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이 B형인 김성호씨는 최근 소개팅을 거절당했다. B형은 바람둥이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인데, 김씨가 이런 일을 경험한 건 벌써 세번째다. 실업자가 넘쳐나는 시대에 멀쩡한 직장을 가진데다 회사에서도 사교성이 좋다는 평판을 듣고 있는 그는 이런 일을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김씨는 “B형이라니까 심지어 성격이상자로 보기도 한다. 대체 이게 근거가 있는 말인가”라고 항변한다. 서울대 병원 혈액형 클리닉 홈페이지에는 김씨와 같은 일을 당한 사람들이 자주 등장한다. “B형이란 이유로 슬픈 게 너무 많다”는 하소연에서부터 “다른 피로 바꾸고 싶다”, “혈액형 때문에 차별받고 있다”는 토로에 이르기까지 혈액형에 얽힌 갖가지 사연들로 넘쳐난다.
케이블 채널 JEI 스스로 방송은 지난 6월부터 두달 동안 일본의 혈액형 전문가인 노미 도시다카를 초청해 ‘혈액형으로 아이 성적 1백% 올리기’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A형은 느리고 더디다, AB형에게는 충분한 수면이 필요하다, B형 학생들은 학습을 위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노미의 ‘조언’에 시청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어느 회사는 입사서류에 혈액형을 적게 해 인사에 활용하기도 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상대적으로 좋지 않다고 알려진 B형과 AB형 아이들이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거나 ‘왕따’를 당한다. 최근에는 혈액형을 이용한 다이어트와 유아교육 및 각종 상품들도 등장하고 있다.
매년 새해 벽두마다 한국인들은 사주를 보기 위해 역술인의 집 앞에 장사진을 친다. 많은 사람들이 집터와 생년월일·별자리 등이 운명과 미래를 결정한다고 믿는다. 혈액형도 그중 하나다. 혈액형이 운세와 연애·결혼 등을 좌우한다는 믿음만큼 강력한 것도 찾아보기 힘들다. 재미삼아 혈액형별 성격을 따져보는 것은 유쾌한 일일 수 있지만 상황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서울대 의대 한규섭 교수는 “혈액형에 대한 오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에는 돈을 받고 혈액형별 성격을 상담해주는 ‘혈액형 비즈니스’가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쯤 되면 흥미 수준은 이미 넘어섰다.
사람의 ‘피’는 전세계에 흩어진 ‘인종’만큼이나 다양하다는 게 의사들의 공통된 말이다. 현재까지 발견된 인간의 혈액형은 6백여가지나 된다고 한다. 일반인들에게는 ABO 혈액형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외에도 Kell·Lutheran·Lewis 등 수많은 서로 다른 ‘피’가 존재한다. M이나 N항원의 유무에 따른 MN식 혈액형, Rh 인자의 유무로 분류하는 Rh식 혈액형은 비교적 잘 알려진 혈액형이다. 국제수혈학회는 1993년 혈액형 항원들을 23개 혈액형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항원(antigen)은 우리 몸 안에서 세균 등과 같은 외부 침입자에 대항하는 항체를 형성하게 하는 단백성 물질로 ABO 혈액형에는 A·B·O·AB 등 네개의 항원이 존재한다.
1901년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세균학자 카를 란트슈타이너가 ABO식 혈액형을 발견했을 때, 그는 자신의 발견이 성격과 운명까지 좌우할 만큼 널리 ‘응용’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양의 적혈구와 개의 적혈구를 섞었을 때 일어나는 응집 현상을 두고 착안해낸 ABO 혈액형은 수혈에 따른 부작용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그의 발견은 30년이 지난 193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면서 비로소 일반에게 널리 알려졌다. 혈액형과 성격이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해석’은 란트슈타이너가 노벨상을 받기 전부터 시작됐다. 1927년 일본의 심리학자 다케치 후루카와가 ‘혈액형에 의한 기질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을 응용심리학회지에 발표하면서부터 논란이 시작됐던 것이다. 다케치는 혈액형과 성격의 관련성을 처음 제기한 인물로 꼽히고 있다.
일본에서는 1970년대 이후 ‘혈액형 열풍’이 불어 지금은 교육과 식품·서비스 산업에 이를 응용한 거대 비즈니스가 생겨났다. 이같은 혈액형 열풍은 1970년대 언론인 노미 마사히코가 혈액형과 성격에 관한 책을 출간하여 수퍼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면서 시작됐다. 그의 아들 노미 도시다카는 ‘혈액형이 당신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제목의 책을 펴내 현재 일본 내에서 이 분야 최고의 권위자로 꼽히고 있다.
노미 부자는 자신들의 책에서 “혈액형에 따라 직업과 배우자를 선택해야 하며, 만일 이것을 지키지 않으면 끔찍한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들의 주장은 수많은 ‘버전’으로 만들어져 각종 ‘설’과 ‘주장’들을 파생시켰다. 한국의 혈액형 열풍도 일본에서 유래됐다는 것이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피는 답을 알고 있다’는 혈액형 관련 책을 펴낸 서울 아산병원 진단의학과의 권석운 교수는 “일본의 ‘혈액형 열풍’이 한국으로 건너오면서 우리나라에도 혈액형과 관련된 여러 주장들이 나타나게 됐다”고 말했다.
사람의 성격과 기질의 원천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그동안 끊임없이 계속돼 왔다. 기원전 인물인 히포크라테스는 자신의 유명한 체액론에서 인간의 기질을 혈액·점액·황담즙·흑담즙 등 네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바 있다.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트는 성격을 구순애적·전성기애적·성기애적·항문애적 등으로 나눠 설명했다. 인간의 성격을 내향적·외향적 등 두가지로 구분한 카를 구스타프 융의 연구도 있다. 이들의 성격 유형과 혈액형에 따른 분류가 다른 점은 후자가 명확하게 구분되는 혈액형이라는 ‘객관적 기준’을 갖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래서 혈액형에 따른 분류는 한층 ‘과학적인’ 인상을 풍긴다.
하지만 혈액형 속에 숨어 있는 어떤 요인이 특정한 성격을 결정짓는다는 주장은 아직 증명된 바가 없다. 유전자와 성격의 상관성을 주장하는 견해가 나온 적은 있다. 1998년 미국 국립암연구소의 헤이머 박사가 뇌신경 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모험심과 관련이 있고, 세로토닌은 위험으로부터의 회피(harm avoidance)와 연관돼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연구가 그 뒤 후속 연구에 의해 검증된 것은 아니고 아직은 ‘학설’ 수준이다. 혈액세포 속에도 유전자가 있으니 혈액형과 성격이 관련 있다는 주장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ABO 혈액형에 따라 성격 유형이 구분되는 것은 아닌 셈이다.
수혈의학 전문가인 아산병원의 권석운 교수는 혈액과 혈액형을 “수수께끼에 싸인 신비의 대상”이라고 말한다. 혈액형과 성격의 연관성에 대한 그의 ‘공식적 답변’은 이렇다. “수백가지나 되는 다양한 혈액형 중에서 유독 ABO식 혈액형이 성격이나 운세와 관련이 있다고 보는 것은 타당성이 없다. 의학적으로 확실하게 밝혀진 사실은 ABO 혈액형이 수혈 또는 장기이식을 할 때 반드시 맞춰 줘야 하는 중요한 항원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그는 혈액형과 성격의 관련성에 대해 전적으로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는 혈액형에 관한 일반인들의 ‘믿음’을 풀기 위해 자료를 뒤지면서 “그 속에는 뭔가 분명 반짝이고 있는 것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혈액형은 신비스런 생명의 액체인 혈액의 한 특성이므로 인간의 성품 또는 기질도 반영돼 있을 것이라 믿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진행됐던 조사들은 거의 모두 ‘설문조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설문조사를 통한 혈액형 연구를 두고 ‘과학적’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그것도 의학자나 생명공학 연구자가 아니라 언론인이나 심리학자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다. 몇가지만 보자. 도쿄 TBS방송이 1980년대 무작위로 추출한 1만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결과’는 “B형은 독립성이 강하다”라는 것밖에 없었다.
1985년 일본의 한 교수가 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의미있는 결과는 “O형과 A형은 AB형보다 규칙·관습·명령에 잘 따른다”는 것과 “AB형은 O형보다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라는 두가지였다. 통계가 의미있는 것이 되려면 같은 결론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나타나야만 한다. 1980년 미국의 심리학자 레이먼드 커텔은 호주의 백인 3백23명을 대상으로 1백84개 설문을 작성해 조사했다. 그중 ABO 혈액형과 연관된 결과는 다음 세가지였다. 첫째, A형은 O형보다 느긋하지 못한 성향을 보였다. 둘째, AB형은 다른 혈액형보다 자부심이 강하고, 단체 의존성이 작은 편이었다. 셋째, B형과 O형은 A형보다 강박적인 성격을 가졌다.
권교수 역시 최근 혈액형에 얽힌 의문을 풀기 위해 아산병원 의사와 직원 3백4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봤다. 그의 조사에서 통계적으로 의미있었던 결과는 첫째, A형은 O형보다 주변 사람들의 생각과 반응을 염두에 두고 행동한다. 둘째, A형은 B형보다 거지에게 적선할 수 있는 인정이 많다. 셋째, O형(특히 여자)은 A형보다 앞장서기를 좋아한다는 세가지였다. 그는 자신의 조사 결과를 종합해 다음과 같은 유형 분류를 시도했다. 혈액을 다루는 수혈의학 전문가가 실시한 조사로는 그의 시도가 아마 국내 처음일 것이다.
A형 : 규칙을 잘 따르고, 주위 사람들을 배려하며 인정이 많은 편이나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과 앞장서는 일은 좋아하지 않는다. B형 :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고 규칙이나 틀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며 인내심이 약한 편이다. O형 : 앞장서기를 좋아하며 혼자보다는 남과 잘 어울리고 화를 잘 참지 못한다. AB형 : 분석적인 경향이 있으며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에 충실하다.
그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82.5%가 “혈액형과 성격이 관련이 있다”고 응답했다. 남자(73.1%)보다는 여자(86.5%)가 그런 경향이 더 강했는데, 의외로 ‘관련이 있다’는 응답자 중에는 상당수의 ‘의사’들도 포함돼 있었다. 그의 조사는 무작위 추출이 아닌 병원 근무자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통계상 적잖은 문제를 안고 있기는 하다. 권교수는 조사 결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혈액형과 성격의 관련 여부에 관한 연구들은 저마다 차이가 있고,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내용도 연구자마다 다르다. 꼭 맞아 떨어지지 않지만 긍정적인 눈으로 보면 최소한 혈액형과 성격이 전혀 무관한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혹시 정말 그렇다고 ‘믿으니까’ 그렇게 보이는 것은 아닐까.”
사정이 그렇다면 의학자보다는 심리학자에게 의뢰하는 게 더 나을 듯하다.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다. 서울대 심리학과의 권석만 교수는 “혈액형과 성격 사이에 의미있는 관계는 발견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혈액형에 관한 일반인들의 ‘믿음’은 일종의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미래에 어떻게 행동하리라는 자신의 예언이 행동에 영향을 미쳐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게 된다는 얘기다.
혈액형별 성격에 대한 설명이 워낙 모호하기 때문에(가령 B형의 성격에 관해 노미 부자는 “과학적이고 합리적”, “즉흥적이고 감정의 기복이 심함”이라는 상충되는 설명을 펼쳐 놓는다) 이리저리 꿰맞추면 맞는 경우도 있다. 출생연도나 시간·띠 등 운세와 관련된 설명이 매우 포괄적이면서 모호해 이런저런 해석이 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다.
점쟁이가 하는 말을 신뢰할 수는 없으면서도 전적으로 무시하지 못하고 귀를 기울이게 된다는 얘기다.
조금 더 과학적인(?) 설명도 있다. ABO 혈액형에는 각기 서로 다른 항체를 지니고 있다. A형에는 안티B(anti-B) 항체가 있고, B형에는 안티A 항체가, O형에는 안티A와 안티B 항체가 들어 있다. 서로 다른 혈액형 간에 수혈이 불가능한 것도 바로 이 항체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안티A와 안티B 항체를 가진 O형이 다른 혈액형보다 세균 감염에 저항력이 높을 것이라 추론한다. 반면 안티A와 안티B 항체가 없는 AB형은 세균에 감염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추론에 따르면, AB형은 세균 감염을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게 되고 그런 결과로 비사교적인 성격을 가지게 된다. 물론 저항력이 높은 O형은 가장 사회성이 높은 혈액형이 된다. 이런 추론에 대해 권석운 교수는 “O형이 세균 감염에 저항력이 높다는 명확한 증거는 아직 없다”며 “세균 감염은 혈액형 항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주장도 수많은 가설 중 하나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미국의 심장병 전문의인 프리드먼 박사는 성격의 유형을 A 타입과 B 타입으로 구분한 바 있다.
A 타입은 경쟁적이고 참을성이 없으며, 극단적인 반면 B 타입은 인내심이 많고 화를 잘 내지 않으며 평온한 성향을 유지한다. 그래서 A 타입의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심장병과 같은 관상동맥질환에 걸릴 확률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고 한다. 강북 삼성병원 정신과의 신영철 박사는 “프리드먼의 성격 분류와 혈액형별 성격 분류를 사람들이 혼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정신의학적 시각에서 봤을 때도 혈액형과 성격은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성격은 혈액형보다는 가족이나 사회적 관계 등 다른 변수들이 상호 작용한 결과일 뿐이지 혈액형이 좌우한다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혈액형에 따른 성격 유형은 한의학의 사상체질론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인간을 태양인·태음인·소양인·소음인 등 네가지로 구분한다. 인간이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신체적 특징과 정신적 기질, 기타 변수들을 고려해 유형화를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한사람이 완벽하게 하나의 체질만을 갖는 것은 아니며 후천적 노력에 의해 체질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게 한의학의 설명이다. 경희대 한방병원의 김종우 박사는 “혈액형은 사상체질과 달리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이라며 “혈액형은 사람의 성격을 설명하는 ‘도구’일 수는 있지만, 특정 성격을 유발하는 인자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1983년 유명 과학지인 ‘네이처’에 1만명의 영국 헌혈자를 대상으로 혈액형과 사회경제적 위치를 분석한 흥미로운 논문이 실린 바 있다. 상류층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혈액형은 A형이었고, 가장 적은 혈액형은 O형이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당시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 논문은 혈액형이 일종의 우생학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었다. 2차대전 이전 독일 하이델베르크대의 에밀 폰 둥게른 박사는 ‘혈액형의 인류학’이라는 논문에서 혈액형에 따라 인종의 우열이 나뉜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하기도 했다. 순수한 게르만인의 피는 A형이고 검은 눈동자의 아시아인은 B형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물론 그의 주장이 후에 근거 없는 것으로 밝혀지긴 했지만, ‘순수한 피’에 대한 인간의 집착은 그만큼 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혈액형에 따라 성격이 다르며 좋은 혈액형과 그렇지 않은 혈액형이 있다는 속설에도 이같은 인종주의와 우생학적 사고가 스며들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관련 전문가들은 모두 혈액형과 성격의 관련성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의 설명은 현재의 과학 수준으로는 증명할 수 없다는 얘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편견’은 이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완강하다. 혈액형 관련 서적이 꾸준히 팔리고, 인터넷의 상담 코너 클릭수가 높아지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한국수혈학회 이사장이기도 한 한규섭 서울대 교수는 “혈액형과 관련된 근거 없는 주장과 속설들에 대해 수혈학회 차원에서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그대로 놔두기에는 폐해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는 “초·중등 학교에서 혈액형을 검진하는 것도 없애야 한다. 잘못된 혈액형 판정이 너무 많다. 혈액형은 수혈을 위해 필요한 것일 뿐인데 그것을 다른 데 활용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상대방의 행동과 기질을 예측하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일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서양에 비해 동양은 외부의 어떤 요인이 자신의 성격이나 운명을 좌우한다고 믿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한다. 사주팔자와 같은 통제할 수 없는 힘이 자신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혈액형에 관한 오해와 억측이 난무하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과학은 혈액형을 통해 상대의 성격을 이해하는 것이 아직은 잘못된 것이라 말하고 있다. 혹시 혈액형과 그 안에 내재된 유전자의 비밀이 풀린다면 이 떠들썩한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