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스트레칭으로 건강관리 조기 발견으로 수술 후 완치 홍여진은 우리에겐 이름보다 얼굴이 훨씬 더 익숙한 중견 연기자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 미국에서 대학시절을 보냈고 미스코리아 당선 이후 줄곧 한국에서 연기자로 활동해왔다. ‘키스할까요’‘노란손수건’‘올인’ 등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개성 넘치는 주연과 조연으로 활약해왔다. 오전 11시 청담동 카페에서 만난 홍여진은, 아침에 일어나 운동하고 사우나 다녀온 후 미용실에서 머리까지 예쁘게 단장하고 등장했다. 시원시원하고 유쾌한, 살짝 톤 높은 그녀의 목소리는 상대를 기분 좋게 할 만큼 매력적이다. “오늘 아침에 일어났는데 손이 팅팅 부어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사우나 다녀왔는데 아직 부기가 안 빠진 것 같아요.” 겉으로 봤을 땐 보통 사람보다 더 건강해 보이는 홍여진. 그녀는 지난해 말 유방암 수술을 받은 ‘환자’다. 요즘도 방사선 치료와 재활치료를 병행하고 있는 중이라며 그녀는 겨드랑이 밑 수술 자국을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왼쪽 가슴은 방사선 치료 때문에 살이 검게 변해 있었다. “아침저녁으로 요가와 스트레칭을 하고 있어요. 수술 이후 부종 때문에 팔과 어깨가 너무 아파요. 우리같이 유방암 수술을 한 사람은 팔이 잘 붓고, 자궁암 환자들은 다리가 붓는다고 하더라고요. 혈액순환을 위해서 틈 날 때마다 어깨와 팔을 계속 풀어줘야 해요.” 홍여진이 유방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지난해 10월. 한국유방건강재단이 주최하는 핑크리본 마라톤에 참가했을 때였다. 평소 건강만큼은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된 것이었다. “유방암 자가진단 교육을 받고 가슴을 만져봤는데 멍울 같은 게 잡히더라고요. 그래서 검진을 받았더니 유방암 진단이 나왔어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죠. 너무 다행스럽고 감사한 것은, 아직 다른 부위로 암세포가 전이되지 않은 상태였어요. 이런 걸 전문용어로는 ‘상피내암’이라고 한대요. 그래서 곧바로 수술하고 항암치료를 받았습니다.” 암은 0기부터 3기까지 네 단계로 나뉘는데, 그녀는 1기 바로 직전 상태였다. 다른 암환자에 비해 조기 발견으로 수술을 통하여 완치할 수 있었던 것. ‘살 수 있어 감사하다’는 마음만으로 수술과 검사를 반복했다. 그러나 유방암 치료를 위한 일련의 과정들은 그녀에겐 참기 힘든 고통이었다. 암세포가 다른 곳으로 전이되었는지 알아보는 임파선 검사 등으로 특히 팔과 어깨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팠고 부종도 심했다. “외국에서는 암환자의 경우 수술 후 재활치료와 정신과 치료를 병행해요. 그만큼 정신적인 상처가 크다는 얘기겠죠. 암에 걸렸다는 것은 면역력도 약해지고 다른 병에 노출될 수 있는 확률도 높다는 것이기 때문에 환자들이 굉장히 불안해하거든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초기에 발견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할 일이라고 스스로에게 계속 되뇌었지만, 혹시 다른 부위로 전이되지는 않았는지, 잘못된 것은 없는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일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유방암 수술 후 생활습관 모두 바꿔 다른 암환자 위해 도움되고 싶어 수술 이후 홍여진은 생활습관을 바꾸고 예전보다 더욱 건강하게 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제가 고기를 너무 좋아했어요. 기름기 있는 거, 그리고 미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인스턴트 음식도 많이 먹고… 누가 밥 먹자고 그러면 피자, 고기 등 그런 것만 좋아했죠. 하지만 지금은 식습관을 바꾸었어요. 고기보다는 야채, 샐러드 위주로 식사해요. 친구들 만나도 된장찌개나 새싹비빔밥 같은 거 많이 먹죠.” 운동도 더욱 열심히 한다. 미스코리아 출신인 그녀는 몸에 군살 하나 없이 날씬하다. 연예계에서도 소문난 골프 마니아다. “헬스를 아주 오래전부터 했어요. 20대부터 운동을 쉬지 않았어요. 요즘은 헬스와 수영을 함께 해요. 수영이 팔운동에 좋다고 해서 수술 후엔 수영과 스트레칭을 하루도 빠짐없이 합니다. 그리고 제가 등산을 너무 좋아해서 시간 나면 친구들과 산에 오릅니다. 나이가 드니까 실내보다는 야외나 산이 더 좋고 편해요.” 수술받은 후 결심한 것이 또 한 가지 있다면 암에 대해 알리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 그녀는 수술 후 처음엔 인터뷰 같은 걸 꺼려했었다. 암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은데, 자신의 증세는 너무 가벼워 얘기를 꺼내는 것조차 죄송스러운 마음에 사양했다고. 그러나 조기 검진과 발견의 중요성을 스스로 절감한 후부터 마음을 바꾸었다. “건강의 중요성은 다들 인식하면서 실천하는 데는 인색한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은 암환자들에게 정보가 너무 없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부종 때문에 운동을 해야 되는데 구체적인 운동방법이 제시된 책이나 정보가 거의 없어요. 그래서 전문가의 조언을 얻어서 암수술 후 재활운동에 관한 프로그램을 비디오로 제작할 계획이에요. 제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서예요. 그리고 이로 인한 수익금은 모두 유방암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에게 쓸 예정입니다.”
2년 전 한때 우울증으로 고생하기도 홍여진은 지금까지 외모에 어울리는 색깔 있는 연기를 주로 해왔다. 한때는 백상예술대상을 수상할 만큼 인기도 많았고 활발한 연기활동을 했다. “영화배우로 활동하다 첫 드라마 ‘굿모닝 영동’에 출연했는데 그때 제가 ‘큰손’ 캐릭터를 맡았어요. 정치인이나 거물들에게 뒤에서 돈 대주는 큰손으로 출연했었죠. 옆집 미용실 아줌마 같은 조연도 참 많이 했죠. 제가 겉으로 보기엔 술도 잘 마시고 고스톱 같은 잡기에도 능할 것 같지만 전혀 달라요. 술 담배 전혀 못하고, 잡기 같은 건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어요.” 부모님은 일찍 세상을 떠나셨기 때문에 그녀는 미국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에 돌아와 혼자 살아왔다. 마흔여덟 나이, 홍여진은 혼자 사는 싱글이다. 젊은 시절엔 일하느라 데이트할 시간이 없었고, 나이가 드니 이젠 사람 만나는 게 그리 수월하지 않다. “어릴 적부터 혼자 독립해서 살아왔기 때문에 오히려 외롭다는 걸 못 느끼게 돼요. 혼자 사니까 좋아하는 거 하면서 여행도 마음대로 다녔죠. 특히 등산을 좋아해서 우리나라 산이란 산은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예요.” 혼자 살아온 그녀는 돈이나 일에 욕심 부리지 않았다. 먹고사는 데 어려움 없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IMF 당시부터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제작비가 줄어 중견 배우, 조연들이 설 자리가 없게 된 것이었다. 점차 배역이 줄어들고 캐릭터가 제한되었다. “눈에 띄게 배역이 줄어들면서 자연히 스트레스가 쌓이고 이게 우울증세로 발전하더군요. 나중에 빚까지 얻어 쓰게 되자 정신적인 고통이 극에 달했어요. 슬럼프에 우울증까지 겹쳐 2년 전쯤엔 사는 것도 힘들고 패배감, 상실감, 외로움 등등에 휩싸였던 적이 있었어요.” 지금도 앞으로 살아갈 미래에 대해 걱정이 앞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지금까지 모아놓은 돈이 많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자리에 올라 있는 것도 아니고, 돈 벌어다주는 남편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솔직히 앞으로 노후가 걱정될 때가 많죠. 제가 예전엔 일에 욕심이 많은 편도 아니었고, 남들에 비해 자존심이 되게 강했어요. 평생 PD나 감독에게 ‘일 달라’는 말을 해본 적이 없어요. 적극적으로 배역을 따내 일하는 것이 오히려 저는 좋다고 봐요. 그런 면에서는 제가 실패한 거죠. 그래서 요즘은 세상 살아가는 태도를 많이 바꾸었어요. 좀더 적극적으로, 열정적으로 일을 하자고 다짐했어요.”
화려한 싱글, 좋은 사람 만나면 결혼 살면서 겪었던 굴곡들은 돌이켜보면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는 힘을 주었다. 유방암 수술 후 재활운동을 통해 예전의 건강을 되찾았고, 세상을 좀더 적극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자신감까지 얻었다. “예전에 비해 제 자신이 많이 바뀌었다는 걸 느껴요. 주변의 모든 것들이 소중하니까,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더 잘 대해주려고 노력하게 되었어요. 저 자신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할래요. 힘이 된다면 다른 사람들을 돕는 데에도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홍여진은 결혼에 대해서도 한번쯤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친구 같은 사람, 함께 늙어가면서 서로 등 긁어줄 수 있는 사람 만나면 결혼도 하고 싶어요. 친구처럼 편안한 사람이 좋더라고요.” 매사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건강하고 즐겁게 살겠다는 홍여진. 몸과 마음이 더욱 건강해진 그녀를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좀더 자주 만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 |
첫댓글 누구나 암에 걸릴 가능성은 있다고 보기 때문에 저도 이 글을 읽고 배울 점이 많았기에 감사드립니다^^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고 또 암에 걸렸을 때라면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해야겠지요^^
홍여진님 이제야 후배님을 알아보다니...친구같은후배님 글 잘읽었어요..반갑고, 알게되서영광이고..건강하게 씩씩하게 행복하게 살아가길 멋진후배님 홧팅!! 펜 확실하게 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