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달 사이 내 몸에 대한 관리가 너무 없었다. 사람 만나 좋았고 친구 만나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사이에 내 몸은 힘들고 지쳤다. 경북 상주에서 오르는 속리산은 평범한 코스건만 오늘 나에게는 너무 힘들었다. 침 뱉을 힘조차 없었고 물어도 대답하기가 싫었다. 숨은 턱에 닿을 지경을 지나 호흡이 폐부에서 힘들게 ‘컥컥’되며 나왔다. 마시고 떠들고, 피워대고 웃던 배짱이 시간은 한겨울의 고통이 되었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숨은 가벼워지고 물을 마시는 양이 줄어들면서 산이 눈앞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1. 상주유정
상주는 아름다웠다. 너른 개울과 풍부한 수량, 깨끗한 물과 따듯한 日射가 상주의 자연을 풍요롭게 만든 것 같다. 창가로 지나치는 상주의 자연은 내려서 보나 지나치며 보나 아름답기가 일품이다. 견훤의 아버지인 아자개가 왜 이 지역을 중심으로 영역을 확보했는지 이해가 간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탐냈던 지역은 평양, 개성, 서울, 경주, 공주(부여)일 것이다. 산과 강이 발달하면서 주변에 평야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지역 말고 좋은 곳이 있다면 어떤 지역일까? 전쟁을 치르면서 빼앗으려 했거나 지키려고 했던 지역이 살기 좋은 지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자개의 상주가 그러하고 궁예의 철원이 그런 지역 같다. 현대적 개념으로는 투자하기 좋은 곳이 과거에 투쟁지역이었다. 돈을 벌고 싶다면 전쟁사를 공부해야 할 것이다.
2. 인사유정
문장대 아래 휴게소에서 일행과 점심을 한다. 같이 오른 일행 여자가 남자 일행에게 “야”, “너”라 부르는데 왠지 다정하다. 같은 동네 소꿉친구거나 초등학교 동창 같아 “두 분은 어릴 적 친구세요?” 물어보니 ‘중앙초등학교 44회 졸업생’ 이란다. 잽싸게 “선배님”하며 납죽 인사드린다. 나는 중앙초등학교 51회다.
‘칭찬만 해도 교육의 절반은 성공’이란 교육학 이론이 있다. ‘똥개도 동네에서 반은 접고 들어간다.’라는 동네 똘마니들 이야기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사만 잘해도 사회생활 절반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선배들에게 정중하게 인사하자마자 법률사무소 명함을 드린다. 선배들이 지갑에 명함을 넣는 모습에 친교의 반은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모르는 사람과 인사를 나누고 나서 상대방이 “나 알지요?”하면 미친다. 나는 분명 처음 보는 사람임에도 상대는 나를 안다. 언젠가 술집에서 나도 술이 취한 상태에서 “모릅니다.”라고 당당히 말하자 상대방이 자신을 모르는 척한다고 시비를 걸어오는 바람에 곤혹을 치른 적도 있다. 이런 경우도 있다. 많이 본 아줌마 일행이 식당에 들어오기에 기회를 봐서 인사를 하려고 타이밍을 훔치는데 잠시 후 젊은 남자가 아줌마 일행에게 오더니 일본말로 음식 주문을 받는 것이었다. 대장금 파크를 관광 온 일본인이었다. 인사를 했다면 어떤 일이 발생했을까? 당황했겠지만 인사는 인간과 인간의 출발점이기에 짜증보다는 웃음이 피었으리라 생각된다.
3.속리산 유정
집에 오니 새벽 1시30분이다. 자고 있는 집사람에게 말했다. “여보, 다음에 아이들하고 속리산으로 야영 갑시다. 가서 뭘 할지 다 계획을 세웠어” 잠에서 깬 아내가 “큿”하며 콧방귀인지 코웃음을 친다. 속세를 떠난 속리산에서 가족과 함께 할 계획을 만들어 왔건만 속세로 복귀 하자마자 가장 먼저 만난 사람 아내에게 구박을 받는다. 그래 늦었는데 잠을 자야 또 일하지. 오늘 만났던 속리산은 우리에게 여유를 바라건만 허둥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 힘든 하루였다. 그럼에도 맑고 푸른 하루였다. 오늘 만난 속리산과 내일 만날 속리산을 꿈꾸며 안녕~
첫댓글 좋은 곳 다녀 오셨군요 문장대는 세번을 다녀와야 장수한다는 속설이 있죠 r그림이 없어 좀 아쉽네요
머리한켠의 속리산 풍경이 그어느아름다운산보다 아름답게떠오릅니다
일국아, 가능초 8회 카페에 가입했노? 거기 갔더니 니가 보고싶어하는 쪼매놈들 다 있더라.
한번 가보지뭐. 다음카페 가능8하면 나오나?
가능8회 라고 치면 나온단다. 재미있는 야그와 산행사진, 야생화 사진도 있고, 참, 대구에사는 은덕이란 친구가 야생화 전문가다. 한번 찾아보고 어디 사는지 알려주라. 한번 가보게.
속리산 상주 쪽으로 올랐구나. 좋았겠다. 사진도 좀 올리시지.
가8 회장님 사진 올렸습니다. 그리고 2회 모임에 나오지 읺는 가8 친구들 나오라고 야단 좀 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