서는
大提學有大硯面相傳云(대제학유대연면상전운) : 대제학에게 큰 벼루가 있어서 서로 전하였다고 하나
未知今尙存否也(미지금상존부야) : 지금도 남아 있는지는 모르겠다.
官至一品年七十以上(관지일품년칠십이상) : 벼슬이 1품으로 나이 70세 이상이 되어도
而繫國家重輕不得致仕者(이계국가중경불득치사자) : 국가에 중요한 일에 관계하여 치사(致仕)하지 못하는 자에게
賜几杖國典也(사궤장국전야) : 궤장(几杖;70세가 넘은 재상에게 주는 안석과 지팡이)을 하사하는 것이 국가의 법례이다.
萬曆癸酉四月(만력계유사월) : 만력(萬曆) 계유년 4월에
領中樞府事洪暹旣經領議政(령중추부사홍섬기경령의정) : 영중추부사 홍섬(洪暹)이 이미 영의정을 지내고
以年七十蒙賜几杖(이년칠십몽사궤장) : 나이 70에 궤장의 하사를 받고
設宴以榮之(설연이영지) : 궤장연(几杖宴)을 베풀 때
諸宰多集(제재다집) : 여러 재상들이 많이 모였다.
中使及都丞旨李希儉賚宣醞(중사급도승지리희검뢰선온) : 내시 중사(中使)와 도승지 이희검(李希儉)은 선온(宣醞 하사하는 술)을 가져오고,
注書李準陪敎書几杖來(주서리준배교서궤장래) : 주서(注書) 이준(李準)은 교서(敎書)와 궤장을,
右議政盧守愼三宰元混(우의정로수신삼재원혼) : 우의정 노수신(盧守愼), 좌참찬 원혼(元混),
礪城君宋寅判尹姜暹(려성군송인판윤강섬) : 여성군(礪城君) 송인(宋寅), 판윤(判尹) 강섬(姜暹),
刑曹參判朴大立右尹金啓在座(형조참판박대립우윤금계재좌) : 형조 참판 박대립(朴大立), 우윤(右尹) 김계(金啓)가 자리에 참여하고,
而守慶亦以戶曹參判亦參席末(이수경역이호조참판역참석말) : 나 또한 호조 참판으로 말석에 참여하였다.
時相公大夫人年八十七(시상공대부인년팔십칠) : 이때 상공(相公 홍섬)의 대부인(大夫人)의 나이 87세였는데,
而領議政宋軼之女(이령의정송질지녀) : 그는 영의정 송질(宋軼)의 딸이었다.
相公先君亦以領議政蒙賜几杖(상공선군역이령의정몽사궤장) : 상공의 선군(先君) 홍언필(洪彦弼)도 영의정으로 있으면서 궤장을 하사 받았으니,
大夫人以領相之女領相之妻領相之母(대부인이령상지녀령상지처령상지모) : 대부인은 영의정의 딸이고 영의정의 아내이며 영의정의 어머니다.
再見此榮(재견차영) : 두 번이나 이런 영화를 보니,
寔近古未有之盛事也(식근고미유지성사야) : 이는 근고에 없던 성사(盛事)였다.
盧議政於座上作詩曰(로의정어좌상작시왈) : 노의정(盧議政 노수신)이 자리에서 시를 지어 주기를,
三從不出相門闈(삼종불출상문위) : 삼종 동안 모두 정승 집 문밖에 나가지 않았으니
此事如今始有之(차사여금시유지) : 이 같은 영화는 오늘이 처음이로세
更拄省中靈壽杖(경주성중령수장) : 조정에서는 영수장 짚고 다니다가
却被堂上老萊衣(각피당상로래의) : 집안에서는 노래자(중국 초 나라의 현인이며 효자로 70세에 아이옷을 입고 어린이 장난을 하여 부모를 위안하였다)의 옷을 입었네
恩霑雨露眞千載(은점우로진천재) : 우로와 같은 은혜 천년에 참으로 드문 일이요
歡接冠紳盡一時(환접관신진일시) : 기쁘게 맞아들인 대관들은 한때에 극진한 분이었네
何處得來叨席次(하처득래도석차) : 어디서 와서 나도 자리에 참여하니
愧無佳句賁黃扉(괴무가구분황비) : 좋은 시로 정승 집 빛내지 못함이 부끄럽네 하였다.
守慶亦作詩曰(수경역작시왈) : 나도 시를 지었으니,
几杖鴻恩罕此邦(궤장홍은한차방) : 궤장의 큰 은혜는 이 나라에 드물거니
相公家慶更無雙(상공가경경무쌍) : 정승님 집안 경사 다시 짝이 없네
傳三議政官槐棘(전삼의정관괴극) : 세 정승을 이어받으니 삼괴 구극 벼슬 다 지냈고
奉大夫人福海江(봉대부인복해강) : 대부인 모셨으니 복은 바다와 강물 같네
滿座榮光花映席(만좌영광화영석) : 자리에 가득 찬 영광 꽃이 자리에 비쳐 있고
騰空喜氣酒盈缸(등공희기주영항) : 하늘에 오를 듯 기쁜 일술마저 동이에 가득하네
席上有造花二盆宣醞十缸(석상유조화이분선온십항) : 자리 위에 만든 꽃이 두 바구니가 있고, 선온한 술이 열 항아리가 있었다.
一時盛事應須記(일시성사응수기) : 이때 이 성사를 기록하여 전하려 하나
安得鋪張筆似杠(안득포장필사강) : 어디서 크게 펴 놓을 서까래 같은 붓을 얻으리오 하였다.
礪城君宋寅卽相公表弟也(려성군송인즉상공표제야) : 여성군 송인은 상공의 표제(表弟 외종제)로,
追作記與排律(추작기여배률) : 기문(記文)과 배율시(排律詩)를 짓고
其餘亦皆追作或長篇或律詩(기여역개추작혹장편혹률시) : 또 다른 이의 장편시며 율시(律詩)도 수집하여 시첩(詩帖)을 만들었다.
相公令畫史圖繪其事(상공령화사도회기사) : 상공이 화공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고
礪城寫諸作於圖後(려성사제작어도후) : 여성군은 그 그림 뒤에 여러 시를 써서
藏爲一家之寶焉(장위일가지보언) : 일가(一家)의 보물로 간직하게 되었다.
大夫人享年九十四(대부인향년구십사) : 대부인의 향년이 94세,
相公享年八十二(상공향년팔십이) : 상공의 향년이 82세이니,
人世福慶眞無雙也(인세복경진무쌍야) : 인간 세상의 복된 경사가 진실로 짝이 없도다.
癸酉年(계유년) : 계유년
忍齋洪相公賜几杖宴(인재홍상공사궤장연) : 인재(忍齋) 홍상공(洪相公 홍섬)의 궤장연(几杖宴) 때에
時蘇齋盧相公詩及守慶詩(시소재로상공시급수경시) : 지은 소재(蘇齋) 노상공(盧相公 노수신)의 시와 나의 시는
已錄於上矣(이록어상의) : 이미 위에 기록되어 있는데,
自癸酉至于今二十五年(자계유지우금이십오년) : 그때 계유년에서 벌써 25년이 지나고 보니
其時在座者(기시재좌자) : 그 잔치에 있었던 사람은
唯守慶與李準生存(유수경여리준생존) : 오직 나와 이준(李準)만이 생존해 있을 뿐이다.
而李公官爲二品(이리공관위이품) : 이공(이준)은 벼슬이 2품이고
余官經議政(여관경의정) : 나는 벼슬이 의정을 거치고
年過八十(년과팔십) : 나이 80을 넘긴 터라
追憶宴席(추억연석) : 그때 잔치를 추억하노라니
不勝依依(불승의의) : 어렴풋이 일어나는 회포를 견디지 못하고
第以拙詩卽席率爾(제이졸시즉석솔이) : 그때 시를 생각하니, 그 즉석에서 경솔히 지었기로
頗有未盡(파유미진) : 자못 정(情)을 다하지 못한지라
今敢點化改作(금감점화개작) : 이제 점찍으며 고쳐 짓는데,
而只恐嫫母粉飾適足以增其醜耳(이지공모모분식적족이증기추이) : 추한 여자가 화장한 격으로 다만 더욱 추하게 만들까 염려하면서도 다음의 시를 읊기를,
几杖元因齒爵堪(궤장원인치작감) : 궤장은 원래 나이와 작위가 높은 이를 위함이니 / 几杖元因齒爵堪
高門偏荷聖恩覃(고문편하성은담) : 고문에서 성은 내리심을 독차지하였네 / 高門偏荷聖恩覃
二朝繼顯稀年二(이조계현희년이) : 두 임금 대에 계속하여 70살이 두 분이요 / 二朝繼顯稀年二
三代相傳議政三(삼대상전의정삼) : 삼대를 이어받은 정승이 셋이로다 / 三代相傳議政三
奉大夫人綏福履邀諸宰相盡東南(봉대부인수복리요제재상진동남) : 대부인 모시고 편안히 복받고 / 奉大夫人綏福履
邀諸宰相盡東南(요제재상진동남) : 재상을 맞이하니 동남에서 모두 왔네
世間榮耀誰如此(세간영요수여차) : 인간 세상 영화가 누군들 이 같을까
喧播應爲萬口談(훤파응위만구담) : 왁자하게 만인의 입에 오르내리네 하였다.
忍齋之胤耆英乃余女壻也(인재지윤기영내여녀서야) : 인재의 아들 홍기영(洪耆英)은 나의 사위이다.
聞其宴席畫圖失於兵燹(문기연석화도실어병선) : 그 잔치 때에 만든 화첩(畵帖)을 병화로 잃었다 하기로
故書此以贈使藏之(고서차이증사장지) : 이 글을 주어서 보관하도록 하니,
蓋庶幾於當時畫圖之萬一也(개서기어당시화도지만일야) : 이는 그때 화첩의 만분에 일이라도 충당할까 해서이다.
讀書堂(독서당) : 독서당(讀書堂)은
舊有大廳及南樓(구유대청급남루) : 옛날에 대청(大廳)과 남루(南樓)가 있고,
又有樓北寢房(우유루북침방) : 남루 북편에는 침방(寢房)이 있었다.
壬子年間(임자년간) : 임자년 연간에
堂僚鄭林塘惟吉(당료정림당유길) : 당료(堂僚) 임당(林塘)ㆍ정유길(鄭惟吉)과
朴駱村忠元尹菊磵鉉金東園貴榮曁守慶(박락촌충원윤국간현금동원귀영기수경) : 낙촌(駱村) 박충원(朴忠元), 국간(菊磵) 윤현(尹鉉), 동원(東園) 김귀영(金貴榮), 그리고 내가
議構一堂於樓東(의구일당어루동) : 서로 상의하여 남루 동편에 당 하나를 지으니
甚瀟洒(심소쇄) : 매우 산뜻하였다.
名曰文會(명왈문회) : 누각을 문회루(文會樓)라고 하였는데,
後三十餘年(후삼십여년) : 30여 년이 지난 후에
堂員等又構新堂於樓西北池上(당원등우구신당어루서북지상) : 당원(堂員)들이 또 새 집을 남루(南樓) 서북쪽 못가에 지으니
尤極瀟洒(우극소쇄) : 더욱 산뜻하였다.
邀堂之先生(요당지선생) : 독서당의 선생(先生;전직장)들을 모시고
爲落成之宴(위락성지연) : 성연(落成宴)을 베푸니
守慶與任知事說赴焉(수경여임지사설부언) : 낙나와 지사(知事) 임열(任說)이 참여하였다.
堂員柳校理根李校理恒福(당원류교리근리교리항복) : 당시 당원으로는 교리 유근(柳根)ㆍ이항복(李恒福),
李奉敎好閔在席(이봉교호민재석) : 그리고 봉교(奉敎) 이호민(李好閔)이 자리에 있었다.
四美二難(사미이난) : 사미(四美 양신(良辰)ㆍ상심(常心)ㆍ미경(美景)ㆍ낙사(樂事))와 이난(二難 훌륭한 임금과 훌륭한 빈객)을 갖추었으니
其勝會也(기승회야) : 그 또한 훌륭한 모임이었다.
酒半余先作七言律五言律(주반여선작칠언률오언률) : 술이 반취되어 내가 먼저 칠언 율시와 오언 율시를 지으니,
諸公各賦互相酬唱(제공각부호상수창) : 제공(諸公)이 서로 수창(酬唱)하여
多至數十餘篇(다지수십여편) : 수십여 편이 되었다.
只記余先作者(지기여선작자) : 다만 내가 먼저 지은 시만 기억하고
而餘不能記(이여불능기) : 나머지는 모두 기억나지 않는다. 7언시에,
憶昨登瀛卅載前(억작등영삽재전) : 생각해보니 내가 독서당에 들어갔던 것은 30년 전으로 / 南樓東閣伴神仙
身歸闕下官長繫(신귀궐하관장계) : 몸이 대궐로 돌아가 관에 오래 얽매이니
路隔湖邊夢屢牽(로격호변몽루견) : 길이 호변에 막혀 꿈만 자주 꾸네
勝日猥蒙招舊物(승일외몽초구물) : 좋은 날 외람되게 늙은이 초청되어
華堂忝得赴初筵(화당첨득부초연) : 화려한 집에 욕되게도 첫 자리에 앉았었네
眼中風景渾如昔(안중풍경혼여석) : 눈에 보이는 풍경은 예나 다름없는데
愧乏題詩筆似椽(괴핍제시필사연) : 부끄럽다 시 쓰자니 서까래 같은 붓이 없네 하였고, 또 5언시에는,
幾年思舊館(기년사구관) : 몇 해나 구관을 그리워하였더니
今日賞新堂(금일상신당) : 오늘에야 신당을 감상하네
樹影三層砌(수영삼층체) : 나무 그림자는 3층 문지방에 어른거리고
天光半畝塘(천광반무당) : 하늘 빛은 반 마지기 연못에 비추네
鶴癡初學舞(학치초학무) : 학은 어리석어 처음으로 춤 배우고
荷老尙含香(하로상함향) : 연꽃은 늙어도 향기를 머금었네
盡日忘歸去(진일망귀거) : 날이 저물어도 돌아갈 줄을 잊었으니
寧辭詠且觴(녕사영차상) : 어찌 시 짓고 술 마시기 사양하리 하였다.
是萬曆丁亥八月念五也(시만력정해팔월념오야) : 이때는 만력 정해년 8월 25일이었다.
時任知事年七十八(시임지사년칠십팔) : 이때 임지사(임열)는 78세이며
余年七十二(여년칠십이) : 나는 72살이었다.
柳校理年三十九(류교리년삼십구) : 유교리(유근)는 39세이며
李校理年三十二(리교리년삼십이) : 이교리(이항복)는 32세이고
李奉敎年三十八(리봉교년삼십팔) : 이봉교(이호민)는 38세였다.
繪畫題名而各藏焉(회화제명이각장언) : 이 일을 그림으로 그리고 제명(題名)하여 각기 보관하였다.
自丁至今十一年(자정지금십일년) : 정해년부터 지금까지가 11년이 되었는데,
柳公兩李公官皆二品(류공량리공관개이품) : 유공(柳公)과 두 이공(李公)의 벼슬은 모두 2품이 되고,
余亦官一品尙不死(여역관일품상불사) : 나 역시 벼슬이 1품으로 아직도 죽지 않았는데,
而書堂丘墟於兵燹(이서당구허어병선) : 서당은 병화에 타고 터만 있어서
不可復作斯文之會(불가부작사문지회) : 다시는 사문(斯文)의 모임을 갖지 못하겠으니,
可勝歎哉(가승탄재) : 실로 한탄할 바로다
兪議政松塘官二品時(유의정송당관이품시) : 의정(議政) 유송당(兪松塘 유홍)은 벼슬이 2품이 되었을 때에 치사(致仕)하고,
作別墅於廣州龍津邊無愁洞(작별서어광주룡진변무수동) : 광주(廣州) 용진(龍津) 무수동(無愁洞)에 농막을 짓고
名曰退憂亭(명왈퇴우정) : 그 이름을 퇴우정(退憂亭)이라 하고,
求詩於宰列(구시어재렬) : 여러 재상들에게 시를 구하니,
朴議政思菴首題七言律(박의정사암수제칠언률) : .의정 박사암(朴思菴)이 첫머리에 칠언 율시를 쓰고,
盧議政蘇齋鄭議政林塘金議政東園李議政鵝溪(로의정소재정의정림당금의정동원리의정아계) :
의정 노소재(盧蘇齋)ㆍ정임당(鄭林塘)ㆍ김동원(金東園)ㆍ이아계(李鵝溪)가 차례로 쓰고,
及他宰相多和之(급타재상다화지) : 다른 재상들도 많이 화답하였으며,
守慶亦和曰(수경역화왈) : 나도 화시를 지었으니,
纔出塵寰便是仙(재출진환편시선) : 비로소 티끌 세상 나오니 문득 신선이로세
無愁洞裡別藏天(무수동리별장천) : 무수동 속에 별천지 감추어져 있네
黑頭勳業酬恩日(흑두훈업수은일) : 젊어서 큰 공을 세워 은혜 갚았으니
靑嶂棲遲乞退年(청장서지걸퇴년) : 청산에 돌아와 여생을 보내게 되었네
誰識世間忙歲月(수식세간망세월) : 누가 세상에 일 많음을 알까
幾思方外好山川(기사방외호산천) : 몇 번이고 외방의 좋은 산천 생각했네
從君拂袖吾將決(종군불수오장결) : 나도 소매를 떨치고 그대 따라가리라
歸去寧須負郭田(귀거녕수부곽전) : 돌아가는데 어찌 성 아래 옥토가 필요하랴 하였다.
林塘終不得退去(림당종불득퇴거) : 임당(林塘)은 끝까지 물러나지 못하고
年七十二而卒(년칠십이이졸) : 72세로 작고하였다.
守慶亦於官二品年七十之後(수경역어관이품년칠십지후) : 나도 벼슬이 2품으로 70살이 된 후로는
累乞退休而不得請(루걸퇴휴이불득청) : 여러 번 물러나기를 청하였으나, 얻지 못하다가
過八十僅得請焉(과팔십근득청언) : 80이 넘어서야 겨우 물러나게 되었다.
若於數年前死亡(약어수년전사망) : 내가 만일 수년 전에 죽었더라면
則乞退之志終不得遂(칙걸퇴지지종불득수) : 물러나려는 뜻을 끝내 얻지 못하였을 것이다.
今之得歸(금지득귀) : 아무튼 이제 돌아가게 되었으니
豈非天賜之幸歟(기비천사지행여) : 어찌 하늘이 주신 다행이 아니리오.
乃次前詩曰(내차전시왈) : 이에 이전 시에 차운하기를,
怊悵松塘已作仙(초창송당이작선) : 슬프다, 송당이 이미 신선이 되었구나 / 怊悵松塘已作仙
行藏修短摠關天(행장수단총관천) : 출세하고 은둔하고 오래 살고 일찍 죽는 것 모두가 하늘의 소관일세 / 行藏修短摠關天
荒園乞退多今日(황원걸퇴다금일) : 거친 전원으로 돌아가려 청한 것이 오늘까지 많았는데 / 荒園乞退多今日
別墅求詩憶昔年(별서구시억석년) : 별장에서 시를 구하던 옛날이 생각나는구나 / 別墅求詩憶昔年
得喪幾回迷似夢(득상기회미사몽) : 얻고 잃었다 한 것 몇 번인가 희미해 꿈만 같고 / 得喪幾回迷似夢
光陰無耐逝如川(광음무내서여천) : 세월을 어찌하리 냇물처럼 흘렀네
莫言栗里飛仙多栗(막언률리비선다률) : 율리 사는 비선리에 밤나무가 많으므로.
歸來晩(귀래만) : 늦게 왔다고 말하지 말라
生計猶存數畝田(생계유존수무전) : 생계는 그래도 두어 마지기 밭이 있다네 하였다.
庶孼能文者(서얼능문자) : 서자[庶孼]로서 문장에 능한 자는
祖宗朝魚無迹曹伸名於世(조종조어무적조신명어세) : 조종조 때 어무적(魚無跡)과 조신(曺伸)이 이름이 났고
近世權應仁亦有名(근세권응인역유명) : 근세에는 권응인(權應仁)이 또한 이름이 났는데 그
而其文未售於用(이기문미수어용) : 문장이 세상에 전해지지 못한 채
已爲作古(이위작고) : 이미 세상을 떠났으니
良可惜也(량가석야) : 진실로 아깝다.
平時與我酬唱頗多(평시여아수창파다) : 평소 나와 수창(酬唱)한 시가 상당히 많은데
十年前寄我二律(십년전기아이률) : 10년 전에 나에게 두 편의 율시를 보냈기로
次韻送之(차운송지) : 그 시에 차운할 일이 있는데,
權詩不能記(권시불능기) : 권응인의 시는 기억치 못하고
只記拙作(지기졸작) : 다만 나의 졸작만 기록해 본다.
處世眞同醉失儀(처세진동취실의) : 처세하기 참으로 취한 듯 위의도 잃어버렸네
百年心事竟誰知(백년심사경수지) : 평생의 이내 심사를 누가 알아 줄까
死生修短皆關數(사생수단개관수) : 죽고 살고 오래 살고 요절하는 것 모두 운수 소관이요
榮辱憂歡各有時(영욕우환각유시) : 잘 되고 못 되고 근심과 기쁨 각기 때가 있다네
病骨支離侵壽域(병골지리침수역) : 병골은 지리멸렬하여 오래 살기 어려운데
華銜慚愧亞台司(화함참괴아태사) : 빛난 직함 판서 다음 자리 부끄럽구나
致君謀國何能得(치군모국하능득) : 임금을 섬기고 나라를 다스리는데 무엇 하나 능하리
自料投閑分是宜(자료투한분시의) : 자기 힘 헤아리고 한직에 옮겨가면 분수 마땅할 것을. 하였고, 둘째 시에는,
明月長看照兩鄕(명월장간조량향) : 저 달 오래 보노라면 두 고장 비춰 주어
相思千里鬢成霜(상사천리빈성상) : 서로 생각하는 천리 길에 머리털 희어졌네
不堪風雨趨香十(불감풍우추향십) : 바람 비 궂은 날에 향탁(임금 앞)에 나가는 것 못 견디어
空羡圖書臥草堂(공이도서와초당) : 그림과 글씨로 초당 위에 누웠던 것 공연히 부러워라
下榻末由逢孺子(하탑말유봉유자) : 평상을 내려 보아도 유자를 만날 길 없고
觀魚安得共濠梁(관어안득공호량) : 고기 보려 하나 호량(아름다운 호수와 언덕)에 같이 갈 자 누구런가
窮通且可安天賦(궁통차가안천부) : 운수는 하늘이 주신 것 그대로 따르려나
只恨良工棄豫章(지한량공기예장) : 다만 양공이 예장을 버린 것이 한스럽네 하였다.
凡人官職之除(범인관직지제) : 사람이 관직을 받는 것은
雖是銓曹觀才擬授(수시전조관재의수) : 이조(吏曹)에서 그 재주를 보고서 헤아려 직책을 주나,
而實由於天之賦命(이실유어천지부명) : 실은 하늘의 명(命)에 있고
非人之所能爲也(비인지소능위야) : 사람의 힘으로 능히 하는 바 아니다.
世稱司憲府司諫院弘文館官員(세칭사헌부사간원홍문관관원) : 세상에서 사헌부(司憲府)와 사간원(司諫院), 그리고 홍문관(弘文館)의 관원과
政府吏兵曹郞廳爲淸要之職(정부리병조랑청위청요지직) : 정부의 이조(吏曹)ㆍ병조(兵曹) 두 조랑(曹郞;좌랑과 정랑을 말함)을 청요(淸要)의 직이라 하며,
又稱二相三四宰六曹判書(우칭이상삼사재륙조판서) : 또 이상(二相;의정부의 좌ㆍ우찬성)과 삼사재(三四宰;의정부의 좌ㆍ우참찬)와 육조 판서(六曹判書)와
八道監司兩界兵使(팔도감사량계병사) : 팔도감사(八道監司)와 양계 병사(兩界兵使),
開城留守承旨爲華顯之職(개성류수승지위화현지직) : 리고 개성 유수(開城留守)와 승지(承旨)는 모두 화현(華顯)의 직이라고 한다.
守慶遍歷三司官政府吏兵郞(수경편력삼사관정부리병랑) : 나는 삼사(三司 사헌부ㆍ사간원ㆍ홍문관)의 관직과 정부의 이조ㆍ병조의 낭관을 두루 지내고,
又歷二相三四宰戶禮兵刑工曹判書(우력이상삼사재호례병형공조판서) : 또 이상(二相)과 삼사재(三四宰)를 지내고, 또 호ㆍ예ㆍ병ㆍ형ㆍ공조의 판서를 두루 지냈다.
江原忠淸全羅慶尙咸鏡京畿監司(강원충청전라경상함경경기감사) : 외방으로는 강원ㆍ충청ㆍ전라ㆍ경상ㆍ함경ㆍ경기 감사와
咸鏡南道平安兵使留守丞旨(함경남도평안병사류수승지) : 함경남도 평안도의 병사(兵使)와 개성 유수와 승지를 지냈다.
本無才德物望可稱其職(본무재덕물망가칭기직) : 본래 재덕과 인망이 없어서 그런 직책에 맞지 않건만,
而履歷如此(이리력여차) : 이력이 이와 같으니 .
豈非由於賦命乎(기비유어부명호) : 어찌 하늘이 준 명에 말미암는 바 아니리오
世或有欲以智力得之者(세혹유욕이지력득지자) : 세상에서는 혹 지력(智力)으로 얻으려 하는 자도 있는데,
斯可謂不知命也(사가위불지명야) : 이들은 하늘의 명을 모르는 자라 하겠다.
守慶年十三(수경년십삼) : 나는 13세 때에
家君見背(가군견배) : 부친이 별세하였으므로
賴慈母敎育(뢰자모교육) : 자모(慈母)에게 교육을 받았다.
得至成立(득지성립) : 그 후 성장해서
宦達名遂(환달명수) : 벼슬과 명망이 현달(顯達)하자,
常懷榮養報恩之志(상회영양보은지지) : 자모의 봉양과 은혜 갚을 뜻을 항상 품고 있었다.
嘉靖乙丑夏得除開城留守(가정을축하득제개성류수) : 가정(嘉靖) 을축년 여름에 개성 유수로 임명되었고,
丁卯夏秩滿還朝(정묘하질만환조) : 정묘년 여름에 만기가 되어 조정에 돌아왔고,
其秋又求爲安邊府使(기추우구위안변부사) : 그 해 가을에 또 원해서 안변 부사(安邊府使)가 되었고,
戊辰夏移除南道兵使(무진하이제남도병사) : 무진년 여름에 함경남도 병사로 전임되었다가,
己巳夏移拜本道監司(기사하이배본도감사) : 기사년 여름에는 본도(경상도) 감사에 부임되었다.
辛未夏秩將滿(신미하질장만) : 신미년 여름에는 만기가 될 때
病辭而歸(병사이귀) : 병을 빙자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首尾七年四處(수미칠년사처) : 처음부터 끝까지 7년 간 네 곳을 전임하면서
甘旨之供(감지지공) : 맛난 음식의 공양을
少償宿願(소상숙원) : 조금이라도 대접하여 숙원을 이루었으니
何其幸也(하기행야) : 얼마나 다행이리오.
親年八十六(친년팔십륙) : 모친의 연세 86세에
遽抱風樹之慟(거포풍수지통) : 갑자기 작고하니,
昊天罔極而已(호천망극이이) : 하늘처럼 크나큰 은혜 망극할 뿐이었다.
慈氏平生敎訓嚴切(자씨평생교훈엄절) : 모친은 평생에 교훈이 엄격하였다.
凡於官府州郡獄訟之間(범어관부주군옥송지간) : 모든 관청이나 고을의 송사에
一無苞苴干請之事(일무포저간청지사) : 한 번이라도 뇌물을 받고 간청을 들어주는 일이 없었으므로
履政臨民(리정림민) : 정치를 하고 백성을 다스리는데
免被譏謗(면피기방) : 비난하고 헐뜯는 말을 듣는 일이 없었던 것은
實由於無忝所生(실유어무첨소생) : 실로 낳아 주신 부모를 욕되게 하지 않으려 해서이다.
官極品而壽過八旬(관극품이수과팔순) : 벼슬이 1품에까지 오르고 나이 80이 넘은 것은
恐是父母之餘慶耳(공시부모지여경이) : 부모의 여경(餘慶)이라고 생각한다.
林參議億齡號石川(림참의억령호석천) : 참의 임억령(林億齡)은 호가 석천(石川)이며
海南人(해남인) : 해남(海南) 출신으로,
爲詩俊逸淸新(위시준일청신) : 시(詩)가 빼어나고 참신하여
早名於世(조명어세) : 일찍 세상에 이름이 났다.
乙巳之禍(을사지화) : 을사사화(乙巳士禍) 때에
與其弟百齡(여기제백령) : 그 아우 임백령과
志意不同(지의불동) : 뜻이 같지 않아
未參衛社勳(미참위사훈) : 위사훈(衛社勳)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而猶仕于朝(이유사우조) : 여전히 조정에 벼슬하고 있다가
晩除潭陽府使(만제담양부사) : 늦게야 담양 부사(潭陽府使)로 부임하였는데,
作詩曰(작시왈) : 시를 읊기를,
朝趨北闕暮南州(조추북궐모남주) : 아침에 북궐에 나아갔다가 저녁에 남주에 오니
竊比明時僞許由(절비명시위허유) : 성군 시대의 가짜 허유에 비유하네
縱跡似雲舒或卷(종적사운서혹권) : 종적은 구름 같아 퍼졌다가 없어지고
行藏如水止還流(행장여수지환류) : 행장은 물과 같아 그쳤다가 다시 흐르네
何妨混世陶腰折(하방혼세도요절) : 혼탁한 세상에 도잠의 허리 굽히는 것 무엇이 해로우리
追悔爭名羿彀遊(추회쟁명예구유) : 명예 다투어 후예와 활쏘며 노닐던 것 뒤에 후회하네
歸老海邊吾已決(귀로해변오이결) : 해변에 돌아와 늙을 것을 내 이미 결정하였노라
黃花朱橘故園秋(황화주귤고원추) : 누런 꽃 붉은 귤 고향의 가을일세 하였고,
又曰(우왈) : 또 읊기를,
吏散庭空鳥印蹤(리산정공조인종) : 아전들 돌아간 빈 뜰에는 새 날아 들고
杏花疏影月明中(행화소영월명중) : 살구꽃 그림자 듬성듬성 달 밝은 밤이로세
白頭剛厭烏紗帽(백두강염오사모) : 백두와 오사모 쓰기 싫어
客去而懸客至籠(객거이현객지롱) : 객이 가면 매달고 객이 오면 머리에 쓰네 하였다.
世之儒生好卜者淊淊(세지유생호복자함함) : 세상에 유생(儒生)으로 점을 좋아하는 자가 많은데,
余於平生(여어평생) : 나는 평생에
一不問卜(일불문복) : 한번도 점을 쳐 본 일이 없다.
蓋以李淳風卲康節難得以遇矣(개이리순풍소강절난득이우의) : 이는 이순풍(李淳風)과 소강절(邵康節) 같은 이를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卜者言吉凶(복자언길흉) : 점장이들은 길흉을 말하나
未必可信(미필가신) : 반드시 믿지는 못한다.
而聞某年吉(이문모년길) : 그들이 모년(某年)에 길하다고 하면
則或有僥倖待吉(칙혹유요행대길) : 혹 요행을 바라기도 하지만,
竟無其驗(경무기험) : 끝내 그 징험이 없고,
聞某年凶(문모년흉) : 또 모년에는 흉하다고 하면
則或有虛費憂疑(칙혹유허비우의) : 헛되이 근심과 회의로 세월을 허비하나,
竟無其驗(경무기험) : 끝내 그 징험이 없으니
豈非無益而有害乎(기비무익이유해호) : 어찌 무익하고 해롭지 아니하랴.
儒生或有自以爲善推卜(유생혹유자이위선추복) : 유생으로 혹은 자기가 점을 잘 친다고 하면서
善言人之吉凶(선언인지길흉) : 곧잘 사람의 길흉을 말하나
亦非所當爲也(역비소당위야) : 선비로서는 마땅히 할 바가 아니다.
地理風水之說(지리풍수지설) : 지리풍수설(地理風水說)은
杳然虛誕(묘연허탄) : 아득하고 거짓말이므로
不足取信(불족취신) : 족히 믿을 것이 못 된다.
而或有拘於其說過時不葬其親者(이혹유구어기설과시불장기친자) : 그러나 더러는 그 말에 얽매여 그 어버이의 장사할 시기가 지나도 장사를 지내지 않는 자가 있고,
或有久遠祖先之墓掘而遷葬者(혹유구원조선지묘굴이천장자) : 혹은 먼 선조의 묘를 파서 이장하는 자도 있으니,
極爲無謂(극위무위) : 극히 당치 않는 일이다.
世宗朝(세종조) : 세종 때의
宰相魚孝瞻上疏極陳風水之非(재상어효첨상소극진풍수지비) : 재상 어효첨(魚孝瞻)이 상소하여 극력히 풍수설의 잘못된 점을 진술하였는데
明白正大(명백정대) : 명백하고 성대하였다.
葬其父母於家園之側(장기부모어가원지측) : 그는 그 부모를 가원(家園) 옆에 장사지냈으며,
其子政丞世謙葬其父母亦不擇地(기자정승세겸장기부모역불택지) : 그 아들인 정승 어세겸(魚世謙)도 그 부모를 장사지내는 데 땅을 가리지 않았다.
其家法如此(기가법여차) : 그 집안의 법도가 이러하였으니,
誠可歎服也(성가탄복야) : 진실로 탄복할 일이다.
高麗代諸陵(고려대제릉) : 고려 때의 모든 왕릉도
皆用一山(개용일산) : 모두 같은 산에 썼으며,
中朝歷代諸陵(중조력대제릉) : 중국에서도 역대의 여러 능을
亦用一山(역용일산) : 같은 산에 썼으니,
其必有定見矣(기필유정견의) : 반드시 정견(定見)이 있으리라.
東湖楮子島絶勝也(동호저자도절승야) : 동호(東湖)의 저자도(楮子島)는 절승(絶勝)이다.
前朝政丞韓宗愈爲別業退老(전조정승한종유위별업퇴로) : 전조(前朝 고려) 때 정승 한종유(韓宗愈)가 별장을 짓고 여생을 보내며
其詩曰(기시왈) : 시를 읊기를,
十里平湖細雨過(십리평호세우과) : 10리나 되는 판판한 호수에 가랑비 지날 제
一聲長篴隔蘆花(일성장적격로화) : 긴 피리 소리 갈대꽃 저 편에서 들리네
直將金鼎調羹手(직장금정조갱수) : 금정(나라)에서 국(정치)을 조리하던 손을 가지고
還把漁竿下晩沙(환파어간하만사) : 다시 낚싯대 잡고 늦게 모랫가로 내려가네 / 還把漁竿下晩沙
單衫短帽繞池塘(단삼단모요지당) : 홑적삼 짧은 모자로 연못을 돌아드니 / 單衫短帽繞池塘
隔岸垂楊送晩涼(격안수양송만량) : 건너편 언덕 늘어진 버들 서늘한 바람 보내는구나 / 隔岸垂楊送晩涼
散步歸來山月上(산보귀래산월상) : 산보하다 돌아오니 달은 산 위에 떠올랐고 / 散步歸來山月上
杖頭猶襲露荷香(장두유습로하향) : 지팡이 끝에 연꽃 향기 어려 있네 하였으니,
詩亦好矣(시역호의) : 시 또한 흥취가 좋다.
奉恩寺在島西一里許(봉은사재도서일리허) : 봉은사(奉恩寺)는 저자도에서 서쪽으로 1리쯤에 있다.
昔年余於湖堂賜暇時(석년여어호당사가시) : 몇 해 전에 내가 동호 독서당에서 사가독서할 때에
乘舟泊島頭訪寺而還(승주박도두방사이환) : 타고 간 배를 저자도 머리에 정박하고 봉은사를 구경하고 돌아오니,
江邊漁村(강변어촌) :강가 어촌에
杏花盛開(행화성개) : 살구꽃이 만발하여
春景正佳(춘경정가) : 봄 경치가 더욱 아름답기에,
舟中有作(주중유작) : 배 안에서 시를 짓기를,
東湖勝槩衆人知(동호승개중인지) : 동호의 빼어난 경치는 모두들 알고 있지만
楮島前頭更絶奇(저도전두경절기) : 자자도 앞은 더욱 절경이네
蕭寺踏穿松葉徑(소사답천송엽경) : 절에 가는 길 솔잎 우거진 길이요
漁村看盡杏花籬(어촌간진행화리) : 어촌을 두루 보니 살구꽃 흐드러진 울타리로세
沙暄草軟雙鴛睡(사훤초연쌍원수) : 따스한 모래밭 연한 풀에 원앙 한쌍 잠들었고
浪細風微一棹移(랑세풍미일도이) : 물결은 잔잔하고 바람은 솔솔 부는데 돛대 한척 흘러가네
春興春愁吟未了(춘흥춘수음미료) : 봄 흥취와 봄 수심을 채 읊기도 전에
狎鷗亭畔夕陽時(압구정반석양시) : 압구정 언덕엔 벌써 석양이로세 하였다.
今過四十年餘(금과사십년여) : 지금 40여 년이 지났는데
而無復往賞(이무부왕상) : 다시 가서 구경을 못하니,
不勝其依依也(불승기의의야) : 가물거리는 회포를 견디지 못하겠도다.
狎鷗亭在島西數里(압구정재도서수리) : 압구정은 저자도의 서쪽 수리(數里)에 있는데,
故相韓明澮別業亦以勝名(고상한명회별업역이승명) : 재상 한명회(韓明澮)가 별장을 지어 또한 이로써 유명하다.
京城中名園非止一二(경성중명원비지일이) : 서울에서 이름이 있는 정원이 한둘이 아니지만,
而李亨成洗心亭最勝(이리형성세심정최승) : 이형성(李亨成)의 세심정(洗心亭)은 가장 경치가 좋다.
園中有臺(원중유대) : 특히정원 안에는 누대(樓臺)가 있고
臺下淸泉㶁㶁(대하청천괵괵) : 그 누대 아래에는 맑은 샘이 콸콸 흐르며,
傍邊有山(방변유산) : 그 곁에는 산이 있어
杏樹不知其數(행수불지기수) : 살구나무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아서
當春盛開(당춘성개) : 봄이 되면 만발하여
爛漫如雪(란만여설) : 눈처럼 찬란하고
他餘花卉亦多(타여화훼역다) : 기타 다른 꽃들도 많았다.
李公頗知作詩(리공파지작시) : 이형성은 매우 시를 좋아하여
每邀客吟賞(매요객음상) : 매양 시객(詩客)을 맞아들여 시를 지으므로,
余亦屢往(여역루왕) : 나도 여러 번 가서 구경한 일이 있었다.
有上舍李宏(유상사리굉) : 상사(上舍) 이굉(李宏)이
欲賞勝臺造其門(욕상승대조기문) : 세심정을 구경하고자 그 집에 갔는데,
李適臥病不出見(리적와병불출견) : 주인 이형성이 마침 병으로 나오지 아니하니,
宏大書一句於門屛曰(굉대서일구어문병왈) : 이굉이 시 한 수를 지어 그 문병(門屛)에 크게 쓰기를,
階前綠竹難醫俗(계전록죽난의속) : 섬돌 앞의 푸른 대는 속된 것 고치기 어렵고
臺下淸川未洗心(대하청천미세심) : 대 아래의 맑은 물은 마음 씻지 못하노라 하여,
一時傳笑(일시전소) : 한때 세상에 전해져 웃음거리가 되었다.
壬辰初春(임진초춘) : 임진년 초봄에
余到友人家(여도우인가) : 내가 어느 친우의 집에 가니
見李公婢彈琴者在席(견리공비탄금자재석) : 그 자리에 이형성의 여종이 거문고를 타고 있기에
余題一絶付婢(여제일절부비) : 내가 절구 한 수를 지어 그 여종에게 주며
使呈其主曰(사정기주왈) : 그 주인인 이형성에서 전하라고 하였다. 그 시에,
彈琴可聽誰家女(탄금가청수가녀) : 거문고 소리 들을 만한데 타는 여자 누구뇨
自說洗心臺下人(자설세심대하인) : 스스로 세심대 하인이라고 말하네
要待萬株山杏發(요대만주산행발) : 만 그루 살구꽃 피기를 기다려
爲携壺酒去尋春(위휴호주거심춘) : 술병 가지고 봄놀이 감세 하였다.
其後仍遭兵亂(기후잉조병란) : 그 후 병난(兵亂)으로
臺之勝不復賞矣(대지승불부상의) : 세심대의 경치도 다시는 감상하지 못하였다.
高麗時(고려시) : 고려 때에
拙翁崔瀣稼亭李穀牧隱(졸옹최해가정리곡목은) : 졸옹(拙翁) 최해(崔瀣), 가정(稼亭) 이곡(李糓), 목은(牧隱)
李穡樵隱李仁復興寧君安軸(리색초은리인부흥녕군안축) : 이색(李穡), 초은(樵隱) 이인복(李仁復), 그리고 흥령군(興寧君) 안축(安軸)은
皆登第於元朝(개등제어원조) : 모두 중국의 원 나라에서 급제하였다.
而瀣才奇志高(이해재기지고) : 최해는 재주가 뛰어났고 지조가 높았으나,
不遇於時(불우어시) : 때를 만나지 못하여
終居獅子山下(종거사자산하) : 마침내 사자산(獅子山) 아래에 살며
自著猊山隱者傳而卒(자저예산은자전이졸) : 스스로 《예산은자전(猊山隱者傳)》을 저술하고 작고하였다.
穀爲元朝翰林國史院檢閱(곡위원조한림국사원검열) : 이곡은 원 나라에서 한림 국사원 검열(翰林國史院檢閱)이 되었다가
終爲本國贊成事(종위본국찬성사) :나중에는 고려의 찬성사(贊成事)가 되었고,
穡爲元朝翰林知制誥(색위원조한림지제고) : 이색은 원 나라에서 한림 지제고(翰林知制誥)가 되었다가
終爲本國侍中(종위본국시중) : 나중에는 고려의 시중(侍中)이 되었으며,
仁復爲本國檢校侍中(인부위본국검교시중) : 이인복은 고려의 검교시중(檢校侍中)이 되었고,
軸亦爲贊成事(축역위찬성사) : 안축도 고려의 찬성사가 되었다.
穀乃韓山鄕吏(곡내한산향리) : 이곡은 한산(韓山)의 향리(鄕吏)이며,
而穡卽其子也(이색즉기자야) : 이색은 바로 그의 아들이다.
仁復乃星山鄕吏兆年之孫(인부내성산향리조년지손) : 이인복은 성산 향리(星山鄕吏) 이조년(李兆年)의 손자로
世稱賢人(세칭현인) : 세상에서 현인이라 칭하였는데,
寄元朝同年馬彥翬承旨傅子通學士詩曰(기원조동년마언휘승지부자통학사시왈) : 원 나라 동년(同年;같이 급제한 사람) 승지 마언휘와 학사 부자통에게 시를 지어 보내기를,
每向瓊林憶醉歸(매향경림억취귀) : 매양 경림(한림원)을 향하여 술 취해 돌아오던 일 생각하니
賜花春煖影離離(사화춘난영리리) : 하사하신 꽃 봄볕 따스하고 그림자 하늘하늘거렸네
別來更覺交情厚(별래경각교정후) : 작별한 뒤에야 옛정 두터움을 깨달았건만
老去安知世事非(로거안지세사비) : 늙었으니 어찌 세상사 그른 것 알소냐
駑鈍尙慚懷棧豆(노둔상참회잔두) : 노둔한 자로 잔두(사소한 이익을 단념하지 못함)를 그리워한 것 부끄럽고
鵬飛誰復顧藩籬(붕비수부고번리) : 붕새 날 적에 누가 울타리 돌아보랴
請君莫笑東夷陋(청군막소동이루) : 그대 동이(우리 나라) 비루하다 웃지 마소
海上三峰聳翠微(해상삼봉용취미) : 해상에 세 봉우리(삼신산) 푸른 공중에 솟아있네 하였다.
佔畢齋載此詩於靑丘風雅(점필재재차시어청구풍아) : 점필재(佔畢齋) 김종직(金宗直)이 이 시를 《청구풍아(靑丘風雅)》에 기록하고,
註曰(주왈) : 주(註)를 달기를,
是時元朝方亂末(시시원조방란말) : “이때 원 나라는 난말(亂末)의 시기라,
句招二人(구초이인) : 이 글로써 두 사람(마언휘와 부자통)을 초청하여
避地東來也云(피지동래야운) : 동방에서 피난하도록 권한 것이다.” 하였는데,
承旨學士乃皇帝近侍秩高之官(승지학사내황제근시질고지관) : 승지(마언휘)와 학사(부자통)는 황제의 근시(近侍)로 계급이 높은 벼슬인데,
仁復雖曰同年親厚(인부수왈동년친후) : 이인복이 비록 동기생으로 친했다 하더라도
以外國之人(이외국지인) : 외국인을
安敢招來乎(안감초래호) : 감히 이렇게 초청할 수 있을까.
況末句則別無招來之意(황말구칙별무초래지의) : 하물며 끝구를 보아도 초청의 뜻이 없는데,
末知佔畢何據而爲是註耶(말지점필하거이위시주야) : 점필재는 무슨 근거로 이런 주를 달았는지 모르겠다.
萬曆辛卯秋耆老堂上(만력신묘추기로당상) : 만력(萬曆) 신묘년 가을에 기로당(耆老堂)에 참석한 자는
只金領府事貴榮姜知事暹及守慶在焉(지금령부사귀영강지사섬급수경재언) : 영부사(領府事) 김귀영(金貴榮)과 지사(知事) 강섬(姜暹), 그리고 나였다.
宋同知贊睦左尹詹申(송동지찬목좌윤첨신) : 그 후에 동지(同知) 송찬(宋贊)과 좌윤(左尹) 목첨(睦詹)과
參判湛李大司成墍(참판담리대사성기) : 참판 신담(申湛)과 대사성(大司成) 이기(李墍)가
皆以從二品入參(개이종이품입참) : 모두 종2품으로 참석하였는데,
而後入諸公欲輪設作會(이후입제공욕륜설작회) : 뒤에 참석한 제공이 윤번으로 모임을 갖기로 하여
宋公先設(송공선설) : 송찬이 먼저 모임을 가졌다.
金領府事睦左尹及守慶參會(금령부사목좌윤급수경참회) : 이 모임에 김영부사와 목좌윤, 그리고 내가 참석하고,
而申參判李大成有故未參(이신참판리대성유고미참) : 신참판과 이대사성은 일이 있어 참석하지 못하였다.
守慶於席上賦詩曰(수경어석상부시왈) : 내가 자리에서 시를 짓기를,
郊翁設席盛杯盤(교옹설석성배반) : 서교(송찬의 호) 영감 베푼 자리 술상도 성대하이 / 郊翁設席盛杯盤
會得耆英有足觀(회득기영유족관) : 기영들이 모였으니 참으로 장관이네 / 會得耆英有足觀
紅頰白鬚花壓帽(홍협백수화압모) : 발그레한 뺨 흰 머리에 꽃이 모자 위에 꽂혀 있고 / 紅頰白鬚花壓帽
繡屛羅幕妓圍欄(수병라막기위란) : 수놓은 병풍이며 비단 장막과 기생이 난간처럼 둘러있네
風流逈自三韓舊(풍류형자삼한구) : 풍류는 멀리 삼한 때부터 내려왔으니
爭像眞同九老歡(쟁상진동구로환) : 고운 단장 참으로 구로의 기쁨 같네
最賀主人踰八耋(최하주인유팔질) : 가장 하례할 일 주인이 80세 넘은 일
世間玆事見之難(세간자사견지난) : 세상에 이런 일은 보기도 드물구나 하였다.
諸公各和而不能記(제공각화이불능기) : 모두가 각기 화시를 지났으나 모두 기억이 안난다.
壬辰經亂(임진경란) : 임진난이 지나고
至于丁酉(지우정유) : 정유년에 이르러서는
惟宋公李公及余生存(유송공리공급여생존) : 오직 송공(宋公 송찬)과 이공(李公 이기), 그리고 나만 생존하였으므로,
而耆老之會(이기로지회) : 기로회를
未能復作(미능부작) : 다시 갖지 못하였으니,
可勝嘆哉(가승탄재) : 이루 말할 수 없이 한탄스럽다.
正德丁丑年(정덕정축년) : 정덕(正德 명나라 무왕 때 연호) 정축년에
吾先君與季父默齋公(오선군여계부묵재공) : 나의 선친과 계부(季父) 묵재(黙齋) 공이
一榜登第(일방등제) : 같은 방(榜)에 급제를 하였으며,
癸未年間(계미년간) : 계미년 연간에는
金明胤與其弟弘胤(금명윤여기제홍윤) : 김명윤(金明胤)과 그 아우 김홍윤(金弘胤)이
連榜登第(련방등제) : 연방(連榜)에서 급제를 하였는데,
而弘胤爲壯元(이홍윤위장원) : 김홍윤은 장원이었다.
南衮送賀詩於金之父二相克愊(남곤송하시어금지부이상극핍) : 남곤(南袞)이 축하시를 김명윤의 부친인 찬성 김극핍(金克愊)에게 보내고,
兼視吾祖父逍遙公曰(겸시오조부소요공왈) : 겸하여 나의 조부 소요공(逍遙公)에게도 보냈는데, 그 시에 이르기를,
二子登科世供誇(이자등과세공과) : 두 아드님이 나란히 급제하는 것 세상에 자랑거리인데
壯元門戶更光華(장원문호경광화) : 집안에서 장원이 나온 것에 더욱 영광이겠소
光山金與豐山並(광산금여풍산병) : 광산 김씨와 풍산 심씨 아울러
知是從前積慶多(지시종전적경다) : 예전부터 경사 많은 줄 알았소이 하였다.
光山卽金之本貫(광산즉금지본관) : 광산은 바로 김명윤의 본관이고,
豐山卽吾沈之本貫也(풍산즉오침지본관야) : 풍산은 바로 우리 심가의 본관이다.
守慶以不肖(수경이불초) : 나는 불초한데도
又僥倖登第(우요행등제) : 요행으로 급제를 하였으나,
而子孫更無登第者(이자손경무등제자) : 이후 자손들은 급제하지 못하였고
金門亦無登第者(금문역무등제자) : 김명윤의 집안도 급제한 자가 없으니,
豈積慶之語(기적경지어) : 어찌 경사가 많다는 말이
只驗於先世(지험어선세) : 선대에만 징험이 있고
而不驗於後世耶(이불험어후세야) : 후대에는 없는가.
抑兩門皆衰(억량문개쇠) : 두 집안이 모두 쇠한 것은
子孫自不力於擧業耶(자손자불력어거업야) : 자손들이 학업에 힘쓰지 않았기 때문인가 보다.
盧相國蘇齋有石假山十靑亭(로상국소재유석가산십청정) : 상국(相國)노소재(盧蘇齋 노수신)가 석가산(石假山)에 십청정(十靑亭)을 짓고,
求詩於宰列(구시어재렬) : 재상들에게 시(詩)를 청하기에
守慶賦之曰(수경부지왈) : 내가 시를 짓기를,
墻下嵯峨作假山(장하차아작가산) : 담 아래 높다랗게 만든 / 墻下嵯峨作假山
山前一掬水堪慳(산전일국수감간) : 석가산 앞에 한 줌 샘물 만족할 만하여라
朝嵐暮靄尋常裡(조람모애심상리) : 아침엔 아지랭이 저녁엔 안개 언제나 끼어 있고
衆壑群峰咫尺間(중학군봉지척간) : 많은 골짜기와 봉우리 지척간에 벌려 있네
曲渚時時留鳥篆(곡저시시류조전) : 굽이친 물가에서 때때로 새발 전자 그려 있고
幽溪處處着苔斑(유계처처착태반) : 깊숙한 시냇물은 곳곳에 이끼 무늬 끼어 있네
不須嵩華觀遊遍(불수숭화관유편) : 좋은 경치 두루 놀 것 필요 없네
長對孱顏獨閉關(장대잔안독폐관) : 길이 산만 대하고 홀로 문 닫고 있네
十樹冬靑擁一亭(십수동청옹일정) : 열 그루 사철나무 정자를 에워싸니
靑靑不改更靑靑(청청불개경청청) : 변함없이 푸른 빛은 갈수록 푸릇푸릇
寒聲遞動風過戶(한성체동풍과호) : 찬기운 쌀쌀해지자 바람이 문을 지나고
密影交加月滿庭(밀영교가월만정) : 그림자 어른거리는데 달은 뜰에 가득하네
梅柳爭時增秀色(매류쟁시증수색) : 매화와 버들 서로 피어날 제 푸른 빛 한층 아름답고
雪霜嚴裡轉奇形(설상엄리전기형) : 눈보라 서릿발 몰아칠 때 경치 더욱 기이하네
世間何限榮枯事(세간하한영고사) : 세상에 영고가 있음을 한하지 말라
看取高標有典刑(간취고표유전형) : 높은 집에 모범됨을 보아 알라 하였더니,
相國笑覽而不棄焉(상국소람이불기언) : 노상국이 보고 웃으며 버리지 않았다.
竹亦靑也(죽역청야) : 대[竹]또한 푸르나
而不與十靑之列(이불여십청지렬) : 십청(十靑)의 대열에 들지 못한 것은
蓋竹有時而枯(개죽유시이고) : 대는 때때로 마를 때가 있어서
非十靑之比也(비십청지비야) : 십청에 비교가 못 되기 때문이다.
人或言相公(인혹언상공) : 그러나 어떤 사람이 노상공에 말하기를,
取舍稍似未穩也(인혹언상공취사초사미온야) : “취사(取捨)가 매우 온당치 못한 듯하다.” 하였다 한다.
盧相國蘇齋七十歲甲申元日(로상국소재칠십세갑신원일) : 상국(相國) 노소재(盧蘇齋)가 70세 되던 갑신년 원일(元日)에
作詩曰(작시왈) : 시를 짓기를,
寄也歸而免(기야귀이면) : 벼슬을 그만두고 전원에 돌아오니
居然到者稀(거연도자희) : 슬그머니 찾는 사람 드물구나
誰從聖人欲(수종성인욕) : 누가 성인이 원하던 바대로 따르리오
久昧大夫非(구매대부비) : 오래도록 대부(큰 벼슬)의 그른 것에 어두웠네
一理君臣契(일리군신계) : 한 번 맺은 군신의 계분
深衷老病違(심충로병위) : 깊은 충심 노병으로 어긋났네
只應梅柳色(지응매류색) : 다만 매화와 버들빛만이
依舊入霑衣(의구입점의) : 예전처럼 들어와서 옷깃 적시누나 하였다.
守慶七十歲乙酉元日(수경칠십세을유원일) : 내가 70살 되던 을유년 원일에
次盧韵曰(차로운왈) : 노상국의 시에 차운하기를,
斗覺新年至(두각신년지) : 문득 새해 옴을 깨달으니
誰言七十稀(수언칠십희) : 누가 70살이 드물다고 하였는고
飽經榮與落(포경영여락) : 영화와 쇠락함 실컷 겪었고
多耐是兼非(다내시겸비) : 옳고 그른 일 많이도 견디었네
修短天應定(수단천응정) : 오래 살고 단명하는 것은 하늘이 응당 정한 것이고
行休理敢違(행휴리감위) : 행하고 쉬는 것 이치이니 어찌 어길쏘냐
思量乞身事(사량걸신사) : 물러날 것 생각하였다가
準擬解朝衣(준의해조의) : 기필코 관복을 벗으리라 하였으니,
將欲乞退而述懷也(장욕걸퇴이술회야) : 이 시는 장차 벼슬에서 물러나고자 하면서 회포를 표현한 것이다.
八十歲乙未元日(팔십세을미원일) : 80살이 되던 을미년
又次前韵曰(우차전운왈) : 원일에 또 앞의 시에 차운하기를,
人生稀七十(인생희칠십) : 인생 70이 드물다면
八十更應稀(팔십경응희) : 80이란 더욱 희귀하리
欲學武公戒(욕학무공계) : 위무공의 경계를 배우려 하였지만
曾知蘧瑗非(증지거원비) : 전부터 거원의 지난날 잘못했다는 것도 알았노라
貪恩身局束(탐은신국속) : 은혜를 탐하다 몸이 묶여 있고
乞退事乖違(걸퇴사괴위) : 물러나기 바랬지만 일이 어긋났네
志願何時遂(지원하시수) : 원하는 일 언제나 될꼬
嗟哉食與衣(차재식여의) : 슬프구나 먹고 입는 것 때문일세 하였다.
累度乞退(루도걸퇴) : 여러 번 벼슬에서 물러나기를 청하였으나
未蒙恩許(미몽은허) : 윤허를 받지 못하여 이
以詩示西郊公(이시시서교공) : 시로써 송서교(西郊 송찬)에게 보이니,
西郊和之(서교화지) : 송서교가 화답하였다.
其一聯曰(기일련왈) : 그 한 연구에,
城內仍留是(성내잉류시) : 성안에 그대로 있는 것 옳은 일이요
林間欲去非(림간욕거비) : 전원에 가려는 것 그른 일일세 하였으니,
蓋以兵亂未止似難退在鄕村(개이병란미지사난퇴재향촌) : 이는 병란이 아직 그치지 않았으므로, 물러나 향촌(鄕村)에 살기 어렵기 때문에
故其詩云云(고기시운운) : 이렇게 시에 쓴 것이다.
余復作而示之曰(여부작이시지왈) : 내가 다시 시를 지어 보내기를,
爵祿人皆享(작록인개향) : 작록은 사람마다 누릴 수 있지만
期頤世固稀(기이세고희) : 늙도록 사는 것은 세상에 드무네
仍留果爲是(잉류과위시) : 머무르라고 하는 것도 과연 옳지만
欲去未應非(욕거미응비) : 가려는 것도 그름은 아닐세
晩節尤宜退(만절우의퇴) : 늙었으니 마땅히 물러가야지
初心詎肯違(초심거긍위) : 처음 마음 어찌 변할쏘냐
妖氛何日定(요분하일정) : 요분(전쟁)은 언제나 평정되리
唯望一戎衣(유망일융의) : 다만 갑옷을 입고 나가 싸우기를 바랄 뿐이네 하였다.
丙申冬末乃始蒙恩休退(병신동말내시몽은휴퇴) : 병신년 늦겨울에서야 퇴휴(退休)의 은전을 받았다.
餘生不多(여생불다) : 생각하면 여생은 많지 않고
休日幾何(휴일기하) : 휴일인들 얼마나 되리오마는,
然猶得償志願(연유득상지원) : 소원을 얻었으니
死應瞑目矣(사응명목의) : 죽어도 눈을 감을 수 있겠다.
嘉靖庚戌春(가정경술춘) : 가정(嘉靖) 경술년 봄에
伯父爲大丘府使(백부위대구부사) : 나의 백부(伯父)가 대구 부사(大邱府使)로 있었는데,
余以吏曹佐郞作散(여이리조좌랑작산) : 나는 이조 좌랑으로 있다가 벼슬을 그만두고
往省之(왕성지) : 대구로 가서 백부에게 문안한 일이 있었다.
永川河陽皆其隣邑也(영천하양개기린읍야) : 영천(永川)과 하양(河陽)은 모두 인접한 고을이었는데,
永川郡守金斯文就文(영천군수금사문취문) : 그때 영천 군수는 사문(斯文) 김취문(金就文)이고,
河陽縣令閔斯文箎而閔公曾(하양현령민사문호이민공증) : 하양 현령(河陽縣令)은 사문 민호(閔箎)였다.
有交分(유교분) : 민공과는 일찍이 교분이 있었는데,
一日承差到府謂余曰(일일승차도부위여왈) :하루는 사명으로 대구부에 와서 나에게 말하기를,
永川明月樓(영천명월루) : “영천(永川) 명월루(明月樓)는
世稱勝槩(세칭승개) : 사람들이 승경이라고 하니,
盍往視乎(합왕시호) : 어찌 한번 구경가지 않습니까.” 하거늘,
余辭以郡守不相識(여사이군수불상식) : 나는 그 고을 군수와 안면도 없으려니와
散人游賞非便(산인유상비편) : 더욱 벼슬이 없는 사람으로 구경 놀이는 온당치 못하다고 하며 사양하니,
閔公强之(민공강지) : 민공이 억지로
捽以往(졸이왕) : 끌고가 보니,.
則樓果有勝槩(칙루과유승개) : 과연 명월루는 승경이었다
登覽之餘(등람지여) : 올라가서 구경한 뒤에
設小酌談話(설소작담화) : 작은 술상을 차려놓고 담화하는데,
金閔兩公請余賦詩(금민량공청여부시) : 군수 김취문과 민공이 나에게 시(詩)를 짓기를 여러 번 청하였으나
余辭而不敢(여사이불감) : 사양하고 짓지 않았다.
强請猶不聽(강청유불청) : 억지로 청해도 여전히 듣지 않았다.
酒闌金公寫出七言律詩一首曰(주란금공사출칠언률시일수왈) : 술이 얼큰해져서 김공이 칠언 율시 한 수를 써서 내놓으며 말하기를,
平生不作詩(평생불작시) : “평생 시를 지은 적이 없으나
而要觀高作(이요관고작) : 오늘은 훌륭한 시를 보고자
敢爲此弱者先手耳(감위차약자선수이) : 감히 이처럼 약자가 선수를 쳤나이다.” 하거늘,
余於席上卽和之(여어석상즉화지) : 내가 즉석에서 화시를 지어 주었다.
翌日臨還(익일림환) : 이튿날 돌아올 때에
聞昨日金詩乃板上古作(문작일금시내판상고작) : 듣자니 어제 김취문의 시는 명월루의 현판에 있는 옛 시를
謄書爲己作以欺余也(등서위기작이기여야) : 자기 시인 양 써서 나를 속였다는 것이다.
相與大噱以別(상여대갹이별) : 모두들 껄걸 웃고 작별하였다.
厥後謁趙參判士秀公於其第(궐후알조참판사수공어기제) : 그 뒤에 참판 조사수(趙士秀) 공의 집에 가서 뵈오니,
公曰(공왈) : 조공이 말하기를,
頃者按節嶺南到永川(경자안절령남) : “지난번에 내가 영남 관찰사로 영천(永川)에 가서
見樓上有君詩其一聯曰(견루상유군시기일련왈) : 명월루에 있는 그대의 시를 보았는데, 그 한 연구(聯句 연구는 율시의 둘째 셋째 구절)에,
黃鳥一聲春色盡(황조일성춘색진) : 꾀꼬리 한 소리에 봄빛은 다 가고
靑蕪十里夕陽遲(청무십리석양지) : 새파란 십리 들에 석양이 더디다 하였는데,
頗佳云(파가운) : 매우 아름다운 시라고 칭송하였다.
蓋金公以余拙詩爲懸板也(개금공이여졸시위현판야) : 이는 당시 영천 군수였던 김취문이 나의 졸시(拙詩)를 현판(縣板)으로 만든 것이다.
越十餘年癸亥春(월십여년계해춘) : 그 후 10여 년이 지난 계해년 봄에
按節到永(안절도영) : 내가 영남 지방의 관찰사로 영천에 가니
詩板尙在(시판상재) : 시판(詩板)이 그때까지도 있었다.
而金閔兩公皆作古(이금민량공개작고) : 그러나 김취문과 민호는 모두 작고하였으니,
不能無感舊之懷矣(불능무감구지회의) : 옛일의 감회를 마지 못하겠다.
高麗李奎報陳澕文章動一時(고려리규보진화문장동일시) : 고려 때에 이규보(李奎報)와 진화(陳澕)는 문장이 당시에 떨쳤다.
翰林別曲所謂李正言陳翰林雙韵走筆(한림별곡소위리정언진한림쌍운주필) : 한림별곡에 이른바, “이정언(李正言)ㆍ진한림(陳翰林)의 쌍운에 주필(走筆 빠르게 쓰는 것)이라 함은
卽奎報與澕也(즉규보여화야) : 곧 이규보와 진화를 말함이니,
兩人以走筆齊名(량인이주필제명) : 두 사람은 빨리 짓는 것으로 같이 명성을 날렸다.
李官至太保平章事(리관지태보평장사) : 이규보는 벼슬이 태보평장사(太保平章事)에 이르고,
陳官至右司諫(진관지우사간) : 진화는 우사간(右司諫)에 이르렀는데,
其年長短未能知也(기년장단미능지야) : 그들 연세의 많고 적음은 알 수 없다.
徐居正所撰筆苑雜記曰(서거정소찬필원잡기왈) : 서거정(徐居正)이 편찬한 《필원잡기(筆苑雜記)》에 이르기를,
東國筆法金生爲第一(동국필법금생위제일) : “동국의 명필을 말하자면 김생(金生)이 제일이고,
姚學士克一僧坦然靈業亞之(요학사극일승탄연령업아지) : 다음은 요학사(姚學士) 극일(克一)과 중 탄연(坦然)이라.” 하였다.
李奎報評論以崔忠獻爲第一(리규보평론이최충헌위제일) : 그런데 이규보의 평론에는, “최충헌(崔忠獻)이 제일이고
坦然爲第二(탄연위제이) : 탄연이 두 번째,
柳紳爲第三(류신위제삼) : 유신(柳紳)이 세 번째이다.” 하였으니,
阿附權貴非公論也(아부권귀비공론야) : 이는 권력자에게 아부한 것으로 공론(公論)이 아니다.
若以阿附權貴得名(약이아부권귀득명) : 만일 권력에 아부하여 명예를 얻는다면
則文章何足觀哉(칙문장하족관재) : 문장인들 어찌 보잘 것 있으리오.
其杜門詩曰(기두문시왈) : 그가 지은 두문시(杜門詩)에 이르기를,
爲避人間謗議騰(위피인간방의등) : 인간 세상 요란하게 비방하는 소리 피하기 위해
杜門高臥髮鬅鬙(두문고와발붕승) : 문닫고 높이 누워 자니 머리마저 헝클어졌네
初如蕩蕩懷春女(초여탕탕회춘녀) : 처음은 방탕한 사내 여자 생각하는 것 같더니
漸作寥寥結夏僧(점작요요결하승) : 점차 고요하게 도 닦는 중을 닮아가네
兒戲牽衣聊足樂(아희견의료족악) : 아이가 옷을 당기며 재롱떠는 것 족히 즐겁고
客來敲戶不須譍(객래고호불수응) : 찾아든 손 문을 두드려도 대답조차 할 것 없네
窮通榮辱皆天賦(궁통영욕개천부) : 빈궁(貧窮)과 영달(榮達), 명예와 수치는 모두 하늘의 명이거늘
斥鷃何曾羡大鵬(척안하증이대붕) : 어쩌다 굴뚝새가 대붕(大鵬)을 부러워하리 하였으니,
當時亦必有重謗矣(당시역필유중방의) : 당시에도 대단한 비방이 있었던 것이다.
世祖受禪於魯山(세조수선어로산) : 세조(世祖)는 선위(禪位)를 노산(魯山 단종)에게서 받고
尊魯山爲上王(존로산위상왕) : 노산을 높여 상왕(上王)이라고 하니,
朴彭年成三問柳誠源李塏(박팽년성삼문류성원리개) : 박팽년(朴彭年)ㆍ성삼문(成三門)ㆍ유성원(柳誠源)ㆍ이개(李塏)ㆍ
河緯地兪應孚及金礩三問父勝(하위지유응부급금질삼문부승) : 하위지(河緯地)ㆍ유응부(兪應孚)ㆍ김질(金礩)과 성삼문의 부친 성승(成勝)이며,
上王之舅權自愼等潛謀復上王(상왕지구권자신등잠모부상왕) : 상왕의 처남 권자신(權自愼) 등이 몰래 상왕의 복위(復位)를 꾀하였는데,
約議擧事之日(약의거사지일) : 거사하기로 약속한 날에
失其事機(실기사기) : 기회를 잃자
金礩知事不濟馳(금질지사불제치) : 김질이 성사가 못 될 줄을 알고 달려가
告其妻父鄭相國昌孫(고기처부정상국창손) : 그의 장인 상국(相國) 정창손(鄭昌孫)에게 고하여
詣闕上變(예궐상변) : 궐내에 들어가 변고를 아뢰었다.
金礩錄功(금질록공) : 김질은 녹공을 받고
餘皆被誅(여개피주) : 그 나머지는 모두 주살(誅殺)되었다.
約事失機(약사실기) : 대사를 약속하고서 기회를 잃은 것이나
金礩告變(금질고변) : 김질이 고변한 것은
皆天也豈人爲哉(개천야기인위재) : 다 하늘의 뜻이지 어찌 사람의 힘이라 하겠는가.
當初世祖誅安平大君及大臣金宗瑞等(당초세조주안평대군급대신금종서등) : 당초에 세조가 안평대군(安平大君)과 대신 김종서(金宗瑞) 등을 주살하고
爲靖難功臣之時(위정난공신지시) : 정난공신(靖難功臣)이 될 때
彭年三問以集賢殿官宿衛(팽년삼문이집현전관숙위) : 박팽년과 성삼문은 집현전 숙위(宿衛 당직)로 있었으므로
循例參勳(순례참훈) : 전례에 따라서 공신훈에 참여하였다.
三問礩之功臣等論設宴會(삼문질지공신등론설연회) : 성삼문이나 김질 등 공신들이 차례로 연회를 베푸는데
三問獨不設(삼문독불설) : 성삼문은 홀로 베풀지 않았고,
及其受禪(급기수선) : 또 세조가 선위를 받을 때는
三問以禮房丞旨(삼문이례방승지) : 예방 승지(禮房承旨)로 있으면서
持國寶失聲痛哭(지국보실성통곡) : 국새를 안고 실성통곡(失聲痛哭)하였다.
世祖若疑其獨不設宴失聲痛哭之情(세조약의기독불설연실성통곡지정) : 세조가 만약 그만이 연회를 베풀지 않은 것이라든지 선위(禪位)할 때 실성통곡한 정상을
而詰問之(이힐문지) : 의심하고 힐문하였다면
則豈不殆哉(칙기불태재) : 어찌 위태롭지 않았을까.
三問之處事(삼문지처사) : 성삼문의 처사는
可謂迂矣(가위우의) : 가히 오활(迂闊)하다고 하겠다.
彭年爲忠淸監司(팽년위충청감사) : 박팽년은 당시 충청 감사로 있으면서
凡於上達啓目(범어상달계목) : 모든 상소(上疏)에
不書臣字(불서신자) : 신(臣) 자를 쓰지 않고
只稱朴某(지칭박모) : 다만 박아무개라고만 한 것이
非止一再(비지일재) :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世祖若察悟而詰問其不書臣字之情(세조약찰오이힐문기불서신자지정) : 세조가 만일 살펴서 깨닫고 신 자를 쓰지 않은 내심을 힐문하였다면
則豈不殆哉(칙기불태재) : 어찌 위태롭지 않았으리오. .
彭年處事亦迂矣(팽년처사역우의) : 박팽년의 처사도 오활한 것이다
欲擧大事(욕거대사) : 대사를 거행하고자 하면서
而處事之迂若此(이처사지우약차) : 처사를 이처럼 오활하게 하고서야
安可保其不敗露乎(안가보기불패로호) : 어찌 탄로와 실패를 면하겠는가.
南秋江孝溫所撰六臣傳(남추강효온소찬륙신전) : 추강(秋江) 남효온(南孝溫)이 편찬한 《육신전(六臣傳)》은
罕傳於世(한전어세) : 세상에 드물므로
人之見者亦不多矣(인지견자역불다의) : 보는 사람도 많지 않다.
彭年文章沖澹(팽년문장충담) : 박팽년은 문장이 충담(沖澹)하고
筆法高妙(필법고묘) : 필법이 고묘(高妙)하였으며,
三問以世宗朝重試壯元(삼문이세종조중시장원) : 성삼문은 세종조에 중시(重試)에 장원하여
榮寵比至名望亦重(영총비지명망역중) : 영총(榮寵)이 지극하고 명망(名望) 또한 중하였으며,
誠源塏緯地皆世宗寵愛之人(성원개위지개세종총애지인) : 유성원ㆍ이개ㆍ하위지도 모두 세종의 총애를 받은 사람들이며
應孚武人宰相也(응부무인재상야) : 유응부는 무관 재상이었다.
世祖爲領議政時(세조위령의정시) : 세조가 영의정을 지낼 때
設宴於政府(설연어정부) : 나라에서 연회를 베풀었는데,
彭年賦詩曰(팽년부시왈) : 박팽년이 시를 짓기를,
廟堂深處動哀絲(묘당심처동애사) : 묘당 깊은 곳에서 처량한 거문고 소리 들리는데
萬事如今摠不知(만사여금총불지) : 일만 가지 일 지금 와선 모두 알지 못하겠네
柳綠東風吹細細(류록동풍취세세) : 버들은 푸른데 바람은 솔솔 불어오고
花明春日正遲遲(화명춘일정지지) : 꽃은 붉은데 봄날은 정히 더디기도 하네
先王舊業抽金櫃(선왕구업추금궤) : 선왕의 구업은 금궤에 간직하고
聖主新恩倒玉巵(성주신은도옥치) : 성주(聖主)의 신은은 옥치를 보내 왔네
不樂何爲長不樂(불악하위장불악) : 즐겁지 않은 정이야 어찌 오래 가랴
賡歌醉賦太平時(갱가취부태평시) : 노래하고 취하여시 지으니 태평시절이로세 하였다.
科場借述(과장차술) : 과장(科場)에서 남의 글을 표절하는 것은
法禁甚嚴(법금심엄) : 금법(禁法)이 매우 엄격하나,
而嗜利無恥之輩(이기리무치지배) : 명리(名利)를 좋아하고 파렴치한 무리들은
犯者滔滔(범자도도) : 도도하게 범하여
士風不美(사풍불미) : 사풍(士風)을 불미스럽게 하였다.
謁聖後製述取人(알성후제술취인) : 알성(謁聖 공자 사당에 참배)이 있은 후에 제술(製述 시나 부 같은 것을 지음)로 인재를 취하는 것이
祖宗朝以後漸爲頻數(조종조이후점위빈수) : 조종조(祖宗朝) 이후에 점차로 잦아져
急遽紛擾之間(급거분요지간) : 급작스레 요란하게 되자,
非但取之不精(비단취지불정) : 뽑는 것이 정밀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借述得中者亦多矣(차술득중자역다의) : 표절하여 합격하는 자가 또한 많았다.
明廟朝(명묘조) : 명종 때에
有外戚權臣之子李廷賓(유외척권신지자리정빈) : 외척 권신(外戚權臣)의 아들인 이정빈(李廷賓)은
未習擧業(미습거업) : 과거 공부도 하지 않고서
而借述爲壯元(이차술위장원) : 표절로 장원을 하고 빛나고
顯敭華要(현양화요) : 중요한 벼슬을 역임하였으므로
公論竟發(공론경발) : 공론(公論)이 일어나
至於削職(지어삭직) : 마침내 삭직(削職)을 당하였고,
當世又有呂繼先(당세우유려계선) : 같은 때에 또 여계선(呂繼先)이란 자는
借述於文士車天輅爲壯元事露訊鞫(차술어문사차천로위장원사로신국) : 문사 차천로(車天輅)의 글을 표절하여 장원을 하였는데, 일이 탄로되어 국문을 당하고
亦至削科(역지삭과) : 또한 과거에서도 삭제되었으니,
國家羞辱(국가수욕) : 국가의 수치가
爲如何哉(위여하재) : 어떠하리오.
謁聖後或親臨(알성후혹친림) : 알성한 뒤에 간혹 친히 임(臨)하여
命官試講經書(명관시강경서) : 시관(試官)에게 경서를 강(講)하게 하여
如古之橫經問難(여고지횡경문난) : 옛날에 경서를 펴 들고 어려운 곳을 질문하던 것처럼 해서
或賜第或賜賞(혹사제혹사상) : 혹은 급제를 혹은 상(賞)을 주었더라면
則亦足以慰悅多士(칙역족이위열다사) : 또한 족히 많은 선비들을 위안하게 할 것이니,
製述取人勿爲之(제술취인물위지) : 제술(製述)로써 인재를 취하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이
恐是得軆(공시득체) : 체모에 합당할까 한다.
吾祖父作堂於陽川縣東北孔巖西江岸上(오조부작당어양천현동북공암서강안상) : 나의 조부(소요공 심정)는 양천현(陽川縣) 동북쪽에 있는 공암(孔巖) 서쪽 강 연안에 집을 짓고
名曰逍遙(명왈소요) : 이름을 소요당(逍遙堂)이라 하였다.
其形勝爲漢江以下沿江亭榭之最(기형승위한강이하연강정사지최) : 이곳 지세는 한강(漢江) 이남의 강 연안에 있는 정자 중에서 가장 승경인지라,
一時名士題詠滿壁(일시명사제영만벽) : 당시 명사(名士)들이 시를 지어 정자 벽에 가득하였다.
南衮有二律(남곤유이률) : 그 중 남곤(南袞)의 율시 두 수 있는데,
其一曰(기일왈) : 그 한 수에,
水從驪漢山從華(수종려한산종화) : 물은 여주로부터 산은 화산(삼각산을 말함)에서 내려와
盡向亭前更效奇(진향정전경효기) : 모두가 정자 앞으로 모여들어 기이한 자태 나타내네
孤島巧當江闊處(고도교당강활처) : 외로운 섬 교묘하게도 강 넓은 곳에 당해 있고
長烟遍起月生時(장연편기월생시) : 긴 연기 달 뜰 때 일어나네
望中京口看猶似(망중경구간유사) : 바라보니 중경 어귀와 볼수록 같고
夢裡仇池到自疑(몽리구지도자의) : 꿈속에 구지(중국 서북방 지명)에 와 있는 듯 의심되네
君欲逍遙寧遽得(군욕소요녕거득) : 그대가 소요하려고 하더니 어찌 그리도 급히 되었나
他年長往鬢垂絲(타년장왕빈수사) : 이 다음 늙어서 흰 수염 날리며 길이 쉬러 가겠네 하였다.
張斯文玉以四六作序五六十句(장사문옥이사륙작서오륙십구) : 또 사문(斯文) 장옥(張玉)은 서문을 4. 6변려체(倂儷體)로 5, 60구나 지었는데,
人稱佳作(인칭가작) : 사람들은 가작(佳作)이라 칭찬하며
比之膝王閣序(비지슬왕각서) : 등왕각(滕王閣) 서문에 비유하였다.
其起頭曰(기기두왈) : 그 첫머리에 이르기를,
巴陵縣北(파릉현북) : 파릉현 북쪽과
漢陽城西(북한양성서) : 한양성 서쪽에
三島(삼도) : 삼도가
孔岩及二小島浮來(공암급이소도부래) : 공암과 삼도가 떠온 온 것을
六鰲戴立(륙오대립) : 육오(바다의 삼신산을 자라가 떠받들고 있다 함)가 이고서 있다네
十里長江流下海口(십리장강류하해구) : 십리나 되는 긴 강은 해구로 굽이쳐 흐르고
千尺斷岸走入波心(천척단안주입파심) : 천척이나 되는 절벽은 깊은 물에 달려든 듯 하였고
又曰(우왈) : 또, 이르기를
天香滿袖遠飄西湖之風(천향만수원표서호지풍) : 천향이 소매에 가득하니 멀리서 서호의 바람이 회오리치고 하였다.
江雨入顏微醒北闕之酒(강우입안미성북궐지주) : 강우가 낯을 스치니 북궐에서 하사한 술 조금 있네
警句甚多(경구심다) : 이밖에도 경구(警句)가 매우 많으나
余少時覽之(여소시람지) : 내가 젊어서 보았으므로
恨未能記得其全篇耳(한미능기득기전편이) : 그 전편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그저 한스럽다.
古今文人著述雜記多矣(고금문인저술잡기다의) : 예나 지금이나 문인으로서 저술한 잡기(雜記)가 많은데,
余所得見者(여소득견자) : 내가 본 것을 들어보면
南村輟耕錄(남촌철경록) : 《남촌철경록(南村輟耕錄)》ㆍ
江湖記聞(강호기문) : 《강호기문(江湖記聞)》ㆍ
酉陽雜俎詩人玉屑(유양잡조시인옥설) : 《유양잡조(酉陽雜俎)》ㆍ
鶴林玉露等書(학림옥로등서) : 《시인옥설(詩人玉屑)》ㆍ《학림옥로(鶴林玉露)》등의 서적과
及前朝李仁老有破閑集(급전조리인로유파한집) : 고려 때 이인로(李仁老)의 《파한집(破閑集)》,
李齊賢有櫟翁稗說(리제현유력옹패설) : 이제현(李齊賢)의 《역옹패설(櫟翁稗說)》과
我朝徐居正有大平閑話筆苑雜記東人詩話(아조서거정유대평한화필원잡기동인시화) : 우리 나라에서는 서거정(徐居正)의 《태평한화(太平閑話)》ㆍ《필원잡기(筆苑雜記)》ㆍ《동인시화(東人詩話)》,
李陸有靑坡劇談(리륙유청파극담) : 이육(李陸)의 《청파극담(靑坡劇談)》,
成俔有慵齋叢話(성현유용재총화) : 성현(成俔)의 《용재총화(慵齋叢話)》,
曺伸有謏聞鎖錄(조신유소문쇄록) : 조신(曹伸)의 《소문쇄록(謏聞鎖錄)》,
金正國有思齋摭言(금정국유사재척언) : 김정국(金正國)의 《사재척언(思齋摭言)》,
宋世琳有禦眠楯(송세림유어면순) : 송세림(宋世琳)의 《어면순(禦眠楯)》,
魚叔權有稗官雜記(어숙권유패관잡기) : 어숙권(魚叔權)의 《패관잡기(稗官雜記)》,
權應仁有松溪漫錄(권응인유송계만록) : 권응인(權應仁)의 《송계만록(松溪漫錄)》 등은 모두 견문을 기록한 것으로
皆是記錄見聞之事(개시기록견문지사) : 한가할 때 볼 수 있는 자료이다.
以爲遣閑之資耳(이위견한지자이) :
余自辛卯秋(여자신묘추) : 내가 신미년 가을부터
凡身之所履(범신지소리) : 몸소 겪고
目之所覩(목지소도) : 눈으로 보고
耳之所聞者(이지소문자) : 귀로 들은 것을
隨年記錄(수년기록) : 연대에 따라서 기록한 것이
摠若干條(총약간조) : 모두 몇 가지가 되는데,
目之曰遣閑雜錄(목지왈견한잡록) : 그 이름을 《견한잡록》이라 하였다.
雖主於遣閑(수주어견한) : 비록 여가를 보내는데 주를 두어서
冗雜荒亂(용잡황란) : 쓸모없고 난잡하기는 하지만,
而未必皆漫浪無益之說(이미필개만랑무익지설) : 꼭 모두가 쓸데없고 무익한 말만은 아닐 것이니,
觀者幸毋哂焉(관자행무신언) : 보는 이는 부디 비웃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