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癌)은 인간이 극복할 수 없는 영원한 난치병인가. 21세기 들어와 암정복이라는 의학적 신기원에 인류가 한 발짝 더 다가섰다는 내용의 연구보고서들이 잇달아 발표되고 있어 희망을 던져준다.특히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이 개발돼 효능이 알려지면서 전세계가 또다시 암정복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글리벡 등장을 계기로 차세대 암치료제 개발현황 및 국내외 암치료 실태를 3회에 걸쳐 집중 조명해본다. /편집자<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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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중인 항암제 신약 400여종<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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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노바티스사의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획기적인 효능이 알려지면서 암정복에 대한 기대가 한껏 높아지고 있다. 미국 시사잡지 타임 최근호는 ‘암치료의 새로운 희망’이란 제목으로 글리벡 등 새로 개발되고 있는 항암제들을 소개하면서 암정복에 서광이 비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도 글리벡을 찾는 암환자들의 문의가 병원 등 관련기관에 쇄도하는 등 글리벡 신드롬이 나타나고 있다.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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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의 제약사들이 개발하고 있는 신규 항암제 수는 총 402개. 이는 215종에 불과했던 지난 95년과 비교할 때 배나 늘어난 것이다. 이들 항암제가 적용되는 암종은 폐암 68종,유방암 59종,결장암 55종,피부암 52종,전립선암 52종 외에 췌장암,난소암,다발성 골수종,간암,백혈병,두경부암,뇌암,위암,방광암 등이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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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항암제는 모두 암세포뿐만 아니라 건강한 정상조직까지 파괴할 수 있는 기존의 방사선요법과 화학요법들을 개선한 대체약물이다. 이들 가운데 17종은 이미 12∼15년이 걸리는 임상시험을 마치고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시판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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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만 콕 찍어 죽인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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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전은 첨단 전자무기들의 전시장이었다. 목표물에만 치명적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초정밀 유도탄은 2차대전 당시 피아를 가리지 않고 피해를 주던 ‘융단폭격’과는 그 결과가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이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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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국내외에서 사용된 방사선 치료와 화학요법은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주변의 정상조직까지 깡그리 파괴하는 무차별 융단폭격에 흔히 비유된다. 암환자는 탈모와 메스꺼움 등 견디기 힘든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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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 새로 개발되고 있는 암치료제들은 ‘분자 표적 치료법’이란 표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암세포의 특정 부분을 정확히 추적해 공격하는 약이다. 때문에 부작용이 적고 치료효과도 높다는 게 암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이 대표적인 예. 이 약물은 백혈병 환자의 혈액 중에 숨어 있는 암세포를 찾아내 분열에 관여하는 효소만 선택적으로 공격,백혈구의 무한 증식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글리벡은 난치성 위암의 일종인 위기질암(GIST)의 크기를 절반 이하로 축소시키는 효과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고 있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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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미국 임클론시스템사가 개발한 결장암(대장암) 치료제인 ‘IMC-C225’와 제넨테크사가 개발해 지난 98년 FDA 승인을 받은 유방암 치료제 ‘헤르셉틴’도 비슷한 원리의 차세대 항암제로 각광받고 있다. 이들 항암제 역시 대장암과 유방암 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정상조직을 손상시키지 않고 암세포를 콕 찍어 죽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립암센터 박재갑 원장은 “이들 항암제의 등장으로 보다 선별적이고 정밀한 암치료가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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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의 밥줄을 끊는 방법도 있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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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로 향하는 보급로를 차단하는 암치료제 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글리벡 등이 유도탄식 새로운 암치료법이라면 안지오스태틴 계열의 항암제들은 암세포의 젖줄이라 할 수 있는 신생혈관의 생성을 억제함로써 암을 죽이는 약이다. 이 치료법은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지 않고,암세포의 혈관을 봉쇄해 혈액을 통한 산소와 영양 공급을 차단한다. 밥줄이 끊긴 암세포는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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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요법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FDA 항암제 자문위원회는 최근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치료를 위한 단일클론항체 ‘캠패스’도 하루 빨리 승인해줄 것을 추천했다. M&I 파트너스사가 개발한 이 약은 백혈병을 일으키는 ‘CD52’란 항원을 표적화해 혈중 암세포를 제거하는 작용을 한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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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MD앤더슨 암센터와 캘리포니아주립대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 기술로 개발한 가글액으로 구강암의 전조 증상인 구강 내 반점을 공격해 소멸시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팀은 최근 열린 미국임상암학회 제37차 연례회의에서 “지금까지 1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6개월간 시험한 결과 2명의 환자는 구강 내 반점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발표,관심을 끌었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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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조류에서도 새 항암제가 나온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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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립암연구소 연구진은 바닷속의 해면류,조류,산호류에서도 신규 항암물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 해조류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독성 화학물질을 생성하는데 이 성분이 인체의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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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1만종 이상의 해저 유기체 추출물을 수집,연구 중인데 뉴욕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 게리 슈왈츠 박사팀이 이끼 종류의 브리오조안(bryozoan)에서 정제한 브리오스태틴이란 물질이 그 중 유망하다. 연세대 의대 암센터 종양내과 노재경 교수는 “몇몇 초기 임상시험에서 브리오스태틴을 기존의 화학요법제와 병용할 경우 암의 전이를 억제하고 암세포를 죽이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논문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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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기자 <a href=mailto:kslee@kmib.co.kr> kslee@kmib.co.kr</a><br>
중앙일보 ▶ 게 재 일 : 2001년 05월 31일 53面(10版)
▶ 글 쓴 이 : 홍혜걸
부분 발췌